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무역의 중국 의존도가 처음으로 20%를 넘었습니다. 한국의 제1교역국이던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10%에 못 미쳐서 중국과는 2배의 차이가 났습니다. 2003년에는 대일 의존도를, 2004년에는 대미 의존도를 추월했습니다. 2009년 경상수지가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던 것은 중국에 힘입은 면이 큽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 1991년 2.9% -> 2001년 10.8% -> 2009년 20.5%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 1991년 1.4% (10억 달러) -> 2009년 23.8% (867억 달러)

<한국의 대중국 수입비중> 1991년 4.2% (34억 달러) -> 2009년 16.7% (542억 달러)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2009년 8.7%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4분기에 10.7%라는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긴축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과열된 경제를 진정시키고, 빠른 물가상승을 완만하게 조절한다면 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수시장 확대로 경제기조를 바꾼 중국시장을 잘 활용한다면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은 크게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중국 경제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산시장의 거품우려, 글로벌 불균형 문제 등 리스크 요인이 커지고 있어서 대비해야 한다.’ (2010. 1. 27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그러나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한다면,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중국이 연착륙 실패 후 급속한 금리인상에 들어가면 회복중인 한국의 경제는 최악의 경기침체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의 성장엔진을 보고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 및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생길 것이며, 중국 관련 대 한국수출입이 급격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연쇄반응으로 인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는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급등할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과잉 유동성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과 자산에 대한 거품이 심각합니다. 또한 미국과의 갈등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파급효과도 클 것입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됩니다. 위안화 절상은 한국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서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중국 내수시장에 완제품을 수출해서 판매하는 기업은 큰 호재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중국을 생산기지로 하여 제3국에 수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서 중국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어 수출이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중국에 대한 원자재와 부자재의 수출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미 수출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한국에도 미국이 원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중국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전망하면서 모든 것을 걸어도 좋다고 추천하는 해외 유명 투자가도 있으며, 중국의 발전은 서구 사람들의 통념을 갠 새로운 모델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심각한 불균형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에 사회갈등이 분출할 시기가 왔으며, 정치 참여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며칠 전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는 투자서적을 보았습니다. 특히 중국시장에 대해서 아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초일류 기업은 모두 중국에 공장을 만들었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호황은 계속 이어진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참 씁쓸했습니다.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핵심은 '과잉 유동성’이었습니다. 문제는 누구도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 균열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균열이 커져서 일시에 터지기 전까지 그 문제에 대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방지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사후약방문이었습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특징은 연쇄 파급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금융위기의 특징은 이러한 속도로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2009년 중국의 은행 신규대출은 9조 6천억 위안으로 2008년 대비 95.3%나 증가했고, 2010년으로 해가 바뀌고 2주 동안 1조 1천억 위안의 대출을 기록할 정도로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돈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모였습니다. 주택가격의 상승폭은 확대되고 있으며, 주가는 2009년 74.2% 급등하며 미국(20.2%), 유럽(21.2%) 등의 주요국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또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국으로 흘러들어온 핫머니(국제단기 투기 자금)가 사상최대치인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도 이러한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서 핫머니 유입규제, 부동산 가격 억제책, 은행 지준율 인상, 신규대출 한시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있을 때 마다 오히려 금융시장은 요동쳤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질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최고 38.1% 급감할 수 있고,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8%의 경제성장률을 이루지 못한다면 무역의존도가 20%를 넘는 한국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은 현재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했고,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차이나 리스크와 관련되어 예상할 수 있는 각 상황을 시나리오로 만들어서 관리하고,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으로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합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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