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안번호 1809450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
- 의안번호 1809451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
서론
2010년 9월 국회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 등 10인은 과세구간 신설 및 세율인상과 관련한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하였다. 제안된 법률안은 세수확보 및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써 대규모 법인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구간신설 및 누진세율의 적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에는 2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현행의 과세표준에 1,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30%의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이미 수립되어 있는 세율인하 계획(2012년부터 적용)을 폐지하고 현행대로 22%의 세율을 유지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소득세의 경우에도 현행의 4단계 과세단계에 1억2천만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40%의 소득세율 적용계획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이미 수립되어 있는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 인하방침을 폐지하고 현재의 35%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법률개정안에 제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표> 법인세 및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개요
구분 |
제안내용 |
개정이후 |
법인세 |
- 과세구간신설(1천억원초과) 및 초과누진세율 적용(30%) |
-과세단계증가(2단계→3단계) |
소득세 |
- 과세구간신설(1억2천만원초과) 및 초과누진세율 적용(40%) |
-과세단계증가(4단계→5단계) |
※ 주*,주**: 최고한계세율은 이미 계획이 확정된 2012년 기준임.
제안된 개정안은 세수감소 및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지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서, 현재의 재정적자의 문제나 복지수준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시된 제안 이유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들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법인세 부담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0년 국세수입 가운데 법인세만 감소하였고,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고용창출의 규모를 늘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법인의 이익에 대한 과세표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소득세 역시, 고소득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세부담을 증가시켜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요약하면 제시된 법률개정안은 대기업, 고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증가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률개정안은 조세이론에 비추어볼 때 합리적이지 않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세율인상의 문제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조세의 부과는 경제적 잉여의 상실을 가져온다. 조세가 부과되면 그 크기만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과 공급자가 받는 가격의 괴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 및 공급자 잉여, 즉 소비자와 공급자가 취할 수 있는 가치나 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소된 잉여는 정부의 조세수입으로 전환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가운데 일부는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으면서 그냥 사라져버리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조세의 초과부담(excess burden of tax)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세의 효율성이란 이러한 초과부담의 크기, 즉 세금부과로 인해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세수의 크기와 세금 때문에 상실되는 경제적 잉여의 상대적인 크기로 측정된다. 이와 같은 조세의 초과부담은 몇몇 요인에 따라 변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세율이다. 세율이 2배가 되면 상실되는 초과부담은 4배가 되는 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율인상은 조세 효율성을 저감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조세효율성에 관심을 두는 많은 전문가들이 세율인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제안된 법률은 과세구간 신설을 통한 누진율의 강화, 즉 세율인상에 해당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율인상은 조세체계의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리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기조의 도래 등 우리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생각할 때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향후 지출증가는 명약관화할 정도로 쉽게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수의 급격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세수를 얻더라도 보다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율성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다. <![endif]>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세율인상이 항상 세수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제안된 법률은 과세구간신설과 세율인상을 통해 세수증가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세수는 세율(tax rate)과 세원(tax base)의 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한 변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항상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세원이라는 것이 그냥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율과 반비례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세율이 증가하면 세원은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세율인상=세수증가`라는 관계가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 것이다. 예컨대, 세율인상으로 세금부담이 과중하게 되어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세금을 거둘 곳이 작아져 걷히는 세금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지적한 바 있는데, 이를 래퍼 곡선(Laffer Curve)이라 한다. 래퍼이론의 함의는 결국 과도한 세율인상은 효율성 악화는 물론, 세수증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마다 더 많은 세금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 세율인하를 추진해왔던 것이며, 이의 상징적인 표현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인 것이다. 혹자는 넓은 세원의 의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과세를 하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넓은 세원이란 낮은 세율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다. 효율성을 위해 낮은 세율을 추구하다보면, 자칫 정부가 필요로 하는 세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세원을 확장하자는 논리인 것이다. 요컨대, 효율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넓은 세원이 필요한 것이지, 넓은 세원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상의 논의를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면, 세수증가는 세율인하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즉 세율인하가 세원증가를 유발하여 궁극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해외 활동이 많은 기업들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가급적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기업활동을 할 것인데, 이 경우 세율인하가 세원증가를 가져오는 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론적으로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의 좋은 예로 홍콩이나 싱가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폴은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로 가장 즐겨서 선택하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낮은 세율은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이를 통해 충분한 세수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가 근래 지속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세수증가를 위해 세율을 인상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세수확대에 긍정적이지도 않은 정책대안인 것이다.
세제의 복잡성 문제
과거 조세정책은 대내적인 경제정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었다. 조세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필요로 하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므로, 대외적인 경제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조세정책 역시 가중되는 국제경쟁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으로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의 조세체계를 개편하고 있으며, 해외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역시 외국의 세제개편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대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제개편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세제의 단순화이다. 단순한 세제란 언뜻 정밀하지 못하여 허술하다는 인식을 주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 선진국들은 세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자국 세제에 여러 가지 장치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과세구간을 세분화하고 세율을 차등적으로 유지함으로서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를 높이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제의 복잡성은 나날이 가중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과세구간을 세분화하여 복잡한 누진율을 적용한 세제는 언뜻 매우 정의롭고 효율성도 높은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나 걷는 사람이나 복잡한 세제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세제가 복잡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세금을 무슨 이유로 얼마만큼 내야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몇 번은 과세당국이 내라는 대로 흔쾌히 내겠지만, 확실히 수긍할 수 없는 세금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공연한 박탈감을 갖기 쉬우며 심한 경우 납세의식의 약화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세제가 복잡하면 징세당국 역시 세금을 적절히 거두기 어려우며, 이 가운데 많은 비용이 소비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탈세 등의 불법적인 조세 행태도 증가하게 되었다. 세제가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숨을 곳이 많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복잡한 조세체계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효과는 뚜렷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제도임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반성으로 나타난 현상이 근본적 세제개편(fundamental tax reform) 논의이며, 이의 주된 정신 가운데 하나가 세제의 단순화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세계적 조세개편의 흐름을 인식, 우리세제의 단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세구간을 줄이고 세율의 누진성도 완화시키는 등 과세체계를 간소화하는 노력을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과세구간을 늘이고 세율을 높이는 개정안은 세제개편에 대한 조세정책의 기조나 세계적인 흐름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경제활동의 세계화 현상으로 인해 국가 사이의 생산요소의 이동은 자유로워지고 있다. 자본의 이동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국경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으며 노동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 조세정책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제 조세정책에도 생산요소 유치를 위한 고려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 경제활동 및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생산요소 확보가 필수적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본이 높은 수익을 쫒는 것은 일종의 경제법칙에 해당된다. 그런데 조세부담은 자본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다른 조건이 유사하다면 더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국가로 자본이 몰려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가 자본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소득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고소득자들은 생산성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들 역시 세부담이 낮은 국가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세부담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인재들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나아가 일 잘하는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게 된다면 결국 이로 인한 경제활력의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그리고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현실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이라 판단된다.
맺음말
이상에서 제안된 소득세 및 법인세 일부 개정법률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 이론의 측면에서 짚어보았다. 제안된 개정안은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의 세부담을 강화시키는 것으로써, 응능부담의 원칙, 즉 담세력이 있는 자에게 세부담을 지우는 형평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이러한 개정안이 조세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조세여건에도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물론 좋은 조세체계가 가져야 할 조건은 효율성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형평성 역시 우리가 지향해야할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좋은 조세 제도를 갖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할 부분은 어느 한쪽의 가치가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개의 경우 효율성이란 눈에 쉽게 뜨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평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정서적으로 반감없이 받아들여지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조세체계의 합리성과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적자의 완화와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적자란 그 의미상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을 의미하므로, 들어오는 돈을 늘이거나 나가는 돈을 줄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나가는 돈을 줄이면 적자문제의 해소는 가능한 것이다. 나가는 돈을 줄이는 것은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의미도 되지만, 가지고 있는 돈을 보다 효과적으로 쓰는 것으로도 달성될 수 있다. 꼭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집행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지출효율화인 것이다. 현재의 재정은 효과적으로 잘 집행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꼼꼼히 따져보면 낭비성지출이나 선심성, 중복성 지출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만으로도 재정적자의 완화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도 마찬가지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재정지원을 하되, 이러한 재정지출이 낭비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복지재원이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지출의 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에 더 신경을 쓴다면, 상당규모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상겸 (단국대학교 교수ᆞ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