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간 한국의 성장모델이었던 일본이 이제는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일본항공의 파산, 세이부 백화점의 폐점 등은 일본의 현 주소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20년’은 최근 일본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도쿄 중심의 긴자를 팔면 미국의 뉴욕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은 잘나갔습니다. 엔화가 절상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일본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무역흑자국이었습니다. '팔려나가는 미국’, 'NO라고 말하는 일본’, '달러가 휴지되는 날’ 같은 출판물이 세계 서점가를 휩쓸었다고 합니다. 당시 세계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9년 12월 29일 도쿄 증권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3만 8915엔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품경제의 종착점이었고, 장기불황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닛케이 평균은 3분의 1이 되었고, 뉴욕증권시장을 누르고 한 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시가총액은 반으로 줄었습니다. 또한 주가 붕괴와 함께 부동산 가격의 거품도 무너졌습니다.

(닛케이 평균주가) 1989년 3만 8915엔 -> 2009년 1만 638엔

(시가총액) 1989년 600조엔 -> 2009년 308조엔

사실 일본의 위기가 어제와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 90년대 이미 10년의 기나긴 침체기를 겪었고 저성장, 저물가, 고실업은 일본 경제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초반부터 경기부양을 위해서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고 GDP의 70% 수준이던 국가채무가 2009년 218.6%가 될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국가로 들어오는 세금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지출부분이 과도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GDP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은 2009년 33.8%입니다.

재정의 확대덕분에 90년대 중반 성장률이 조금 오르자 일본정부는 이를 경기회복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긴축정책으로 재빠르게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고, 이미 엄청난 재정의 투입과 제로금리정책의 시행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마땅한 수단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불황이 지속되다보니 호황일 때나 가능한 세계 최고의 노인복지, 의료, 연금 등 사회복지시스템이 작동을 못하게 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감소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습니다.

거품이 꺼지던 89년에서 90년에 태어난 세대는 호황대신 불황에 시달리고, 부양노인은 거의 2배로 많아졌습니다. 태어났을 때 2.3%였던 실업률은 5.2%, 청년실업률은 3.8%에서 8.4%로 뛰었습니다. 국가채무는 266조엔에서 864조엔으로 늘었고, 경제성장률은 5.4%에서 제로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들이 부양해야할 65세 이상의 노인은 1489만명에서 2941만명으로 거의 2배로 늘었고, 사회보장예산은 10조엔에서 25조엔으로 2.5배 늘었습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일본 경제가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GDP의 55%를 차지하는 내수덕분이었습니다. 1억 3천만명의 소비시장은 해외수출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큰 역할을 해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이부 백화점의 몰락은 일본의 내수시장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일본 백화점의 매출감소는 13년째 진행중이고, 90%정도의 백화점이 적자를 보여 수십 개의 백화점이 문을 닫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경제의 호황을 상징하던 일본항공이 1월 19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1월 27일에는 도쿄 긴자의 세이부 백화점이 폐점을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도요타는 1000만대에 달하는 차를 리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혼다자동차도 100만대에 가까운 리콜에 들어갔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009년 연말 “잃어버린 20년에 종지부를 찍을까”라는 사설에서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서 일본은 승자가 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성장의 맹아를 찾지 못하면 잃어버린 20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1월 말 신용평가사 S&P는 일본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었습니다. 재정적자를 타개할 방법이 없고, 하토야마 민주당 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2월 말에 무디스도 일본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제 한국 이야기로 가보겠습니다. 2009년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습니다. 국내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고, 일본 기업들은 수익 악화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2009년 3∙4분기의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 경쟁사 9곳의 이익을 다 합친 것 보다 2배 이상 되었습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를 거머쥐면서 종합5위로 선전했습니다. 일본은 은메달 3개에 그치면서 종합 20위로 몰락했습니다.

2월 말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을 배우자는 열기가 뜨겁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3월 초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에서 약진하는 한국 기업을 배우자’는 제목의 대형 사설을 실었습니다. 일본 제품을 모방하면서 시작한 한국의 기업들이 이제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일본을 능가했다고 탄식했습니다. 3월 말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산하에 한국실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일부 언론은 '한일경제역전론’을 내세우면서 한국이 곧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숙적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에 맞춰서 일본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지나칠 정도로 함께 내보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많이 들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983년 미쓰비시 연구소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턴트로 평가받는 오마에 겐이치는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일어설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을 썼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한국을 과소평가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경제는 점점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이고, 한국은 일본을 여러 방면에서 앞서가는 듯 보이니,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단단히 준비하고 긴장해야 한다.”

3월 22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일본이 지금은 주춤거리고 있지만 강력한 자본력과 외교력을 앞세워 한국을 견제대상으로 부각시킬 경우 한국의 산업과 경제는 심각한 시련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재정적자의 문제를 보면 국채의 90%이상이 국내에 있습니다. 모두 엔화표시 채무여서 해외로 자금이탈의 충격이 없습니다. 140조엔에 이르는 가계자산도 정부로 하여금 국채를 새로 발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해외자산도 상당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자수익도 많습니다. 이런 수익이 경상수지의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리스크가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2009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일본 기업은 한국의 14개보다 5배나 많은 68개입니다. 2007년 세계 연구개발 투자 상위 1250대 기업 중 일본기업은 220개나 됩니다. 한국은 21개입니다. 또한 한국의 전체 R&D 규모는 일본의 2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사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수십 년간 일본을 모델로 쉼 없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일본은 잘 나갈 때 자만하고 경직되었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일본보다 빠릅니다. 한국은 1997년 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가 2009년 말에는 361조원으로 6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과거 일본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도 따라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령화 속도도 따라잡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반면 출산률이 낮아져서 젊은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구매력 저하로 시장이 위축됩니다. 생산과 소비 모두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90년대 초부터 젊은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시작된 것입니다. 어느덧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2015년 정도에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사회, 경제 등 여러 부분에서 한국의 현재 모습은 일본의 예전 모습과 닮은 면이 많습니다.

한국이 지금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에 대한 준비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일본처럼 이렇게 하면 '잃어버린 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본기업도 한국기업에게 지금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2위 그룹이었던 도요타가 2007년 GM을 누르고 1등의 위치에 오른 순간 그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등의 영예에 자만해서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결과가 어떠했는지 모두가 보았습니다. 자만심에 빠져 긴장을 놓는다면 지금 잘 나가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뒤쳐지는 것이 순식간입니다.

“일본은 헝그리 정신을 잊어버렸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망한다. 도요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2001년 도요타 오쿠다 히로시 회장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이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이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 2010년 삼성 이건희 회장

한국은 일본에서 배울 점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관해서 철저히 연구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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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대책의 의미

시민논객 2010. 5. 20. 14:47

최근 몇 달 동안 부동산 침체기로 국내 건설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정부의 주택관련 규제가 시행되면서, 대규모 공공주택의 공급이 예정되어있는 가운데, 민간 주택건설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조만간 출구전략이 본격화 될 경우 미분양주택누적으로 인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택경기 침체를 방지하고 거래 위축에 따른 국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4.23일 대통령 주재 제 56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하였다. 특히 2010년 3월 1만 4,000호 신규 주택공급에 이어 4월부터는 보금자리 주택 등 시가의 60% 수준인 저가 공공주택 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현재 입주물량만 약 12만가구로 50조원의 자금이 묶인 상태이며, 건설업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증가로 연내 4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자금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건설업계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주택거래활성화 방안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신규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자금을 융자하고, 비강남권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였다.
 
미분양해소: 2만 1000가구는 정부가 나서서 매입
 
정부는 현재 총 12만 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주택 감축을 위해 총 4만 가구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주택업체 자금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인 미분양 주택을 우선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준공 전 미분양 2만1000가구를 정부가 환매조건부를 통해 3조원 규모로 매입할 계획이다. 매입대상은 지방 미분양을 우선적으로 하며, 특히 중소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중소업체의 미분양주택을 우선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미분양해소: 미분양펀드와 민간규제완화를 통해 감축

 
다음으로 나머지 2만여 가구는 미분양펀드 활성화와 민간의 자구노력, 세제감면을 통해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미분양 리츠펀드를 통해 준공 후 미분양이 약 5천호 이상 감축될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한 건설사 회사채에 대해 주택금융공사에서 1조원(준공 후 미분양 5천호 수준)정도의 신용보강을 통해 회사채유동화(P-CBO: Primary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s)를 활성화 할 계획이다. 또한 LH공사에서 준공 후 미분양을 1천호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이에 더불어 양도세 및 취・등록세 차등감면을 통해 미분양 1만호 수준을 감축해 나갈 예정이다.
 
건설사 유동성 지원

마지막으로 중소건설사의 단기 유동성 지원을 위해 중소건설사가 시공하는 공공공사의 공사대금을 담보로 대출(브릿지론, 공사대금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브릿지론 보증을 신용보증기금에서 5월부터 1년간 재시행하기로 하였다.
 
주택경기 침체를 완화하고 안정적 주택공급기반 강화를 통해 국민불편 해소와 주택시장 정상화를 기대하는 이번 정부의 정책이 진정으로 시장과 건설업계에 반가운 조치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으로 우리나라 건설경기에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첫째, 지방 우선과 서민정책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다. 2010년 2월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수도권・지방의 미분양 현황을 보면 자체 수로는 지방이 훨씬 많으나, 사실상 지방의 경우 공급이 중단된 경우가 많으며 점차 신규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반대로 수도권지역은 공공택지 분양으로 지난 몇 달간 미분양 물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중소형주택은 비교적 분양실적이 양호하나, 중대형 주택에 대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소득 금액을 제한함으로써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건설한 건설사와 중상류층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둘째, 현재 지방 건설사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영위기는 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이 대부분으로 자체 자구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번 특정 분야의 경영위기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그들이 비록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강력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인센티브를 없게 하는 것이고, 향후 건설할 물량이 없기 때문에 결국 건설사를 떠나야 할 업체들에게 일정기간의 지연효과를 주는 것일 뿐이다.
 
셋째, 금융권의 불합리한 대출관행이 문제다. 호황과 불황일 때의 확연한 금융권의 자기중심적 입장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의 뼈아픈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부동산대책은 해마다 여러 번 등장하는 정책이고, 또한 모든 역대 대통령들도 가장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은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으며, 다른 분야까지 많은 여파를 남길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항상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정책이다. 하지만 매번 거론되는 정부 제안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책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번 건설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장기적인 부동산 대책과 함께 시장친화적인 정책대안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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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에 근거한 고령사회의 인식이 일상화 되면서 '고령화’는 꾸준히 우리사회의 이슈로 부각되어 왔다. 지방선거에서도 빠지지 않는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로 고령화는 다양한 주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일관되게 '고령화이슈=복지문제’로 접근해 왔다.

이 거대한 고령화 사회 진입의 변화 속에서 개인을 위해 정부는 위기를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제시된 대부분의 정책들은 복지란 이름으로 노인층을 수혜자로 내몰았다. 불분명한 규정에 의한 공공근로, 무분별한 혜택 등은 개인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규정한 대표적 결과물이다.

복지 해결책만을 제시하다보니 자연스레 '고령화&초고령사회’는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문제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이 같은 상황만 본다면 고령화가 우리경제 성장의 애물단지란 인식은 당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복지만 강조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처럼 노인층을 "존경"이 아닌 "저출산에 밀리고 경제적 짐의 대상"이란 논리와 시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동안 기업은 고령층을 수혜 대상이 아닌 새로운 고객으로 인식하는 실버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더불어 일자리 측면에서도 가능한 일자리 나눔을 제안하는 임금피크제(salary peak)도입을 통한 고용유연성을 창조해 가면서 고령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다른 가치와 방법 제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업이 추구한 고령화대책 들은 고령화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판단해 버리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는 표면으로 들어나는 초고령 문제의 터전이 지나친 경제논리가 가져온 피해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지금껏 강조된 복지만의 고령화문제의 해결은 노인층을 불편한 수동인 혹은 행동범위를 제한할 가능성만을 높여 왔다. "노인층은 이럴 것이다."란 과도한 규정은 시장이나 경제논리가 생성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 생산적 복지개념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노인층에 적용하면 노동력 인정보다는 이 자체도 하나의 혜택으로만 본다. 아무런 대안 없이 안타까울 정도로 복지만을 강조하다 보니 이제는 이 분야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갖기도 힘들게 되었다.

'고령화 사회’란 거부감이 아닌 경제성장과 바라볼 대상이 있는 성숙된 사회를 의미한다. 실제로 노인인구를 복지의 틀에 가둘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대신 그 동안 제한된 고령화 사회를 고쳐나가는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만이 요구된다.

언제까지 노인이라 하면 맹목적인 보수적 성향과 지금은 사용하지도 않는 '고리타분’이란 마음속 생각을 가지고 노인층을 한없이 새롭지 못하고 답답하게 인식할 것인가. 우리 주위엔 얼마나 많은 능력과 영향력을 가진 고령층이 존재하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급기야 성취한 것이 부족한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의 짐으로 생각하게까지 만들었다. 복지는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의미를 가져야 함에도, 지금처럼 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의 국가지원으로 흘러가기만 한다면 분명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노인층을 규정짓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노인인구를 인정하고 스스로 필요한 사항들을 접하고 활용해나갈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 역시 노인층 스스로가 결정하고 의무를 가져야 한다. 당당한 노인층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큰 자산인지를 인식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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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업은 무너지지 않는다.’

 

80~90년대 재계가 가장 신봉해왔던 말입니다. 정부는 기업규모가 크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최악의 상황을 막았습니다. 자금줄 역할을 하거나, 세무회계 비리를 눈 감아 주기도 했습니다. 수 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그룹의 총수가 구속되거나 기업이 공중 분해되는 사례는 아주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대마불사였습니다.

* 대마불사(大馬不死) : 망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커져버렸다. (Too Big To Fail)

 

'큰 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재계가 신봉하던 대마불사의 신화는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 불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무너져 버립니다.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재벌이 하나 둘 무너졌습니다. 당시 30대 재벌 가운데 10여개의 재벌이 해체되었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경제에 더 악영향을 준다고 본 것입니다. 이것이 대마불생입니다.

*대마불생(大馬不生) :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비대해졌다. (Too Big To Live)

남은 재벌들도 이웃집이 공중분해 되는 것을 보면서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맞았습니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군살을 빼기 위한 강제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사실 경제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기업은 언제든지 무너졌습니다. 재벌들의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재벌들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1964년 당시 10대 재벌은 삼성, 삼호, 삼양, 개풍, 동아, 락희, 대한, 동양, 화신, 한국 글라스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시대에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재벌이 된 개풍, 대한, 화신 등의 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1970년대로 넘어오면서 10개 기업집단 중 삼양, 개풍, 동아, 동양, 화산, 한국글라스가 10위권에서 밀려났고, 현대, 한국화약, 동국, 효성, 신동아, 선경, 한일합섬이 진입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서 건설과 중화학 공업이 급속도록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동국, 대한, 신동아, 한일합섬이 밀려나고 대우, 쌍용, 한진, 대림 등이 새로 진입했습니다. 사업구조를 3차 산업까지 넓힌 기업들이 살아남았습니다.

1987년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30대 기업집단을 지정하여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벌들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컸기 때문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30대 그룹에서 대우, 쌍용, 기아, 한보, 한라, 동아, 고합, 아남, 진로, 신호, 해태, 거평 등이 매각되거나 정리되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는 기업은 삼성과 LG가 유일합니다. 왕자의 난으로 분열되기는 했지만 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와 2003년에 분식회계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른 SK도 포함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동안 숱한 기업이 경제 환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망하고, 이름이 바뀌고, 다른 기업에 매각되었습니다. 경쟁력이 있는 재벌만 살아남은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망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시기별로 기업들의 부침이 심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1995년 상위 50대 기업 중 현재 남아있는 기업은 20여개에 불과합니다.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대마불사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내리는 것일까요? 대우그룹과 현대그룹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998년 12월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를 10개로 감축하는 구조조정 세부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대우그룹이 해외 채권자들의 극심한 상환압력과 자금 흐름의 급격한 유동성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내놓은 방안입니다. 1999년 7월 김우중 회장은 자신의 전 재산을 포함한 10조원의 자산 담보제공으로 위기 극복방안을 내놓게 됩니다. 채권은행단은 99년 8월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을 결정했고, 두 달 뒤 김 회장은 중국 옌타이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후 잠적했습니다. 대우그룹은 해체되고 계열사는 쪼개지고, 합쳐지고, 매각되고, 퇴출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대우사태는 그동안 재계가 믿던 대마불사의 신화를 깨드린 대표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현대그룹은 2000년 왕자의 난을 계기로 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다음 해 대북송금과 비자금 사건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1차 부도를 맞게 됩니다. 당시 현대건설은 빚이 자산보다 9천억 원 이나 많은 자본 잠식 상태의 회사였습니다. 2001년 3월 29일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에 2조9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지만, 현대그룹은 살아남았습니다.

두 그룹이 최악의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은 사실 비슷합니다. 채권단은 자구계획만 믿고 계속 돈을 지원해주었으며, 회계법인은 부실을 눈감아 주었습니다. 경영진은 기존의 정경유착 고리에 의존했으며,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오기까지 근본적인 처방을 기피했습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정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재벌에 연관된 협력업체만 수 천 개가 넘을 것이고, 또한 수 십 만개의 일자리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국민’기업의 이미지까지 더해져서 재벌의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1997년의 기아만큼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잘 이용한 회사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누구는 지원이 끊겨서 죽었고, 누구는 지원을 통해서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정부와 채권단은 재벌의 지원에 관한 일관된 원칙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정권 하에서 한 그룹은 채권의 회수 및 연장 불가 결정을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자금 지원을 통해서 살려주었습니다. 물론 부실규모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이 큰 회사였습니다. 한 곳은 너무 커서 망하고, 한 곳은 너무 커서 살았습니다. 한 곳은 유동성 위기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계속 부각시키고, 한 곳은 유동성 위기가 별로 없다고 진정시켜주었습니다. 그 기준이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정권의 실세들은 알고 있겠지요.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보유 주식을 내다파는 행태를 보여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결국 금호 오너일가는 채권단과 사재출연에 합의하면서 한시적인 경영권을 보장 받았지만, 여전히 재계가 대마불사의 신봉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사건이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는 미국 정부의 외면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미국 자동차업체 GM이 감원과 공장 폐쇄 등을 통해 반쪽짜리 회사의 운명을 받아들인데 이어, 시티그룹도 미국 정부로부터 자본확충판정을 받은 이후 사업부문 분리와 매각 등의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보험사 AIG는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대마불사의 신화도 깨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교훈을 남겼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 부실 경영의 결과를 국민혈세로 막아주던 관행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공적자금이 지원된 금융기관이 엄청난 보너스 파티를 벌였다는 보도는 미국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지도자를 열 받게 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큰 금융기관의 대마불사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서 대규모 금융기관의 대마불사에 대한 개혁을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실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런 기업들이 퇴출되지 않으면 건전한 기업까지 자금난을 겪게 됩니다.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은 금융기관도 부실하게 만듭니다. 기업의 과도한 차입은 금융기관이 돈을 너무 쉽게 빌려준 측면도 있습니다. 결국 대 기업의 부실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만들고, 이러한 연속된 부실함의 사회,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여 정부가 공적자금을 만들어서 투입합니다. 지금껏 이런 것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또한 정권과의 유착에 따라서 재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였습니다.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입니다. 회생가능성이 보인다면 대주주의 책임을 묻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금호의 사례처럼 오너일가가 자구노력을 게을리 하고 자금 지원만 요구한다면 채권단은 경영진을 교체하고 일부 한계 계열사는 법정관리를 추진하는 등의 과감한 선택을 했어야 합니다. 오너의 사재출연과 주식양도를 압박하겠다며 시장에 '퇴출’ 메시지를 던지는 채권단의 어설픈 행동은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동일 뿐이었습니다.

대기업의 '위기’, '퇴출’ 이란 말에 가격이 떨어지는 채권과 주식을 던진 투자자와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는 채권과 주식을 쓸어 담은 투자자가 있다면 누가 잘할 것일까요? 정부는 부실 대기업을 망하게 놔둘까요? 아니면 살릴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죽이기도 했고, 살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것이고,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은 반드시 퇴출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살리려 해도 시장이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30년 후에, 50년 후에 지금의 재벌 중 몇 개나 있을까요? 순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시간과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한 기업이 살아있을 수 있을까요?

지난 50년간 재계 상위에서 꾸준히 자리 잡고 있었던 기업이 삼성과 LG, 현대, SK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았을 때, 다음 50년도 이들이 계속 상위에 있을 수 있을까요?

 

제가 50년 뒤에 꼭 확인해보겠습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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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교대상

중국

963만㎢

면적

959만㎢

3억 817만명

인구

13억4575만명

14조 4410억 달러

GDP(명목)

4조 3270억 달러

14조 4410억 달러

GDP(구매력 기준)

7조 9160억 달러

6637억 달러

군사비 지출(2010회계연도)

700억 달러

대중 수출액 695억 달러

상대국에 대한 수출액(2009)

대미 수출액 2200억 달러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갈등은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지만 환율문제, 계속된 통상마찰, 이란 핵문제 처리의 시각차이, 기후변화협약의 실패, 구글 사태,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과 중국의 반발, 달라이 라마 면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입장

사안

중국 입장

중국의 환율조작으로 인해
미국은 큰 피해를 입고 있음

위안화 평가 절상

환율은 중국의 주권문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달라이 라마 면담

중국의 내부 분열 조장

대만 방어용 무기일 뿐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

중국에 대한 위협

인터넷 검열은 자유 침해

구글 사태

구글은 중국 법 준수해야 함

중국 적극적 참여해야 함

기후변화협약

선진국이 크게 책임져야 함

국제적 제재 동참

이란 핵 문제

안보리 제재 대상 아님

일자리 보호일 뿐

통상마찰

보호무역 회귀

예전에도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은 있었습니다. 미국은 텐안먼 사태, 파룬궁과 소수민족 탄압 등 중국의 비인권적인 행위를 비판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맞대응을 피하고 조용히 힘을 길러왔습니다. 개방을 통해서 중국은 경제력을 키워갔고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중국의 부상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대만에 대한 64억 달러 무기 판매 결정을 연기하고, 중국이 반대하는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서 찬밥 신세였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0년 2월 초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강력하게 시사했습니다. 그 다음날, 중국은 미국 기업의 금수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면담은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하였습니다. 그리고 2월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면담하자 외교부 성명을 통해서 내정간섭 행위를 중단하라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사실 2007년 10월 부시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을 당시에, 중국은 외교부 명의의 유감 성명을 내놓는 정도의 약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중국은 과거처럼 수세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 배수진을 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적대정책과 다름없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즉각적인 보복조치로 미국 기업에 대한 금수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보유중인 미국 국채를 팔아서 미국을 응징해야 한다. - 뤄위안 중국 군사과학원 소장

여기에 중국 군부는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과 관련해서 “단순히 군사적 수단에만 보복이 국한되서는 안되며, 미 국채를 매각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월에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를 결정하자 3억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항의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중국의 격앙된 내부의 분위기를 짐작케 합니다.

미국에게 있어서 지금의 중국은 미국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최소한 예전의 중국은 미국에게 겉으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약 30~40년 전으로 돌아가면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아주 작았고 영향력도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이며, 세계의 공장이고, 아프리카에서 남미까지 세계의 자원을 선점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던 중국 제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힘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유소작위(有所作爲)
*도광양회 - 빛을 감추고 어둠에서 힘을 기름
*유소작위 -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뜻을 이룸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위상은 달라졌습니다. 든든한 돈줄을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나라가 되었고, 위안화 결제를 시작해서 달러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친중국 세력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국부펀드를 앞세워서 중국의 지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게 고개 숙이며 어둠에서 기른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글로벌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통제된 중국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강도가 점점 올라가는 것은 중국의 부상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결국 금융위기를 통해 상처받은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발전하여 현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것입니다. 여기에 양국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려서 분위기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전략도 가세했습니다.

미국이 두 자릿수 실업률로 고전하는 동안 중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일전은 오바마에게 정치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2010.2.3 뉴욕타임스

오바마가 경기 침체, 실업 등의 국내 문제를 중국과의 갈등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사회적 불안과 불만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고, 군부 강경파와 젊은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는 민족주의 분위기를 활용해서 국면 전환을 하려합니다.

사실 중국은 아직 가난한 나라입니다. 평균 소득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 미국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주요 대도시는 부유하지만 서부 지역은 아주 가난합니다. 급속한 경제발전의 그늘에는 내부의 긴장과 분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의 혜택을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많습니다. 저평가된 위안화와 그로 인한 무역흑자에 중국의 성장이 상당부분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이 한해 성장률이 8%아래로 내려간다면 사회가 크게 불안정해 질수 있다고까지 지적합니다.

게다가 중국은 티베트 문제에 매우 민감합니다. 티베트 독립문제의 불씨가 신장위구르와 네이멍구 등으로 옮겨 붙어서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상당한 응집력을 발생시켜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습니다. 환율문제는 그 한가운데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는 환율이다. 미국 제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그들(중국)의 제품 가격은 내려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 2010.2.3 오바마 대통령

미국 상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구글 분쟁에 관한 비난 결의도 채택하려는 방침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환율은 상당히 민감함 문제입니다. 양 국의 경제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금은 어느 한쪽도 쉽사리 뒤로 물러 설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려면 10%대의 고성장을 매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증대가 필요하고 미국 시장은 그 핵심입니다. 미국은 실업률이 심하기 때문에 당장 내수시장에 기대서 성장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중국 시장이 그 핵심입니다. 또한 채권의 원활한 매입과 유통을 위해서도 중국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가장 큰 힘은 바로 돈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1조 달러 이상의 미국 국공채를 갖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매년 평균 8천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미국은 중국이 채권을 사주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아래의 발언들로 볼 때, 양국은 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이렇게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식하면서,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경향이 큽니다.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고 믿고 있다. -2009년 1월 가이트너 재무장관
중국의 환율문제가 미국에 막대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 -2010년 2월 오바마 대통령
중국 경제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어서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 -2010년 2월 오바마 대통령
위안화는 최소한 25% 평가절하 되어있다. -2010년 2월 프레드 버그스탠 PIIE 소장
미 국채의 투자가치를 따져봐야겠다. -2009년 1월 원자바오 총리
초국가적인 슈퍼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 -2009년 3월 저우샤오환 인민은행장
위안화 환율은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수준이다. -2010년 2월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의 환율 절상 요구는 오래된 속임수다. -2010년 2월 장옌성 대외경제연구소장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정치지도자가 아닌 종교지도자로 만나며 중국이 우려하는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당일 미국의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양국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국간의 수천억 달러의 교역 등 경제적인 의존관계에 있는 관계로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갈등은 앞으로 공격의 수위를 낮추며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불편한 동반자의 애증관계는 앞으로 지속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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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초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무역의 중국 의존도가 처음으로 20%를 넘었습니다. 한국의 제1교역국이던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10%에 못 미쳐서 중국과는 2배의 차이가 났습니다. 2003년에는 대일 의존도를, 2004년에는 대미 의존도를 추월했습니다. 2009년 경상수지가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던 것은 중국에 힘입은 면이 큽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 1991년 2.9% -> 2001년 10.8% -> 2009년 20.5%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 1991년 1.4% (10억 달러) -> 2009년 23.8% (867억 달러)

<한국의 대중국 수입비중> 1991년 4.2% (34억 달러) -> 2009년 16.7% (542억 달러)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2009년 8.7%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4분기에 10.7%라는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긴축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과열된 경제를 진정시키고, 빠른 물가상승을 완만하게 조절한다면 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수시장 확대로 경제기조를 바꾼 중국시장을 잘 활용한다면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은 크게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중국 경제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산시장의 거품우려, 글로벌 불균형 문제 등 리스크 요인이 커지고 있어서 대비해야 한다.’ (2010. 1. 27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그러나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한다면,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중국이 연착륙 실패 후 급속한 금리인상에 들어가면 회복중인 한국의 경제는 최악의 경기침체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의 성장엔진을 보고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 및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생길 것이며, 중국 관련 대 한국수출입이 급격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연쇄반응으로 인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는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급등할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과잉 유동성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과 자산에 대한 거품이 심각합니다. 또한 미국과의 갈등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파급효과도 클 것입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됩니다. 위안화 절상은 한국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서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중국 내수시장에 완제품을 수출해서 판매하는 기업은 큰 호재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중국을 생산기지로 하여 제3국에 수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서 중국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어 수출이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중국에 대한 원자재와 부자재의 수출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미 수출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한국에도 미국이 원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중국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전망하면서 모든 것을 걸어도 좋다고 추천하는 해외 유명 투자가도 있으며, 중국의 발전은 서구 사람들의 통념을 갠 새로운 모델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심각한 불균형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에 사회갈등이 분출할 시기가 왔으며, 정치 참여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며칠 전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는 투자서적을 보았습니다. 특히 중국시장에 대해서 아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초일류 기업은 모두 중국에 공장을 만들었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호황은 계속 이어진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참 씁쓸했습니다.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핵심은 '과잉 유동성’이었습니다. 문제는 누구도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 균열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균열이 커져서 일시에 터지기 전까지 그 문제에 대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방지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사후약방문이었습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특징은 연쇄 파급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금융위기의 특징은 이러한 속도로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2009년 중국의 은행 신규대출은 9조 6천억 위안으로 2008년 대비 95.3%나 증가했고, 2010년으로 해가 바뀌고 2주 동안 1조 1천억 위안의 대출을 기록할 정도로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돈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모였습니다. 주택가격의 상승폭은 확대되고 있으며, 주가는 2009년 74.2% 급등하며 미국(20.2%), 유럽(21.2%) 등의 주요국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또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국으로 흘러들어온 핫머니(국제단기 투기 자금)가 사상최대치인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도 이러한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서 핫머니 유입규제, 부동산 가격 억제책, 은행 지준율 인상, 신규대출 한시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있을 때 마다 오히려 금융시장은 요동쳤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질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최고 38.1% 급감할 수 있고,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8%의 경제성장률을 이루지 못한다면 무역의존도가 20%를 넘는 한국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은 현재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했고,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차이나 리스크와 관련되어 예상할 수 있는 각 상황을 시나리오로 만들어서 관리하고,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으로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합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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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을 잡다’

새벽1시, 5호선 송정역 서울방향 버스 정류장에는 십 수명의 사람들이 휴대폰과 PDA의 화면만을 응시하며 서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입니다. 올 겨울 그런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새벽 1시 10분 정도에 영등포로 가는 심야버스가 도착합니다. 그 시간에 버스에 사람이 가득차서 도착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5-6명의 사람들 대부분이 단말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바로 콜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소비자가 업체에 대리운전을 신청하고, 업체는 그 정보를 일정 수수료를 받고 대리운전 기사에게 보내주어 연결시켜줍니다. 자신이 있는 곳에 해당하는 정보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확인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잡아 놓아야 비로소 손님과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콜을 잡는다고 합니다.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탑니다. 새벽1시의 버스는 만원입니다. 앉아있는 사람, 서있는 사람 포함해서 족히 5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열기가 후끈하고, 버스창문에 김이 서려있습니다. 화면만을 응시하는 수많은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대리운전 기사입니다. 여기저기서 업체에서 콜이 오는 삑삑 소리가 들립니다. 두 손에 삑삑 거리는 휴대폰을 들고 잠이 든 사람도 있습니다.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합니다. 옷차림도 다양하지만 매우 단정합니다. 옆에서 기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손님들이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면 매우 싫어한다고 합니다.

“대리기사입니다. 지금 어디시죠?”

한 사람이 버스로 이동하면서 콜을 잡았습니다. 바로 다음 정류장입니다. 사람들이 표정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순간입니다. 모두다 지금 저 말을 하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다행스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그 일순간은 정적이 흐릅니다.

저는 처음에 새벽 1시-2시에 다니는 심야버스가 이렇게 만원버스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두 번째는 대부분이 대리운전 기사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대리운전 기사 중에 젊은 사람들과 여성이 많아졌다는 것에 놀라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디로 가실건가요?”

기억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근처에서 콜은 잡았는데 타고 있는 버스는 막 정류장을 출발했고, 지금 못 내리면 다음 정류장까지 거리가 굉장히 멀어 당황하고 초초한 모습으로 버스기사한테 가서 망설이고 망설이다 내려달라고 부탁하던 30대 후반 정도의 여자 대리기사의 모습. 딱 봐도 대리운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였던 그녀. 아는 사이인 듯 대화하는 할아버지 대리운전 기사와 중년 대리운전 기사, 그리고 며칠 전 본 내 또래의 대리운전 기사.

버스 세워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하고 내리는 여자 대리운전 기사의 모습을 보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대리운전 기사에게 “어르신, 오늘은 어디로 가실 건가요?” 라고 물어보는 중년 대리기사를 보는데, 사실 나보다 더 어려보이는 청년이 콜을 잡으려고 화면만 응시하는 것을 보는데 왜 저의 코끝이 찡했던 것일까요?

요즘 대리운전업체는 실직자와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몰려들어서 포화상태를 이룬다고 합니다. 사실 대리운전은 운전면허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업자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습니다. 예전에는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던 투잡족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현재 정부의 평가와 달리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최저 수준에 가깝습니다. 성장률 회복은 큰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지출을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정작 민간부문의 회복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서민의 체감 경기와 밀접한 고용상황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은 3%대에 머물고 있지만, 취업준비 등을 합친 실질실업률은 12%를 넘고 있기 때문입니다.

1월 중순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2009년 고용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취업의사가 없거나 사실상 포기한 비경제 활동인구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고용률 악화, 여성의 일자리 감소, 취업자 감소, 실업자 증가 등 고용시장이 얼어붙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비경제활동인구 사상최대 1625만명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와 실업자를 뺀 나머지 인구, 실업자에는 분류되지 않음, 상당부분은 실제 직장을 원하지만 여건이 안돼서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사람으로 볼 수 있음)

25세~49세 산업 주력 연령층 취업자수 1492만명
(전년보다 25만 7천명 감소)

고용률 57.6%
(고용률은 취업자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눔, OECD평균 62.6%)

여성 고용률 46.2%, 남성 고용률 69.5%
(특히 60대 이상 여성의 고용률은 10년동안 22%나 하락)

2009년 취업자수 2350만명
(2008년보다 7만 2천명 감소)

2월이 되어 고등학교, 대학교의 졸업생 50-60만명이 쏟아져 나오면 올 초의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노동부에서 얼마 전에 발표한 지표 하나를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2009년 실업급여 지급액 사상 최대 4조 1164억원(전년보다 31.4% 증가)
2009년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 사상 최대 107만명(전년보다 28%증가)

이런 시기 그나마 다행스런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30대 그룹이 올해 87조원을 투자하고 7만 9천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현대차, LG, 포스코 등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대통령의 의지와 정부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대기업에 무조건 일자리를 늘리라고 해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투자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신산업 육성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금을 줄여주는 등의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후에 힘들어진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우울한 보도와 기사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설명하는 경기와 일반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의 차이도 많이 납니다. 그래도 어려운 때 일수록 잘 참고 준비하면 좋을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60번 심야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는 대리운전 기사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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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말, 한전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가 발주한 40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수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78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력 발전소 모델을 도입하여 고리 원전 1호기를 가동한지 30년 만에, 한국형 원전 을 개발하여 처음으로 수출하게 되면서 원전수입국에서 원전수출국으로 도약하게 되었습니다. 한전컨소시엄은 10년간 건설부문에서 200억 달러, 60년간의 운영 사업을 통해 20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억 달러는 승용차 100만대, 초대형 유조선 180척을 수출하는 금액과 비슷합니다.

한국형 원전 수출의 이면에는 우리 기술인의 땀과 눈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1970년대 세계적인 석유파동은 원자력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한국은 황무지 위에 원전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인해 용지로 겨우 확보했고, 건설비용은 외국 업체의 힘을 빌려서 차관형태로 얻어왔으며, 건설과정도 미국회사의 어깨넘어로만 배워야 했습니다. 그 결과 1978년 고리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고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전국에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30년 만에 세계 6위의 원전 보유국으로 도약하였습니다. 2008년에 정부가 발표한 국가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원자력 발전량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2007년 전체의 36%에서 2030년에는 59%로 높일 계획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2030년까지 400여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고, 그 중에 중국이 100여기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됩니다. 금액으로 따진다면 엄청난 시장이 될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원자력이 이렇게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임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원자력은 곧 환경재앙으로 인식되었는데 세계적으로 50년 이상 큰 탈 없이 가동되면서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 말과 50년대 초 미국과 영국은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 스모그 등의 환경문제를 절감했습니다. 이 때부터 원자력은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79년 미국의 방사능 물질 유출사고와 1986년 소련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고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원자력은 아주 위험한 에너지’라는 인식을 깊이 심어주었습니다.

사실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 어디서나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지난 50년간 원자력에 대한 논쟁을 계속되었습니다. 그 논쟁에서 원자력은 방사능 누출사고, 핵폐기물 처리, 핵무기 개발 등으로 값은 저렴하지만, 뒤처리가 곤란한 에너지로 평가되며 환경적인 우수성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환경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반핵운동도 일리가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운영과 관계된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습니다. 핵폐기물도 나오며, 우라늄이 의존합니다. 게다가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과 폐기물 처리장 선정도 사회적 갈등을 낳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원전과 관계된 시설을 위한 부지 선정에 많은 갈등이 생겼습니다. 2003년 부안에서는 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도심이 흡사 전쟁터로 변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하였습니다. 2004년 1월에 전국일주를 하며 부안에 들렀던 기억이 납니다. 집집마다 '핵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깃발이 걸려있었고, 상점의 상인들은 폐기물 처리장 반대라는 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글로벌 이슈가 되어있고, 화석연료의 고갈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으며, 위청거리는 유가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기술축적으로 인해서 원자력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최근 한국의 원전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는 원유와 가스의 매장량이 각 각 세계 5위인 나라입니다. 이처럼 세계 최대 수준의 화석연료를 보유한 나라가 원전을 왜 지으려고 할까요?

바로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화석 연료가 고갈될 때를 대비하여 신재생 에너지의 설비를 갖추기 위함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 지구온난화라는 지구 최고의 환경이슈가 등장하면서 50년 전 원자력을 개발할 당시 부여했던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적 에너지’라는 의미를 되찾고 있습니다. 당시에 단순히 화석연료를 대체해서 환경오염을 방지할 목적이 컸다면,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으며, 화석연료 고갈을 대비할 수 있고, 게다가 저렴하게 발전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환경주의자들은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그토록 탄소방출을 줄여서 지구온난화를 막자고 주장했는데, 탄소방출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원자력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 십 년간 그렇게 반대하던 원자력이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막고, 고갈되는 자원을 대체할 친환경적 에너지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태양열,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엄청난 돈을 지출해야한다고 떠들지만, 정작 원자력 기술의 발전에 관한 좋은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원자력이 화석연료보다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환경주의자들의 목표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이라면 효율적이며 실용적인 원자력이 화석연료의 대안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현재의 원자력보다 효율, 비용, 운용 등이 더 나은 에너지원이 개발된다면 언젠가는 원자력도 지금의 자리를 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보았을 때, 지금의 세계적인 추세로 보았을 때, 원자력이 답이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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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 하나의 재화¹)로 시장이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놓고 많은 이견의 대립이 있다. 바로 공급의 확대와 수요의 억제가 그 양상이다. 대부분의 주택정책이 바로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공급확대와 수요억제 정책과 같이 일방적으로 한쪽만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두 가지 모두를 적절히 조합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공급이냐 수요냐는 주장의 목적은 하나의 시장 균형점인데, 이를 두고 번잡한 과정들의 개입의 예로 보인다. 아마 유난히 수요억제정책이 많았던 지난 참여정부로부터 이러한 논의가 활발했을 것이다.

 

먼저, 공급확대정책은 공급자측면에서 택지의 공급과 건설자금의 지원이 있으며, 수요자측면에서는 저금리를 통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정책이 이에 해당된다. 보금자리주택 등의 특별공급이나 분양가상한제나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것도 저렴하게 신규주택을 공급하여 실수요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이 또한 공급정책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자입장에서는 가격규제나 건설자금의 융통 등에 따른 제약으로 리스크가 부담되는 측면이 있어, 엄격히 구분하면 공급확대정책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수요억제정책은 투기 등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가수요 세력들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는 것이고, 실수요자에게 시장진입을 적정하게 허용해주는 정책이다. 이에 대한 예로는 부동산세제, 분양권전매제한, 거래신고제 등이 해당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굳이 구분을 한 것이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양자 모두를 시장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당연한 정답으로, 실제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이것이 자명한 일이다. 과거의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과 정책의 변화를 보면 낮은 주택보급률과 절대적인 주택부족난으로 인하여 공급정책에 많은 힘이 실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특별법의 형태로서 존재했었던 주택건설촉진법(지금은 주택법으로 통합)이 그러하며, 오늘날의 택지개발촉진법이 그러하다. 하지만, 주택문제에 있어 정부는 공급확대정책보다 수요억제정책을 처방하고 이를 선호하고 있으며, 아울러 시장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공급확대정책에 비해 수요억제정책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공급확대정책의 경우 주택건설을 위한 택지확보와 건설, 분양, 입주에 이르는 일련의 시간이 대략 3~4년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단적인 사례가 80년 말의 고도상승기였던 주택가격이 89년 분당 시범단지의 분양을 시작으로 수도권 신도시들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사상처음으로 주택가격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의 송파구 역시 재건축의 결과로 본격적인 입주를 맞이하면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던 것도 공급확대정책의 결과이다.

 

반면 수요억제정책은 세수부담의 강화, 거래규제 등의 방안을 통하여 단기간의 과열된 주택시장의 진통제를 처방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통제는 그 순간의 통증을 완화시켜 줄 수는 있지만 진정한 처방이 될 수는 없다. 통증의 고통과 흉터의 모습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그 고통을 감내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썩은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정책을 결단하는 정부가 공급확대정책을 수요억제정책보다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이유는, 바로 효과의 측면이다. 공급확대정책은 장기에 걸쳐 그 효과가 들어나지만 수요억제정책은 바로 단기에 효과를 볼 수 있기에 정부는 수요억제정책을 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정부 역시 하나의 유기체로 다음의 정권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할 목표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목표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유권자들은 주로 수요억제를 선호하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명쾌한 답은 있다. 사람들의 수요에 맞는 주택을 제공하여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수준에 맞는 주거가치를 향유하게 하면 된다. 하지만 시장을 왜곡시키는 평등위식, 소외위식,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자격지심 등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우리의 주택정책 목표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목표가 가격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안정이 아닌 가격하락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의 주택정책목표가 가격의 안정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작용에 의해 주택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이들은 인정한다. 연방정부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자택보유율의 제고에 있으며, 이를 위해 주택자금대출 이자상환액을 과세소득에서 공제하고, 대다수의 가구에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주택금융확충을 통하여 자택보유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며, 지방정부는 해당 주의 주민들을 위해 도시전체의 주택가격총액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주택가치가 상승하면 재산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세수가 확대되며, 이를 통해 예산확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이러한 예산을 통하여 그 지역의 주민들의 기반시설과 환경이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공급확대와 수요규제를 넘어, 사람들이 살고 싶은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그 선행은 공급확대를 통한 주택의 공급이며, 시장에서의 균형점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주택문제는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¹)주택이 재화라는 것에 있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의를 하나, 이에 대한 세부적인 논쟁꺼리로 사유재(Private Goods)와 공유재(Public Goods)를 구분하여, 주택정책의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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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필요한 의식주의 권리 중에서 특히 기본권과 관련 있는 우리의 주거상황을 주택보급률과 인구 천명당 주택수를 통해 여러 국가들과에 비교해보아도 그 수치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집의 양적인 부족을 말한다. 단순히 집의 숫자 부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더 넓고 쾌적한 집에서 살 수 있는 그 만큼의 욕구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이야기의 범위를 개념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집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량의 부족이 아닌 지역적인 소요량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즉, 집이 부족한 지역과 넘치는 지역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지역을 부동산의 특성인 부동성으로 인해 상호간 바꾸지를 못하기에 어느 지역의 집값이 비싸고 어느 지역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집이 부족한 지역, 집을 필요로 하는 계층에게 공급되어야 하는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주택필요를 주택소요(Hosing Need)라 한다. 이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사회적, 정책적인 책임으로 주택시장에 관여할 필요성이 있다. 주택소요라는 것은 일정수준 이하의 주거수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주택의 양과 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Demand)로 개념을 확장하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라는 것은 구매력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정부가 청약을 통하여 주택을 제공하는 것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민간건설사도 수요의 개념을 사용한다. 수요의 변화는 소득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이는 점차 중대형 주택으로 교체수요를 유발시켜 주택의 규모는 더욱 차이가 난다. 지불의사, 지불능력에 따라 면적, 지역, 유형이 상이해짐을 뜻한다. 이는 소요와 구별되는 특성이다. 또 하나의 개념인 선호(Preference)는 수요의 성질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으나, 구매력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단순한 욕구(Desire)의 차원이다. 단순히 넓은 집에 살고 싶다, 근사한 집에 살고 싶다와 같이 희망사항이 포함된 개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최소한 주택소요의 대응과 함께 다양한 수요와 선호에도 중점을 둬야한다. 최저 수준의 주택이 필요한 가구와 더불어 다양한 기능을 갖춘 주택을 필요한 가구수도 그 만큼 증가하였다. 정부의 역할도 변해야한다. 소요에 대응하는 최저주거수준의 주택을 필요시점까지의 안정적 공급과 시장을 통한 가격의 조정과 질적 개선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정부의 역할범위는 어디 까지나 소요량의 차원에서 주택자원의 배분적 형평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중하며 저소득층과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위한 임대 위주의 공공주택을 다양한 지원과 보조를 해주면 된다. 반면에 수요와 선호에 있어서는 민간에게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수요에 민감하게 탄력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공과 민간의 주택공급 비중은 대략 2 : 8 정도의 비율로 민간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주택의 질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민간부문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향후 시장의 흐름과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중의 주택가격을 낮춘다는 이유로 민간부문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수요와 선호의 고려에 반하는 정책의 기조이다. 주택에 대한 수요와 선호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주택도 맞춤식 생산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독신가구의 증대와 라이프사이클을 반영한 인구․구조적 특성을 반영해보면, 주택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한 공급의 범위에서 질적 특성을 반영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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