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인터넷 댓글의 폐해

문화지체라는 말이 있다.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하여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문화간의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를 일컫는 말이다. 아쉽지만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문화지체의 대표적 사례가 된 것 같아 많이 씁쓸하다.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한국 인터넷 문화의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지난 24일 충북 괴산고등학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학생들이 찍은 이른바 '하트사진'의 후유증이 그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사진의 게재 이후, 괴산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천 건의 댓글 중 일부는 '괴산고를 폭파시켜야 한다', '너희들은 뇌가 없냐. MB가 그렇게 사랑스럽냐' 라는 막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싫어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죄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막말을 써가면서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도대체 그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가? 학교에 온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그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온다면 아이들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지, 일부 네티즌이 생각하듯 정치적 판단이 따를 수는 없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선 증오를 무고한 학생들에게 보인 것은 굉장히 큰 실수이다. 괴산고 김기탁 교장은 "아이들이 '우리가 중죄를 저지른 것인가'란 생각을 하면서 가치관에 심각한 혼동을 느끼는 것 같았다"면서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 제발 무분별한 비난은 중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난이야 중단되겠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치유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 문제이다.

수준 낮은 이들의 막말 댓글은 괴산고 학생의 한마디로 자제되는 듯 했지만,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우리도 힘들었다. 우린 웃고 싶어서 웃겠습니까. 일방적으로 우릴 매도하지 말아주세요'란 한 학생의 댓글이 그것이다. 네티즌들은 즉각 괴산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학생들을 동원해 사진을 촬영했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학생동원논란’이 다. 

그러나 이것 역시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물론 대통령의 방문으로 학생들이 여러 부분에서 불편을 느꼈을 것은 분명하다. 필자 역시 청와대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경호원 등 청와대의 수칙으로 인하여 답답함을 느꼈기에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그러나 대통령 신변의 안전은 여기서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하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또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자 의무라고도 볼 수 있다. 학교를 방문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들어야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폭력적인 인터넷 문화는 우리가 바라는 생산적인 토론과 민주주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자신의 욕구와 불만을 배설하는 행위, 익명성의 뒤에 숨어 책임지지 못하는 발언에 진지하게 응대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터넷과 관련된 문화지체 현상의 극복방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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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년이 넘는 협상 끝에 한-EU FTA가 타결되었습니다. 별도의 협상 타결 선언이 없는 가운데 '협상 종결’, '사실상 타결’, '최종합의안 도출’ 등의 표현 차이로, 정부 발표 초기에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곧 “한국 대통령과 EU의장국인 스웨덴 총리와의 '최종합의안 도출’에 관한 성명으로 공식적인 협상 타결 선언을 대신하고, 바로 협정문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키로 EU집행위와 합의했다”는 외교통상부의 발표가 나오고 나서 그 논란은 수그러들었습니다. 하지만 본 협정의 서명과 발효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함에도 정부가 마치 간단한 절차만 남겨놓은 것처럼 홍보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EU는 27개국으로 구성되어있고, 인구는 4억 9천만명, 국내총생산(GDP)는 16조 6천억 달러로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1위의 경제권입니다. EU는 한국이 2위 교역파트너로써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 2위의 수출시장이고, 제 3위의 수입시장입니다. 또한 한국이 가장 많은 무역흑자(184억 달러)를 낸 시장이고, 한국에 대한 투자규모(63억 달러)로 EU가 1위입니다. 2007년 5월 미국과의 FTA를 타결한 한국은 세계의 양대 경제권과 FTA를 맺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EU FTA는 한-미 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규모를 능가합니다.

한-EU FTA가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에 발효되면 관세철폐율은 3년안에 한국은 96%, EU는 99%로 높아집니다. 현재 수입관세는 EU가 한국보다 2%높은 10%라서, 관세가 철폐되면 EU보다는 한국기업들이 더 큰 가격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EU FTA를 통해 한국의 GDP를 2~3% 끌어 올 릴 수 있으며, 60여 만 개의 일자리 창출, 관세철폐에 따른 상품의 가격하락 ․ 수출증가 ․ 소비자의 선택폭 확대로 인해서 후생수준이 GDP대비 1.34~2.45% 증가, 서비스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시스템 선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농수산업 부문에서 양돈 ․ 낙농 ․ 양계 분야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참고로 7월 17일 농식품부 장관은 한-EU FTA로 인한 농축산업의 피해액을 발효 15년차를 기준으로 23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피해를 입는 부문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득이 되는 협상이라는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EU FTA를 통해서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협상이 타결되고, 협정문이 검토되고, 서명이 이루어지고, 발효가 된다고 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가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결국 FTA를 어떻게 준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EU FTA로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의 수출 증가가 예상되지만, EU회원국도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갖추었습니다. “발효가 되면 당연히 수출이 잘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한-EU FTA를 대처한다면 예상외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농축산업에 피해에 관한 지원의 초점을 '경쟁력 강화’에 두지 않고 '피해 보전’에 둘 경우 수천억원의 세금이 허공에 뿌려질 수도 있습니다. 관세가 낮아져서 기존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는 물품이, 현재의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서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유통업자나 수입업자의 배만 불리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FTA로 오는 이익을 체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EU는 27개 회원국이 선진국부터 후진국까지 다양합니다. 한국기업들이 FTA활용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수출확대는 단기간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EU의 기업들은 기술력과 브랜드가치가 한국보다 높은 경우가 많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단지 가격경쟁력만 강조하다가는 관세철폐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EU의 기술규제나 환경규제 등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EU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조업, 서비스업에서 얻는 혜택이 농축산업이 어느 정도 희생한 대가라면, 혜택의 일부는 일정시간, 어떠한 형태로든 나누는 방안을 마련해야합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부문이 일방적으로 희생했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한-EU FTA는 철저한 준비와 세심한 활용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려고 몇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도 FTA는 점점 큰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또한 수많은 각 각의 사람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한-EU FTA로 인해서 미국은 EU가 한국시장을 선점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이 부품소재에 관련된 수입선을 EU로 변경할까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EU FTA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한-미 FTA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WTO협상 지체되고 있으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이때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FTA는 숙명적입니다.

FTA는 국가 경제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프로그램’의 활용에 따라서 한국의 수출확대, 경제구조의 선진화, 외국의 투자유치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U시장에 고품질의 농산물을 수출하겠다.”

한-EU FTA로 피해가 농축산업에 피해가 예상되는 지금, 이 말은 과연 꿈일까요?

허무맹랑하게 들리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한-EU FTA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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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불황’, '존엄사 인정’, 'Ddos공격’, '미디어법 논쟁’, '쌍용자동차사태’ 까지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는 이슈들이 일상에 공존하고 있다. 이런 복합적 주제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회의감을 주기도 한다. 영국 소설가 엘리자베스 개스켈(Elizabeth Cleghorn Gaskell)의 작품 <메리 바턴(Mary Barton>에서 나타난 맨체스터 주민도 동일한 혼란을 경험한다. 이 소설은 봉건주의체제 붕괴와 산업화 과정동안 중상층과의 격차를 사실적 노동자의 삶속에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생활패턴을 통해 노동자 스스로 삶에 혼란을 느끼는 부분은 현재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괴리감과 동일선을 걷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정책사업에 대한 논쟁도 눈여겨볼만 하다.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정책의 실효성 논의보다 '토목뉴틸’이란 '의도어’에 더욱 눈이 가는 건, 평범한 시민으로써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여기에 현대국가의 특성상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도 작용한다.

한국경제에는 급격한 경제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한강의 기적(漢江- 奇蹟)’을 이룬 한국경제의 힘은 'IMF경제위기’는 물론 '미국발 경제위기’ 의 침체상황에서도 빠른 회복의 저력을 보이고 있다. 한발 물러서 보면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국가와 기업에 호소(呼訴)한 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연히 앞에서 제시된 집단의 움직임의 주제들이 무조건적인 개인행동의 출발점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경제발전은 분명, 덩치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재를 이끌어가기엔 집단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집단 의존보다는 개인의 번영을 생각할 차례이다.

그럼, 이 같은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개인 중시를 어떻게 돌려야 하는가? 다행히도 이와 같은 물음에 교과서적 답변을 한 책이 있다. 이성적 사랑으로 잘 알려진 플라토닉러브(Platonic love)의 인용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국가론』에서 구체적 국가를 위해 지도자의 조건을 설명한다. 현대사회에서도 국가 지도자의 조건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플라톤은 절제와 금욕의 의미로 부인공유의 조항까지도 첨가한다.

지혜와 성실함 그리고 절제와 금욕적 삶이 가능한 계급이야말로 '이상국가(理想國家)’ 건설의 첨병이라 여겼다. 사실상 플라토닉 러브도 현대의 노인과 젊은 청년의 지식공유의 동성 사랑(同性愛)을 의미한다. 이상국가도 현실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통해 플라톤이 설명하는 지도자의 조건이 분배를 강조하는 사상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분배를 위한 완벽한 인간이 존재해야 하는데, 사실상 그건 불가능하다. 그럼 이를 지키고 실현할 체계가 요구될 것이다. 바로 시장의 힘이다. 이렇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사회를 과거로 되돌릴 수 없듯이 멀쩡한 체계를 무조건적인 부정에도 한계가 있다. 체제를 바꾸기 보다는 그 안에서 다양한 발전을 모색해야만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일상에서 접하는 나와 동떨어진 사회이슈들이 내가 적응하지 못한 결과물이 아니란 점이다. 국가의 경우도 자국민에게 대한 세금부과에 있어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할 만큼 세계화되고 복잡한 체계로 작동되고 있다. 하물며 개인이 모든 걸 참여하지 못한다고 성급히 동조하고 배척하는 태도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뿐이다. 참여도 좋다. 변화도 좋다. 그 전에 자신에게 맞는 현재 이루어지는 주류의 변화에도 한번쯤은 귀 기울여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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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을 거듭해 풍요로움을 추구함에도 일부에서는 불황시절의 소비 위축과 갈등의 조장만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자연스레 풍요 속의 빈곤(poverty midst plenty)이란 말을 하나의 정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전문가들의 경제예측은 과장된 장난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런 논란에서도 우리사회는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 성장을 넘어 사회전체의 경제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성장이 부정적이라면 지금처럼 개인의 역량이 일반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상 성장이란 용어는 한국사회에서 종교적 신앙을 넘어선 믿음의 산물로 보기 쉽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경기 침체는 경제를 포함한 사회 모든 부분의 후퇴로 규정해버리기도 한다. 이 같은 한국적 시대정신인 발전ㆍ성장의 개념은 그동안 국가의 몫이 크게 작용해 왔다. 정부가 개입했기에 한국의 고도성장에서 성장 이외의 용어는 나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점에서 모든 것을 성장의 문제로 보는 건 혼란스럽다.

문제의 근원은 성장을 우리사회문제의 전부로 여기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데 있다. 새롭게 발전된 것에 대한 불평이 대표적이라 볼 수 있다. 성장은 불평등한 관계만을 조장하고 새로움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시킨다는 의미다. 사실상 성장에 따른 문제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해결되는 상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신과 다르다고 성장을 하나의 인간미 없는 기계덩어리 산물로 보는 외형적 편견일 뿐이다.

앞에서처럼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행복이 더욱 강화되었는가? 가장 민주적인 그리스 사회보다 현재가 더 민주적인가? 찬란한 문화와 이념의 다양성이 모두 보장되었는가? 이런 질문에 경제성장은 직접적인 대답을 말하진 않는다. 다만, 인류의 생계문제가 해결되고 경제 성장 이후부터 발전되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중요하게 받아들여 구체적 결과물로 보여주었다.

하나의 예로 녹차를 든다면,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전통문화 회복을 통한 관심의 일환으로 서서히 녹차는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적극적인 기업참여와 서구적 식생활에 대응한 웰빙(well-being)추구의 키워드로 현재의 대중성을 지니게 되었다. 변화 없이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1,200년의 전통만을 고수해왔다면 아무리 훌륭한 '차 문화’였더라도 그것은 대중과 멀어졌을 것이다.

사실상 차음료가 하나의 '차 문화’로 승격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은 건 고립된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개입으로 소비량과 재배면적이 늘어나던 차산업은 '농약검출 보도사건’으로 소비자들의 냉대로 하락일변도였다. 이 와중에 새로운 소비자층에 대한 이해와 전통다기와 문화를 접목하면서 현재의 '차문화산업’은 당당히 일본과 중국에 뒤쳐지지 않는 산업부문으로 성장하였다. 산업화에 따른 시장의 성장과 발전이 호황과 침체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제공하는 전 과정을 이끌어 온 것이다.

성장이란 지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묵묵하기 지켜 온 우리의 세계적 토종기업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이 모든 걸 부정하고 파생적 문제들에 대해서만 배척의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 가치 있는 이념 논쟁이 가능한 자체도 희망의 상징인 발전된 경제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번 사회적 화두가 일어날 때마다, 시장의 부정적 견해를 첫머리에 두고 시작한다. 시장에 대한 시스템의 오류를 떠올리기도 하고 이제는 잊혀져버린 사회주의 이념논쟁을 다시금 부활시키기도 한다. 좋은 징조다. 다툼이 있지만 한 사회의 다양성은 존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지키는 토대를 한번은 인식해 보는 건 어떤가. 앞선 질문에서처럼 모든 발전의 해답을 경제성장이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로 인해 경제ㆍ문화ㆍ이념 심지어 인종과 지역 성향까지도 바꾸는 지도를 만드는데 공헌해 왔다. 이 같은 시스템은 꾸준히 우리에게 다가갈 것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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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교육에 관한 문제가 붉어져 나올 때마다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특히 요즘 이슈가 되는 학원심야교습금지와 같은 사교육에 관련된 문제일 경우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그것은 좌파, 우파를 가릴 것 없이 공교육 강화를 대책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위 자유주의자라고 일컬어지는 사람 중의 일부도 이러한 주장을 펴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간은 다양하다. 배우고 싶은 욕구도, 배움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교육도 모두 다르다. 이것은 좋고 나쁨을 떠나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본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교육도 다양해야 한다.

공교육은 본질적으로 천편일률적인 교육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의상으로도 공교육이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이미 '公’이라는 말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공교육은 기술적으로도 다양성을 띠기가 힘들다. 초등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모든 초등학교의 교사들은 교대에 입학하여 똑같은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다. 졸업 후에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게다가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의 일탈을 항상 감시 ․ 감독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한다고 해도 공교육에서 다양성을 얻기 힘든 본질적인 장애가 여전히 남는다. 그것은 교사들이 그렇게 해야 할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남보다 더 열심히 교재를 연구하고 열성적으로 수업을 한다고 교사 개개인에게 돌아올 이익은 별로 없다. 게다가 집단에서 남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 소위 튀는 것은 그다지 이로울 것이 없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집단의 기존 질서에 순응하고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교사의 사명감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순진하게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교사에게 그러한 사명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과연 우리가 교사들에게 사명감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공교육을 강화하여 다양성을 얻으려는 시도는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교육이 이처럼 태생적 문제를 안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첫째, 공교육이 담당하는 영역을 축소하고 공교육의 존재 이유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이상 숙지해야할 최소한의 규칙과 가치들이 있다. 특히 법을 준수하고 재산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명제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바로 이것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정부와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공교육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많은 것들까지도 담당하려고 한다. 다양성, 수월성이 공교육에서는 본질적으로 달성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룰 수 없는 목표에 집착함으로써 정작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법을 어기고 재산권을 부정하는 현상이 이토록 팽배하는 것도 근본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더구나 그 책임을 입시위주의 사교육이 팽배한 탓으로 돌리는 것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책임이 있다면 가정교육에 실패한 부모와 공교육에 있다. 공교육이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다른 것에 치중하지 않았다면 학생들이 지금처럼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사교육 시장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사교육에 그토록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는 것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각자가 필요로 하는 교육이 얼마나 다양하고 절실한가를 보여준다. 공교육은 그 절실함을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사교육을 얽어맨 각종 규제를 제거함으로써 누구나 자유롭게 사교육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되어 다양한 교육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교육이 지금보다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더 커진 교육 시장 안에서 공급자들 간에 치열해진 경쟁은 궁극적으로 교육비는 낮추고 교육의 질은 올리도록 할 것이다. 학원심야교습금지나 학파라치 같은 반시장적인 정책은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비용을 높이고 교육의 질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공교육이 담당해왔고 앞으로도 담당하고 싶어 하는 다양성, 수월성 교육은 원래 사교육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다. 사교육이 활성화 된 것은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라 소득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그만큼 우리의 욕구가 크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교육이 선이고 사교육이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못 먹고, 못 살았기 때문에 공교육이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제 사교육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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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知人)이 GM대우의 신형차 구매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GM대우차가 좀 위험하지 않겠냐며 걱정을 쏟아냈다. 당시 GM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국가 구제를 받는 등 위기를 겪고 있을 때였다. 이대로 GM이 무너지면 GM대우가 받는 타격 또한 클 수 있었다. 하지만 GM은 당초 60-90일 걸릴 것이라던 파산보호 기간을 40일로 단축시키며, 지난 10일 '뉴GM'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GM의 회생이 지인의 차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GM은 경영위기 이후 혁신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자구계획으로 회생의 가능성을 고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결단과 노사 합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GM의 몰락에는 주력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가 급감한 원인이 컸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참여와 복지혜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GM노조와 상급단체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적극 공감한 것이다.

GM노조는 직원 35%를 감원하고 16개 공장을 폐쇄 또는 가동 중단하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 또한 비록 신규 채용자로 한정했지만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현재의 절반인 14달러로 낮추기로 했다. 급여동결, 상여금 지급 중단, 휴가 축소, 퇴직자 의료지원 혜택 축소 등 노조의 급여 및 복지 축소를 골자로 한 근로계약 수정안에도 적극 합의했다. GM노조의 상급단체인 전미자동차노조(UAW) 또한 2015년까지 GM과 크라이슬러에서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희생을 동반한 노력이 있었기에 미 정부가 자금 지원을 결정했고, 파산보호 조기졸업도 가능했다.

뉴GM의 행보는 현재 노사 간 전면 대치상황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쌍용차는 국제 금융위기 속에서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에 빠지면서 2월 초부터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다. 위기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서 GM이 처했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쌍용차의 회생에도 인적 구조조정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쌍용차의 종업원 1인당 생산대수는 11.3대다. 현대차 29.6대, 기아차 34.9대와 비교해 생산성이 현저히 낮다. 그만큼 쌍용차의 잉여인력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쌍용차노조는 GM노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정리해고 대상자가 된 600여명의 노조원은 5월 22일부터 평택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대치 상황 속에서 화염방사기 지게차, 볼트를 사용한 새총 등이 동원돼 임직원을 비롯한 사측과 노측 모두 큰 인명 피해를 입고 있다.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영업부문 전직과 협력업체 취업을 약속하고, 이들 중 2012년까지 100명을 우선 채용하는 한편, 기존 희망퇴직자를 포함해 2014년까지 제한적으로 재고용하는 최종안을 노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측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며 맞서고 있다. 이들은 공장 점거를 풀고 시설을 회사에 인도하라는 법원 결정도 무시했다.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의 개입은 쌍용차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주노총은 GM의 새 출발을 도운 UAW와는 딴판으로 쌍용차 정상화보다는 혼란 확대와 동원 투쟁에 매달리고 있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 16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쌍용차의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는 확대간부 파업을 시작으로 22일 전 조합원 파업투쟁, 15일부터 31일까지 각 지부별 순환농성 공권력 투입에 따른 전면 파업 등 구체적인 투쟁을 결의했다. 16일에는 금속노조 조합원 3000여명이 공장 진입을 시도해 이 중 82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쌍용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달 쌍용차 판매량은 내수 197대, 수출 20대 등 고작 217대에 그쳤다. 불안정한 회사상황에 소비자들도 쌍용차를 외면하고 있다. 협력 업체의 경우 10개사가 폐업하고, 13개사가 부도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대로 가면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파다하다. 쌍용차 직원 4000여명은 물론이고, 협력업체와 거래 업체를 포함해 20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기대하는 것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다. 쌍용차를 죽음 직전으로 몰면 정부가 구제하러 올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M 방식의 구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GM은 직원을 수만 명 감축하는 등 처절한 구조조정 뒤에야 공적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쌍용차는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의 자구 노력도 없이, 파업 과정에서의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쏟아 붓는 공적 자금 투입을 동의할 국민들은 많지 않다.

위기 극복에는 누구에게나 양보와 희생이 따른다. 600여명의 정리해고자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하지만 600여 명의 노조원의 생계가 중요한 만큼, 나머지 4000여 명의 직원들 또한 중요하다. 쌍용차와 관련한 다른 하청업체 직원들에게도 생계가 걸린 문제다. 쌍용차가 노측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사측이 정리해고 대상자들을 위한 충분한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노조가 배 째라 식의 투쟁을 계속하게 되면 쌍용차 몰락은 목전에 다가올 것이 뻔하다.

20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노조 측의 저항으로 인해 실패했다. 조심스럽게 쌍용차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나돈다. 금속노조는 강제집행을 공권력 투입으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쌍용차 노조원 부인 자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인 박 모씨는 최근 남편의 경찰 소환 통보, 사측 손해배상소송 제기, 공권력 투입 소식 등을 접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노조의 감정이 격해져 평택공장은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몰락은 사측, 노측 모두 원하는 것이 아니다. 쌍용차도 위기를 딛고 일어선 제2의 GM이 될 수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방안은 쌍용자동차 공장에 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합의와 혁신이다. 쌍용차 사태가 노측, 사측, 그들의 가족 모두에게까지 물질적,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주고 있다. 이제라도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연관된 모든 주체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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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가는 안팎으로 시끄럽다. 미디어법 통과 문제뿐 아니라 안에서는 프로그램 표절과 조작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해마지 않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들이 연일 표절, 조작 시비에 휘둘리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스케이타킹’은 최근 일본 프로그램을 베꼈다가 들통이 났다. 지난 18일 방송된 '3분 출근법’은 이미 일본 TBS에서 방송한 '5분 출근법’으로 나왔던 것이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출연자가 구성해 온 내용을 방송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미리 일본 동영상을 보여준 뒤 똑같이 연습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고, 사태가 커지자 고정출연을 미끼로 입막음까지 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 자연 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3월 방송한 '밤의 제왕, 수리 부엉이’편의 일부 내용에 연출 조작이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수리부엉이는 과연 날쌘 토끼를 사냥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그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부엉이가 토끼를 공격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토끼는 제작진에 의해 줄로 발이 묶여 부엉이 앞에 던져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이 정도의 연출은 불문율”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MBC는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이 조작설에 휘말렸다. 지난 5월 '한국사회 진단과 미래논쟁-보수진보 갈등을 넘어’편 방송분 중 시청자 서모 씨가 올린 의견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진보 진영이 민주화 발전에 기여한 바 크다” 등 언급하지 않은 문장이나 표현이 삽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기타 방영분에서 10여 차례 시청자 의견의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문맥·어법이 안 맞는 누리꾼들의 문장을 작가가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표절, 조작 문제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시청자들의 큰 원성을 사는 이유는 이들 방송이 갖고 있는 사명과 책임 때문일 것이다. 케이블 TV와 달리 지상파 방송은 온 국민이 거의 '의무적으로’ 시청하고 있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KBS와 MBC는 자타가 공인하는 공영방송이다. 한국 방송을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이들에게 공공성과 윤리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루다.

얼마 전 서울대 윤석민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여론 지배력이 69%에 달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의 뉴스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언론의 사명이라 할 수 있는 사실과 진실 보도가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더욱 강력히 적용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KBS, MBC, SBS 등 대표적인 지상파 3사의 방송 왜곡이나 조작, 표절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도나 다큐멘터리, 뉴스 프로그램 등의 경우 사회 현상을 호도하고 조작된 정보들을 시청자들에게 주입해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우병 촛불시위를 촉발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MBC 'PD수첩’이다. 지난해 4월 방송됐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의도적인 오역 및 번역 생략, 객관적 사실 왜곡, 방송 직전 번역 바꿔치기 등으로 30여개 핵심 장면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이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이라는 매체의 신뢰성을 등에 업고 사람들의 광우병에 대한 공포심은 극적으로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방송 왜곡, 조작, 표절 문제 등의 빈번한 발생에는 관련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 크다. 대부분 보여주기 식의 사과방송에 그치거나, 관련 연출자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선에서 문제를 덮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내보낸 방송사가 책임을 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는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PD수첩 제작진은 조작, 왜곡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검찰 수사 등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방송사인 MBC도 이를 묵과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최근 조작, 표절 시비에 휘말린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해명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 방송사들도 연출자 교체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의 과도한 방송 시장점유율 또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어느 정도의 자본력과 규모를 가지고 방송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지상파에는 자본력을 가진 신규 방송 사업자의 진입 통로 자체가 막혀 있었다. 이들 3사는 지난 해 방송 광고 시장의 77.3%(2조4788억원)까지 장악하며 독점체제를 이어왔다.

그렇다 보니 조작이나 왜곡 사례가 있어도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 시장 점령에 힘입어 공공성, 공익성 유지와 사실 보도에 입각한 방송 시정 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에서 방송가의 미디어법 도입은 안팎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미디어법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보도 채널 등 미디어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방송 사업자들이 진출로 방송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상파 독과점을 해소하고, 신규 사업자들과의 원활한 경쟁으로 방송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통과과정에서 대기업, 신문 등의 지분 참여 비율을 10%로 한정하고, 경영권 참여 시기는 2013년 이후로 미루면서, 지상파 방송 3사의 독과점을 인정해준 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좁게나마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사업자가 진입이 가능해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새 방송 사업자는 공정한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송채널의 진입으로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게 된 만큼,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영성과 사실보도에 입각한 프로그램 생산에 더욱 부담감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은 그 성격상 더욱 공공성과 윤리성을 담보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독과점이라는 형태를 무기로, 방송 심의 기준의 부족한 현실을 핑계 삼아 방송 제작자의 관점과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 표절, 왜곡 등을 해왔다. 이는 명백히 언론과 방송이 가져야 할 사명과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상파 방송 진입 규제를 완화하여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방송 제작자들이 언론의 책임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방송 심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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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서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개성공단 출입제한 및 직원억류, 서해상 긴장 조성 등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명분을 쌓기 위한 분위기 조성수단이었던 것입니다.

2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하며, 그것을 통해 흔들리는 체제에 대한 안정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1990년대 이후 북한에 관련된 각종 합의와 선언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지난 시절의 느슨한 안보자세와 땜질처방의 결과는 큰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당시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지휘했던 사람들은 과연 뭐라 변명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동문서답으로 "한국 독재정치 타도"라는 발언들만 계속 할 것만 같아서 조금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5월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력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되어 있다고 말하며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확인해 주었고, 6월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확약해주었습니다. 정부는 5월 27일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선언하습니다. 그리고 여당은 2012년 미국에서 전시작전 통제권을 되찾아오기로 한 것에 대한 재검토를 정부 측에 공식 요구하였습니다.

당시 국제사회의 반응은 단호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라 표현했고, 일본은 대북수출중단 등의 독자적인 제재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도 이번에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었고, 러시아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서 동북아 긴장고조행위라고 비판하였습니다.

6월 12일 기존의 UN안보리 결의안 1718호보다 강력한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하였습니다. 강화된 무기금수 및 수출통제, 화물검색, 금융제재 등을 핵심으로 하며 북한에 관한 제재가 구체화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미국 군함이 북한선적의 '강남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득 예전에 '강남집값' 때려잡자던 정부의 정책이 현재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서 잠시 웃음지어 봅니다. 근원적인 처방은 아니지만 본보기와 겁주기라는 측면에서 비슷함이 느껴집니다.

짧은 시간동안 내부적, 외부적으로 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체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가와 관련된 분들은 아마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속에서 증시의 롤러코스터를 하도 많이 타서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겠지만, 주가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서 웃고 울던 시간들이 있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경제적 사건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기 어려움에도, 유라시아 동쪽의 반도 국가이자 분단국가인 한국이 갖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한국 경제는 북한의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습니다.

2006년의 1차 핵실험 소식이 들려오자 주가는 투매를 부르면서 2.4% 하락했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원화 가치도 하락했습니다. 덩달아서 엔화의 가치도 하락했습니다. 아시아 통화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9월 이후 신흥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2009년 2차 핵실험 소식이 들여오자 역시 주가는 투매를 부르며 순식간에 100포인트 가까이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일 떨어진 폭을 만회했고, 다음날 2% 정도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위기와는 달리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서 상당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합니다. 실제로 2003년 북한의 NPT탈퇴 당시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내렸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반응은 북한의 핵개발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러번 비슷한 위기를 겪은 만큼, 투자자들은 학습효과에 따라서 북핵리스크를 대처하는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정학적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기업과 한국이라는 국가의 성장에 미치는 영항이 낮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고, 때문에 북핵 관련 위기가 이슈화되어도 그것이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외국의 투자자들은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곳에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투자방식은 고수익을 좇아 다니는 경우도 있고, 안전자산을 선호해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핵심은 그 나라의 기초체력에 있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은 긍정적으로 보여지고 있고,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회복 능력 또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기는 하지만 시장의 개방성이나 자본의 출입이 자유로운 점은 신흥국 중에서도 투자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국가입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항상 '만약'을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해외투자자들의 현실입니다. 만약 지금까지의 학습효과를 깰만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장기화된다면 이것은 문제가 아주 커집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경제이 있어서 북한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보다는 한국의 펀터멘털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핵 관련 리스크가 터져도 투자금을 일시에 회수해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단기적인 충격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관련 사건이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깨고 극단적인 악재로 작용하며 지속적으로 충격을 줄 경우 한국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직접적이고도 크게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만들어서 기업의 영업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환율이 엄청난 급등락을 보일 경우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수출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외국인의 투자는 위축될 우려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논란이 장기화되고 북한의 반발이 거세져 연평해전과 같은 군사도발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며 한국경제는 큰 어려움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정성은 커지고 아무리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해도 공포의 심리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서 우리의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핵억지력 보유를 위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북한에 대해서 국제적 압박을 가하는 것 등 기존의 전략을 유지하는 것 빼고는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 한국은 불안감 실험을 하였고 지금까지는 자제력을 잘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다수의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면, 한국은 핵폭탄급의 불안감 실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던 분들, 조금이라고 위험성이 다가오십니까? 통일되면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이 우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 복잡한 통일의 과정은 생략한 체 외세의 간섭을 물리치고 민족의 신뢰를 이룬다는 장밋빛 전망을 말하고 쓰는 사람들은 모두 비현실적이고 감상적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도발에 대해서 한국은 냉정해야 하고, 깊은 자제력을 발휘해야합니다. 특히 핵폭탄급의 불안감이 한국경제를 뒤덮지 않게, 전방위적으로 기존의 학습효과를 강화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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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욕설을 교묘히 비석 문양으로 넣은 만평은 충격적이었다. 원주시청 홍보지에 실린 이 만평은 지난 17일 한 시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식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만평을 그린 시사만화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내용의 만평을 거절당해 그리게 됐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에는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일명 진보단체들이 진행한 지난 6.10범국대민회에서는 대통령을 쥐로 묘사한 대학생 단체 유인물이 뿌려지기도 했다.

국가는 여러 가지 상징이 있다. 국기, 국가(國歌), 국화 등은 국가를 상징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처럼 국가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국가원수다. 국왕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왕이 사회통합과 함께 상징적 역할을 한다. 일부 국가들은 수상과 대통령의 권한을 분리하여 대통령으로 국민통합에 힘쓰며 국가의 상징적 역할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한국, 미국, 대만과 같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국가원수가 정권 책임자, 행정부의 수반, 정파 지도자 등 1인 4역을 하고 있어 정쟁의 대상이 된다. 정치과정에서 정권책임자나 행정부의 수반을 비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치열한 공방전에서 대통령에게 화살과 총탄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의 한계와 함께 역대 대통령의 과오들 역시 대통령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데 큰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대통령 개인의 불미스러운 행위로 대통령직을 오염시켰다. 혼란 속에서 건국을 이룬 이승만 전 대통령도 부정선거로 정권을 연장하려다, 4.19의거를 통해 대통령직을 내 놓았다.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전 대통령도 유신헌법을 통해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씻을 수 없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권위주의 문제와 비자금 문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들의 비자금 문제, 타계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화시대 국가 역할이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는 한 개인에게 가장 단위의 정체성을 부여하며 생활의 단위이다. 그렇기에 국가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국가의 핵심 상징 중 하나인 국가원수의 권위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위가 서지 않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의 권위를 세우는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일이다. 대통령직의 적절한 수행은 한국 사회와 국민들의 혼란을 정리해 주는 일이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인사에서도 청렴한 이를 능력 위주로 뽑아 지역주의·연고주의를 배격한다는 인상을 분명히 심어주어야 한다.

국민들 역시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면서 비판해야 한다. 나와 뜻이 맞지 않다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민선 대통령을 독재자라 부르며, 도를 넘어선 비난은 스스로 국가의 권위를 깎아 내래는 행위이다. 이는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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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자세

시민논객 2009. 7. 1. 13:37

정치인의 막말 세례가 자주 방송에 노출된다. 언젠가는 외국의 주요 방송과 신문에 한국 국회의원들이 의회 문을 해머로 부수고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이 보도됐으며, 또 수염을 기르고 한복을 입은 국회의원이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전세계에 방영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격한 몸싸움과 막말 파문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그래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이 올바른 일도 아니고, 그래서 간과해서도 안될 문제이며, 게다가 외국에까지 보도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으로써 민망하고 창피한 일임이 명백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언젠가부터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는 싸움의 논리를 적용하기에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의도적으로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말투로 서로를 깎아 내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과 자신의 당에 대한 이미지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직시하지 못함이 안타깝다. 지긋지긋한 막말 공방과 몸싸움을 거듭하고, 급기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거나 단식 투쟁 등을 벌이면서 누가 더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로 인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이 사회지도층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퍼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격과 이를 둘러싼 파문, 한나라당 전여옥의원의 막말은 또 한번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였다. 하물며 누구의 말처럼 국민을 섬기겠다던 정치인들이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반말과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른바 공인으로서의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영국 의회 내에서는 상대 의원을 호칭할 때 '명예로운 ○○의원님'과 같이 반드시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과거에 큰 죄를 지었더라도 한국처럼 '변절의 원조' '악당' '부패분자' '위선자' '색깔이 의심스러운' 등의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겼을 경우 의장이 즉각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이것조차 따르지 않으면 '감방행' 신세가 된다. 회기가 끝날 때까지 국회의사당 시계탑(Big Ben) 지하감방에 갇혀 막말의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13.5톤에 달하는 대형시계에서 나오는 굉음은 보통 고통스런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 형벌의 고통 때문에 1880년 찰스 브랜드로란 의원이 수감된 이래 이 규칙을 어긴 의원은 없다고 한다.1)

우리나라 옛말에는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말 많은 집에 장맛도 쓰다’ 등과 같이 옛부터 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이런 속담을 통해 우리는 항상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특히나 말은 사람의 직위와 나이에 따라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수많은 국민을 대표해서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와 무엇이 다르겠냐는 말인가!

말은 내뱉는 순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대중앞에 서는 공인일수록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말과 독설로 인한 보도는 한국 사회의 저급한 정치문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품위와 격(格)을 갖춘 정치문화를 갖추고 국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얻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일 것이다. 순간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오랫동안 가꿔왔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품위를 실추시키는 이런 행위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기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희망한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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