- 의안번호 : 1807796 사회복지세법안 -

2010년 3월 국회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 외 11인은 사회복지수준 제고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가칭 사회복지세법의 신설을 제안하였다. 제안된 법안의 주요내용은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해 부가과세(surtax)의 형태로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여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이 법안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것으로 `사회복지제고`라는 취지 자체는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재원마련을 위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방안 등은 실제로 추진되기에 무리한 요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제안된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세 및 재정이론에 입각해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측면의 문제점

1. 조세체계의 비효율성 악화

조세의 부과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경제적 잉여손실을 가져오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조세의 초과부담 (excess burden of tax)이라고 한다. 이때 잉여란 소비자나 생산자가 경제활동에서 얻는 것에서 지불하는 것을 뺀 차이를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잉여(소비자잉여+생산자잉여)는 조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세가 비효율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조세가 부과되면 이러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일부분이 소비자, 생산자, 정부 등 어느 경제주체에도 귀속되지 않으면서 그냥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의 효율성이란 조세부과로 확보하는 세금액수에 비해 상실되는 사회적 잉여가 얼마나 작으냐에 대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세의 초과부담은 세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세율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세율이 2배가되면 초과부담은 4배로 증가하는 식인 것이다. 따라서 조세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세율은 가급적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지속적으로 자국세율을 인하조정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점을 인식, 이미 수년전부터 법인세와 소득세의 적용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본적으로 세율인상을 골자로 한 제안 법안은 조세체계효율성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경제활력에도 부정적인 영향

세금부담의 증가는 경제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금증가는 민간부분의 경제활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가계에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저하의 문제가, 기업에는 투자여력 약화에 따른 투자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고령화 및 산업구조의 고도화 현상으로 인해 고용과 성장이 점차 침체되는 상황, 즉 저성장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눈에 띠게 낮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제활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세정책은 경제활성화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편, 동 법안은 세율을 높이면 세금이 많이 걷힐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작성된 듯하다. 하지만, 세수(걷히는 세금액수)는 세율에 세원(세금을 부과하는 대상)을 곱해서 산출되기 때문에 세수는 세율과 세원 변화에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활력의 약화는 세원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소비와 투자의 위축은 일자리 감소 및 소득감소로 이어져 세원을 작아지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경제활력 약화로 인한 경기침체는 자산가치의 하락과 거래감소를 야기한다. 이는 모두 소득세, 법인세, 상속 및 증여세, 그리고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원축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고세율 정책을 추진했던 몇몇 선진국들의 경우 고소득・대기업 계층의 해외 이탈과 이로 인한 세수감소 문제를 경험한 바가 있다. 결국 세율인상을 통한 재원마련 방안은 생각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며, 경제활동 침체가 심화되는 경우 세원잠식의 문제로 전이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조세운영원칙에 부합하지 않음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현재 자국조세체계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편에 있어 공통된 주제(theme)는 효율성제고와 단순화지향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며, 이에 따라 다각적이고도 지속적인 세제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효율성제고는 별도로 언급을 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세제 단순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체계의 단순화란 복잡한 세제를 알기 쉽고, 따르기 쉽고, 거두기 쉽도록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단순화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효과 또한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단순화는 납세의식을 고취시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실제로 많은 납세자들이 내가 내는 세금이 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산출되는지 상세히 알지 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조세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복잡성의 문제가 가중되는 경우 박탈감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심화되면 납세거부 또는 조세저항까지 발생할 수 있다. 복잡한 세제하에서는 탈세의 가능성도 높다. 제도가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숨을 곳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제의 단순화는 납세협력비용, 징세비용, 행정비용 등을 효과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제개편 내용가운데 대표적인 단순화 방안은 목적세(earmark tax)와 부가세(surtax)를 폐지하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목적세는 세입이 특정세출과 연결되기 때문에, 재정운영을 칸막이 식으로 유지함에 따른 비효율 문제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목적세는 별도의 특별회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재정운영의 경직성을 높이고 나아가 특별회계를 둘러싼 정부부처간의 갈등 같은 폐해도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어떤 목적세는, 특정부처의 특별회계유지와 관련한 이해 때문에 당초에 약속한 기한을 수차례 연장하면서까지 존치하는 식의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하였다.

사회복지세에 대한 제안내용에 따르면, 이 세목을 부가세 형태의 목적세로 신설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부가세는 본세에 추가되는 세금으로써 세율을 높여 효율성을 약화시키고 조세체계의 복잡성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는 세금형태이다. 부가세가 많아지게 되면, 납세자들의 입장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의 세금을 추가적으로 납부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세부담 증가는 물론 납세의식 약화라는 부정적 효과를 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본세 하나에 특정한 관련이 없는 수많은 부가세가 추가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세를 정비하는 노력이 추진되고 있는데, 새로 제안된 사회보장세는 이러한 정책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재정측면의 문제점

1. 복지는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비용이 따르는 것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국민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특히 건강, 교육, 환경, 아동 등에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복지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비록 내가 직접적인 수혜자가 아니더라도 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이러한 복지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진국들이 선뜻 복지정책을 강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복지의 비용은 내가 아닌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을 하는 경제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그 부담은 세금의 형태로 가계나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납세자가 이러한 비용부담을 균등하게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안된 법안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갖는 상위 5% 이내의 개인과 법인만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제안된 사회복지세는 `부자이니 내는 세금`, 즉 부유세와 다름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를 함에 있어서,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할 점은, 다른 사람이 부담하는 것은 정당하고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그 비용이 내 주머니에서 실제로 나가는 돈이라도 그렇게 쉽게 찬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일이다. 혹자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여력이 있을 테니,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 계층은 현재에도 우리나라 전체 연간세수의 80%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나라살림의 측면에서 보자면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부담도 모자라 여기에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또 안기는 것이 정당하고, 바람직한지는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계층에 대한 과도한 세금부담으로 부작용을 겪은 사례는 매우 많다. 실제로 부유세류(類)의 세금을 도입했던 국가들에서 과도한 세금부담의 부작용으로 고소득, 대기업, 부유층의 해외진출(tax exodus)이 급격히 진행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역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고소득・대기업 계층은 대개 높은 생산성으로 경제활동에 기여도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세정책이 생산성의 유출을 부추긴다면 경제활력의 약화는 물론, 기존 복지정책을 위한 재원조달 자체도 어려워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비용부담의 주체가 외형적으로 단지 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남이 부자이니 비용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어두운 사람이거나, 아니면 무책임한 사람일 것이다.

2. 복지 이외의 다른 재정수요는?

본 법안의 발의 배경에는 현재수준의 복지지출이 매우 작은 것처럼 서술하고 있으나, 실제로 해당지출은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다른 재정투입분야에 비해 결코 상대적 열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재정계획을 하는 이유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제약하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재정집행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재정계획인 것이다.

제안된 법의 도입 배경은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을 위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생각은 재정이 투입되는 다른 부분의 초과수요는 물론, 재정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재정이 투입되는 거의 모든 부분들, 국방・치안・환경・교육・SOC・R&D・보건・의료・고용・중소기업 등에서는 재정의 초과수요, 즉 재원부족의 문제가 존재한다. 물론 법안이 지적한 바와 같이 복지분야 역시 재원부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동 법안은 재정이 투입되는 다른 부분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복지부분만을 강조하고 있다. 본디 재정투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에 입각한 집행, 즉 사회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의 투자부터 우선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동 법안은 이와 같은 재정투입의 원칙은 간과한 채, 마치 복지투자가 다른 모든 분야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안된 법안이 채택하고 있는 방안, 즉 목적세로 운영하는 것은 이와 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목적세로 재정을 운영하게 되는 경우에는 목적세 세입을 특정재정에 우선배정하기 때문에, 재정투입이 시급한 다른 부분, 예컨대 자연재해나, 국가재난사태, 그리고 국가위급상황 등의 수습을 위한 재정투입 조차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결국 동 법안은 세입측면에서의 비효율은 물론, 세출측면에서의 비효율까지 다중제약(multi-constraints)적 요소도 안고 있다.

3. 대안은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복지의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를 위한 별도의 특별재원을 새로운 세목을 도입하면서까지 마련하는 것은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또한 교육, 국방, 치안, 환경, 중소기업지원, 연구개발, 고용 등을 미루어두고라도 복지수준의 제고만을 우리사회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하는 지에 대한 답도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재원조달방안은 무엇인가?

복지지출의 재원조달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재정지출을 합리화하고 여기에서 확보되는 돈을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재정은 잘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찬찬히 살펴보면 불합리한 재정지출도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낭비성지출, 중복성, 선심성지출 등등이 그것이다. 또한 복지지출의 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고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재정지출 합리화 방안만 적절히 추진된다고 해도, 재정지출액 상당부분을 절약,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민간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기부운동을 공공부문에 접목,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복지수준의 제고는 누구나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적절한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이 추진된다면, 자칫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제안된 사회복지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실적으로 활용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공공부문의 역할증대를 강조하는 주장은 국가발전 및 지속성 확보차원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와 같은 모형은 이미 북구의 국가들에서 시행된 바 있지만, 이러한 국가들에서 조차도 그들의 복지모델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복지수준의 제고는 더 많이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눌 것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은 나누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

김상겸 / 단국대학교 교수ㆍ경제학과
Posted by 자유기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