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부동산 침체기로 국내 건설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정부의 주택관련 규제가 시행되면서, 대규모 공공주택의 공급이 예정되어있는 가운데, 민간 주택건설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조만간 출구전략이 본격화 될 경우 미분양주택누적으로 인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택경기 침체를 방지하고 거래 위축에 따른 국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4.23일 대통령 주재 제 56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하였다. 특히 2010년 3월 1만 4,000호 신규 주택공급에 이어 4월부터는 보금자리 주택 등 시가의 60% 수준인 저가 공공주택 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현재 입주물량만 약 12만가구로 50조원의 자금이 묶인 상태이며, 건설업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증가로 연내 4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자금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건설업계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주택거래활성화 방안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신규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자금을 융자하고, 비강남권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였다.
미분양해소: 2만 1000가구는 정부가 나서서 매입
정부는 현재 총 12만 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주택 감축을 위해 총 4만 가구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주택업체 자금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인 미분양 주택을 우선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준공 전 미분양 2만1000가구를 정부가 환매조건부를 통해 3조원 규모로 매입할 계획이다. 매입대상은 지방 미분양을 우선적으로 하며, 특히 중소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중소업체의 미분양주택을 우선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미분양해소: 미분양펀드와 민간규제완화를 통해 감축
다음으로 나머지 2만여 가구는 미분양펀드 활성화와 민간의 자구노력, 세제감면을 통해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미분양 리츠펀드를 통해 준공 후 미분양이 약 5천호 이상 감축될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한 건설사 회사채에 대해 주택금융공사에서 1조원(준공 후 미분양 5천호 수준)정도의 신용보강을 통해 회사채유동화(P-CBO: Primary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s)를 활성화 할 계획이다. 또한 LH공사에서 준공 후 미분양을 1천호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이에 더불어 양도세 및 취・등록세 차등감면을 통해 미분양 1만호 수준을 감축해 나갈 예정이다.
건설사 유동성 지원
마지막으로 중소건설사의 단기 유동성 지원을 위해 중소건설사가 시공하는 공공공사의 공사대금을 담보로 대출(브릿지론, 공사대금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브릿지론 보증을 신용보증기금에서 5월부터 1년간 재시행하기로 하였다.
주택경기 침체를 완화하고 안정적 주택공급기반 강화를 통해 국민불편 해소와 주택시장 정상화를 기대하는 이번 정부의 정책이 진정으로 시장과 건설업계에 반가운 조치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으로 우리나라 건설경기에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첫째, 지방 우선과 서민정책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다. 2010년 2월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수도권・지방의 미분양 현황을 보면 자체 수로는 지방이 훨씬 많으나, 사실상 지방의 경우 공급이 중단된 경우가 많으며 점차 신규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반대로 수도권지역은 공공택지 분양으로 지난 몇 달간 미분양 물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중소형주택은 비교적 분양실적이 양호하나, 중대형 주택에 대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소득 금액을 제한함으로써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건설한 건설사와 중상류층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둘째, 현재 지방 건설사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영위기는 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이 대부분으로 자체 자구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번 특정 분야의 경영위기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그들이 비록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강력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인센티브를 없게 하는 것이고, 향후 건설할 물량이 없기 때문에 결국 건설사를 떠나야 할 업체들에게 일정기간의 지연효과를 주는 것일 뿐이다.
셋째, 금융권의 불합리한 대출관행이 문제다. 호황과 불황일 때의 확연한 금융권의 자기중심적 입장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의 뼈아픈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부동산대책은 해마다 여러 번 등장하는 정책이고, 또한 모든 역대 대통령들도 가장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은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으며, 다른 분야까지 많은 여파를 남길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항상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정책이다. 하지만 매번 거론되는 정부 제안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책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번 건설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장기적인 부동산 대책과 함께 시장친화적인 정책대안 마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