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안번호 1809450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
- 의안번호 1809451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

서론

2010년 9월 국회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 등 10인은 과세구간 신설 및 세율인상과 관련한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하였다. 제안된 법률안은 세수확보 및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써 대규모 법인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구간신설 및 누진세율의 적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에는 2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현행의 과세표준에 1,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30%의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이미 수립되어 있는 세율인하 계획(2012년부터 적용)을 폐지하고 현행대로 22%의 세율을 유지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소득세의 경우에도 현행의 4단계 과세단계에 1억2천만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40%의 소득세율 적용계획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이미 수립되어 있는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 인하방침을 폐지하고 현재의 35%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법률개정안에 제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표> 법인세 및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개요

구분

제안내용

개정이후

법인세

- 과세구간신설(1천억원초과) 및 초과누진세율 적용(30%)
- 최고한계세율 인하방침(22%→20%) 폐지 (현재의 22% 유지)

-과세단계증가(2단계→3단계)
-최고한계세율인상*(20%→30%)

소득세

- 과세구간신설(1억2천만원초과) 및 초과누진세율 적용(40%)
- 최고한계세율 인하방침(35%→33%) 폐지 (현재의 35% 유지)

-과세단계증가(4단계→5단계)
-최고한계세율인상**(33%→40%)

※ 주*,주**: 최고한계세율은 이미 계획이 확정된 2012년 기준임.

제안된 개정안은 세수감소 및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지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서, 현재의 재정적자의 문제나 복지수준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시된 제안 이유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들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법인세 부담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0년 국세수입 가운데 법인세만 감소하였고,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고용창출의 규모를 늘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법인의 이익에 대한 과세표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소득세 역시, 고소득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세부담을 증가시켜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요약하면 제시된 법률개정안은 대기업, 고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증가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률개정안은 조세이론에 비추어볼 때 합리적이지 않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세율인상의 문제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조세의 부과는 경제적 잉여의 상실을 가져온다. 조세가 부과되면 그 크기만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과 공급자가 받는 가격의 괴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 및 공급자 잉여, 즉 소비자와 공급자가 취할 수 있는 가치나 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소된 잉여는 정부의 조세수입으로 전환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가운데 일부는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으면서 그냥 사라져버리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조세의 초과부담(excess burden of tax)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세의 효율성이란 이러한 초과부담의 크기, 즉 세금부과로 인해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세수의 크기와 세금 때문에 상실되는 경제적 잉여의 상대적인 크기로 측정된다. 이와 같은 조세의 초과부담은 몇몇 요인에 따라 변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세율이다. 세율이 2배가 되면 상실되는 초과부담은 4배가 되는 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율인상은 조세 효율성을 저감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조세효율성에 관심을 두는 많은 전문가들이 세율인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제안된 법률은 과세구간 신설을 통한 누진율의 강화, 즉 세율인상에 해당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율인상은 조세체계의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리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기조의 도래 등 우리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생각할 때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향후 지출증가는 명약관화할 정도로 쉽게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수의 급격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세수를 얻더라도 보다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율성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다. <![endif]>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세율인상이 항상 세수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제안된 법률은 과세구간신설과 세율인상을 통해 세수증가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세수는 세율(tax rate)과 세원(tax base)의 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한 변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항상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세원이라는 것이 그냥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율과 반비례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세율이 증가하면 세원은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세율인상=세수증가`라는 관계가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 것이다. 예컨대, 세율인상으로 세금부담이 과중하게 되어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세금을 거둘 곳이 작아져 걷히는 세금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지적한 바 있는데, 이를 래퍼 곡선(Laffer Curve)이라 한다. 래퍼이론의 함의는 결국 과도한 세율인상은 효율성 악화는 물론, 세수증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마다 더 많은 세금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 세율인하를 추진해왔던 것이며, 이의 상징적인 표현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인 것이다. 혹자는 넓은 세원의 의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과세를 하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넓은 세원이란 낮은 세율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다. 효율성을 위해 낮은 세율을 추구하다보면, 자칫 정부가 필요로 하는 세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세원을 확장하자는 논리인 것이다. 요컨대, 효율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넓은 세원이 필요한 것이지, 넓은 세원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상의 논의를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면, 세수증가는 세율인하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즉 세율인하가 세원증가를 유발하여 궁극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해외 활동이 많은 기업들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가급적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기업활동을 할 것인데, 이 경우 세율인하가 세원증가를 가져오는 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론적으로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의 좋은 예로 홍콩이나 싱가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폴은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로 가장 즐겨서 선택하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낮은 세율은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이를 통해 충분한 세수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가 근래 지속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세수증가를 위해 세율을 인상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세수확대에 긍정적이지도 않은 정책대안인 것이다.

세제의 복잡성 문제

과거 조세정책은 대내적인 경제정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었다. 조세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필요로 하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므로, 대외적인 경제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조세정책 역시 가중되는 국제경쟁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으로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의 조세체계를 개편하고 있으며, 해외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역시 외국의 세제개편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대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제개편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세제의 단순화이다. 단순한 세제란 언뜻 정밀하지 못하여 허술하다는 인식을 주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 선진국들은 세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자국 세제에 여러 가지 장치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과세구간을 세분화하고 세율을 차등적으로 유지함으로서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를 높이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제의 복잡성은 나날이 가중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과세구간을 세분화하여 복잡한 누진율을 적용한 세제는 언뜻 매우 정의롭고 효율성도 높은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나 걷는 사람이나 복잡한 세제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세제가 복잡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세금을 무슨 이유로 얼마만큼 내야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몇 번은 과세당국이 내라는 대로 흔쾌히 내겠지만, 확실히 수긍할 수 없는 세금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공연한 박탈감을 갖기 쉬우며 심한 경우 납세의식의 약화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세제가 복잡하면 징세당국 역시 세금을 적절히 거두기 어려우며, 이 가운데 많은 비용이 소비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탈세 등의 불법적인 조세 행태도 증가하게 되었다. 세제가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숨을 곳이 많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복잡한 조세체계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효과는 뚜렷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제도임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반성으로 나타난 현상이 근본적 세제개편(fundamental tax reform) 논의이며, 이의 주된 정신 가운데 하나가 세제의 단순화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세계적 조세개편의 흐름을 인식, 우리세제의 단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세구간을 줄이고 세율의 누진성도 완화시키는 등 과세체계를 간소화하는 노력을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과세구간을 늘이고 세율을 높이는 개정안은 세제개편에 대한 조세정책의 기조나 세계적인 흐름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경제활동의 세계화 현상으로 인해 국가 사이의 생산요소의 이동은 자유로워지고 있다. 자본의 이동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국경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으며 노동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 조세정책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제 조세정책에도 생산요소 유치를 위한 고려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 경제활동 및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생산요소 확보가 필수적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본이 높은 수익을 쫒는 것은 일종의 경제법칙에 해당된다. 그런데 조세부담은 자본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다른 조건이 유사하다면 더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국가로 자본이 몰려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가 자본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소득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고소득자들은 생산성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들 역시 세부담이 낮은 국가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세부담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인재들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나아가 일 잘하는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게 된다면 결국 이로 인한 경제활력의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그리고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현실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이라 판단된다.

맺음말

이상에서 제안된 소득세 및 법인세 일부 개정법률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 이론의 측면에서 짚어보았다. 제안된 개정안은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의 세부담을 강화시키는 것으로써, 응능부담의 원칙, 즉 담세력이 있는 자에게 세부담을 지우는 형평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이러한 개정안이 조세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조세여건에도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물론 좋은 조세체계가 가져야 할 조건은 효율성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형평성 역시 우리가 지향해야할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좋은 조세 제도를 갖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할 부분은 어느 한쪽의 가치가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개의 경우 효율성이란 눈에 쉽게 뜨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평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정서적으로 반감없이 받아들여지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조세체계의 합리성과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적자의 완화와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적자란 그 의미상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을 의미하므로, 들어오는 돈을 늘이거나 나가는 돈을 줄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나가는 돈을 줄이면 적자문제의 해소는 가능한 것이다. 나가는 돈을 줄이는 것은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의미도 되지만, 가지고 있는 돈을 보다 효과적으로 쓰는 것으로도 달성될 수 있다. 꼭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집행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지출효율화인 것이다. 현재의 재정은 효과적으로 잘 집행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꼼꼼히 따져보면 낭비성지출이나 선심성, 중복성 지출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만으로도 재정적자의 완화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도 마찬가지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재정지원을 하되, 이러한 재정지출이 낭비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복지재원이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지출의 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에 더 신경을 쓴다면, 상당규모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상겸 (단국대학교 교수ᆞ경제학과)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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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안번호 1809136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
- 의안번호 1809135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

 

강기갑의원이 발의한 주택 및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내용

강기갑의원 외 21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2010년 8월 19일 발의하였다.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우선 임대차 계약기간을 현재의 2년에서 최대 6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보증금의 인상률을 5% 범위 이내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분쟁해결을 위해 지방정부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여기에서 조정한 조정조서에 법정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 외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표준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있다.

다음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첫째, 기존의 법률에서 인정하는 계약거절의 요건인 철거 또는 재건축의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한 경우로 한정하고, 둘째, 임차건물에 대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은 5%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한다 (보증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 전환금액의 연 10%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을 곱한 월세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게 함), 셋째, 동법의 적용대상을 사행행위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상가임대차계약으로 확대하고, 넷째, 임대차보호의 효력이 임차인이 사업자등록을 하는 즉시 발생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말해 동 개정안은 임차인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가격(인상)을 일정 범위 내로 강제하고 거래조건을 규제함으로써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적용할 때 “최고가격제”에 해당하는 임대료 인상률의 통제 시도와 임대기간에 대한 통제는 장기적으로 이 개정안이 의도한 목적인 임차인의 경제적 이해의 보호를 달성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오히려 임차인의 경제적 지위를 악화시키고 경제적 기회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보호 관점이 아니라 권리관계의 명확화(위험부담에 대한 가격책정) 혹은 기회주의의 통제라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할 때 바람직한 해결책의 모색이 가능해질 것이다. 권리관계가 명확해지는 상가임대차계약의 진화는 결국 법원의 임대차분쟁에 대한 판결의 축적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만약 법원의 판결축적을 기다리지 못하고 의회의 법률 제정으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면, 계약의 진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의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장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간섭의 강화

이 부분은 이 글의 핵심이지만 이에 대한 분석은 경제학원론 등의 책에서뿐만 아니라 자유기업원의 입법브리프를 통해서도 이미 분석되고 있기 때문에 간략하게 언급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임차한 사람들 대부분에게 전세금은 가장 큰 자산항목이며 나중에 주택을 구입하는 종자돈일 것이다. 그래서 전세세입자들은 혹시 임대자의 파산으로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임차한 주택의 담보상황 등을 확인하고 자신의 주택에 대한 담보 권리를 확정해 두고 있다. 실제로 서울 등에서 전세금이 크게 떨어지는 역(逆)전세대란이 벌어지자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경매에 내놓은 조치를 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었다. 이처럼 누가 어떤 순위로 그 권리를 보장받는지에 대한 권리관계가 명확해지면서 임차인은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주택임대차에서는 권리관계가 비교적 명확해진 탓에 주택임대차법률에 관한 개정안은 주로 거래조건(기간이나 가격)에 대한 간섭을 통해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간섭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오히려 이들의 이익을 침해한다. “도시를 황폐화시키려면 그 도시를 폭격하거나 임대료 통제를 실시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임대료 통제가 초래할 폐해는 최소한 경제학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이 개정안에서 임대료를 5% 범위 내에서만 인상케 한 것이 바로 이런 임대료 통제에 해당한다. 만약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5%를 초과하는 상황이라면, 강제로 임대료를 이에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편의 희생으로 다른 한편의 이득을 도모하는 데 불과하므로 이는 법 앞의 평등을 추구해야할 법률이 취할 태도가 될 수 없다.

이런 법적 정당성 문제 이외에도 경제적으로도 이 개정안은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임대료 인상률을 통제하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올려 받지 못하게 될 것을 미리 감안해서 처음부터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만약 법률이 임대료 인상률과 함께 임대료 자체를 통제하게 된다면, 임대 주택가는 슬럼화하고 임대주택의 공급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었더라도 특정한 지역에 예를 들어 명문학교가 이전해 와서 임대주택의 공급에 비해 취학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임대료 통제가 없었더라면 임대료가 전년도에 비해 15% 증대되었을 상황을 생각해 보자. 높아진 임대료는 그 학교에 보낼 자녀가 있는 사람들을 전입해 오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일부 임차인들로 하여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하고, 장기적으로는 그 지역에서의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릴 것이다. 임대가격은 이처럼 임대주택이라는 자원이 변화되는 상황에 맞게 배분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임대료 통제는 가격의 이런 기능을 저해하여 그 주택을 임대할 필요가 더 큰 사람은 배제하고 더 작은 사람은 그 주택에 계속 살게 만든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다. 임대료 통제처럼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을 통제해 이보다 더 낮게 받도록 하면(최고가격제) 공급은 감소하고 수요는 늘어난다. 그래서 결국 수요가 넘쳐나다 보니 암시장의 형성이나 부패의 가능성(예를 들어 시영(市營)아파트의 임대를 둘러싼 부패)이 발생한다. 이런 단기적 현상 이외에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의 공급부족으로 임대료는 더 비싸지게 된다. 임대료 통제가 심했던 뉴욕시가 여타 도시들에 비해 주거환경은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너무나 비쌌던 이유가 바로 이 임대료 통제 때문이었는데 바로 이를 두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자들이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싶으면 임대료를 통제하라고 빗대었었다.

임대기간을 현행 2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것도 현재보다 공급자에게 불리하게 하는 것이므로 최고가격제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임대기간에 대한 통제도 계약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법률적 강제를 통한 주택임대기간의 연장은 임대료 통제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이들의 경제적 지위를 열악하게 만들 수 있으며, 경제적 환경변화에 맞게 그 용도나 이용자가 변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한다.

앞에서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지방정부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두는 개정안의 방안이 잘못된 이론 아래 만들어진 규정들에 따라 판정을 하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한 또 하나의 지방정부조직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불명확한 권리관계와 기회주의의 통제 방안 부재

상가임대차 문제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한 경제법칙이 적용된다는 근본적 사실에 있어서는 주택임대차와 전혀 다를 바 없으며, 그래서 가격, 임대기간 등의 거래조건에 관한 간섭이 몰고 올 폐해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임차건물에 대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을 5% 범위 내로 한정한 조항의 폐해도 전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주택을 임차한 경우 임대차 관계가 끝나면 붙박이 가구를 제외한 짐들만 옮겨가면 된다. 이에 비해 상가 임대차의 경우에는 임차인이 상당한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하고, 기존 임차인에 대해 소위 권리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 권리관계가 보통 주택임대차보다 상당히 더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이런 정황으로 인해 상가임대차에서는 불확실성과 기회주의가 개재될 여지가 상당히 있다.

상가 철거 혹은 재개발 등으로 인해 임대차가 예기치 않게 종료되어 현재의 임차인으로서는 다음 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환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상당한 비용을 들인 내부 장식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없거나 옮겨가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임대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임대인은 임차인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가 없고 그 상가의 가치를 높일 투자를 하게 한 다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기회주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내부 장식이나 건물외벽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많이 인상하더라도 오래 장사를 해야 투자한 의미를 찾게 되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이에 응할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자면, 상가철거나 재개발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임대료 인상률의 통제를 통해 임차인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덜어주고, 임대인의 기회주의 추구의 가능성을 통제하고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가철거나 재개발은 항상 일어나는 통상적 사건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상가임대차 관계에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정안에서처럼 임대인에게 상가철거나 재개발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 방법은 계약당사자들이 이런 위험을 자발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것에 비해 열등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지는 대표적인 방식은 불확실성이나 위험에 대해 누가 부담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그런 위험 부담에 대해 가격의 인상이나 인하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미 가격을 통해 위험 부담에 대해 지불했으므로 더 이상의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크게 줄어든다. 아울러 각 당사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선택할 수 있다.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임대인이 지는 경우, 예를 들어 상가가 철거될 때 특정 방식으로 임차인에게 보상해주는 조건이 붙은 계약이라면, 임대인은 그 대신 임대료를 더 높게 받으려 할 것이고, 임차인이 이런 위험 부담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일종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할증료를 낼 것이다. 반대로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임차인이 져서 상가가 철거되더라도 임차인에게 전혀 보상이 없는 대신 임대료를 싸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의 임대차 계약에서 대부분 이 점이 명확한 것은 아니며 그래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으며 실제로 분쟁이 일어난다. 시장이 발달할수록 이런 유형의 위험을 처리하는 방식이 발전하며, 위험부담에 대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직 상가임대차 계약에서는 그것이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계약도 이런 식으로 더 발전되어 갈 것이다. 그래서 법원의 기능이 중요하다. 다른 분야에서 발달된 위험분담 방식과 원칙들을 잘 적용하여 법원이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계약들에 대해 판결을 일관되게 내려 그런 판결들을 축적함으로써 권리-의무 관계가 점차 명확해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안에서처럼 일방적으로 규제형태로 보상을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접근방식은 위험을 선택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런 시장의 진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 계약에 이처럼 위험부담에 따른 보상이 반영되면 기회주의와 분쟁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위험에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다름 아닌 권리관계의 명확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개정안에서처럼 임대료 인상률을 통제한다고 해서 기회주의가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 한, 이런 인상률의 통제는 이미 상가를 임차하고 있는 임차인들에게 매우 단기적으로 이익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가 연장되지 않거나, 초기 임대료가 상승하고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야기되는 등 우리가 주택임대차에서 다루었던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택 및 상가의 임대차 문제를 사회적 약자의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오히려 장기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기회주의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의 문제로 인식할 때 그런 분쟁이 최소화되고, 그 결과 경제적 기회가 더 잘 활용되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기회주의가 만연하면 처음부터 내부 장식 투자를 하지 않거나 아예 상가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 기회가 활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상가철거나 재개발이 그 자원을 더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법이어서 그렇게 해야 할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또 기회주의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는 희소한 자원을 잘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이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잘못 접근하고 있다.

결론

앞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임대차문제의 해결법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맡기는 것이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임대료 인상통제나 임대기간 연장(2년에서 6년으로)은 최고가격제가 지닌 문제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상가임대차에서처럼 권리관계의 불확실성이나 기회주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통제하는 바람직한 과정은 무엇보다 먼저 법원이 임대차시장이나 그 외의 시장에서 기회주의와 위험이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는지 그 원리들을 “발견하여” 이것들을 임대차 분쟁에 적용하는 판결들을 축적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할 때 이 판결들을 준거로 삼아 임대차와 관련된 권리-의무 관계가 더 명확해져서 기회주의가 더 잘 통제된 임대차계약이 맺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판결의 축적을 통한 시장의 제도적 진화를 기다리지 못하겠고 의회의 법률 제정을 통해 기회주의를 통제하겠다면, 위험에 대한 부담과 가격의 관계가 임대차인 사이에 합리적으로 설정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중개업법 등에 수정을 가해 이런 계약이 보편화되는 데 일조하도록 하는 편이 임대차보호법의 수정보다는 바람직할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을 고려해보자면, 가장 바람직한지는 알 수 없지만, 입법하겠다면 차라리 부동산 중개업소의 표준계약서에 분쟁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명확하게 그 의사를 확인하도록 유도하고, 위험에 대해 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임대료의 인상폭과 같은 시장의 가격 변화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임차인의 보호에도 좋다. 시장에서 기회주의의 통제 방법이 진화하게끔 법원은 시장에서의 해결방식을 원용하는 판결의 축적에 온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 만약 이런 진화의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법률을 통해 기회주의를 당장 통제하여야겠다면, 이런 시장진화를 촉진시키는 법적 강제를 택하라. ▌

김이석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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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호 출범
민주당의 세 가지 과제
손학규호는 어디로 가고 있나?

손학규 당대표 선출로 민주당은 다시 변화를 선택했다. 새로운 민주당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대한민국을 이끌 집권능력을 키우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의 변신을 꾀하라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이나 민주당을 이끌던 정세균을 넘어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를 당대표로 선출한 것은 집권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배여 있다. 지금까지의 대선경험이 말하듯 민주당은 연합(coalition)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 1997년 김대중의 집권에는 김종필로 대변된 충청지역의 합류가 있었고, 2002년 노무현의 집권에는 부산경남출신 후보를 내세워 돌파한 것이었다. 따라서 별다른 연합 없이 치룬 2007년 대선의 경험으로 호남중심적 정당에서 호남출신 당대표나 후보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이번에 수도권출신이자 경기지사였던 손학규로 나타난 것이다.

아울러 손학규를 선택한 민주당은 당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 변신은 2008년의 변화 시도의 연장선에 있었다. 대선(2007)에서 531만 표, 22%가 넘는 득표율 격차로 참패하고도 다시 총선(2008)에서 의석규모가 절반으로 줄만큼 철저하게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민주당은 손학규와 정세균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었다. 기업인출신 정세균 당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의 등장도 그것이었고 '뉴민주당 플랜’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기회였던 민주당의 변신은 계속되지 못했고 중도 폐기되고 말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라는 '호재’가 민주당의 변신을 가로막았고,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의 연이은 사망이라는 정치변동은 민주당의 변신 기회를 상실시켰다. 결국 2년여 만에 민주당은 2007년 및 2008년 패배 이전의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되어 있었고 뉴민주당 플랜은 용두사미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386세력’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다말고 '386’에게 잘 보이기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따라서 이번에 손학규 체제에게 부여된 집권능력의 확보와 민주당의 변신이라는 방향성의 설정은 지난 몇 년간 추진하지 못했던 민주당의 비전과 과제를 완수하라는 열망이 담겨있다. 그것은 손학규 대표에게 민주당내 다른 지도자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교수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장관, 그리고 경기도지사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 비록 좌파 운동권 출신이지만 유연하고 중도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 그가 민주당내의 지도자들 다수가 갖지 못한 온화함과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기에 손대표는 자신을 대표로 선택해준 뜻을 받들어 새로운 민주당체제를 만들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를 대표로 선출한 당원과 지지 국민에 대한 책임이기기도 하다.

민주당의 세 가지 과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패배를 딛고 손학규대표가 이끌고 가야할 민주당의 방향은 크게 보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민주당을 호남을 넘어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의 변신이다. 이번 지도부선출과정에서도 나타났듯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손학규와 이인영을 빼고는 모두가 호남출신이었다. 더구나 당연직 최고위원인 박지원 원내대표도 호남임을 고려하면 지도부 거의 모두가 호남을 기반으로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지역갈등을 조장해 '국회의원’을 포획하는 세력들의 희생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 특정 지역정당으로는 국민 보편의 이익을 대표할 수도 없고 정당의 목적인 집권을 실현할 수도 없다. 전국정당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전라도 정당’이고 특정지역의 특수이익만 대표하게 된다는 점에서 손대표는 수도권출신 비호남대표에게 부여된 임무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전국 정당의 길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는 민주당이 좌파이념 정당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손대표는 민주당이 더 이상 좌파운동권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는 아직 김성수, 조병옥, 신익희로 대변되던 민주당 본류에 대한 애정이 있다. 당시의 민주당은 운동권정당이 아니었고 국민의 신망을 받음은 물론 책임과 품격을 갖춘 정당의 상징이었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김성수, 조병옥, 신익희라는 역사적 연장선에서 민주당의 미래를 바라보며 당 정체성의 확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 좌파 친북정당으로 가면 갈수록 민주당이 국민과 국가에 기여할 것도 없어지고 집권가능성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1987년 직선제를 기점으로, 그리고 1998년 김대중의 집권으로 한국 민주주의는 성숙하였다. 더 이상 민주투쟁이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없다. 민주투쟁 경력을 훈장처럼 여기며 반정부투쟁과 친북적 태도를 정당활동의 우선순위로 여기는 민주당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과감히 구각을 깨야 한다. 진정 민주당이 민주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면 일관성 있게 북한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투쟁의 선봉에 서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책임 있는 대안적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공격하고 반대만 하는 정당이라는 국민적 평가가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한-일수교 반대에서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반대, 한-미 FTA반대, 4대강 사업 반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국책사업만 있으면 반대하는 것이 민주당이라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반대해서 존재감을 찾는 정당이 아니라 훌륭한 독자적 대안이 있기에 의미 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잘하면 지지도가 떨어지고 한나라당이 못하면 지지도가 올라가는 식의 종속변수적 위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당당하게 비전과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세력으로 평가받는 위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만드는데 있어 민주당이 기여할 가치를 설정하고 그 가치에 맞는 정책대안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

손학규호는 어디로 가고 있나?

그러나 짧은 기간이나마 당대표직을 맡은 직후 손대표가 걷는 길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과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시작부터 반정부적 태도에 입각한 이명박대통령 공격에 나섰다. “이명박정권을 심판하는 몽둥이로 써달라”고 했고 “이명박정부의 폭정에 맞서야 한다”는 일성을 냈다. 이명박정부가 '폭정(暴政)’이라고 판단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볼 때 손대표의 발언과 태도는 오히려 민주당의 입지와 지지의 폭을 축소시킬 뿐이다. 민주당 지지세력 18%전후만을 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굳이 몽둥이와 폭정이라는 비난을 쏟아 부을 것이라면 김정일과 김정은으로의 세습체제를 향해 했어야 맞다. 더구나 손대표는 첫 일정으로 국민 보편정서에 다가가기보다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경기지사 시절 노전대통령에게 맞섰던 지난 시절을 반성하고 사죄하였다.

결과적으로 손대표가 첫 시작에서 보여준 것은 민주당이 개척해가야 할 새로운 길과는 다른 길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손대표는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라는 당원과 지지국민의 뜻과 반대의 방향으로 갔다. 그렇게 된 것은 손대표가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쟁취해야 할 민주당의 대권후보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 대선후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초조감의 산물이 그런 행보를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이대통령에 맞서 대정부투쟁의 '선명성’을 보임으로써 좌파세력에게 지지받는 대표가 되어 민주당내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애석하게도 그에게 부여된 소명이 아니다. 그건 손학규가 아니더라도, 정동영이든 천정배든 민주당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손대표에게 민주당을 맡기진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과 손학규대표의 생명력과 국민 지지는 민주당의 새 길을 열라며 손대표를 선택한 당원과 국민의 소임에 대한 실천결과로 평가되는 것이다. 아무리 자기 체제를 뿌리내리려 해도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손대표는 좌파이념적 정당의 틀을 벗어 던지고 지역정당을 넘어 전국정당의 길을 여는데 기여해 달라는 지지자들의 염원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국민을 위한 생산적 정책대안을 만들고 당의 집권능력을 보여 달라는 민주당의 열망을 과감히 실현할 때 민주당도 살고 손대표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손대표는 그에게 부여된 과제를 정확히 읽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당과 자기 성공의 길이다. 한국 정치발전사에 커다란 획을 그을 손학규체제의 새로운 민주당을 기대한다. ▌

김광동 /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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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과 국회 인사청문회 무용론

8·8 개각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면서 또 다시 인사청문회 무용론(無用論)이 제기 되었다.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로 김태호(국무총리)후보자, 신재민(문화관광부), 이재훈(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으며, 야당측에서 사퇴를 요구했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일단락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여론은 청문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 청문회 인사들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 문제가 있는 후보자를 내세운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본고는 국회 인사청문회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폭로성,” “윽박성” 인사청문회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의 재정비 내지는 새로운 인사검증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청와대 대통령실이 지난 9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안’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라기보다는 부분적 보완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의 청문회에 초점을 맞춘 국회의 인사검증 방식은 공직대상자의 국정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역시 청문회 대상자의 부패와 비리를 철저히 밝혀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후보자 사퇴라는 동일한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에 대한 해결책은 단기적으로는 국회 인사청문제도를 이원화 하고, 청와대에 혁신적인 완벽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비리 인사는 능력에 관계없이 고위공직에 임명될 수 없는 정치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도입과 문제점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3권 분립에 근거하여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나 사법부 등 다른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0년에 처음 도입되어 10여년간 제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인사청문회의 근거가 되는 「인사청문회법」(2000년 제정)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公職候補者)란 헌법에 의하여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大法院長·憲法裁判所長·國務總理·監査院長 및 大法官과 國會에서 選出하는 憲法裁判所 裁判官 및 中央選擧管理委員會 委員에 임명동의 요청된 자 또는 선출을 위하여 추천된 자를 말한다. 인상청문의 대상이 권력기관 등 외압으로부터 비교적 독립성을 요하는 기관의 수장이나 고도의 자질을 요하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관위원 등을 대상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이후 인사청문의 대상은 꾸준히 확대되었다. 2003년에는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총장 등 국가의 핵심적인 정보, 검찰, 경찰, 세금 관련 기관의 수장이 인사청문의 대상에 포함되었다. 2005년에는 국무위원이 포함되었고,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되어 국회가 명실 공히 행정 각부의 장관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견제의 수단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제 국회의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공직은 총 57개가 된다. 최근에는 장관급으로 분류되는 국무총리실장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있었고, 9월 6일에 있었던 국회 정무위 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채민 신임 국무총리실장에 대해 사실상의 인사청문을 실시하게 되었다. 국무총리실장은 현행법상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지만 야당이 장관급인 총리실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하자고 요구하였고, 한나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질의시간을 갖기로 합의하여 사실상의 청문회가 열렸던 것이다.

하나의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점차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 하느냐는 것이다. 입법부인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지만 않다면 국민 선출직 국회의 행정부 임명직에 대한 견제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현상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공직대상자의 국정수행 능력(能力)과 자질(資質) 검증이라는 청문회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 여부이다. 답은 ‘그렇지 못하다’이다. 능력과 자질 검증보다는 탈법, 비리, 부패 의혹을 들추어내고 그것을 빌미로 공직후보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낙마(落馬)시키는 것으로 청문회의 목적이 변질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마치 비리 폭로의 경연장이 되어 야당 국회의원들이 장관 후보자를 공격하고, 면박 주고, 군기 잡는 기회로 되고 있음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이번 인사청문회처럼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담당할 장관들 가운데 일부를 낙마시켜 정권에 타격을 주고, 9월 정기국회의 주도권을 확보하며, 다가올 자당(自黨)의 전당대회 입지확보를 위한 선명한 투쟁실적 쌓기로 정쟁(政爭)의 도구가 되어버린다면 인사청문회는 본래의 목적을 앞으로도 달성하기 어렵다.

매번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경험하는 문제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가 검증이 아니라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문제점과는 별도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를 내놓은데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 대통령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재(不在)나 미작동(未作動)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청와대와 민심과의 고위공직자 적합 기준의 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청백리(淸白吏)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어긋났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처음에는 ‘고․소․영’ 인사였다. 이러한 대통령과 민심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기준의 차이는 결국 2008년 촛불시위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래서 대통령은 여론의 성화에 무릎을 꿇었고,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의 대폭 물갈이가 있었다. 최근에는 간신히 청문회를 넘은 결점투성이 정운찬 총리후보자에 더하여 의혹투성이의 김태호 총리후보자, 그리고 비리와 부패의 전시장 인물들이 장관 후보라인에 서게 만들었다.

힘센 배후세력이 밀어붙이는 관계로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국가에 위해(危害)가 되는 정도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보듯이 야당의 정보는 풍부했고, 청와대의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참으로 코메디 같은 일인데 국가의 정보기관들과 검찰, 경찰, 국세청은 왜 존재하며, 그러한 정보기관들을 이용하지 않고 후보자의 자술(自述)에만 의존하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게으름을 넘어 업무태만으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인사추천에서 후보검증으로, 후보검증으로 압축된 후보군을 대통령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최종 판단이 이루어지는 형식이다. 즉 인사기획라인으로 사전추천이 이루어지고, 사전 검증한 인재 풀과 외부추천 인사들이 취합되어 후보군이 선정된다. 후보군에 대한 검증이 의뢰되고, 민정수석과 공직기강라인의 검증이 끝나고 압축된 후보군을 대통령실장과 대통령이 검토하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흠 있는 후보자를 처음부터 세우지 말고 후보군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결함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미국 인사청문회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불법 체류자에게 거처를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나 중도 사퇴한 린다 차베스 노동부장관 지명자의 경우 상원청문회가 열리기 전이었다. 연방수사국(FBI)과 같은 사법기관들이 공직후보자들을 수개월 동안 조사해서 주차위반까지 잡아내어 자질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민단체들도 공직후보자들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여 언행의 불일치나 극단적인 사고의 유무여부를 가린다. 우리의 경우는 국회에 명단 제출하고부터 나서 실질적 검증이 시작된다. 별관에 출근해서 업무보고 받는 것이 주가 아니라 야당이 제기할 의혹이 무엇인지 정보수집하고 변명 논리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과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개혁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를 이원화하여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로 구분하는 제도의 도입이 가능한 방안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이 제시한 바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국세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검증팀을 구성해 후보자에 대한 1차 사전 검증을 철저히 거친 뒤 국회 청문회에선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 능력 등을 주로 다루”는 방안이 있다. 또 하나의 방안은 후보자로부터 제출 받은 서류를 중심으로 병역이나 재산, 배우자 및 자식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사전 예비심사를 하여 도덕성 검증을 하고, 본심사에서는 예비심사 결과를 가지고 심층 검증으로 정책수행 능력 및 자질을 심사하는 방안이다. 전자는 현실성은 있지만 야당이 청와대의 검증을 믿을 것이냐 여부가 관건일 것이고, 후자는 사전 예비심사를 담당할 기구가 필요하므로 법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로 나누는 것은 조그만 일반 기업에서도 하는 방식인데 국회 인사청문 제도로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1차 서류심사에서 의혹들이 검증될 것이고, 2차 면접심사가 공직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현재 간단한 확인성 질문들이 사라질 것이므로 의원들의 청문회 질문의 수준이 높아지며, 야당에게서 쏟아지는 음해성 투서와 정보제공 등이 적어질 것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도입은 매우 절실하다. 9일 청와대가 개선안으로 발표한 ‘모의 인사청문회’의 도입이나, 자기검증서의 항목 확대 등은 후보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취합되었음이 전제되었을 때에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개선안은 또 공직 후보자가 ‘나를 검증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내면 국가기관이 모두 28종의 서류를 청와대로 보내고 청와대가 검토하는 방식을 유지하되 현장 검증에 힘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몇 명에 불과할 소수의 공직기강라인의 인력으로 제대로 된 사실 검증조차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국세청, 검찰, 경찰 등 정보관계 국가기관과 청와대 인사라인이 함께하는 검증팀의 상설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

이번 청와대 발표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지나치게 인사검증이 대통령실(비서실) 중심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실장이 주재하고 관계 수석들과 인사비서관이 참석하는 인사추천회의의 ‘모의 청문회’가 자기사람들에 대한 더구나 유력한 총리․장관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청문회(면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정말 모른다’는 총리·장관 후보자에게 청와대 비서관이 야당 국회의원들처럼 모질게 몰아 부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개선안의 결과는 ‘안 봐도 삼천리’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청와대의 여론몰이식 사퇴 압력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태호,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의 사퇴를 설명하면서 “여론조사 결과 반대 여론이 높았던 점도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후보자에 대한 일정 시점의 여론조사로 적격, 부적격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전 여론조사로 후보자를 추천할 때는 언제이고 청문회 끝나고 몇 퍼센트 지지는 부적격, 몇 퍼센트 지지는 적격은 의미가 없다. 청문회로 만신창이가 된 후보자의 여론이 좋을 리가 없다. 장관은 일종의 대통령의 스태프(staff)이다. 청와대와 국가기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통과해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대통령은 참모를 임명하여 함께 일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여론조사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청와대가 인사검증 시스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거나, 청와대 인사라인의 게으름을 탓하지 않으려 하거나, 대통령이 공직 후보자에 대한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지지가 흔들림을 감추려는 변명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개혁은 미래한국을 위해 충성심이나 연줄만으로는 고위 공직을 맡을 수 없는 정치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특히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 없는 관리들, 부도덕한 관리들,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돈처럼 쓰는 관리들, 자기 관리를 하지 않은 고위공직 지망자는 절대로 공직을 맡을 수 없는 사회 분위기와 선진 문화의 정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력, 명예, 돈을 모두 가지는 것은 엄청난 자기 관리 노력을 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사회가 우리가 진정 바라는 미래한국 선진사회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요즘 화두가 되는 공정(公正)한 사회의 건설 때문이라도 대통령은 인사의 풀(pool)을 넓혀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 풀이 이처럼 좁아 공정하지 않은데 어떻게 바라는 공정한 사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은 아무 자원도 없이 인재만으로 이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김인영 (한림대학교ㆍ교수 정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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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국정감사가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51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작되었다. 올해 국감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과 친 서민정책을 화두로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국감이 2주여 진행된 이 때, 연일 보도되는 감사 내용들은 빈껍데기인 것이 많다. 피감기관은 감사 내용을 제대로 준비해 오지 않기 일쑤이고,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없이 호통과 막말, 보여주기 식 쇼를 일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책 감사 대신 정치공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6일 국회 문방위의 한국영화진흥회 국감에서는 조희문 영진위원장이 심지어 자료의 제목도 바꾸지 않은 채 지난 6월 임시국회 업무보고 자료를 들고 나와 현황 보고를 하려다 여야 의원 모두에게 질책을 들어야 했다.

7일 경찰청 국감에서는 경찰대 출신 고위 경찰관이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을 찾아가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조현오 청장은 이를 거듭 사과, 철도공사 허준영 사장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장난삼아 한 행동’이라는 발언을 하여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놓고 여야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은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후세에 넘기겠다.", "2008년 이후 통행료를 올리지 못해 도로공사의 부채가 급증했다"는 발언으로, 사장으로서 효율적 운영을 고심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의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피감기관들의 자료제출 거부, 불성실 답변, 얼마 전 파문을 일으킨 유명환 전 장관을 위시하여 증인 8명이 불출석한 외교부 국감 등, 기관장과 공무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인해 재국감(추가 국감) 건수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여당의원들 조차도 감싸 안기에 벅차보였다.

이번 국감에서도 예외 없이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안하무인격 태도는 고질병처럼 재현됐다.

한나라당의 장광근 의원이 주요 공정이 절반 정도 끝난 4대강사업을 야당이 중단하라고 요구한다며 "임신을 못하게 하는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임신해놓고 나니, 그걸 낙태시키라고 소리 지르고 있다", "이미 6개월 가까이 지났으면 이제 정말 낙태시키라는 건 생명경시 풍조일 뿐만 아니라 얘기 안 되는 얘기"라는 발언을 하여 비난과 사과요구가 일자 위원장은 정회를 해야 했다.

기관장을 함부로 대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도 여전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에게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이 무식한 사람아, 어디서 그런 답변을 하고 있어”라며 “앉아서 대답할 자격 없으니 서서하라”는 폭언을 했다.

민주당 최종원 의원과 이 청장이 이미 국보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을 놓고 “실록이 국보로 지정되기는 했냐.”고 묻고, “지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아,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한심한 행태를 보였다. 이 외에도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6일 국감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 대해 “×주호”라고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국감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국감장에 배추, 연근, 무, 얼갈이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민주당 이윤석 의원은 유리병에 낙지를 담아왔다가 낙지가 병 밖으로 기어 나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점심시간에 모여 낙지 숙회를 먹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번 국감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점은 민생돌보기가 아닌, 정치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도 지사에게 대권출마 계획이 있느냐 물었고, 유선호 민주당 의원 역시 도지사 직을 대선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발언을 했다.

국감이 진행되면서 이런 무의미한 논쟁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러웠다, 국정감사는 꼭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은 ‘잘’ 이루어져야만 한다. 하지만 막말과 소리 지르기, 언론보도용의 쇼로 일관하며, 해마다 행하는 일종의 요식행위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국감을 실시하는 진정한 목적과 방향을 잃은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그저 당리당략에 따라 한 두 마디 거들고 마는 행태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참아주어야 하는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도정능력보다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싹 자르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나 서민정책은 온데간데없이 계속 지루하게 이루어지는 4대강사업 논의는 교묘하게 감사 내용과 얽기는 했지만 국정감사에선 본질적으로 필요치 않은 정치공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 당 원내대표단에서 국감에서 돋보인 의원들을 선정한 것을 보았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그 몇 명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모든 국회의원이 성실한 태도로 활약을 해주길 바랄 것이다. 20여일에 516개의 기관을 감사하고, 질문 시간도 의원 당 10분 내외로 한정된 현실에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은 이번 국감으로 충분히 증명된 듯하다. 이러한 문제성 있는 현실에 감사기간을 여러 번 나누거나, 정당한 이유 없는 자료제출 거부나 불출석에 불이익을 주는 등 앞으로의 국정감사는 제대로 알차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충대충’, ‘형식상’ 이라는 단어는 국회에서만큼은 지양되어야 한다. 국민은 자신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문제점은 끝까지 파고드는 열띤 토론과 신중하고도 막중한 책임의식을 국회에 바란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이유와 목적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유미형 /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ㆍ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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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제출된 정부 개헌안

이승만은 야당세력이 다음 대통령 후보로 장면을 추대할 움직임을 보이자 장면을 1952년 4월 20일자로 해임하고 한때 소원해 있던 장택상을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장택상 총리의 국회인준은 개헌문제로 극한상황에까지 치닫고 있는 정부와 국회 간의 대립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그가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에서 민우회와 원내 자유당의 일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에 성사되었다. 52년 5월 6일 장택상은 찬성 95표 반대 81표로 인준되었다. 장총리 인준 과정에서 다소 의견이 갈리었던 내각책임제 개헌파 야당계는 다시 제휴해서 원내 자유당 소속 김동성을 장택상 후임 국회부의장으로 선출한다.

이 무렵 전남 순천에서 내각책임제 개헌에 찬동하고 있던 무소속 위원 서민호의 현역 대위 사살사건이 발생했다. 진상을 조사한 국회조사단은 서 위원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구속되어 있는 그의 석방요구를 가결하였으나, 정부는 국회법을 무시하고 계엄령이 선포되자 그를 구속 기소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처리 문제를 두고 정부와 국회의 대립은 타결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악화되었다.

정부와 야당세력이 팽팽히 맞서 있는 가운데 이승만은 1월에 부결된 정부의 개헌안을 지엽적인 부분만 약간 수정해서 5월 14일에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새로운 정부 개헌안은 대통령 직선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국무위원 임명은 하원의 승인을 얻어야하고 대사와 공사 임명은 상원의 승인을 얻어야한다는 조항 등 그다지 중요치 않은 몇 가지 수정을 첨가한 것이었다. 이승만이 수정 개헌안을 제출한 직후 원내 친여세력 52명이 자유당이라는 교섭단체를 조직했으며, 장택상 중심의 이승만 지지세력 40명이 신라회라는 친목단체를 조직, 실질적으로 대통령 직선제에 찬동하는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 추진의 발판 역할을 맡고 나섰다. 민국당 중심의 야당계 세력은 이승만의 직선제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호헌 구국 투쟁위원회`를 결성했으나 오히려 정부의 초강경 대책으로 말미암아 의정 사상 초유의 야당의원 무더기 구속이라는 수난을 초래하게 된다.

그동안에도 강제로 동원된 전국 각 지방 군민대회에서는 `민의`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는 결의문과 진정서를 만들어 연일 정부와 국회에 보내고 있었다. 부산에서는 종일 충무로 광장 등에서 `반민족 국회의원 성토대회`, `반민의 국회의원규탄대회`, `민족자결 선포대회`를 열어 내각책임제 개헌 추진 의원들의 의원직 제명처분을 요구했고, 백골단, 땃벌Ep, 민족자결단 등 낯선 이름의 단체들이 이끄는 관제 데모는 국회의원 소환과 국회 해산을 요구하면서 거리를 휩쓸고 다녔다.

계엄령 선포

이승만은 자신이 조종하는 이 같은 소요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원외 자유당의 부 당수 이범석을 내무장관에 임명하고, 1952년 5월 25일 잔여 공비 소탕을 명분삼아 부산을 비롯한 경남, 전남․북, 23개 시․군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사령관에는 헌병사령관 원용덕이 임명되었는데, 계엄령 선포 당시 헌병사령관 원용덕의 지휘 하에는 약 2개 중대의 비전투 병력 밖에 없었다. 계엄령을 수행하는 데 이 정도 병력으로는 부족하다는 원용덕의 진언에 따라 이승만은 이종찬 육군참모총장에게 부산지구에 병력을 추가로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총장은 `군의 정치 개입은 크게 잘 못된 일`이라는 이유로 명령을 듣지 않았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육군본부 훈령 21호`를 모든 지휘관에게 시달한 다음 이승만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다음날인 5월 26일 오전에는 정헌주, 이석기(이상 원내 자유당), 양병일(민국당), 장홍염(민우회)의원이 구속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 정오에는 47명의 의원이 탄 국회 전용 버스를 헌병들이 포위, 견인차로 헌병대에 끌어가 차에 타고 있던 서범석, 임흥순(이상 민국당), 김의준(민우회), 이용설(무소속)을 구속했다. 국회 주변에서는 내각제 개헌안에 서명한 야당의원 60명을 추가로 구속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5월 27일 정부는 구속된 의원들이 국제공산당의 비밀 정치공작에 관련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반공검사로 이름이 높았던 장면의 비서실장 선우종원이 간첩과 접선하여 그가 추대하는 자를(필자 주=장면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됨)대통령으로 지지하는데 동의를 얻고 막대한 정치자금을 유입해 왔다는 것이었다. 전혀 믿기지 않는 내용이기는 하였으나, 국회는 여당의원이 주동이 되어 서둘러 이 국제공산당의 정치공작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진수 등 10명의 의원으로 `국제공산당 관련 피의사건 특별조사 위원회` 라는 명칭의 조사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조사위는 발족 후 한 번의 회의도, 다른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채 훗날 개헌문제가 마무리되면서 자체 해산하고 만다.

국회는 5월 27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시의 비상계엄령 해제 안건을 토론한 끝에 그 해제를 결의하고 30일 이를 정부에 통고하는 한편 계엄령 포고 후 구속된 11명 의원의 전원 석방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강경 자세를 풀지 않았다.

당시 무초 주한 미 대사의 귀국으로 대리대사 역할을 맡고 있던 앨런 라이트너(Allen Lightner)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야당의원 다수가 구속되자 본국정부의 훈령도 받지 않은채 이승만을 찾아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치루고 있는 전쟁인데 지금 계엄은 적절치 못하므로 즉시 해제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으나 이승만은 이를 거절하고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다시 계속 한다면 그를 국외로 추방하는 조치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때 이종찬은 미국이 허락한다면 이승만과 내무장관 계엄사령관을 가택연금하고 구속된 국회의원을 석방시켜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토록 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군은 정치에서 손을 떼겠다는 복안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복안은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라이트너는 이종찬의 복안에 관심을 보였으나 유엔군 사령관 크라크가 반대했다. 이승만을 대신할 분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제구락부 사건

같은 5월 27일 부산시내 국제구락부에서는 김창숙, 이시영, 이동하, 전진한, 신흥수, 백남훈, 조병옥, 서상일 등 재야의 정당 사회단체 문화단체 인사들 60명이 모여 `문화동지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대회를 마친 후 `반독재 호헌구국선언`을 외치면서 시내를 시위․행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 대회는 개회 선포를 하자마자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회의장이 수라장이 되었다. 테러단은 기물파괴 뿐만 아니라 참가 인사들에게 무차별로 폭력을 휘둘러 참석자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회의는 항의 한번 못해보고 유산되고 말았다. 이 소란 통에 현장에서 유진산, 김동명, 이정래, 최희송, 주요한 등 여러 인사들이 헌병에 체포되어 40여 일간 경남경찰국에 구금되었고 이시영, 김창숙, 조병옥 등 고령의 지도자들은 자택 연금 상태로 묶어 두었다가 발췌개헌안이 통과되고 이승만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그해 8월 15일의 정․부통령 취임식 바로 전날에 모두 불기소 처분되어 석방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부산의 국제구락부 사건이다.

부산의 정치파동에서 관의 비호를 받고 활약했던 정치 폭력단은 국제구락부 사건 후에도 야당 정치인에 대한 테러와 야당의 정치집회 방해, 장충단 야당 집회 테러, 4․19때의 고려대학생 습격사건 등 폭력행위를 계속했다. 테러단체를 민의 조작, 정적 협박 등에 이용했던 폐단은 결국 정권의 파탄으로 이어졌다.

김성수 부통령의 사임

많은 국회의원과 재야인사들이 구속, 연금되고 정국이 공포 분위기 속에 빠져있던 1952년 5월 29일 부통령 김성수가 사표를 제출했다. 그의 사임은 2대 국회 임기 중 이시영에 이어 두 번째 부통령 사임이었다. 두 부통령이 제출한 사임의 변은 똑같이 당시의 국민적 울분과 국회의 격앙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시영은 51년 6월에 자신이 시위소찬(尸位素餐= 자기의 직책을 다하지 않고 그냥 앉아서 녹만 먹는다는 뜻)하고 있다고 자성의 말을 전제한 다음 "나는 정부 수립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관의 지위에 앉은 인재로서 적재적소에 등용된 것을 별로 보지 못하였다. 탐관오리는 가는 곳마다 날뛰며 국민의 신망을 상실케 하며, 정부의 위신을 훼손하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존엄을 모독하여서 신생국민의 장래에 암영을 던지고 있으니 얼마나 눈물겨운 일이며 이 어찌 마음 아픈 일이 아닌가"라고 정부와 이승만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1년 후에 제출된 김성수의 사임은 많은 국회의원이 구속되고 국제구락부 사건 등 정국이 혼란과 무질서의 극에 달해 있던 5월 29일에 제출되어 6월 28일 국회에서 수리되었다. 사임의 직접적인 동기 중의 하나가 온갖 말썽의 장본인이었던 전 국방장관 신성모를 주일대표부 대사로 임명한 이승만의 인사 때문이었다. 그는 사임서에서 "…신성모는 비민주적인 권모와 술수로써 국정을 혼란케 하여온 장본인으로…국가민족에게 끼친 해독은 실로 죄당만사(罪當萬死)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러하거늘 그에게 징벌을 주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요직에 등용하여 국가를 대표하게 했다는 것은 민족의 정기를 위해서나 정부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의 부당성을 고창하고 임명을 철회할 것을 극구 주창하였으나 이 대통령은 끝내 고집하여 신성모를 일본에 파견하고 말았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하면서 "…나는 이 이상 단 하루도 이승만정부에 머물러 있지 않기로 결심하였다…나의 변변치 않은 이름을 이 정부에 올리는 것만으로 그것은 내 성명 석자를 더럽히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처참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신성모가 주일대표부 대사로 임명되자 `이박사가 정말 그럴 수가 있느냐`고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다가 뇌일혈로 쓰러졌다.

두 부통령의 사임과 그 사임의 변은 국민이나 국회의원 모두에게 적지 않은 감명을 줌으로써 일부의원들을 반(反)이승만 대열로 돌려놓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 저격 미수사건

발췌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사흘만인 6월 25일 6․25 2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던 부산 충무로 광장에서 이승만 저격 미수사건이 발생했다. 권총의 불발로 대통령 신변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전 민주당 출신 의원 김시현이 배후인물이라는 공보처의 발표는 정계에 비상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정부는 서상일, 백남훈 등 거물급을 포함한 민국당원 수명을 구속하고 사건의 배후가 민국당이라고 몰아 세웠다. 민국당은 야당진영의 와해를 노린 정부 측의 정치 조작극이라고 되받았다. 이 사건의 조작여부는 오늘날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사건의 담당 변호사였던 장후영의 상황설명에 의하면 의아한 점이 너무 많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첫째, 범인이 사용하려던 권총이 군 기관의 감정에 의해 불발일 수밖에 없는 고장 난 것이었음이 밝혀졌고, 둘째, 이미 제보에 의해 지목을 받고 있던 김시현이 제지도 받지 않고 고위층만 올라갈 수 있는 귀빈석에 올라 갈 수 있었으며, 셋째, 거사 3일 전인 22일부터 김시현이 치안국에서 제공하는 지프를 타고 다녔다는 증언이 있었다는 점 등이다. 사형을 선고 받았던 김시현과 유시태는 비록 미수에 그치기는 했으나 일국의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범인들인데 이들을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해서 결국 4․19후에 풀려나게 했다는 점도 의아한 일이다.

사건의 진실여부를 제쳐두더라도 발췌개헌안의 통과 강행을 앞두고 민국당에게는 타격을, 다른 야당의원들에게는 혼란과 두려움을 주는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었음은 부인되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호에 계속> ▌

‣ 이 형 / 평론가ㆍ전 한국일보 논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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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 5분 개의 - 12시 21분 산회

그동안 국회의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왜 힘 있는 언변과 매너,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타인이 인정해주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인지 늘 안타깝게 느껴졌다. 남의 말을 중간에 끊고 무시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깎아 내려야 본인의 입지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번 회의의 핵심 내용은 타임오프제도의 시행에 따른 사회적 문제와 고용자와 피고용자간의 갈등, 매뉴얼에 제시된 혼란스러운 단어들의 해석과 그리고 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 등등이 주를 이루었다.

사실, 이번 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타임오프제도와 관련하여 불만이 가득한 환경노동위원회의 위원들과 이들의 불만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이들의 불만에 대해 이해시키고 설득하기위해 나온 고용노동부차관의 신경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회의는 입법조사관의 보고를 들은 후 김성순 위원장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고용노동부장관을 대신하여 이채필 차관의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한 현안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질의가 진행되었다.

먼저, 민주당 이찬열 위원의 질의가 시작되었다. 이 위원은 타임오프제도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 했다. “작년 말에 일방적으로 노동법이 통과될 때부터 다 예상됐던…정부의 태도가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며, “정부의 매뉴얼에 의해 조합원들의 교육시간 또 총회의시간, 대의원대회시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시간까지 모두 무급 처리로 회사측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내려온 매뉴얼에 문제가 있고, 이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손범규 위원은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확인하는 질의를 하였다. 그는 `근로시간면제자’라는 개념과 `노조전임자’라는 개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당연히 만들어야 되고 있어야 되는 매뉴얼이기는 하나 그 매뉴얼이 너무 어떤 한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까 입법 취지마저 다소 오해될 수 있는 그러한 내용들이 중간 중간에 산입되고 있지 않느냐”며, “법도 바뀌는데 매뉴얼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매뉴얼을 수정해 줄 것을 권유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위원의 질의가 이어졌다. 홍 위원은 질의 내내 불만이 가득한 어투로 이 차관에게 질의를 하였다. 그는 “노조법 제24조의 타임오프제도랑 노조법 31조 단체협약 시정명령, 노조법 제32조 단체협약 해지가 노동조합 탄압의 3종 세트로 이용되고 있다”며, 타임오프제도의 내용들이 “지금까지 해 오던 노조활동을 다 부정하는 것이다”고 발언 하였다.그는 이어, “타임오프제도를 정착시킨다면서 노동부는 단체협약 시정명령권을, 사용자는 단체협약 해지권을 무기로 들고 나와서 노조를 협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단체협약에 대한 사전검열을 계속할 것인지, 검열할 자격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의 답변이 이어졌는데, 홍 위원은 이 차관의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올 해 공공기관에서 단체협약 해지가 너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며, 감사원의 검열결과 ”형식적인 시정조치에 그쳤고 바로 그 지점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며, “국회에서 제정한 법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작성한 집무규정에 따라 사용자들을 봐주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이런 식이면 국회의원이 할 일이 없어진다”며 자신의 발언을 계속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위원은 “법의 용어와 구조 때문에 혼란이 있는 것들이 있다. 노조활동, 비전임자의 업무, 이 부분을 근로시간면제제도에 포함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것에 대한 질의와 함께 준비해온 자료를 들어 보이며, “법 조항상, 구조상에 좀 문제가 있다,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좀 손을 보는 게 필요하다…적용 단위와 관련하여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였다.

한나라당 이정선 위원은 타임오프 제도의 기능에 있어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는데, 현재는 순기능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했을 때, “중소기업에 압박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신영수 위원은 “노동계에서는 매뉴얼이 부당하게 노조 활동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반대되는 작용도 있다…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해야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민노총의 현안보고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홍영표 위원은 질의 초반부에서부터 이채필 고용노동부차관과 신경전을 벌였다. `노동삼권’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는 질문에 홍 위원은 간략한 답변을 요구했고 이 차관은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홍 위원은 “구구하게 말씀하시지 마시고…고용노동부의 차관이라는 분이…그렇게 비비꼬지 마시고…아니, 저런 사람이 노동부차관을 하니까…”라는 식의 인격적으로 자극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홍 위원은 이 차관이 엉뚱한 답변을 한다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추가질의로 대신하기로 하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홍 위원의 질의를 마지막으로 1차 질의는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이어서 추가질의가 계속되었다. 추가질의는 양당 간사 간의 합의에 따라 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민주당 이찬열 위원은 매뉴얼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매뉴얼 자체가 사용자 측으로부터 운신의 폭을 다 뺏어 갔다”고 말하며, “현재 근로시간면제 한도 고시 부칙에 명시된 내용을 빨리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위원은 또한, 고용노동부가 현 재도를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해 조급해하고 있다며, “그런 조급증을 버리고 사측에도 정확하게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업무 매뉴얼을 폐기하든지 업무 매뉴얼을 수정해서 다시 업무를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발언하였다.

다음으로 민주노동당 홍희덕 위원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1차질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 차관에게 답변의 시간을 넉넉하게 주진 않았다. 회의를 방청하는 입장에서 홍 위원의 행동은 마치 엄마가 어린아이를 나무랄 때 대하는 태도 같아 조금은 불쾌함마저 느꼈다.

홍 위원은 “타임오프 적용 매뉴얼에 타임오프 대상 업무 범위 나열을 너무 많이 했다”며, 이런 내용들은 “탐임 오프제도의 취지와 전혀 다르다, 사용자의 손아귀에서 노조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런 내용들은 노조법에 명시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며, 노동부 매뉴얼을 고쳐줄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위원은 1차 질의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용어의 사용의 문제에 있어서 지적하였고, “매뉴얼이 너무 세부적인 사항만 들어가 있다”며, 위원들의 논쟁에서 “근본적인 취지에 대한 이해가 없어…수많은 논쟁의 결론에 도달하여 혼선이 생기는 것”이라며 취지를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신영수 위원은 고시와 행정규칙의 용어사용에 있어 이 차관이 혼돈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확실하게 구분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외국에서 노조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거의 없는 사례”라며, 이 차관에게 이를 확인하는 질의를 끝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홍영표 위원은 1차 질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이차관의 답변에 불만이 매우 많은 듯이 보였다. 홍 위원은 이 차관의 발언에 `건전한’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있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해 보였다. 그는 본인이 사용하는 `건전함’과 이 차관이 사용하는 `건전한’에는 차이가 있고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며, 그 차이는 “헌법과 노동법에 의해서 해석을 해야 될 거…왜 노동부가 자의적으로 `건전한’말을 아무 데나 갖다 붙입니까? 다른 사람들은 불건전합니까? 뭐가 건전해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홍 위원의 발언 이후 한나라당 차명진 위원이 홍 위원의 발언 중 차 위원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제292회 국회(임시회) 제01차 환경노동위원회가 산회되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느낀 것이지만, 제도의 효율성과 적합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그 제도가 그만한 가치를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측의 불합리한 결정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회사의 경영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그들의 활동이 과연 정당한 활동인지, 그리고 이런 활동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면서까지 이를 지원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노사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지기는 어려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도, 경영자도, 그리고 노조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

‣ 이상화 / 자유기업원 연구원ㆍ시장경제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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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

DTI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주택거래를 회복시키고 현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완화된다면 가계부채 증가로 부실위험이 증대하고 설혹 완화하더라도 거래 증대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이견은 DTI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름에 기인한다. 참여정부시절 큰 논란의 대상이었던 종합부동산세와 유사하게 찬반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DTI는 대출위험을 적정하게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계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대출한도를 책정하는 수단이다. 그 의미대로 가계부채가 과도한 현 거시경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가계 부실화 위험은 증대되므로 DTI는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DTI 완화는 부적절할 뿐 아니라 자칫 회복하고 있는 거시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DTI 완화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다. 주택거래 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어디로 가고 이제 남은 것은 DTI 완화가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만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주택거래가 극도로 침체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한 기본적 입장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엽적인 금융정책 효과성 논의로 비켜난 양상이 안타깝다.

주택거래 침체 심화

주택시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가격은 안정되었으나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고 거래가 실종되는 등 가격 외의 시장지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은 안정되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대심리가 형성되지 않아 수요는 더욱 위축되고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가격 하락 보다 주택거래 급감이 서민생활에 주는 영향은 더 심각하다.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주거이동이 불가능하여 정상적인 주거생활이 저해된다. 신규분양주택으로 이주하려는 가구가 분양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분양시장의 자금 선순환도 어려워진다. 지난 5월 주택거래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2006년 이후 월평균 거래량의 33%에 불과하였고 5개 신도시는 28%를 기록하고 있어 주택거래는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은 수요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거래회복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여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려는 반면 팔려는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래 주택가격에 대한 예상치가 낮아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그렇다면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입장에서 거래회복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가격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래 회복은 수요가 회복되어야 가능하다.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후 아무런 내용 없이 시장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한 후 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선회하였다. 심리적 원인이 주택수급에 영향을 주는 주택시장의 특성상 이러한 불확실성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주택거래는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거래 활성화의 효과 분석

주택건설은 주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가 큰 산업이다. 주택거래도 이사, 인테리어, 건물보수 등을 통해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다. 주택거래 정상화는 그 과정에서 연관효과가 나타날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주택건설을 촉진하므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는 크다.

① 주택거래 증가의 직접 영향 분석

주거이동과 관련된 산업으로는 인테리어와 관련된 건물수선(건설업), 이사와 관련된 운수 및 보관업(서비스업), 중개와 관련된 부동산 및 임대업 중 부동산서비스(서비스업)이므로 이들의 GDP 합을 산출하였다. 각 자료는 2000년 1분기부터 2010년 1분기까지의 분기별 자료를 구축하였고 각 변수는 수준 자료에 로그 취한 후 차분한 값을 사용하여 단위근 문제를 제어하였다.

추정 결과, 주택거래가 10% 증가하면 관련 산업 GDP는 연간 2,5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주택거래는 정상적인 수준의 1/3 정도이므로 만약 정상화된다면 주택거래는 200%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된 산업 GDP에 대한 효과는 연간 약 5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산업의 3년 연평균 GDP가 62조원이므로 8%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② 주택건설투자를 통한 파급효과 분석

주택거래 활성화는 단순하게 연관 업종의 생산 증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에 영향을 준다. 앞의 분석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여 주택건설투자를 추정하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를 산업연관분석 결과를 적용하여 도출하였다.

주택거래가 10% 증가한다면 주거용 건설투자는 1.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과거 3년 연평균 주거용 건설투자는 1,577조원이므로 주택건설투자는 2조 3,65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수준으로 회복된다면 주거용 건설투자는 총 47조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예년 수준의 3%에 해당된다.

주거용 건설투자가 1조원 증가할 경우의 산업연관효과는 다음의 표와 같다. 분석 결과는 2004년 산업연관표를 사용해서 도출되었으나 대략적인 계량 결과를 보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주택건설투자 1조원 증가 시 산업연관효과>

산업 구분

생산유발액(억원)

부가가치유발액(억원)

고용유발인원(명/1조원)

운수․보관업

237

123

353

부동산․사업서비스업

1,387

920

1,079

전기․가스․수도․건설업

10,308

4,296

16,773

전체 산업

20,512

8,513

22,909

주택거래가 10% 증가한다면 주택건설투자는 연간 2.4조원 증가하므로 이에 따라 운수․보관업(이사), 부동산․사업서비스업(중개), 전기․가스․수도․건설업(건물수선)과 전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는 다음의 표와 같다.

< 주택거래 10% 증가 시 산업연관효과>

산업 구분

생산유발액(억원)

부가가치유발액(억원)

고용유발인원(명/1조원)

운수․보관업

569

295

847

부동산․사업서비스업

3,329

2,208

2,590

전기․가스․수도․건설업

24,739

10,310

40,255

전체 산업

49,229

20,431

54,982

최근 경제회복이 수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산업 전반에 대한 체감효과가 없어 내수시장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내수산업의 성장세를 구현할 수 있다면 수출 중심으로 회복되는 경제 상황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거래를 통한 시장 기능의 정상화와 이를 통한 주거복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거래 정상화는 매우 필요하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

주택거래 정상화는 필수적으로 가격 상승이 동반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말이 있듯이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다면 상승세를 최소한으로 묶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조기경보체계(EWS)를 통해 가격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면 가격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거래 정상화를 위한 수요 진작책을 한시적으로 기간을 한정하여 적용한다면 가격 상승압박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수요 회복은 IMF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바와 같이 조세 감면과 금융정책 완화로 풀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LTV와 DTI가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DTI는 주택수요에 대한 영향 정도가 LTV에 비해 10배정도 크므로 수요 진작을 위해 DTI 완화는 필수적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 부담이 없진 않으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금융규제 완화로 미분양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PF 부실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국민주택기금 대출이자만이라도 당분간 동결하여 서민의 금리 부담을 덜어 수요를 진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택 거래나 소유로 발생하는 조세는 비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조세 감면을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 취득․등록세 감면 외에도 양도소득세율을 한시적으로 대폭 조정하여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를 통한 보유세 중과도 주택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이 되므로 재산세로의 편입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확대도 시장 상황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취득․등록세 감면 연장도 고려되어야 한다.

거시경제 회복이 확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강력한 금융규제 여건 속에서 주택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가격상승을 우려하여 시장회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정책적인 판단이지만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해본다. 주택가격 안정화도 중요하지만 거래의 정상화도 그만큼 중요하다. ▌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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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91회 국회(임시회) 제08차 본회의 -


6월 29일, 제8차 본회의에서는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결의안,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의 토론 및 의안 심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늘처럼 국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국민들도 기뻐하실 겁니다."라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인사말로 제8회 본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는 임동규(한나라당)의원의 세종시 관련 법률안에 대한 부의요구 발언으로 시작하였다. 임 의원은 "2020년의 대한민국을 먼저 생각해 볼 때 허허벌판에 세워진 행정타운은 자족기능은커녕 밤이면 불 꺼진 유령도시가 되고, 혼자 내려와 생활하는 공무원들은 국내판 기러기 아빠, 이산가족이 되지 않겠습니까?" 라며 원안과 수정안에 대해 소신껏 투표해 주기를 부탁하였다.


이용섭(민주당)의원은 정부가 제기한 세종시 원안의 효율성 문제와 자족성 문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정부기관이 세종시로 먼저 내려가고 그다음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내려가면 수도권은 비워서 경쟁력을 살리고 지방은 조금 채워서 경쟁력을 살리는 상생의 길이 열린다"고 발언하였다.


권성동(한나라당)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애초부터 특정지역의 표를 의식하여 만들어진 수도분할에 대하여 국민도 반대하고 헌법재판소도 반대하자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변칙적인 대안으로 탄생된 것이다"며, 원안이 아닌 수정안에 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박근혜(한나라당)의원은 "국익에 기초를 두며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는데 기준을 두어야 하며 그 기준은 신뢰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맹목적인 전 정권의 정책불신이 끝없는 뒤집기와 분열이 반복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지금은 모두가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며 통합을 강조하였다.


차명진(한나라당)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원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현실화 된다"고 하면서, "특히, 수도가 분할되어 나타나는 대한민국의 흔들리는 정체성의 문제, 엄청난 행정 비효율의 문제 등이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져 대한민국을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시킬 것"이라며 수정안을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세종시 수정안은 재석 275인 중 찬성 105인, 반대 164인, 기권 6인으로 법안 발의 9개월 만에 부결되었다.


다음으로 박희태 국회의장은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 결의안’을 상정하였다.


신학용(민주당)의원은 "대북규탄결의안을 국회에서 의결을 시도하는 것과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 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며 특히, 선 진상 규명, 후 대북결의안 채택은 지극히 순리적인 절차"라고 발언하였다. 


김효석(민주당)의원은 "이런 규탄 성명을 내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정부의 `천안함’ 관련 조사 결과를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닌 진실이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홍희덕(민주당)의원은 "이번 결의안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남북 간 군사적 충돌까지를 포함한 대응 조치를 촉구하는 그야말로 전쟁 책동촉구 결의안"이라 발언하였다.


정미경(한나라당)의원은 "`천안함’사건은 만천하가 북한의 소행인걸 알고 있으며 북한 당국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며 다시는 이런 만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공부에도 시기가 있듯이 빠른 시일 내에 의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정희(민주노동당)의원은 "`천안함’사건에 대해 국정조사와 공개 검증이 필요할 때이며,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때가 아니다. 그 이유로는 국방부는 TOD동영상 등 중요한 자료를 은폐하려 했으며, 정부에 대한 국민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 할 수 없도록 하였다. 또한, 언론과 국민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개 검증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발언하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은 부결되었으나 원안은 가결되었다.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하여 여·야 의원들은 겉으로는 `국가 백년대계’를 외쳐 댔지만 장장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서로 힘겨루기만 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번회의를 통해 남은 것은 국민의 혼란과 불신뿐이 아닐까. 최종결론을 내야 하는 본회의에서 마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기존의 발언들만 되풀이 하는 모습이 마치 꼭두각시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천안함 사건역시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정부기관과 각종 단체들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통해 북한의 소행임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과학적 증거자료들을 불신하는 의원들의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국민의 대표로서 활동하는 만큼 생산성 있고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것인가. ▌


‣ 임성권 / 자유기업원 인턴ㆍ대외협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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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對南군사책략은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 최근 더욱 정교해지고 `非대칭화’하고 있다. 우리 국가안보는 韓美동맹과 주한미군이 펼치는 `안보우산’에 의해 확보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現 韓美연합사와 전시작전통제권은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연합방위체제다. 일각에서 거짓 선동하듯 `자주국방-군사주권 침해’가 아니다. 전작권 전환 대비 盧정부가 세운 전력증강계획은 재정문제로 실현난망이다. 이에,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불가피하다. 3년 7개월 유예는 대체전력 확보에도 부족한 기간이다.


2012년 4월로 예정돼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韓美 정상이 합의한 것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조치다. 다만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작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제반 국방태세 및 전력증강 조치를 완료하기에 3년 7개월 연기는 너무 짧아 보인다. 2015년 안보환경을 평가해서 재연기하거나, 아니면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국방비 증액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따른 대체전력 확보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내 전작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 시각 차이가 현격하게 존재하고 있음에 비추어, 전작권 전환 연기 재협상이나 획기적인 전력증강 중 어떤 대안도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합리성이 결여된 왜곡된 반대 논리와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친북 좌경세력의 `거짓 선동’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북한의 군사위협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비대칭화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잠수함 공격 능력이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드러났고, 후방 침투 및 교란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부대 공격능력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핵무장의 완성 단계에 와 있고, 그 외 1,000기에 육박하는 중단거리 미사일과 수천톤의 생화학 무기를 실전배치하고 있다.


6.27 전작권 전환 연기 조치를 계기로 전작권의 성격, 전작권 및 한미연합사 유지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 그리고 향후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 연기 일정과 향후 대책 등을 분석해 본다.


전시작전통제권(OPCON: Operational Control)의 성격


한미연합사와 전시작전통제권은 일심동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는 자동 해체된다. 전작권이란 전시의 작전통제권을 지칭한다. 평시 작전권은 1994년 12월 1일 한국군에 이양됐다. 그러므로 전시작전권은 평시에 작동하지 않으며, 전시 또는 비상사태로 돌입한다는 한미 대통령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 가동된다.


한미 대통령 및 양국 국방장관 그리고 양국 합참의 지시가 내려진 이후, 작전지휘권이 연합사령관에게 귀속돼 하나의 지휘관 아래 전투를 수행하게 되는 시스템이 전작권이다. 그러므로 전시의 작전통제권은 오직 전투의 효울성을 위해 하나의 지휘관 체제 곧 지휘권의 통일(unity of command)을 확립하는데 근본적 의미가 있다. 전쟁이나 비상사태로 가는 결정은 양국 대통령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전제되므로, 전작권 유지가 `자주국방’ 또는 `군사주권’에 위반된다고 하는 주장은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를 포함하는 북한의 대규모 무장 공격력에 대비하여, 미국으로부터 69만의 증원병력 및 5개 항모전단, 160척의 함정과 1600여대의 항공기 등이 동원되게 되므로, 연합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맡게 돼 있다. 원래 한미연합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모델로 하여 창설된 것이다. NATO 회원국 역시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미군 대장에 일임한다. NATO 회원국들이 `자주국방-군사주권 침해’ 운운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고, 현재 NATO 회원국은 증가일로에 있다.


그러므로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의 해체로 이어져 한미 양국군은 별도의 지휘체계 아래 놓이게 된다. 전작권이 전환된 후 비상사태 시에 양국군 협력체제를 갖춘다고 하나, 과연 하나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요 역할을 맡고 미군은 오직 지원 역할(supporting role)을 상정하고 있어, 결국 주한 미지상군이 철수하게 되고 미군은 오직 해공군으로 한국군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귀착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설사 한미동맹이 유지된다 해도, 미 지상군이 철수하는 상황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여건과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미 지상군의 철수는 지금까지의 `인계철선’ 개념하의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 조건을 사실상 소멸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지상군이다. 월남의 경우가 이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가 한미동맹ㆍ주한미군이 펼치는 안보우산(핵우산 포함)에 의해 확보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유지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


상기 서술한 한미연합사-전작권 유지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아무리 합리적 설명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기어이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가 궁금하다.


우선 6.27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민주당은 “국방주권 포기”라며 비난하면서, “공론화 없이 진행된 밀실외교”라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학계 내지 전문가들도 견해가 양분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명예교수는 “전쟁 수행의 실효성” 차원에서 전작권 유지가 타당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에 대한 대비 차원”과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고려해 “미국이 전작권을 지휘하는 것은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전작권 문제를 자주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전작권은 주권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이것을 남에게 맡긴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앞서 NATO의 경우에서 살펴봤듯,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이다. 전작권 유지는 결코 주권을 남에게 맡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강 교수는 “한반도 전쟁은 미국이 유발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 이 또한 중대한 사실 왜곡이다. 한반도 긴장과 전쟁이 북한의 도발적인 대외전략에 의해 야기되고 있음은 합리적 관찰자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미국이 전쟁책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억지 주장은 북한의 일관된 대남 선동이기도 한다.


또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전작권 환수를 위해 우리 정부가 다른 형태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아프간-이라크 파병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아프간-이라크 파병은 대테러 전쟁에 동참하는 세계적 명분에 입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력에 버금가는 세계평화에의 기여를 해야 하며, 언제까지 무임승차(free-ride)로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명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교수의 주장은 국제체제 성격에 대한 식견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논거에는 북한의 무력위협과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고,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 분석에 입각해 있거나 아니면 “우리민족끼리” 입장에서 북한의 대남전략에 동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측면에 대한 인식이 거의 결여돼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른다면 자칫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관계없다”라는 결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22%에 이르고, “인천상륙작전 때문에 통일이 안됐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26.2%에 이르며, “통일 전에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안보에 대한 사회 내부 분열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의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13-15위의 경제대국이며 북한 GDP의 40배, 대외무역고 230배에 이르고 있음에도 국가안보가 취약한 이유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투철한 안보인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주한미군이 없으면 위험하다”는 분석과 함께, 전작권 유지가 절대로 긴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3년 7개월 전작권 연기 일정과 향후 대책


전작권 전환 연기 시점이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 연장됐으나, 한반도 안보상황의 근본적 변화가 예견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더 이상의 전작권 전환 협상을 포기하고 한국 자체의 방위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면, 엄청난 정신적ㆍ경제적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


우선 북한의 위협과 대남전략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더 이상의 소모적인 안보논쟁을 끝내야 한다. 우리 군함인 천안함이 북한의 무장공격에 의해 격침됐음에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용이한 과제가 아니다.


아울러, 한미연합사 체제하에서 주한미군이 담당해 온 군사 대비능력을 대체할 전력증강을 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결정하면서 매년 9.9%의 국방비 증액 및 2012년까지 151조, 2015년까지 621조원의 군현대화 재정 투입 계획을 세웠으나, 그 실현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이 담당해 온 대북 감시능력, 전술지휘통제체제(C4I), 정밀타격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까지 전작권 전환 대비 65%를 완료했다고 군 당국은 주장하나, 실제로 막대한 예산과 고도의 노하우를 요구하는 부분이 남아 있어 산술적 분석은 의미가 없다. 이런 연유에서 전작권의 3년 7개월 연기가 짧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단기적 고려를 넘어서서 최소한도 북핵 문제의 해결 또는 통일 이후, 아니면 북한 급변사태를 고려할 때, 그리고 보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지정학상 4대강국에 둘러싸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세계 최강국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미국과의 동맹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면 한미연합사의 지속적 유지 곧 전작권 전환 계획의 `완전 폐기’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美 브루킹스 연구소 마이클 오핸런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 홍관희 / 고려대학교 교수ㆍ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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