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을 받은 AIG가 임직원들에게 1억6천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AIG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개입하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 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왜곡시키고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 수 있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회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임직원들에게 1억6천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시민들은 모럴해저드에 빠진 임직원들의 오만하고(arrogant) 부도덕하고(immoral) 탐욕스런(greedy)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고액의 보너스 잔치가 시민들의 감정을 건드리자, 미 하원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국책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보너스도 회수하도록 요구하였다. 보너스 파문에 더해, AIG가 여타 금융회사들과 파생상품 등을 매개로 복잡한 거래를 해오면서 지금까지 투입된 1천7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의 상당부분이 거래 투자은행에 보험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미 하원은 연방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들이 지급한 보너스에 90%의 세율로 중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민들의 여론에 호응하였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부당한 인센티브가 궁극적으로 은행조직의 건전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기관 임직원의 보너스 규정을 미리 검토할 것을 요구하였다. 보너스 중과세 입법조치에 대해 금융기관의 종사자들은 '반미주의적 조치', '매카시식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씨티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보너스 중과세로 재능 있는 임직원들을 잃게 되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 시키려는 노력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연식고초(鳶食枯草)와 사유재산제도의 위기

옛날 전라도 어느 지방에 부자가 살았는데. 찾아오는 과객마다 후하게 대접하여 재워 보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주인에게 손해를 입혔다.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과객이 하룻밤 자고나서 다음날 새벽 주인에게 인사하고 떠났는데 두 시간 뒤 다시 찾아와, 주인의 버선과 바뀐 것을 뒤늦게 알고 되돌려주려고 왔다고 하였다. 주인은 하찮은 버선 한 짝 때문에 먼 길을 도로 돌아온 것이 고마워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과객은 못이기는 체 그 집에 주저앉았다. 과객은 성의를 다하여 그 집일을 도왔다.

이럭저럭 몇 달이 지나 주인은 과객에게 수만 냥을 내어주며 남원에 가서 논 몇 백석지기를 사오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과객이 돌아오지 않자 과객이 쓰던 방을 뒤져보니 책상 서랍위에 '연식고초(鳶食枯草)’라고 쓴 쪽지가 나왔다. 주인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마을 훈장한테 쪽지를 보였더니, 훈장은 그 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초여름에 꿩이 새끼를 치려고 밀밭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 솔개(鳶) 한 마리가 꿩 옆에서 마른 풀을 쪼아 먹길래(食枯草), 꿩이 경계하면서 왜 마른 풀을 먹느냐고 물으니까, 솔개는 남을 헤칠 수 없어 생명이 있는 푸른 풀을 먹지 않고 마른 풀이나 먹고 산다고 대답했다.

꿩이 배고픔을 참고 알을 지키고 있으려니 솔개가 “알을 잘 보아줄 터이니 안심하고 다녀오시오”하고 말하자, 꿩은 그 말에 솔깃하여 솔개에게 알을 맡기고 자리를 떴다. 급하게 이것저것 주워 먹고 자리로 돌아오니 솔개는 간 데 없고, 알은 모두 깨져 빈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이를 두고 연식고초(鳶食枯草)란 '솔개가 마른 풀을 먹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서 신임을 얻은 후 해를 입히는 배임행각을 일컫는 때 사용하는 고사다(「지혜」에서). 

국내에 잘 알려진 GE의 전 회장 잭 웰치와 ABB의 전 회장 바네빅도 모럴해저드를 벗어나지 못한 최고경영자였다. 잭 웰치는 자신이 퇴임할 때 매년 연금 8만 6천 달러를 받고 'GE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계약하였다. 그는 연금보다 GE의 서비스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하였는데 13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이혼을 요구한 부인 제인은 그에게 공동재산의 절반에 상당하는 5억 달러를 위자료를 요구하였다. 그녀는 법정에서 남편이 유용한 사실들 낱낱이 고해, 웰치는 GE로부터 받는 자신의 특권의 일부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ABB의 바네빅은 1996년 회장직을 그만두고 감사위원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연금 1억 프랑과 보너스 4억 8천만 프랑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자신이 회장직에 있을 때 사인하였다. ABB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바네빅은 퇴직금의 일부를 반환했지만 ABB의 지주회사 대표인 스웨덴의 야곱 발렌베리는 그를 해고하고 말았다(「사기꾼의 경제」에서).

주인(대주주)과 머슴(경영자)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자신의 재산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여 주인의 호주머니를 갈취한다.

이처럼 주인(대주주)과 머슴(경영자)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자신의 재산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여 주인의 호주머니를 갈취한다. 국내에서도 그 동안 출자총액제한이나 상호출자제한 및 특정업종진출제한 등으로 주인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하는 바람에 머슴들의 모럴해저드가 문제로 불거져 나왔다. 그 결과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국내 금융기관의 임원들이 자신들의 보수를 20~30% 삭감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근래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 속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 계약자유의 원칙 및 영리자유의 원칙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구제금융 옳은 일인가?

금융위기에 대해 정부가 천문학적인 숫자의 구제금융을 쏟아 붓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주류경제학은 거래상대방이 어떤 성향을 가진 인간인지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전제로 하여 분석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의도하여 계획을 세워 행동하지만, 그가 예상한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간다. 어떤 경우에는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또 어떤 경우엔 실패를 안겨다준다. 다행히 경쟁은 실패에서 오는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사람들로 하여금 학습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은 학습과정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종전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 내지 개선하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지식으로 당초의 지식을 바꾼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은 학습과정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종전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 내지 개선하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지식으로 당초의 지식을 바꾼다. 따라서 시장과정은 지식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개입하면 개인들에게 학습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과업을 방해하여 사람들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존재하는 경쟁의 역할을 어느 지식을 피할 것인지를 발견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경쟁은 KIKO와 같은 선물이나 ELS와 같은 파생상품에 관한 지식을 획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가 개입하여 경쟁이 낳을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에 따라 열악한 형질의 상품을 발견하여 퇴출시킬 수 있을 기회를 박탈한다. 이처럼 발견하는 과정으로서 경쟁이 갖는 묘미는 KIKO나 ELS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도록 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유야 어떠하든 KIKO나 ELS에 투자하여 손해를 입은 경제주체들을 구제하는 정부의 조치로 경쟁의 결과를 알 수 있도록 만들게 된다면 경쟁을 불필요하도록 소멸시키고 말 것이다. 

시장의 소멸과 영리 자유의 위기

자본주의 시장은 혁신, 선별 그리고 확산이라는 진화과정을 반복한다. 새로운 파생상품이나 스톡옵션제도가 등장하면 이에 대한 선별과정이 일어나고 성공적인 것은 확산되는 과정을 밟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변형된 스톡옵션과 같은 새로운 혁신과정이 또다시 일어난다.

시장은 주류경제학이 믿는 것처럼 균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희망의 끊임없는 과정이다. 여기서 선별과정은 언제나 소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주류경제학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선의 것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고, 하이에크의 진화이론처럼 현실에 부합하지 않은 상품이나 제도를 도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등장해서는 안 되거나 도태시켜야 할 상품이나 제도가 온존하는 토양을 제공하여 비효율적인 유기체까지 생존하도록 만든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구제를 능사로 삼는 파퓰리즘의 정책을 구사한다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점차 소멸시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까 염려된다.

더 나아가 시장은 정부의 간섭이 없다고 해도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생적 유기체이다. 이러한 질서형성이 가능한 까닭은 시장공간에서 잘못된 지식을 이용하거나 잘못된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들 처벌하는 메커니즘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류경제학에서는 시장경제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므로 시장의 처벌메커니즘을 과소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시장이 갖는 자생적 질서능력에 회의를 보낸다. 대표적인 예로 1930년대의 공황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의지하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어 일어났다고 경제사학자들은 해석한다. 1920년대 내내 현저히 증대된 통화 공급으로 인하여 불황이 생겨났는데에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돈줄을 막지 않고 보호무역을 비롯하여 각종 간섭정책을 실시하는 바람에 공황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근래 일어난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행동방식이 193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 학파가 주장하듯이 1930년대 공황의 근원이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간섭 때문에 일어났다. 그리고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서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으로 구제를 능사로 삼는 파퓰리즘의 정책을 구사한다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점차 소멸시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까 염려된다. 시장을 남용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시장이 처벌하려고 자생적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발생시켰는데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신자유주의가 먹혀들지 않는다느니 국가의 경제개입을 정당화하는 케인즈주의가 살아났다느니 하는 따위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금번의 금융위기는 사유재산과 경쟁과 그리고 시장이 살아있다는 강력한 증표를 보여준 고마운 축복으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저자소개: 유동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시장경제문화론」,「신제도주의경제학」,「경제진화론」,「소비자 경제심리의 법칙」등이 있다.

유동운 /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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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2008년 7월 YTN 구본홍 사장 취임거부하면서 시작된 노조 파업은 2009년 3월 전 노조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노조의 파업이 적법한 것인가? 또 해고된 노조간부가 업무를 방해 한 것이 적법한 것인가? 이번 YTN 노조의 파업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이러한 불법파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큰 기업 YTN의 노조파업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다. 구본홍 YTN 사장 취임을 거부한 YTN노조 농성이 251일 동안 이어지면서 급기야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구속되었고, 이로 인해 노조원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여론은 '정당한 법 집행’으로 보면서도 '구속은 지나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보다 못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YTN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안까지 내놓았을 정도다.

YTN 노조의 파업은 불법파업

먼저 사건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2008년 7월 MBC 맨 구본홍 씨가 YTN 사장에 취임하자 이를 거부한 YTN 노조원들의 집단 반발로 'YTN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YTN 사측은 그동안 5차례나 노조를 고발했고, 한때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승인 심사가 보류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YTN 사측은 2008년 10월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과 권석재 사무국장 등 노조 주요 간부 등 6명을 해고했다. 그 후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009년 3월 24일 구본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 점거 농성 등을 벌인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노종면 위원장은 노조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3월 22일, 다른 전·현직 노조 간부 등 3명과 함께 체포되어 경찰 조사를 받아왔었다. 그동안 YTN노조는 구본홍 사장 취임을 계속 거부하면서 '임금 7.2%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해왔다.

YTN 사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노조가 직접적으로 사장 인선 등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해고된 상태에서 계속 업무를 방해한 행위가 적법한가’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 12월 11일 YTN을 보도 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 심사에서 보류시킨 후 2009년 2월 '조건부 재승인’을 해주면서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천계획을 2009년 3월 중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놓고 YTN의 노사 입장은 엇갈렸다.

구본홍 YTN 사장은 2009년 3월 24일 “재승인을 도약의 계기로 삼읍시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지난해 12월 11일 심사보류 결정 이후 85일 만에 회사 미래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환영했지만 노조는 “공정방송 사수와 낙하산 사장 저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명분을 지키려고 222일 동안 투쟁해온 YTN 노조는 이제 새로운 투쟁의 재개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현재 YTN 건물 17층 임원실 앞에는 '사장 퇴진 투쟁 251일’ 등 문구가 적힌 각종 게시물이 붙어 있는 등 구본홍 사장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YTN 사태’는 현재 진정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YTN 사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사장 인선에 대한 의견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노조가 직접적으로 사장 인선 등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해고된 상태에서 계속 업무를 방해한 행위가 적법한가’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례를 우리는 그동안 적잖게 보아왔다. 'YTN 사태’를 놓고 전문가들은 '정당한 법 집행’으로 보면서도 '그 대상이 언론사 기자라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로 보기도 한다(조선일보 2008. 3. 26). 어떻든 'YTN 사태’가 '불법파업’이라는 점에서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불법파업이 반복되는 이유

한국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과정에서 '노조천국’, '파업공화국’이라는 악명을 떨쳐왔다. 그 바탕에서는 '불법파업’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왔다. 여기에서 잠간 한국의 노사분규와 불법파업 추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노사분규를 발생건수, 참가자수, 근로손실일수 세 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할 때, 노사분규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여 노무현 정부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04년에 피크를 기록했다. 이를 김영삼 정부가 끝나는 1997년을 기준 삼아 비교하면, 노사분규는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 2004년에 약 4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곧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이 가져온 결과로, 김대중 정부는 노사분규에 불을 지피고, 노무현 정부는 시너를 뿌린 양상이다. 노사분규는 다행히도 2005년부터는 감소추세를 보여준다.       

불법파업은 왜 계속해서 발생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노조가 법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발생한 불법파업을 보자. 불법파업은 김영삼 정부 1997년에 17건이었는데 김대중 정부 1998년에 55건으로 증가한 후 1999년에는 전체 노사분규의 48.0%에 이르는 95건으로 증가했다. 그 후 불법파업은 60건수 안팎으로 진정되었다(노동부, 노동백서). 이로 보아 한국은 불법파업이 활개 치는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불법파업은 왜 계속해서 발생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노조가 법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할 것인가? 이런 관행 때문에 한국은 그동안 '노조천국’, '파업공화국’이라는 낙인이 찍혀왔지 않은가. 우리가 수없이 보아온 바이지만,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불법파업의 경우에도 '솜방망이’ 요법만 적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 예로,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만 해도 이는 분명해진다.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관련법은 1997년에 제정되었으나 노동계의 반대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세 차례나 유예되어 2010년 1월로 시행이 미뤄졌다. 그러나 내년 1월이면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이 다시 유예되지 않고 과연 법이 정한 대로 금지될 것인가는 이 시점에서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불법파업을 뿌리 뽑으려는 의지가 눈에 띈다. 법원은 최근 한국철도공사가 불법파업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전국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노조에게 약 7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선 1심에서 재판부는 파업기간에 발생한 피해액의 60%인 51억 7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법원이 '노조가 벌인 파업의 여파로 파업이 끝난 다음 날에도 전철과 KTX의 이용률이 평소보다 떨어졌고, 일반열차와 화물열차도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못했다’며 '파업이 끝난 다음 날에 발생한 피해와 파업으로 빠져나간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든 비용까지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추가하여 배상액이 약 70억 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철도노조는 2006년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중재를 하기로 결정했는데도 그해 3월 1일부터 4일까지 '철도 상업화 철회, 현장인력 충원,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을 주장하며 파업을 감행했었다. 당시 관련법에는 철도공사와 같은 필수공익사업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15일간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 점에서 볼 때, 전국철도노조를 상대로 법원이 내린 약 70억 원의 배상 판결은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파업’이었고, '불법파업’의 경우에는 '법과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불법파업의 해법은 무엇인가?

'불법파업’의 해법은 '법과 원칙의 적용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우리는 세계역사를 시장경제로 돌려놓은 마거릿 대처의 노동개혁에서 만날 수 있다. 1970년대의 영국은 노조천국이었다. 노조는 정책에 따라 노동당 보수당 할 것 없이 멋대로 정권을 갈아치웠다. 대처는 1979년 초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보수당 당수로서 '불법파업은 법과 원칙으로 다스리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권을 잡은 대처는 집권 11년 반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관련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노조파워를 무력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처는 철저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든다.

・ 클로즈드숍 제도의 지나친 보호조항 개정: 클로즈드숍을 채택할 때 비밀투표 의무화
・ 노사분규 대상을 명문화하고, 파업과 관련해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제한 
・ 클로즈드숍 제도를 더욱 약화: 5년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클로즈드숍 유지여부 결정
・ 불법파업 불법화
・ 노조파업 때 파업여부에 관한 사전투표 의무화
・ 노조간부는 5년마다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되도록 의무화
・ 노조의 면책특권 완전 박탈
・ 클로즈드숍 제도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 삭제

마거릿 대처의 노동개혁이 성공하자 영국은 노조조직률이 1985년에는 50%를 넘었지만 지금은 약 24% 수준이다. 고용보호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약하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는 2006년 141개국 가운데 17위로 높다. 참고로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서 2006년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07위, 독일은 124위로 낮은데 이는 잘 알려진 대로 한국과 독일은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는 증거다. 1970년대 '노조천국’으로 악명 높았던 영국은 오늘날 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낮은 나라로 인정되고 있다. 마거릿 대처가 노조 문제를 철저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노동개혁에 성공하여 나타난 결과다.

그동안 불법파업을 수없이 보아오면서 큰 기업 YTN의 노조파업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왜 마거릿 대처처럼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불법파업을 해결하지 못할까 생각해본다. 한국경제는 지금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불황에 빠져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때일수록 노사는 화합을 해야 한다. 김연아 선수가 2009년 3월 29일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세계 피겨스케이팅 여왕으로 즉위’하는 날 우리는 노사가 화합하면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다짐하면서 이 글을 쓴다.■

저자소개: 박동운 교수는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CEO 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시장경제이야기 Q&A」,「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 대처리즘 」외 다수가 있다.

박동운 /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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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 판사가 촛불시위 관련 담당 형사사건을 위헌제청한 것을 보고 일부 판사들이 촛불관련 형사사건의 심리를 진행하지 않자, 소속법원장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서신을 판사들에게 보낸 것을 두고 촛불재판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소속법원장이 서신을 보낸 것이 법관의 독립을 해치는 것인가?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채 재판의 진행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방법원장이 사법행정의 관장자로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오히려 마땅하며, 법관의 독립을 해하는 것이 아니다.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임 시에, 소속 법원의 일부 판사들이 어느 한 판사가 담당 형사사건에서 위헌제청한 것을 보고 헌법재판소의 당 위헌제청사안에 대한 위헌여부결정이 내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면서 종의 형사사건의 심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사들에게 서신을 보냈다고 한다.

그 서신을 받은 판사들 중 일부에서 뒤 늦게 이 서신이 법관의 독립을 해한다면서 외부에 보도되도록 한 것 같다. 이와 동시에 여러 단체에서 신 법관의 과거의 법원장으로서의 처리가 사법권의 독립을 해하는 처리였다고 주장하고 현 대법관직의 자진 퇴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방법원장의 서신업무가 법관의 독립을 해하는가?

우선 신영철 당시 지방법원장의 서신업무가 법관의 독립을 해하는가를 살펴보자. 법원조직법 제29조 제3항은 “지방법원장은 그 법원과 소속 지원 시군법원 및 등기소의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 제103조 즉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에 어긋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채 재판의 진행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방법원장이 사법행정의 관장자로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오히려 마땅하다. 판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라고 강요한다면 혹시 법관의 독립에 누가 될는지 모른다.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채 재판의 진행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방법원장이 사법행정의 관장자로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오히려 마땅하다.

그러나 다른 이유, 예컨대, 동료 판사의 조치 결과에 따르자는 식의 사건 지연이라면, 이런 지연이 적절치 않은 점을 지적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견을 듣고서 자기의 소신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을 하는 법관이 있다면, 국민은 이런 소신이 없거나 나약한 법관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형사재판의 경우 법관의 독립은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게 적법한 절차를 진행하고, 유죄, 무죄, 사실의 인정, 형의 양, 형벌의 이유에 관하여 헌법과 법률을 정당하게 적용할 의무가 있다는 점과 이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양심에 따라’ 의무 이행을 한다는 점이 전제로 된다. 이 '양심에 따라’ 이행함에 있어 '독립’한다는 뜻이다. '양심’을 누가 옆에서 가르쳐 주거나 고쳐 주어서는 안 되고, 하물며 힘이나 영향력으로 양심을 구부리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법관의 독립된 심판과 사법권 독립은 별개의 문제

동종의 사건을 담당하다가 재판을 중지하고 있는 판사는,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여 조건부 허가사항으로 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조항을 위헌이라고 보는 것이 자기소신이라면 스스로 위헌제청을 할 일이지, 스스로는 위헌제청을 하지 않고 재판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재판의 수요자인 국민으로서는 못 마땅한 일이다. '지연된 판결은 무가치한 판결’ 이라고 쓰고 있는 탈무드의 지혜는 예나 지금이나 겪어 볼수록 맞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하급심 법관의 '독립된 심판’이란 정확하게는 '사법권의 독립’과는 다르다. “사법권이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는, 모든 하급심 법관들의 판단이 상급심에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평가받고 인정되거나 부정되고 고쳐지는 것을 말한다.

한 나라의 법관들이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면, 이건 다른 어느 것보다 위험하다. 심지어 무장반란보다 더 위험하다. 정부는 소요사태를 진압하는 데는 군대를 동원하지만, 국민을 지키는 것은 매일 매일의 법정을 통하여 수행한다. … 알렉시스 토크빌

1859년 영국의 대법원장이 된 알렉산더 콕번이 “법률인의 무기는 군인의 장검이지, 암살자의 숨긴 단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위헌제청을 하지도 않고 담당 형사사건을 파일속에 넣어 둔 채로 있는 판사라면, 사건을 진행하는 게 마땅하다는 서신을 받았으나 사법행정상으로 이에 다른 의견이 있으면 당당하게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 쪽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지방법원장에게 답신하면 된다. 그런 대답도 못하다가, 뒤 늦게 그 정체를 숨기고 언론이나 민간단체에 알려서 시비를 시키는, 그런 당당하지 못한 법관의 “양심에 따른 독립심판”을 국민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법관은 국민에게 법적 안정을 제공하는데 힘써야

젊은 법관들 중에 야간에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의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며, 그 중에는 법관의 판결이 사회변혁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 분들도 있다.

1976년에 시카고대학교 법률대학원의 필립 커랜드 교수가 이런 지적을 했다. “만약에 한 나라의 법관들이 사회개혁을 위한 기본적 부서 관청으로 되고자 한다면, 그때는 국민이 법관으로 임명하는 사람들의 품격에 간여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경우 법관들은 사회적 판단을 하기에는 그 경험의 배경이 적은 시야 좁은 법률인 들이다.” 법관은 국민에게 법적 안정을 제공하는데 힘쓰고, 선례와 판례를, 선인들의 지혜로서, 존중하는 겸손부터 익히라는 경고이다.

그래서 1986년 까지 17년간 미국의 대법원장직에 있던 워렌 버거 판사는 “당신이 사회변혁을 원한다면 법률 직업을 택하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19세기 중엽에 미국의 민주주의를 관찰한 알렉시스 토크빌은, “한 나라의 법관들이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면, 이건 다른 어느 것보다 위험하다. 심지어 무장반란보다 더 위험하다. 정부는 소요사태를 진압하는 데는 군대를 동원하지만, 국민을 지키는 것은 매일 매일의 법정을 통하여 수행한다.”고 관찰하였다.

그런데, 자기의 정체를 숨기기에 딱 좋은 야간에 집회 시위로 워밍업 하다가 폭도로 되어 사회와 국민에게 압력과 강요를 하려는 촛불시위든 게릴라시위든 경찰공격이든 하는 사회변혁운동에 동정적인 판사가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이는 우리의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나라의 안전과 번영을 위하여 고심을 거듭해온 선배 법관들의 판례와 선례를 일탈하는 것이며, 헌법과 법률에 위반될 수 있으며, 법관으로서의 의무이행을 하지 않는 것이 될 수가 있다. 법관으로서의 의무이행을 하지 않는데, '독립’을 남용하는 것이 될 수가 있다. 나라의 안전과 번영을 사랑하는 납세자 겸 주권자인 국민은 화가 날 것이다.■

저자소개: 임광규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현재 '임광규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광규 /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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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미국 경제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티은행과 AIG 등 금융기관이 부실화 되면서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신용정책, 재정지출 확대, 은행국유화 등 정부 개입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개입으로 발생한 문제를 또 다시 정부개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자원배분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의 경제 불황으로 번지면서 각국 정부는 통화신용정책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하여 구제계획을 세우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의회는 금융기관 구제용 7,000억 달러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8,000여 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으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금년도에 1조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7,5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지원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영국, 일본 등을 비롯한 각국도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자금을 대거 공급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확대 재정을 편성하고 있다. 한편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연준) 의장이 은행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티은행이 국유화됨으로써 은행 국유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불황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정부개입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각국 정부로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저래 전 세계가 정부 개입을 피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2월 8일(일요일) 워싱턴포스트지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불완전한 패키지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썼다.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2008년 11월 14일 뉴욕타임즈 칼럼 제목인 “불황의 경제학이 돌아왔다(Depression Economics Returns)”에서 “불황의 경제학이 엄습하면 경제정책의 일반적 규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평상시에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것은 미덕이나 불황 시에는 악덕이다. 신중함은 위험하고 절제는 어림석음”이라며 과감한 재정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의 이런 구제금융 정책과 경기부양책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현 경제위기가 미국의 초저금리(超低金利) 정책에서 연유했다는 데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연준은 2001년 1월에 6%대에 머물던 연방기금 금리를 2003년 6월까지 1%대로 낮추었고, 1%대의 금리는 2004년 6월까지 유지됐으며 이에 따라 2002년과 2006년 사이 가계의 차입은 연간 11%씩 증가했다. 그리고 연방기금 금리 타깃은 2004년 6월부터 2007년 8월에 걸쳐 1%에서 5.25%로 올랐다.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바로 이러한 금리 상승에 따라 시차(時差)를 두고 발생한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에 다른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경제위기와 같이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적절히 규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초저금리 정책을 썼다면 사건은 다른 데서 터졌을 것이다. 결국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경제위기를 낳았고, 이를 다시 초저금리 정책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기이한 현상이 작금의 상황이다.

구제금융,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자원배분 관점에서 보면 불황은 왜곡된 자원배분이 교정되어 재배분되는 과정이다. 불황의 골이 깊다는 사실은 자원배분의 왜곡 정도가 그만큼 심하고, 따라서 그 교정 과정도 길고 그에 따른 고통도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의 치유 과정과 속도를 의심하는 각국 정부가 노심초사하여 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개입은 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좋은 예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Savings and Loan)의 경우이다. 1980년대 S&L이 부실화됐을 때 미국 정부가 건전성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방치하자 부실한 S&L이 높은 이자를 대가로 자금을 몰아감에 따라 건전한 S&L까지 덩달아 높은 이자를 제공하여 부실에 빠졌다. 이후 부실한 S&L이 정리되자 가까스로 해결되었지만 시장의 교정 작업을 정부가 가로막아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은 셈이었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을 비롯한 각종 시장은 정상적으로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구제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실 기관과 그들이 해 온 행동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장 수요에 부응해 온 튼튼한 기관과 그런 행동들은 더욱 확대되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촉진한다.

은행국유화, 민영화를 전제로 해야

정부개입으로 빚어진 문제를 다시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하려는 방법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기이한 현상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이들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미국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티은행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함으로써 이미 국유화가 결정되었고, 이 외에도 금년 2월 25일부터 4월말까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 19개에 대해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거쳐 6개월 내에 민간자본 확충으로 재무건전성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국유화가 논의될 전망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AIG 등의 보험회사도 국유화 대상에 포함될 전망된다.

여기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란 국내총생산(GDP), 실업, 주택가격 등으로 비춰본 경제여건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상 시나리오 하에서 각 금융기관들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대출금과 보유증권 등에서 야기될 수 있는 손실을 추정·산출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심한 편이지만 미국 은행의 역사가 민간 전통임에 비춰볼 때 미국 은행들이 항구적으로 국유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국유화 후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장이 정상화되고 금융기관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정부가 국유화한 금융기관을 민간에 다시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한 후 철수하는 스웨덴식 처방이 가장 유력하다.

1990년대 초 금융위기 당시 스웨덴 정부는 노르드(Nord) 은행과 고타(Gota) 은행 등 부실은행들을 인수하여 국유화 조치를 취했으며 모든 부실자산을 처분하고 은행들을 정상화시킨 후 민영화시켰다. 스웨덴은 은행의 수가 적고 은행 규모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국유화 후 민영화 수순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7,500개 이상의 은행이 있어 부실 금융기관의 수에 따라 이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시장에 맡기는 것

지금까지 작금의 미국의 구제계획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거액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던 일부 은행이 임직원 수와 임금 적정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아직도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결국 지금은 “불황은 상처 난 시장의 치유 과정”이라고 지적한 미세스(Ludwig von Mises)의 탁견이 잘 들어맞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조작(이번 경우에는 초저금리)함으로써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경기순환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부실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은 자원배분을 더욱 왜곡함은 물론, 시장이 부실을 청산하고 제 궤도로 돌아오는 과정을 방해하고 회복 속도를 지연시킬 뿐이다. 이번 불황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와 정부지원에 의존하여 생존했던 각종 조직들을 시장 원리에 따라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단기적 고통은 따르겠지만 건강한 미래가 다시 올 것이다.■

저자소개: 김영용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경제학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와 시장’, '시장경제의 이해’, '시카고학파의 경제학: 자유, 시장 그리고 정부' 외 다수가 있다.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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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 채 대형 탄도미사일의 실험발사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북한은 긴장조성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구태의연한 외교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게임의 목적은 미국 압박하기, 남한정부 길들이기, 남한사회 편가르기, 내부체제 추스르기 등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사일이 핵무기의 중요한 투발수단이라는 점에서 핵 게임의 일부일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통해 미국을 관리하면서 체제를 지키고 나아가서 대남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WMD 게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북한이 '포함 외교(gunboat diplomacy)’와 유사한 '미사일 외교’를 펼치고 있다. 포함외교란 강대국들이 군함을 상대국 인근에 배치하여 “당신들은 함포의 사정거리 내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굴종을 강요했던 근세 국제권력정치(power politics)의 한 형태였다. 이를 흉내 내듯이 북한은 탄도미사일의 성능과 사정거리를 늘리면서 한국, 일본, 미국 등을 상대로 '벼랑 끝 외교게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 채 함경도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대형 탄도미사일의 실험발사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북한은 여전히 긴장조성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구태의연한 외교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공위성 발사’ 주장, 설득력 없다

북한은 2월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쏘아 올리기 위한 준비사업이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김명길 주유엔 북한공사는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하면서 예정대로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해,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북한으로서는 군사용 미사일 기술과 우주개발용 로켓 기술이 유사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평화적 우주개발’이라고 우길 수 있으나, 국제사회가 그것을 인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울러, 북미방공사령부(NORAD)가 모든 우주비행체를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인공위성이 발사되었는지는 조만간 판명 나게 되어 있다. 통상 지구궤도에 위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추진체의 초기의 속도가 초당 8km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드러날 수도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 채 … 대형 탄도미사일의 실험발사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북한은 여전히 긴장조성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구태의연한 외교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실제 또는 위장용 위성이 탑재되어 발사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주목적이 대륙간탄도탄(ICBM)의 개발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이 반세기에 걸쳐 핵무기와 핵무기의 주요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개발에 집착해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며, 이것만으로도 우주개발이 본심이 아님을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궁핍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빈소국(貧小國)이 우주개발에 나선 사례는 없다. 또한 우주개발은 국제협력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일본이나 인도의 경우에서 보듯 이런 경우는 국제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화학무기폐기조약(CWC), 미사일기술수출통제기구(MTCR) 등 비확산 장치들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다 200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마저 탈퇴한 채 핵무기, 화생무기, 미사일 등을 개발해온 북한의 경우는 판이하게 다르다.

북한 미사일 게임의 대내외적 목적은

북한은 미사일 게임을 통해 미국과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에도 남한에 대해서는 '절제되지 않은 표현들’을 동원하여 연일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이와 같은 언행에는 '미국 압박하기,’ '남한정부 길들이기,’ '남한사회 편가르기,’ '내부체제 추스르기’ 등 네 가지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다양한 메시지를 오바마 행정부에게 보내고 있다. 북한이 벌이는 미사일 게임에는 향후 열릴 핵협상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 북한의 체면도 살리고 큰 실리도 가져다주는 '협상 보따리’를 제안하고 나오라는 요구 등이 담겨있는 셈이다. 남한정부를 향해서는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돈과 식량을 제공했던 노무현 정부시절의 대북정책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게 돌림으로써 남한 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게임을 통해 미국과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고 남한에 절제되지 않은 표현들을 동원하여 연일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압박하기, 남한정부 길들이기, 남한사회 편가르기, 내부체제 추스르기 등 네 가지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북한은 초강경 표현들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위협은 '무자비한 섬멸적 징벌,’ '남조선 호전광들,’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것,’ '파쇼폭압 정치의 총본산인 청와대부터 폭파’ 등의 표현에서 보듯 도를 넘고 있으며, 남한 대통령을 '역도’로 그리고 남한정부를 '패당’으로 부르는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있다. 또한 쇠고기 파동을 부추기고 장관인사를 비판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내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 이후 체제단속에 대한 동기를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벼랑 끝 미사일 게임’을 벌이기로 작정한 데에는 매번 이득을 보았던 과거사례들이 한 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1998년 8월 북한은 대포동 1호를 쏘았고, 비슷한 시기동안 금창리 터널 내의 핵시설 존재여부를 놓고 미국과 대치했다. 미국은 1999년 초 이 문제를 타결하면서 60만 톤의 식량을 제공했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의 유예(moratorium)를 약속했다.

2006년 핵실험 직후에도 그랬다. 10월 9일 핵실험 이후 두 달 만에 미북 접촉에 이어 제5차 6자회담이 개최되었고, 이후 레임덕의 부시 대통령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식량을 지원했다. 이런 사례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잠시 동안 반북 국제여론이 비등할 뿐 조만간 유야무야되고 미국과의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믿게 만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요격은 쉽지 않은 정치적 결정

미국은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및 관련 활동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1718호로부터 요격의 합법성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요격을 위한 정치적 결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요격에 성공하면 미국의 대북입지는 강화되겠지만 북한에게 '핵 불포기’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으며, 실패시에는 체면 손상과 함께 미사일방어 계획 자체가 정치적 논란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북한도 요격 가능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공개적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요격 명분을 제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음이 분명하다.

미사일이 핵무기의 중요한 투발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벌이는 미사일 게임은 핵 게임의 일부일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통해 미국을 관리하면서 체제를 지키고 나아가서 대남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WMD 게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정지궤도에 운영 중인 DSP 위성, 오키나와에 배치된 Cobra Ball 신호정보항공기, 이지스함에 탑재된 SPY-1레이더, 주일미군이 가진 X-band 레이더, 그린랜드 등에 배치된 탄도탄조기경보시스템, 지상 및 해상에 배치된 X-band 레이더 등 다양한 탐지ㆍ추적 장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단 탐지된 미사일은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 종말단계 고고도방어체계(THAAD), 종말단계 저고도방어체계(PAC-3),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 미사일 등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오랫동안 일본과 공동으로 SM-3 미사일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오바마 핵외교의 시험대가 될 것

미사일이 핵무기의 중요한 투발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벌이는 미사일 게임은 핵 게임의 일부일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통해 미국을 관리하면서 체제를 지키고 나아가서 대남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WMD 게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게임은 새로이 취임한 오바마 행정부의 핵외교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대북특사로 임명된 보스워스 전 주한 미 대사가 한ㆍ중ㆍ일 순방길에 나섰고, 이제 세계의 이목은 그에게 쏠리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시킬 최상의 카드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발사 후 북한이 감당해야할 불이익을 경고하는 것이지만, 미국이 과연 이런 조율된 국제행동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다.

발사 이후에도 그렇다. 일단 미사일이 발사되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논의가 활성화되고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인데, 강력한 '채찍’으로 북한을 고립 속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늘 그랬듯 '당근’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미국이 결정해야 할 핵외교 과제이다.

북한의 위험스런 행보는 남한 정부에게도 만만치 않은 시험대가 되고 있다. 서해상의 위기조성, 남북합의 파기선언 등 최근 북한의 대남동향이 심상치 않음에도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가급적 무력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군이 서해에서 취하고 있는 경계강화 등은 주권선 수호를 위한 당연한 최소한의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남한 내부에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경색과 전쟁위기를 가져왔다”라는 논리로 사실상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적대정책과는 다르며, 방북하는 우리국민의 안전보장, 남북관계의 상호호혜성 존중, 비핵화 목표의 불변성 등 양보할 수 없는 몇 가지 원칙을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정부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내부의 도전을 불식시켜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저자소개: 김태우 박사는 미국 뉴욕주립대학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국의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 '북 핵 감기인가 암인가’, '핵 테러리즘', '미사일 안보와 미사일 주권'외 다수가 있다.

김태우 /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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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2월 16일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학력평가는 지난 10년 동안의 평준화 교육정책과는 차별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학력평가 조작과 왜곡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학력평가를 조작하고 왜곡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학력평가를 폐지할 경우 학생들의 교육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없다. 따라서 학력평가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하게 개선해야 한다.

교과부는 2008년 10월에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난 16일에 발표했다. 전국적인 학력평가가 1998년에 중단 된 이후, 10년 만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6, 중3,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행되었다. 그동안 전교조 등은 '경쟁을 유발하고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 수준의 전수평가를 강력하게 반대하였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학력평가를 감히 시행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초등학생들의 기초학습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학력진단평가조차도 전교조의 반대로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면 시행과 결과 발표는 지난 10년 동안의 교육정책과는 근본적인 차별성을 실감하게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학력평가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성과물은 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전교조 등의 야만적인 이데올로기적 공격 때문에 학력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 결과 교육문제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학력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이데올로기적 추상의 범위 내에서 격한 갈등과 대립을 되풀이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관한 내역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국민 모두에게 발표함으로써 교육의 성과뿐 아니라 문제점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시행상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교육문제를 논의하고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갖추게 된 셈이다. 이점만큼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학력평가로] 전국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관한 내역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국민 모두에게 발표함으로써 교육의 성과뿐 아니라 문제점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10년 만에 치룬 전국적 학력 평가는 시행과정에서 두 가지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첫째는 전교조와 전교조를 지지하는 일부 학부모단체가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면 실시를 반대하였다. 단순한 반대 의견 표명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시험 자체를 거부하였다. 그 과정에서 시험 거부에 적극 관여한 전교조 교사가 처벌되기도 하였다. 또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취지나 의도가 국민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였고 국민차원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였다. 그 결과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생들의 시험경쟁을 촉진하여 성적을 향상시키려는 기제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시행 및 채점에 대한 관리와 대처가 철저하지 못해 평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물론 2008년도의 전국적 시행은 원래 실험적 성격을 가지고 추진되었다. 시·도별 혹은 지역별 결과 발표 등도 계획에는 없었다. 5%의 표집평가에 대해서만 체계적인 시행과 결과분석을 하기로 하였고, 나머지 95%는 시·도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도하고 채점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시행과정에서 학생들이 백지시험지를 낸다거나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의 집단 결시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특히 시험성적을 조작하여 부풀린다거나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를 의도적으로 줄여서 보고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와 교사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며,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교육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력평가 문제점 보완하면 돼

차제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드러난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함으로써 오는 10월에 실시되는 2009년도 평가는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금번 평가결과를 가지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국민적 이해수준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서열을 조장하고 사교육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력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파악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국민기초학력을 보장하는 한편, 뒤쳐진 학교와 뒤쳐진 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잘하는 학교와 잘하는 지역을 표창하고 그 사례를 보급하는데 있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철저하게 개선함으로써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각 시·도 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 뿐만 아니라, 시·도 지사와 시·군·구청장이 자기 지역 학생들의 성적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책 마련 등에 나서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학력이 뒤쳐지는 학교와 지역 그리고 학생 개인에 대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 교과부의 정책도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는 전국의 40만교사와 1만개 학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임실군과 같은 시험결과 조작 사례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전면적인 '재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 평가 결과 처리에 조작이나 불성실한 점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한편 문제 발생의 소지를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국부적인 문제는 학력평가 폐지 사유 아니다

현재 국부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결과 조작이나 왜곡은 결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중지하거나 폐지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나라 학교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인식돼 왔던 성적 부풀리기나 기초학력 미달자 은폐하기 등의 나쁜 관행을 철저하게 뿌리 뽑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점은 드러났을 때 고칠 수 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철저하게 개선함으로써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평가결과는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평가결과는 전국 180개의 지역교육청별로 공개된다. 그리고 개별학교 단위의 평가 결과에 대해 공개하지는 않지만,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거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과 학교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교과부에서 강구한다고 한다. 이렇게 평가 결과를 낙후된 지역이나 학교 그리고 뒤쳐진 학생들에 대한 대책 수립에 활용하는 방침에 대해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교조도 지엽적인 문제점을 핑계 삼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 학생이나 학습능력이 뒤떨어지는 학생들의 실제적인 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전국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학교 및 학생을 '한줄 세우기’ 하는 것이라고 지레 비난하고 거부하자는 여론도 있었다. 이번의 평가결과 발표 및 결과 활용 방침은 전국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그동안의 비판이나 거부 행동이 얼마나 비생산적이고 비교육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평가결과를 '뒤쳐진 학생에 대한 우선 지원’에 활용한다는 교과부의 방침은 양극화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으로 파악된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도 지엽적인 문제점을 핑계 삼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 학생이나 학습능력이 뒤떨어지는 학생들의 실제적인 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만 하는 것은 국민을 짜증나게 할 뿐만 아니라 교원사회로부터도 외면 받게 될 것이다.

학력평가, 교육을 하향평준화에서 상향평준화로 전환하기 위한 것

그리고 학생들의 성적을 보통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의 3등급으로 구분하여, 16개 시․도교육청 혹은 180개 지역교육청별로 공개하는 조치는 미흡하기는 하지만 지역사회와 교육행정기관의 책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종래에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었지만, 이제는 교육청이 먼저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고, 지역사회도 학교교육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이 정립되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학교와 교사들도 학생들을 위해 다투어 노력하는 체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교과부는 2011년부터는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2012년부터는 학업성취 향상도 결과를 공시하고, 학업성취 향상도가 높은 학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이제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사도 노력해야 하고, 교육행정기관과 지역사회도 학생의 학력 향상과 학교의 교육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강화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뒤쳐지는 학생과 학교 그리고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 대한 배려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하향평준화로부터 상향평준화를 학교교육의 방향이 전환되면서 공교육 정상화의 길도 밝아 올 것이다. 여기서 교육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저자소개: 이명희 교수는 일본 츠쿠바대학(筑波大學)에서 교육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와 공주사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율과 책무의 학교개혁: 평준화의 논의를 넘어서’, '교과교육평가의 이론과 실제’ 외 다수가 있다.

이명희 /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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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소속 간부의 전교조 조합원 성폭력 시도를 은폐하려했으며, 조합원을 보호해야 할 전교조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무마 압력을 넣으며 타 조직을 옹호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교조의 이러한 반응은 2003년 충청남도 예산군에서 발생한 차 심부름 사건과는 너무나 다르다. 당시 전교조는 이 사건에 대해 해당 교장에게 남녀차별이라며 서면사과를 요구했다. 성폭력 사건은 차 심부름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일까? 참교육으로 위장된 전교조의 그 내면에는 도덕이나 교육 윤리는 찾을 수 없었으며 오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전교조 여성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했으며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민주노총 다른 간부들이 나서서 피해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함으로써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 피해자 측의 설명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민주노총 간부의 부탁으로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되자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 여성에게 범인 도피의 책임을 혼자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해줄 것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중 한 명은 그 여성의 집에 침입해 그녀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후 민주노총 간부들은 '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피해 여성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조합원보다 타 조직 보호가 우선

결국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민주노총은 "피해자와 (민주노총)조합원, 국민들께 반인권적·반사회적 성폭력 범죄 발생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무마 압력을 행사한 곳이 피해자가 소속된 전교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자신의 조합원을 보호하고 피해의 진상을 앞장서서 밝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폭력을 옹호하며 문제 삼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전교조는 2월 10일 돌연 자체 진상 조사도 중단했다고 한다. 전교조의 이런 태도는 조합원의 보호가 아니라 조직의 보호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의 무마 압력을 행사한 곳이 피해자가 소속된 전교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자신의 조합원을 보호하고 피해의 진상을 앞장서서 밝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폭력을 옹호하며 문제 삼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전교조 내부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 확인됐고 조합원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지도부에 대해 공분(公憤)이 쌓이고 있으며, 연루된 간부가 누구인지 밝히고 이 기회에 제명 등 강력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이번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민주노총은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히거나 가해자를 고발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압박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성추행과 강간미수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싸우는 조직의 상처”를 막아야한다는 명분으로 피해자를 압박한 것이다. 이런 조직의 논리에는 개인의 인권은 정치적 투쟁이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되어도 무방하다는 사고가 숨어 있다.

한 여성학자(전희경)는 "운동권에는 내부의 성폭력을 묵인·은폐·재생산하는 독특한 논리와 체계가 작동해 왔다"고 주장한다. 곧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고 묵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운동사회에서 추방하는 고유의 메커니즘이 존재해 왔다. 그녀는 운동권내에서 이런 메커니즘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① 대의를 위해 참으라는 '대의론' ② 위기에 처한 조직(운동권)을 보위(保衛)하기 위해 덮어야 한다는 '조직보위론' ③ 반대 세력이나 프락치의 음해라고 보는 '음모론'을 제시하였다(조선일보, 2009년 2월 14일).

조직의 유지에만 관심 있는 전교조

성폭력 자체가 어떤 조직의 특성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설사 조직에 속한 개인이 그 조직의 관행에 따라 성폭력을 심각한 인권 침해로 생각하지 않을 수는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그 조직의 특성과 연계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다. 따라서 성폭력은 개인의 야만성에서 나온 것이지 조직의 특성과 무관한 것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왜 빈번하게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떤 조직 내부에서 그런 야만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며, 이 처리 방식은 그 조직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전교조는] 자신들이 범한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없고 오직 조직의 유지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이다.

노동 운동에 주력해야 할 민주노총이 정치 투쟁에만 집중하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탈퇴한 민주노총의 한 간부의 말에 운동 단체들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는 “매년 6·15, 8·15 같은 행사에서 조합원들은 누구의 지시인지도 모른 채 친북, 반미, 반정부 구호를 외칩니다. 그래서 지도자들에게 '대북 사업만 하느냐’고 비난하면 화를 냅니다. 그런 현실이 못마땅했습니다. 그 속에서 노동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아니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라고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교조는 그 이름과 달리 정치 단체로 출발하였다. '참교육’을 명분으로 내걸긴 했지만 그들의 목적은 그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국가 권력을 타도하는 것이었다. 전교조의 이러한 태도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민감한 시국 문제에 대해 항상 자신들의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변하여 정부는 그들의 입장에 더 이상 동조하지 않았고 이제 시민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대응방식은 여전히 정치적이다. 자신들이 범한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없고 오직 조직의 유지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이다.

도덕불감증에 빠진 전교조

대의명분만 내세우는 조직에 대해 정상적인 윤리적 판단과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조직은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자신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나 반성은 마비되고, 윤리나 도덕은 내부가 아니라 오직 외부만을 향할 뿐이다.

전교조의 이번 행동은 몇 년 전에 그들이 취했던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2003년도 충청남도 예산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학교의 교장이 당시 임시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여교사에게 차 심부름을 시킨 것을 남녀차별이라며 서면 사과를 요구했고, 그 교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교조가 그렇게 반응한 이유는] 그럴 듯한 참교육으로 위장된 (전교조의) 그 내면에는 도덕이나 교육 윤리는 찾을 수 없었으며 오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협박만이 난무했을 뿐이다.

이번의 성폭력 사건은 차 심부름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한 사건이지만 전교조의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지난해 5주기 추모식에서 유족 대표로 나선 그 교장의 동생이 “그럴 듯한 참교육으로 위장된 (전교조의) 그 내면에는 도덕이나 교육 윤리는 찾을 수 없었으며 오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협박만이 난무했을 뿐”이라고 한 말 속에 담겨 있다.

조직원들의 충성심도 떠나고 시민들의 지지도 사라졌다. 그렇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교조가 자기 검증 기능도 갖지 못하고 외부에서 오는 경고도 무시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참교육’을 내걸고 교육 현장의 변화를 추구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전교조를 통해 우리 교육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지만 이제 이런 기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교조는 그동안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체성 드러난 전교조의 선택은

성실한 교사로서의 직분을 제쳐두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학생들의 장래에 해로운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고, 자신들만 옳다는 독단으로 교직 사회와 교육 현장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가해진 비판을 자기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경고를 무시하였다. 정치적 이유를 앞세워,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조직 안의 부당한 행위를 무조건 덮으려한 전교조 집행부의 이번 행위도 순간적인 판단 착오에서 생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뿌리 깊은 조직의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조직이 자기반성과 변혁을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좋은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교조는 이제 단체 밖의 시민들로부터 승인이나 인정을 얻으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포기했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 밖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전교조가 궁극적으로 우리 교육에 기여하지 못하고 단지 조직의 유지에만 집중한다면, 사회적으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여 '조직 유지’라는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운동 단체들은 내부 결속을 위해 대외적으로 더 강경한 투쟁 노선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조직이 빠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 유혹이다. 만일 전교조도 이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변혁을 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재해석하여 대외적인 강경 투쟁에 몰입한다면 결국 자멸하게 될 것이다. 전교조가 어느 길을 선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저자소개: 신중섭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논쟁과 철학’, '전교조의 이념과 운동 비판’ 외 다수가 있다.

신중섭 /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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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국회는 정쟁을 일삼고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정쟁으로 날을 지새울수록 국민의 절망은 깊어만 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국회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은 국회에서 다수라는 숫자의 힘으로 날치기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야 하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소수당도 문책해야 한다. 토론하고 논의하고 심의하는 의원들에게 정책개발비를 지불하고, 날치기하고 투쟁만 일삼는 정당과 의원은 후원금도 없애고 정책개발비를 회수하고 궁극적으로 선거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미국은 지난 1월 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6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창업 70년 만에 적자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 경제는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수출이 급감하여 지난 1월 무역수지 적자가 30억 달러에 육박했다.

국회의원에게 개인적으로 경제위기란 없다

세계가 금융경제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면, 우리는 국난(國難) 수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서민들은 생활고에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고, 기업은 자금압박과 판매 감소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친구는 연말 동창회에서 하루 세끼 밥 먹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토로했다. 저소득 빈곤층만이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도 무너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도리어 2월의 정국은 격랑 속으로 한발자국씩 빠져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국회는 지난 연말 입법전쟁을 마무리하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의 '협의 또는 합의’ 처리로 타협한 미디어산업발전법안 등 쟁점법안들은 민주당의 불참으로 심의도 되고 있지 않고, '1.19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와 용산사고의 책임추궁, 진상규명 공방이 주가 되어 제2라운드 소란내지는 입법전쟁으로의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은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도리어 2월의 정국은 격랑 속으로 한발자국씩 빠져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 국회가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세며 소란할수록 국민의 절망은 깊어만 간다.

국회가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세며 소란할수록 국민의 절망은 깊어만 간다. 오죽했으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번 2월의 임시국회에서도 연말에 벌어졌던 폭력이 재연된다면 국민들이 국회해산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겠는가.

미안한 말이지만 국민이 겪고 있는 국난(國難)급의 경제위기를 정치권은 직접 피부로 느끼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정당은 분기별로 수십억 원 이상씩의 정당국고보조금을 받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적어도 자신의 월급 940만원에 보좌관 월급, 사무실 운영비, 자동차 유지비와 유류비 등 꼬박꼬박 나오는 세비로 경제위기가 실감날 리가 없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헌법이 보장하는 직장에 있으니 의원 개인적으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 투구해야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

정치권의 합리적 선택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앞으로 3년이나 남아 있으니 한 동안은 국민들에게 허리 굽힐 일도 없고, 아쉬울 일도 없다. 정당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계산한다면 한나라당 지도부도 민주당 지도부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통과와 규제개혁 입법을 위해 전념할 이유도 찾기 힘들다.

웰빙 정당으로 비난 받는 한나라당의 박희태 대표는 4월에 있을 보선을 준비하고 있으니 날치기는 껄끄러울 것이요, 홍준표 원내대표는 'MB입법' 실패이후 당내입지가 크게 흔들린 상태에서 자신의 정치인 이미지 먹칠할 '돌격 앞으로’를 줄곧 외칠 이유란 크지 않다.

민주당의 정세균 당대표는 지난 연말의 입법전쟁에서 강경 투쟁으로 얻은 지지율 상승의 단맛을 잊기 힘들 것이다. 특히 당내 최대 주주의 하나인 정동영 전대표의 복귀로 생길 당내 세력 다툼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386들이 좋아하는 강공 드라이브에 의한 선명야당 부각이 최선의 전략적 선택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전대통령의 훈수도 있었겠다, 2월 국회를 강공으로 몰아가면 4월 보선에서 수도권과 호남권 지지는 따 놓은 당상(堂上)이라는 전략적 계산일 것이다. 상임위에 출석해서 법안심의하고 처리하여 얻을 이익보다 정부 흠집 내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 질문만 하여 얻을 이익이 큰데 민주당이 법안통과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국민이 얻을 이익보다는 정당이 얻을 이익만이 눈앞에 보이는 근시안적인 계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3년이나 남아 있으니 한 동안은 국민들에게 허리 굽힐 일도 없고, 아쉬울 일도 없다. 정당 선거전략 차원에서 계산한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통과와 규제개혁 입법을 위해 전념할 이유도 찾기 힘들다.

나아가 한나라당 내의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계도 입법전쟁에 나서야 할 필요가 그다지 많지 않음은 마찬가지다. 박근혜계로서는 대통령 후보로 경선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개혁입법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며,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를 잘 극복한다고 해도 차기 대선에 얻을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즉 현 이명박 정부가 성공적으로 나라를 이끌면 이명박 대통령의 당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고, 차기 대통령 후보 선출에 이명박계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계산을 할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죽을 쑤거나 실패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 하고, 정권 내내 자신들은 실패할 정책에는 협력하지 않았음을 유권자들에게 부각시키면 된다. 차기 대선 전략으로만 본다면 박근혜계는 방관자로서 방해꾼의 모습을 보이지만 않으면 전략적으로 무난할 것이다. 그러니 모든 사안에 양비론에 대안도 없이 살짝 비틀면 된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이러한 한나라당 내부 분열을 적절히 이용하여 법안 통과의 완급을 조절하면 된다.

사실 민주당은 경제위기의 책임 논의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리고 앞으로 3년 뒤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즈음에는 경제위기도 회복의 국면으로 들어갈 터이니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지 않았다고 국회의원 배지 못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있을 것이다. 도리어 현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에 허우적거릴수록 반대로 자신들의 지지도는 오를 것이요, 정부와 여당이 계속 죽을 쑤면 쑬수록 경제운영에서의 실정을 빌미로 앞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이명박 정부정책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 선거전략 상의 합리적 선택은 아니다.

국익인가, 사익인가

이렇게 우리의 여의도 국회정치는 구조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사익(私益)이 아니라 국익(國益)을 먼저 추구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회 지도급의 인사들이 그리고 수많은 신문의 사설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민주주의의 절차를 준수하라고 하고,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라고 아무리 충고하고 야단을 쳐도 들을 귀가 있을 리 만무하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몸싸움해서 정부 법안 통과시켜 주어봐야 자신들에게 돌아올 직접적인 이익은 적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자신들이 원해서 제안한 법도 아닌데 법안심사 팽개치고 장외로 나가 퍼포먼스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당의 지지율도 올리고 국민 눈에도 잘 띌 것이니 남는 장사를 택할 것은 당연하다. 국익보다는 선거에서의 승리나 집권을 위한 지지율 상승 전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또한 망치국회와 막장국회에 제대로 된 제재도 없다. 작년 말의 깽판국회처럼 제재는 없고 선명야당 모습 부각시켜 지지율 상승이라는 이득만 가득한데 야당들이 또 다시 입법전쟁에 승부수를 두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 따라서 국회 회의장을 감옥처럼 2중 자물쇠를 채운다고 야당의 농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연말 망치국회를 연출한 문제 의원들의 징계를 강화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약속은 국회 윤리특위에서 안건 심의상정도 하지 못하는 무능으로 공언이 되었고, 지난 정기국회에서 딱히 한 일이 없고 국민들에게 미안해서 내놓은 방안으로 '세비 10% 반납’ 민주당의 약속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일부 의원들의 사회복지기금 모금으로 바뀌었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징계하는 코미디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안다. 또 국민은 복지기금 마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업인 법안심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음을 잊은 것 같다. 국회의원수를 30% 줄이자는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의 제안은 국회의원 구조조정 필요성의 차원에서는 옳은 제안이지만, 자신이 이끄는 정당에서조차 공론화에 필요한 지지를 끌어 낼 수 있을지 의심이 된다.

국회 정상화, 퇴출이 정답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책무인 법안을 심의하게 하고, 처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했던 규제관련 법률 159개 가운데 처리하지 않은 60%를 처리하게 할 것이며, 6월로 닥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법안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장기적으로 독과점 정치시장에 시장에서의 경쟁을 도입하고,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국회의원은 구조조정 할 수 있게 의원 임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정치시장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은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게 하고, 국민은 정당의 정책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민들은 각 당의 정책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것인 현명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국민들은 국회에서 다수당이 법안의 내용이 아니라 다수라는 숫자의 힘으로 날치기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야 하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소수당도 문책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은 국회에서 다수당이 법안의 내용이 아니라 다수라는 숫자의 힘으로 날치기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야 하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소수당도 문책해야 한다. 토론하고, 논의하고, 심의하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정책개발비를 지불하고, 날치기하고 투쟁만 일삼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후원금도 없애고 정책개발비를 회수하고, 궁극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그 퇴출이 선거에서의 심판도 좋고, 국회의원 소환이라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위원회 출석률이 저조 하던가, 본회의 결석이 잦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국회사무처의 조사로 국회의장이 경고하고 자동으로 자격정지에 이르는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의원의 책무에 충실하지 않는 의원들의 구조조정 규정이 엄밀하게 제정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임기도 단축하여 국민의 심판을 수시로 받게 해야 한다. 임기를 2년으로 하여 게으르고 무능한 국회의원이 4년간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국회 정상화 방안도 궁극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입법하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일부 규정은 헌법까지 개정해야 실현 가능하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국회의원은 극히 소수이거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러한 국회의 개혁을 약속하는 큰 정치인을 지원하고 키우는 과제를 국민들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은 정당의 단기 이익 계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니, 제도 개선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나마 단기적 해결책이라면 다가올 4월의 재․보궐 선거에 대비하는 정당의 전략과 국회의원들의 선의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국회 정상화는 단기적 해결책을 찾기 힘든 답이 없는 한국정치 구조이기 때문이다. 4월의 재․보궐선거와 내년의 지방선거에 움직이지 않는 공룡 웰빙 정당 한나라당이 결국은 국민의 냉담이라는 빙하시대를 맞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늘 반대만 하는’ 민주당을 '국민은 피곤’하여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구(警句)로 국회의 정상적인 가동을 주문하는 수밖에 없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국회 정상화는 국민과 책임 있는 정치인이 협력하여 정치시장에의 경쟁도입과 의원 구조조정을 통한 퇴출제도 도입이 해결책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이는 한국정치 구조개혁의 차원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공론화 되고, 의식 있는 국민들이 꾸준히 성취해 나아가야할 사안이다.■

저자소개: 김인영 교수는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동북아의 신뢰와 민주정치 신뢰와 평화’, '한국의 경제성장 : 국가주도론과 기업주도론’ 외 다수가 있다.

김인영 /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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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용산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보상 문제와 불법 폭력시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보상 문제는 최소한 개발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므로 불법 폭력시위자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커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참사를 방지할 수 있으며 불법 폭력시위를 근절시킬 수 있다.

2009년 올해는 시작부터 우울하다. 설 명절을 불과 며칠 앞둔 1월 20일 서울 용산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농성자 5명과 진압 경찰 1명이 화재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용산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를 두고 정부·여당과 우파 진영은 '법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자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과 좌파 진영은 서민의 주거권과 생명권 등 기본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용산 참사를 정치 투쟁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려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 자체는 둘 다 일리가 있다. 그것은 양측의 주장이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참사의 원인은 보상 문제 때문

법질서 확립과 서민의 기본권 확보가 상호 보완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게임이론과 법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게임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번 참사를 불러온 '용산 4구역 재개발 게임’의 상금(prize)은 '개발 이익’이다. 이 개발 이익을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게임의 두 당사자는 해당 구역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조합원들과 여기에 세를 든 주거·상가 세입자들이다.

개발 이익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분배는 대개의 경우 주관적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규범적(normative)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유주 조합원의 재산권에 높은 가치를 두는 우파 학자들은 개발을 촉진시키려면 소유주가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에 비해 형평성을 강조하는 좌파 학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못 가진 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세입자들에게 보다 많은 몫이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게임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번 참사를 불러온 '용산 4구역 재개발 게임’의 상금은 '개발 이익’이다.

하지만 좌·우 어떤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경우라 하더라도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최소한의 공정성 기준이 있다. 그것은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세입자들이 개발 이익을 나눠 갖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개발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파레토 개선(Pareto improvement) 기준’이라고 한다. 용산 개발에서 파레토 개선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세입자들이 개발 전에 누리던 권리를 금전적으로 보상받아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적 의미로서의 서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용산 4구역 재개발에서 과연 파레토 개선이 이뤄졌는가?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다. 소유주 조합원들은 1인당 평균 5억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상가의 세입자들은 그렇지 않다.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에도 훨씬 못 미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에서 정하는 보상금을 받고 상가를 비워줘야 했다.

보상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한 일간지 기사에 따르면, 용산 4구역에서 2004년 6월부터 식당을 경영해 온 어느 세입자는 권리금 4,5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으로 3,000만원을 들였다. 하지만 그가 조합으로부터 제시받은 보상 금액은 2,760만원이라고 한다.

이 보상 금액은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에 따라 책정된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재개발 시 주택 세입자에게는 임대주택 입주권, 주거이전비 4개월분과 이사비용을 지급한다. 하지만 상가 세입자에게는 휴업보상비 3개월분이 전부다. 다른 비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와는 대조적인 사례가 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11월 청계천변 노점상 1,500여 명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청계천 복원 공사를 위한 서울시의 철거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안에 풍물시장을 만들어 이들을 이주시켰다. 그로 인해 청계천 복원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으며, '법 집행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최소한의 기준은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세입자들이 개발 이익을 나눠 갖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개발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房文)이긴 하지만, 용산 참사 이후 정부와 여당은 재개발조합의 투명성을 높이고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감사제를 도입하고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는 '도시분쟁조정위(가칭)’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2월중 관련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특히 도시분쟁조정위에 행정심판에 준하는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감정평가사들이 상가 세입자들의 투자비를 규정대로 평가하는지 파악하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듯 법 개정과 합리적 보상을 통해 파레토 개선 기준을 충족시킨다면 그나마 최소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게임의 룰’은 마련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장치도 없이 법 집행에 들어가면 용산 참사에서 보듯 사회적으로 엄청난 법 집행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거나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과격해지기 때문이다.

범법자도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제대로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게임 당사자들은 더 많은 이득을 차지하기 위해 여전히 다툴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불법 폭력시위가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범죄(rational crime)이론’에 기초한 법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합리적 범죄이론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 게리 베커(Becker) 교수가 1968년에 발표한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이라는 논문에 기원을 둔 이론으로 실증적으로도 그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베커 교수는 범법자 역시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사람과 범법자의 차이가 있다면, 범법자는 범죄로부터 얻는 기대 이득(expected benefit)이 보통사람에 비해 큰 반면에 치러야 할 기대 비용(expected cost)은 보통사람보다 낮다는 것이다.

범법자 역시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 불법 폭력시위자들을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에 처해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커지도록 형량을 높여야 한다.

합리적 범죄이론을 용산 참사에 적용해 앞으로는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 논리로 보면, 불법 폭력시위자들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커지도록 형량을 높여야 한다.  엄정한 법 집행이나 일벌백계(一罰百戒)와 같은 주장들이 바로 이런 논리에 기초한 것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형벌이라 해도 위법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처벌의 체감 정도 즉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합리적 범죄이론이 의미하는 바는 극한상황에 내몰린 세입자들이 무기징역형에서 느끼는 처벌의 체감 정도가 부자들이 1년형에서 느끼는 정도보다 오히려 더 낮을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고 시위로 얻는 것은 많다는 것을 학습해 왔다. 합리적 범죄이론으로 해석하자면, 폭력시위의 기대이익은 높았고 기대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 세입자 철거민들이 폭력시위에 들어간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이었을 수 있다.

또 하나 그들을 폭력시위로 내몬 것은 세입자 보상에 대한 법 규정에 허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억울함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시분쟁조정위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자신들의 몫을 찾기 위해 과격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세입자들이 전철연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도시분쟁조정위와 같은 법적 구제장치로부터 받는 서비스가 전철연 서비스보다 더 나은 '대체재(substitutes)’라는 것을 확신시켜줘야 한다.

불법폭력시위, 엄격한 책임 물어야 근절시킬 수 있어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갖춰진 다음에도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불법 시위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과 보상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폭력시위를 근절시킬 수 있다. 공권력의 존재 이유는 법질서를 확립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정부가 국민정서나 정치적인 이유로 법질서 확립에 미온적이라면 그런 정부는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용산 참사의 여파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용산 참사에서 순직한 경찰관과 숨진 세입자들은 우리 사회의 허술한 법·제도와 어설픈 법 집행의 희생양이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법·제도를 바로잡고 법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해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작금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고, 나아가 용산 참사에서 숨진 사람들의 넋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김인규 교수는 버지니아주립공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림대학교 도서관장 겸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Delegation in Contests’, 'Strategic Decisions on Lawyers' Compensation in Civil Disputes’ 외 다수가 있다.

김인규 /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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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건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제성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대운하의 전초전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그러나 경인운하를 통해 부산의 화물을 서울까지 수송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연간 약 6,000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방수로와 겸용함으로써,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수질향상 등 친환경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경인운하는 1995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이처럼 경인운하 건설은 환경적인 수질개선효과와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충분히 있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물류혁명」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내륙주운사업은 MB정부의 핵심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주도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한강과 인천의 서해안을 잇는 경인운하사업이 착공되면서 주운수로 건설이 서울시, 인천시, 김포시의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우리나라의 지형적 조건이나 환경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전히 운하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 런던 도클랜드, 독일 하펜시티 등 선진국 도시들은 강과 운하 등 수변(水邊)지역 개발을 관광객과 기업 유치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어 서해와 한강을 잇는 주운사업은 3개 도시에게 충분한 개발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운하건설에 대한 충분한 국내기술력을 갖고 있고, 또한 주운수로 사업에 따른 환경적인 수질개선효과와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충분히 있어 경인운하 건설은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의 개요

경인운하는 2011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으로 3년간 약 2조 5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가재정사업이다. 경인운하는 총연장 18km, 운하의 폭 80m, 수심 6.3m이며, 서해 쪽에 인천터미널, 한강 쪽에 김포터미널이 각각 들어선다.


경인운하사업은 1992년 굴포천 유역의 상습적인 수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굴포천 방수로사업에서 시작됐다. 1995년 민간투자사업으로 확대 되어 추진되어 오다 환경단체 등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2003년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었다. 이후 5년여 동안 표류했던 경인운하 건설사업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재확인됨에 따라 2009년 3월 공사를 재개하게 되었다. 경인운하에는 4천 톤급 선박이 투입돼 화물을 운송함으로서 경부고속도로 등 내륙의 교통난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되며, 2012년 이후에는 중국과 용산을 오가는 국제여객선도 운항될 예정이다.

정부사업 중 개발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발이 항상 따르게 마련이다. 경제적 이익이 높더라도 환경론자들은 당연히 반대 입장을 취할 확률이 높으며, 그것이 어쩌면 지속적인 발전에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곤란하다. 역사상 많은 업적들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만사를 부정적으로만 예측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인운하 경제성 없나?

경인운하사업과 관련하여 환경단체에서 반대하는 쟁점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첫째, 투자금액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2조원이상이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물동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륙산업 촉진이나 내륙관광 효과도 의문이다. 둘째, 환경을 파괴하며, 수질을 오염시킨다. 셋째, 한반도 대운하의 전초전이 될 것이다.

먼저 경제성 문제를 따져보자. 경제성을 분석할 때 주로 비용편익분석(B/C)을 한다. 비용편익분석의 한계점도 있지만 경제성을 예측하는 기법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1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네덜란드의 운하전문회사 DHV와 한국개발연구원 (KDI)등 국내외 전문기관에서 지난 4년여 동안 연구한 최종판단에 따르면, DHV사는 비용수익비율(B/C)이 1.76, KDI는 1.07로 경인운하는 교통난 완화와 수송비 절감, 그리고 인천항 기능 분담 등에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인운하를 통해 부산의 화물을 서울 인근인 김포까지 수송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컨테이너 당 6만원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볼 때 연간 약 6,000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내륙 교통난이 완화될 뿐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 등에서도 선박을 이용해 수도권 안으로 화물 운반이 가능하다.

정부는 경인운하의 물동량(2030년 기준)이 컨테이너 97만TEU, 철강 75만 톤, 자동차 7만6000대, 여객 10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인운하를 통해 부산의 화물을 서울 인근인 김포까지 수송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1TEU(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당 6만원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볼 때 연간 약 6,000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내륙 교통난이 완화될 뿐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 등에서도 선박을 이용해 수도권 안으로 화물 운반이 가능하다.

또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용산터미널이 완공되면 서울 중심인 용산에서 중국을 오가는 5000 톤급 국제 여객선을 운항할 수 있어 중국 등 해외관광객 유치가 늘어나게 된다. 운하는 연료효율 또한 높아서 철도의 2배 이상, 도로운송의 8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인운하건설은 친환경사업이다

그리고 환경파괴, 수질오염 주장 또한 타당성이 떨어진다. 기존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쟁점사항인 수로 내 수질대책, 서해담수충격(해양생태계 영향)과 철새도래지 관련 문제가 대부분 해소되었으며, 수로 내 서해 바닷물이 흐를 경우, 굴포천 등 수질은 3급수 이상으로 지금보다 좋아질 뿐만 아니라, 지하수위가 낮은 계양에서 서해 6km구간엔 점토라이닝 설치방식이 적용되는 만큼, 주변 농경지에 대한 짠물 유입 피해도 방지할 수 있어 특별한 환경피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네덜란드의 DHV사의 용역결과 경인운하 건설로 인한 특별한 환경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운하는 방수로와 겸용함으로써,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수질향상 등 친환경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방수로만 건설시에는 홍수시 연간 15일만 활용하고 평상시에는 건천화ㆍ수질오염 등이 예상되고, 쓰레기 매립지 및 수송로에 폐기물 차량 출입시 폐기물의 불법투기 등도 우려되지만 운하건설을 통해 나머지 350일 동안 활용이 가능하며, 유지관리측면에서 운하를 통한 항만 하역료 등 일정한 수익이 발생함으로 국고지원 없이 안정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CO2 배출량도 운하에 비해 철도가 1.4배, 도로가 4.9배 높으므로 다른 수송수단에 비해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대운하의 전초전 주장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인운하는 지난 '95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95년 3월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지정되어 ’96년 10월 시설사업 기본계획 고시된 이래로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사업이다. 현재 치수목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굴포천 방수로 14km에 4km만 연결하면 물류와 친수기능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한반도 대운하 구상 이전부터 검토해 왔다.

경인운하는 방수로와 겸용함으로써,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수질향상 등 친환경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아직 형성하지 못한 한반도 대운하사업과는 달리 지역주민, 서울과 경기, 인천 지자체, 국회의원 등이 한 목소리로 사업의 조속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안되기 때문에 경인운하도 안되며, 4대강 생명살리기 사업도 안된다는 식의 주장은 억측이다.

이상에서 쟁점사항들을 살펴보았듯이 반대 측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오해에 근거한 대한 무조건적 반대는 옳지 않다. 운하사업은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다. 예술로 비유하면 종합예술이다. 오늘날의 운하건설은 IT산업과 접목되는 친환경사업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다목적 운하개발계획을 국토개발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토목, 건설은 물론 디지털, IT가 어우러진 21세기 디지털 운하를 추구하고 있다. 21세기 운하건설은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 SW를 통해 복잡한 시설에 대한 초정밀 설계로 이루어지며, 운하 건설 후에도 친환경, 저비용의 새로운 u-로지스틱스의 채널과 E-내비게이션 기반의 첨단 IT선박이 태동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며 운하를 따라 발전하게 될 관광, 휴양, 레저 분야에서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이 조성될 것이다.■

저자소개: 박영근 교수는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사단법인 미래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과 유통이다.

박영근 /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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