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30일 제 3차 국방위원회에 대한 小考 -
2010년 4월, 국정의 화두는 단연 지난 3월 26일 침몰한 ‘천안함’ 사건이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규명과 군의 총체적 쇄신을 통한 ‘국가 안보 위기’ 대처가 연일 여론에 회자되는 가운데, 지난 4월 30일 제3차 국방위원회가 열렸다. 위원회에는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박정이 민·군 합동조사단 공동단장 등 군수뇌부가 출석하였다. 위원회에서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규명, 군의 초동대처 등 천안함 사건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와 강도 높은 질타 및 그에 대한 답변과 설명이 이어졌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의 개의선언과 입법조사관의 보고로 회의는 시작되었다.
유승민 의원(한나라당)은 함정 재질과 다른 금속 성분의 발견과 관련하여 폭발원인이 어뢰인지, 과연 북한의 소행인지에 대하여 질의하였다.
김영우 의원(한나라당)은 “안보환경이 불완전한 시점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은 자주권·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생존권의 문제”이므로 “전시 작전권 전환 시기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성 의원(한나라당)은 ‘국방개혁 2020’의 재편과, 잠수정․특수전부대 등 다각도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였다.
안규백 의원(민주당)은 천안함이 버블제트로 인한 침몰이라는 견해에 의혹을 제기하며 침몰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였다.
김옥이 의원(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고 당일 합참차장은 휴가중이었고, 합참의장은 대전 교육사 포럼에 참석하여, 정위치에 지휘공백이 생기지 않았느냐”며 합동참모본부의 지휘통제 공백 문제를 언급하였다.
김장수 의원(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은 국민들에게 안보의 중요성과 호국 상무 정신을 함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며 “군은 냉철하게 군 자체와 군 대비태세를 리뷰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 이진삼 의원(자유선진당)은 “영결식 때 평택(해군2함대)에 갔더니 군대가 옛날 같지 않다”며 “기본자세가 안되어 있다. 교통정리도 못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을 못봤다. 경례 하나 절도 있게 하는 장군이 한명도 없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세계에 중계되는데 장군들 자세가 그래서 되겠느냐? 장교부터 군인 기본자세를 다시 갖춰야 한다. 출근하기 전에 거울보고 (경례)연습하고 출근하라 해라”고 질타했다. 또 이 의원은 국회에 출석한 군인들의 군번줄 미착용을 문제삼았다.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 이하 출석한 장교들에게 “군번줄 맨 사람 손들어보라”며 “자세를 간부부터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위 김학송 위원장(한나라당)도 군번줄 논란을 이어갔다. 위원장은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장성들은 원래 군번줄을 안합니까?”라며 재차 물었고, 이에 장관은 “군번줄은 전시에 필요하며, 평시에 국회 질의에 나오면서 군번줄을 달지 않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진삼 의원은 “국방장관이 정신나갔구만! 군복을 입고 군번줄을 안맨단 말이야?”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학송 위원장도 “군번줄은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안보태세를 분명히 한다는 차원에서 이 부분도 검토할 문제다”라고 언급했다.
김정 의원(미래희망연대)은 한반도의 안보와 관련하여 “군사적 대응에 대비한 주변국과의 협력강화의 필요성이 중요하다. 중국과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국군과 북한군과의 종합전력을 비교하면 어떤가?” 등 실질적인 군사운영 측면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서종표 의원(민주당)은 최근 군 내부의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그 원인을 ‘고위관료중 병역면제자가 많다’, ‘정부 초기 통일과 안보를 담당하는 통일부 폐지 주장’. ‘롯데월드 건립 승인’, ‘정부의 언론통제’ 등 현 정부의 ‘안보 매너리즘’을 비판했다.
심대평 의원(국민중심연합)은 “명명백백한 원인규명과 후속조치의 수위결정을 통해서 정부 특히 군과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국민 신뢰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무성 의원(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다. 북은 이런 장난을 또 할 것이 분명하다. 실지로 전쟁상태가 되었을 때 합창의장에 49분, 장관에게 52분 늦게 보고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끔찍하다.”며 메뉴얼대로 처리되지 않은 보고체계의 문제점과 주적개념 삭제에 따른 근본적인 군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한 두 차례씩 천안함 사건의 원인과 후속대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 후 김학송 위원장의 산회 선포로 위원회는 종료되었다. 회의 말미, 전시작전권 통제의 문제 및 천안함 침몰주체를 북한으로 규정한 위원장의 발언과, 만에 하나 북한이 아닐 경우 국제사회에 제기될 비난을 우려한 안규식 의원 사이의 고성이 오갔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회의였다. 여·야 의원을 비롯, 회의에 참석한 군관계자 모두 이번 천안함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국민적 초유의 사태의 해결과 향후 대책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출석한 군관계자들에 대한 질타·비판을 넘어, 힐난조로 무시하거나 반말을 하며 사적인 관계를 언급하는 일부 의원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공적 영역에서,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참관하는 국방위원회에서, 군의 수뇌부를 반말로 대하는 태도는 옳지 않아 보였다. 군 선배란 이유로, 연장자라는 이유로, 공적인 자리에서 국민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향후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법안을 입안하거나, 출석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국민을 대리하여 질의응답을 하는 자리이다. 국회의원이 의원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출석한 관계자들을 존중하고 동등한 지위에서 건전한 토론, 성숙한 의식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