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막말 세례가 자주 방송에 노출된다. 언젠가는 외국의 주요 방송과 신문에 한국 국회의원들이 의회 문을 해머로 부수고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이 보도됐으며, 또 수염을 기르고 한복을 입은 국회의원이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전세계에 방영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격한 몸싸움과 막말 파문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그래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이 올바른 일도 아니고, 그래서 간과해서도 안될 문제이며, 게다가 외국에까지 보도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으로써 민망하고 창피한 일임이 명백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언젠가부터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는 싸움의 논리를 적용하기에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의도적으로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말투로 서로를 깎아 내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과 자신의 당에 대한 이미지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직시하지 못함이 안타깝다. 지긋지긋한 막말 공방과 몸싸움을 거듭하고, 급기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거나 단식 투쟁 등을 벌이면서 누가 더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로 인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이 사회지도층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퍼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격과 이를 둘러싼 파문, 한나라당 전여옥의원의 막말은 또 한번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였다. 하물며 누구의 말처럼 국민을 섬기겠다던 정치인들이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반말과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른바 공인으로서의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영국 의회 내에서는 상대 의원을 호칭할 때 '명예로운 ○○의원님'과 같이 반드시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과거에 큰 죄를 지었더라도 한국처럼 '변절의 원조' '악당' '부패분자' '위선자' '색깔이 의심스러운' 등의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겼을 경우 의장이 즉각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이것조차 따르지 않으면 '감방행' 신세가 된다. 회기가 끝날 때까지 국회의사당 시계탑(Big Ben) 지하감방에 갇혀 막말의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13.5톤에 달하는 대형시계에서 나오는 굉음은 보통 고통스런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 형벌의 고통 때문에 1880년 찰스 브랜드로란 의원이 수감된 이래 이 규칙을 어긴 의원은 없다고 한다.1)
우리나라 옛말에는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말 많은 집에 장맛도 쓰다’ 등과 같이 옛부터 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이런 속담을 통해 우리는 항상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특히나 말은 사람의 직위와 나이에 따라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수많은 국민을 대표해서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와 무엇이 다르겠냐는 말인가!
말은 내뱉는 순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대중앞에 서는 공인일수록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말과 독설로 인한 보도는 한국 사회의 저급한 정치문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품위와 격(格)을 갖춘 정치문화를 갖추고 국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얻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일 것이다. 순간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오랫동안 가꿔왔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품위를 실추시키는 이런 행위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기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