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미국 경제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티은행과 AIG 등 금융기관이 부실화 되면서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신용정책, 재정지출 확대, 은행국유화 등 정부 개입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개입으로 발생한 문제를 또 다시 정부개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자원배분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의 경제 불황으로 번지면서 각국 정부는 통화신용정책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하여 구제계획을 세우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의회는 금융기관 구제용 7,000억 달러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8,000여 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으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금년도에 1조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7,5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지원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영국, 일본 등을 비롯한 각국도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자금을 대거 공급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확대 재정을 편성하고 있다. 한편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연준) 의장이 은행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티은행이 국유화됨으로써 은행 국유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불황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정부개입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각국 정부로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저래 전 세계가 정부 개입을 피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2월 8일(일요일) 워싱턴포스트지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불완전한 패키지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썼다.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2008년 11월 14일 뉴욕타임즈 칼럼 제목인 “불황의 경제학이 돌아왔다(Depression Economics Returns)”에서 “불황의 경제학이 엄습하면 경제정책의 일반적 규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평상시에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것은 미덕이나 불황 시에는 악덕이다. 신중함은 위험하고 절제는 어림석음”이라며 과감한 재정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의 이런 구제금융 정책과 경기부양책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현 경제위기가 미국의 초저금리(超低金利) 정책에서 연유했다는 데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연준은 2001년 1월에 6%대에 머물던 연방기금 금리를 2003년 6월까지 1%대로 낮추었고, 1%대의 금리는 2004년 6월까지 유지됐으며 이에 따라 2002년과 2006년 사이 가계의 차입은 연간 11%씩 증가했다. 그리고 연방기금 금리 타깃은 2004년 6월부터 2007년 8월에 걸쳐 1%에서 5.25%로 올랐다.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바로 이러한 금리 상승에 따라 시차(時差)를 두고 발생한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에 다른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경제위기와 같이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적절히 규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초저금리 정책을 썼다면 사건은 다른 데서 터졌을 것이다. 결국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경제위기를 낳았고, 이를 다시 초저금리 정책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기이한 현상이 작금의 상황이다.

구제금융,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자원배분 관점에서 보면 불황은 왜곡된 자원배분이 교정되어 재배분되는 과정이다. 불황의 골이 깊다는 사실은 자원배분의 왜곡 정도가 그만큼 심하고, 따라서 그 교정 과정도 길고 그에 따른 고통도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의 치유 과정과 속도를 의심하는 각국 정부가 노심초사하여 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개입은 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좋은 예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Savings and Loan)의 경우이다. 1980년대 S&L이 부실화됐을 때 미국 정부가 건전성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방치하자 부실한 S&L이 높은 이자를 대가로 자금을 몰아감에 따라 건전한 S&L까지 덩달아 높은 이자를 제공하여 부실에 빠졌다. 이후 부실한 S&L이 정리되자 가까스로 해결되었지만 시장의 교정 작업을 정부가 가로막아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은 셈이었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을 비롯한 각종 시장은 정상적으로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구제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실 기관과 그들이 해 온 행동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장 수요에 부응해 온 튼튼한 기관과 그런 행동들은 더욱 확대되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촉진한다.

은행국유화, 민영화를 전제로 해야

정부개입으로 빚어진 문제를 다시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하려는 방법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기이한 현상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이들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미국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티은행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함으로써 이미 국유화가 결정되었고, 이 외에도 금년 2월 25일부터 4월말까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 19개에 대해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거쳐 6개월 내에 민간자본 확충으로 재무건전성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국유화가 논의될 전망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AIG 등의 보험회사도 국유화 대상에 포함될 전망된다.

여기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란 국내총생산(GDP), 실업, 주택가격 등으로 비춰본 경제여건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상 시나리오 하에서 각 금융기관들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대출금과 보유증권 등에서 야기될 수 있는 손실을 추정·산출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심한 편이지만 미국 은행의 역사가 민간 전통임에 비춰볼 때 미국 은행들이 항구적으로 국유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국유화 후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장이 정상화되고 금융기관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정부가 국유화한 금융기관을 민간에 다시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한 후 철수하는 스웨덴식 처방이 가장 유력하다.

1990년대 초 금융위기 당시 스웨덴 정부는 노르드(Nord) 은행과 고타(Gota) 은행 등 부실은행들을 인수하여 국유화 조치를 취했으며 모든 부실자산을 처분하고 은행들을 정상화시킨 후 민영화시켰다. 스웨덴은 은행의 수가 적고 은행 규모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국유화 후 민영화 수순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7,500개 이상의 은행이 있어 부실 금융기관의 수에 따라 이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시장에 맡기는 것

지금까지 작금의 미국의 구제계획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거액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던 일부 은행이 임직원 수와 임금 적정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아직도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결국 지금은 “불황은 상처 난 시장의 치유 과정”이라고 지적한 미세스(Ludwig von Mises)의 탁견이 잘 들어맞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조작(이번 경우에는 초저금리)함으로써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경기순환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부실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은 자원배분을 더욱 왜곡함은 물론, 시장이 부실을 청산하고 제 궤도로 돌아오는 과정을 방해하고 회복 속도를 지연시킬 뿐이다. 이번 불황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와 정부지원에 의존하여 생존했던 각종 조직들을 시장 원리에 따라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단기적 고통은 따르겠지만 건강한 미래가 다시 올 것이다.■

저자소개: 김영용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경제학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와 시장’, '시장경제의 이해’, '시카고학파의 경제학: 자유, 시장 그리고 정부' 외 다수가 있다.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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