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방송법 개정을 두고 여론 독과점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80년대 신군부가 언론통폐합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됐다. 그 목적은 언론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론통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언론 통제 규제가 현재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곡해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디어 융합현상은 세계적으로도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국제적 시장 개방이라고 하는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서 규제완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말 한 가지는 ‘떼법’이 아닌가 한다. 토론과 논리, 적법성과 이성으로 결정하지 않고 생떼를 써서 이루어내는 행위를 흔히 떼법이라고 한다. 벌떼처럼 달라 들어서 막무가내로 물고 늘어지는 저질행동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생떼가 벌어지고 있다. 법 개정을 앞두고 기상천외의 논리와 비약이 사실인양 유포되고 있다. 야당, 노조, 방송사 그리고 심지어 일부 교수들까지 가세하여 ‘공공성’을 내세워 이를 MB악법으로 규정하고, ‘재벌 방송’과 ‘조ㆍ중ㆍ동 방송’ 이 등장하게 된다고 선전하면서 이를 장기집권 음모라고 몰아세운다.

언론통폐합조치의 유산인 신문방송 겸영금지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방송시장에 진입문턱을 낮춘다고 해서 모두 들어오게 되는가, 아니면 특정인만 들어오게 될까? 민주주의 핵심은 기회균등과 공정한 경쟁이다. 등록제인 인쇄매체와 달리 전파매체는 허가제이다. 허가도 하기 전에 ‘특정 방송’ 만을 염두에 두고 시비하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좌파들은 여론조사도 교묘히 이용한다. “재벌과 조ㆍ중ㆍ동 거대신문이 KBS와 MBC와 같은 방송을 갖는데 찬성하십니까?” 답변은 자명하다. “재벌이 방송까지 갖다니!” 대부분의 반응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신군부가 등장, 언론통폐합 조치를 내리면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재벌이 방송사 업에서 손을 떼도록 강제화하였다. 이 조치의 목적은 신군부가 언론 통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한 역사적 사실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왜냐하면 신문방송 겸영금지가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80년대 이전 신문사는 원래 방송을 소유하고 있었다. 중앙일보는 TBC를, 동아일보는 DBS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군부가 언론통폐합 조치를 내리면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재벌이 방송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강제화하였다.

이 조치의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바로 신군부가 언론 통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신군부의 강제통합은 이미 그 위법성이 밝혀졌다. 원칙대로 한다면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려주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 하나로 불법이 현실로 묵인돼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론통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언론 통제 규제가 현재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곡해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업이 언론을 소유ㆍ운영하는데서 오는 장ㆍ단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살리는 것이 바로 운영의 묘이다. 어디에나 빛과 그림자가 없겠는가.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나

조ㆍ중ㆍ동이 방송을 장악하면 여론독과점이 심화된다는 논리 역시 견강부회이다. 어거지 논리라는 말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연말에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신뢰할만한 미디어로 1위 KBS, 2위 YTN, 3위 경향신문, 4위 한겨레신문, 5위 MBC, 6위 SBS를 꼽았다. 한겨레와 경향이 조ㆍ중ㆍ동을 앞서고 있다. 메이저 세 신문을 지칭해서 ‘족벌언론이다’, ‘수구언론이다’, 그리고 ‘독과점이다’라고 시비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원칙적으로 여론에 독과점이 있는가. 여론은 물 흐르듯 시시때때로 변한다. 지배적 여론은 있으되 특정 미디어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배적 여론이 있다면 그것은 국론이 통일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지배적 여론이 찬성 쪽에 있다면 그것은 국정수행을 원활히 해 주는 추동력이 될 것이다.

여론에 독과점이 있는가. 여론은 물 흐르듯 시시때때로 변한다. 지배적 여론은 있으되 특정 미디어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조ㆍ중ㆍ동이라기보다는 KBS와 MBC 등 방송매체일 것이다. 예컨대 ‘혹세무민’의 PD수첩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적 공포감을 얼마나 조성했던가. 미디어 관련 7개 법안의 개정을 둘러싸고 공공의 재산과 전파를 무기로 반정부 투쟁을 벌인 것이 누구였던가.

일부 방송은 ‘해방구’다. 독점지대를 이용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은 미디어 빅뱅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기 위해서 총력전을 펼친다. 양두구육이란 말은 개고기를 양고기로 속여서 판다는 뜻이다. 그런데 야당과 노조는 양고기를 개고기로 둔갑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미디어 융합,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신문ㆍ방송ㆍ통신ㆍ인터넷이 융합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국제적 시장 개방이라고 하는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서 규제완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존 사업자의 지분 한도를 높이는 것이 방송법 개정의 골자이다. 아울러 이미 기술의 발달로 매체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체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보자는 데 개정 취지가 있을 것이다.

사례를 보자. 위성방송 사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출자 또는 출연을 해당 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 100분의 49를 초과할 수 없도록 방송법 제 14조 3항을 개정코자 하고 있다. 이 법에서 위성방송이라 함은 스카이라이프와 위성 DMB를 가리킨다. 정책적인 실패로 위성을 이용하는 이 두 방송사업자는 고사 직전에 있다. 자본잠식을 다 하고 증자를 추진하려 해도 대주주의 최대 지분이 33%임으로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러므로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분한도를 늘려주어야 한다.

더욱이 신문의 방송 겸영은 법과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보도전문채널 MBN을 갖고 있고 기독교 방송 CBS는 노컷뉴스라는 이름의 신문을 내고 있다.

신문ㆍ방송ㆍ통신ㆍ인터넷이 융합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국제적 시장 개방이라고 하는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서 규제완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신문방송겸영은 세계적으로 봐도 피할 수 없는 미디어 융합 현상이다. 세계 유수한 신문이 인터넷판 신문을 내고 있으며 텔레비전은 문자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신문과 방송의 벽이 무너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고 있음은 천하 공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신방겸영이 금지돼 있다고 속단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특정 도시에서 일간신문과 공중파방송사를 겸영하는 경우 이를 금지한다는 뜻이지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집중을 막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단일법인(a single entity)이 동일 지역에서 라디오, TV, 신문, 케이블, 전화를 겸영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1996년 통신법은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집중에 대해서 규제를 완화하였고 지역 TV국과 케이블 TV국의 소유 규제 외에는 교차소유 규제를 풀고 있다.

일본의 예는 어떤가. 신문과 방송의 짝짓기는 오래전의 일이다. 아사히신문ㆍ아시히 TV, 산케이 신문ㆍ후지 TV 등 겸영이 일반화돼 있지만 ‘여론 독과점’ 이니 ‘장기집권음모’니 하고 시비하는 예는 없다. 미디어도 시장의 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나쁜 정보, 왜곡된 보도를 내는 매체는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되고 마침내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육성을 위해 조속히 개정해야

각지에서 발행되는 신문이 100개를 훨씬 상회하고 어떤 특정 지역에서는 10여개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도 일간지, 스포츠지, 경제지, 영자지, 무가지 등 20여개가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신문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을까. 이런 가운데 특정 신문이 많이 팔린다면 정보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 이처럼 많은 다양한 신문이 나오고 있는가? 두 세 개의 일간지가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특정 신문을 ‘타도’ 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오로지 정치논리 탓일 것이다. 아니면 이념적 대립에서 ‘나와 다름’ 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주요 신문을 적대시하는 언론정책을 펴왔다. 그렇지 않아도 영상세대는 활자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좌파정부는 젊은이들을 활자로부터 철저히 유리시켰다. 신문을 읽지 않는 국민, 생각의 깊이도 창의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콘텐츠를 진흥시키며, 노조가 장악한 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리고, 공정경쟁체제를 갖추면서 글로벌 미디어의 육성을 위해서는 미디어 관련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방송법 개정의 최대 쟁점은 제 8조 제3항일 것이다. 대기업 또는 신문이나 뉴스 통신을 경영하는 자는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총수의 100분의 20을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49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그것이다.

MBC 보도는 이렇게 주장하였다. ‘지상파 방송의 재벌 소유 지분 한도가 20%이나 세 재벌이 20%씩 출자하면 곧 재벌방송이 되고 국가적 재앙이 된다’고 운운했다. KBS와 MBC 주식이 상장돼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출자할 수 있으며, 3개 재벌이 공동출자해서 사업을 벌인 전례라도 있던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다. MBC 민영화의 경우도 나는 60% 주식을 국민주로 해서 독과점 이익을 소외계층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또 금융위기를 맞아서 어떤 대기업이 방송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뜻 나설까. 비판적 여론은 차치하고 도무지 주판을 튕겨보았자 ‘남는 장사’가 못되는 것이 방송업이다.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콘텐츠를 진흥시키며, 노조가 장악한 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리고, 공정경쟁체제를 갖추면서 글로벌 미디어의 육성을 위해서는 미디어 관련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

저자소개: 김우룡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신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현대방송학’, ‘미디어 윤리’, ‘언론인의 직업윤리’ 외 다수가 있다.

김우룡 /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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