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금) 밤,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해군 천안함의 침몰은 우리 정부나 해군에게 초유의 사태였다. 전에 있었던 북한 잠수함의 동해 침투와 교전사건(1996, 1999)이나 서해 NLL 인근에서의 남북 해군간의 해상전투사건(1998, 2002, 2007) 등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북한에 의한 도발로 추정은 되었지만 공격자를 규명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수행된 비밀공격이었고 즉각 규명되지도 않은 사건이다. 따라서 3.26 천안함격침 사건의 초기 성격은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을 목표로 했던 아웅산 폭파사건이나 서울올림픽(1988)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자행된 대규모 테러였던 1987년 말의 KAL기 폭파사건과 유사했다.

군함이 공격받아 격침된 초유의 사건에 대한 우리 국회와 정당의 인식과 대처방식은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주권 위임기관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보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들은 하나같이 정부에 대한 비난에 모든 목표를 맞췄다. 누가 우리를 공격하고 대규모 희생을 만들어 냈느냐는 것은 뒷전이었다. 대정부 공격의 첫째 방식은 정부와 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정부 및 반군(反軍)적 공격이었다. 민주당은 사건 이틀만에 “청와대와 군의 응급상황과 국가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의심된다”는 성명부터 발표했고, 민주노동당도 “군 당국의 초동 대처 미흡에 대해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며, “구조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고 비판하였다.

2001년 9・11 테러 때, 미국에서 보여준 의회의 역할이나 외부의 군사공격에 대한 모든 나라에서 펼쳐지는 단합과 공동된 대처는 찾기 어려웠다. 민주당 이강래 전 원내대표는 “정부와 군당국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보를 차단하고, 장막을 치고,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해서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닌가하는 강한 의구심마저 제기된다”며 비판에 나섰고,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국방부의 자체적인 분석과 원인규명 및 대책을 지켜보겠지만,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며 아예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와 군의 원인 규명이나 대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표부터 하였다. 국민 대표기관이자 원내 제2당부터가 천안함이 공격받은 것을 계기로 국론단합과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기는커녕 오히려 반정부와 반군적 정서를 확대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임했던 것이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일찍이 4월 2일부터 천안함사건을 정부와 군의 ‘조작’으로 몰고 갔다. 그는 “정부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실종 군인가족과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사고에 의한 침몰을 알고 있는 해군이 “사고를 북의 도발로 몰고 가려"고 의심한다며 그것은 ‘매우 위험한 조작 시도’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의 어뢰공격이 확실해진 5월 17일에도 방송에 나가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협박하고,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군을 공격하였다. 그러면서 어뢰공격이라는 것이 근거도 없다며, 만약 천안함사건이 북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정부와 군의 책임이라고 이적(利敵)적・적반하장적인 태도를 취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조작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으로 몰아가기 위해 군사비밀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구조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와 군을 대상으로 대처의 문제점을 따지겠다며 진상조사위원회부터 발족시킬 것부터 요구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사건 나흘만인 3월 30일 “정부와 군 당국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민주당도 4월 2일 “정보를 통제하고 상황 자체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 너무 역력하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북의 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공격받은 해군을 피의자로서 조사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더구나 모든 증거와 상황에서 북의 공격이 명백해지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추천한 조사위원은 천안함 침몰이 “미군 측 군함과의 충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선동하고 있다. 군합동조사단의 일원이 된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은 천안함이 피격 침몰이 아닌 좌초된 것이었고 그냥 있었으면 됐는데 후진하여 빠져나오려다 생긴 2차 충격으로 침몰된 것이라고 각종 매체를 통해 거짓 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격적 조사이전부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은 NLL 인근의 해군 함정 침몰에도 북한 관련성이 없다는 예단을 근거로 시종일관 우리 군의 문제 때문에 침몰했다는 방향으로 몰아가며 국민 선동에 치중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외부에 의한 공격가능성을 배제하고 암초 충돌이나 피로 파괴 등의 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집중 제기하였다. 북한이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며 북한을 옹호하고 오히려 동맹국인 미국의 오폭 가능성으로까지 몰고 나갔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건 나흘만인 3월 30일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북한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것은 “국민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관을 몰아붙이며 비난하였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어뢰가 아니라 암초 충돌이나 피로파괴, 또는 이들의 복합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개입 가능성을 배제시키라고 요구하였다. 민주노동당도 “남・북간 군사충돌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여지를 조금이라도 두는 한 …(중략) 남북관계 악화마저 초래”된다며 그 상황에서도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을 걱정하였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북한이 했을 리가 없다면서 북한 도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대해 그것이 과연 제정신이냐는 식이었고 북한이 저지른 일이라 해도 그것은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식이었다.

비록 자유선진당이 가장 먼저 북한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언급하고 한나라당도 침몰의 원인에 대해서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구했지만 나머지 정당들은 ‘북한=무죄’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 정부와 군의 잘못에 의한 사고’로 확정해놓고 정부와 군을 공격 비난하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미국의 핵잠수함에 의해 우리 천안함이 피격된 것은 아니냐며 오히려 미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확대시켰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10・4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며 북한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공격한 북한에 대한 비판과 분노는 없었다. 오히려 대규모 대북지원을 합의한 10・4 선언을 지키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였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면서 어뢰나 기뢰에 의한 침몰은 마치 ‘소설’을 쓰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진보 내지 좌파적 정당의 조급증과 군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에 따른 대중들의 무책임한 여론은 주어진 절차와 법규를 무시하도록 요구했다. UDT 특수전 부대의 전설로 불리던 한주호 준위를 비롯한 많은 인원들이 무리하게 작업 현장에 투입되었다가 희생되었듯 일부 정당들의 선동된 요구에 떠밀려 작전에 투입되었고, 한 준위의 산화를 가져왔다. 특히 민주당 등은 암호화된 북한의 전파체계를 수집하는 교신일지 일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군사기밀을 공개하지 못하는 정부가 사건을 조작하고 감추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게 선동하고자 하였다. 심지어 생존장병 기자회견 후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내용도 천편일률적이고, 심지어 유가족들도 짜 맞추기라고 하고 있고, 그 내용을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고, 같은 당인 이강래 전 원내대표는 “어딘가 짜 맞춘 듯한 기자회견으로는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 지금 군이 자꾸 ‘무언가를 가리고 숨기고 상황을 짜 맞추고 있구나’라고 모든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며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 및 군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부추겼다.

국민들이 확인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면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지도자들과 정당은 오히려 그런 내용을 두둔하거나 확대, 재생산하며 정부를 공격하고 다른 한편으론 북한을 옹호하였다. 정부와 군이 ‘한・미합동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오폭사고일 가능성’을 언급한 잘못된 기사에 대해 정부와 군이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하자, 민주노동당은 오히려 군과 정부당국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과도한 발상’이라며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허위 유언비어를 옹호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천안함 사건을 접하면서 또 가리고, 덮고, 은폐시키려고 하는 일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임의대로 해석하여 거론하며 정부차원의 왜곡과 조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의혹을 확대하고 부풀리기를 시도하였다.

특히 민주당과 진보신당 등은 천안함 사건을 6.2 지방자치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시도로 규정짓기도 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김정일 정권을 심판하자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냉전주의 세력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발상을 하는 것이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안타깝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남북관계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는지 국민들이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하였다. 아예 천안함 사건을 선거용 조작사건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 대표도 천안함 침몰을 “북한 관련 사건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것은 천안함 사고를 6.2 지방선거에서 호재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하였다. 우리 해군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나 호전적 위협세력인 북한에 대한 일체의 비판과 문제제기는 없이 모든 사안을 오직 우리 정부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 방향을 설정해놓고 몰아갔던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우리 안보체계의 문제점을 일깨워줬다. 대응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수 있고,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외부공격에 의한 군함 침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우리 정당의 상당수는 사실과 근거에 의해 국론을 모으고 정부를 지원하기 보다는 사회분열을 부추기고 반정부투쟁을 선동하는 것으로 일관하였다. 중대 국가 안보사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구조작업과 원인 규명과 관련하여 대표기관인 국회와 정당은 초당적 협력과 대처가 필요했지만 오히려 국회와 정당은 각종 유언비어와 반정부 및 반군적 비난을 만들어내는 진원지였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정당은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군을 불신하게 만들고, 군의 정상적 활동을 막으며 각종 의혹과 추측을 재생산하는 역할에 치중하였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석과 평가로 건전한 여론을 형성시키고 국민의 의지를 모아야할 국회와 정당이 국론분열과 반정부투쟁의 선두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국가사회적 사건만 발생하면 그것을 반정부투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한국사회의 전형적 현상이기도 하다. 과학과 증거도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오직 북한을 옹호하고 한국 정부를 공격할 수 있다면 모든 억지와 거짓도 천연덕스럽게 강변했고 다수 언론은 그것을 받아 국민에게 알리며 확대・증폭시켰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죽는다는 한・미FTA 협상 반대 ‘촛불시위’나, 단순사건을 반정부 및 반미사태로 이끌고 간 2002년의 효순・미선사건도 마찬가지다. 1987년 KAL기 테러폭발사건을 한국정부의 자작극으로 몰며 수도 없이 재조사에 나섰던 것이나, 용산재개발에서의 방화사건을 경찰과 정부 잘못으로 몰아간 사건 등도 동일한 범주의 사건들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사건을 반정부사건으로 점화시키려는 세력이 있다. 그 본산중의 하나가 소위 민주가치와 진보가치를 옹호한다는 정당이며 그들이 활동하는 국회인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여전히 공산 전체주의체제와 맞서고 있고 그 전체주의로부터 항상 군사적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회이자 정치적 선전 전략에 노출되어 있으면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 체제에 동조하는 세력에 의해 강하게 영향 받는 사회란 사실을 되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국회와 정당이 더 이상 그런 세력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 세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교훈을 가져다준 사건이기도 했다.

김광동 /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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