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는 이름만으로도 베스트셀러감이다. 그녀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다른 저작에 기어코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2005년 말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를 처음 읽었던 필자 또한 이후 《중국견문록》 등의 저작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그녀의 책은 도전하는 삶을 동경하거나 올바른 삶의 가치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은 젊은이에게는 필수서적과 같다.

3년여 간 이렇다 할 책을 내지 않던 그녀가 최근 《그건, 사랑이었네》란 에세이를 발간했다. 이전 작품이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활동을 담았기에, 연장선상의 이야기가 더 많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많은 일간지의 한 장에 불과한 짧은 국제면 기사만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알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재난과 분쟁 현장 등 위험한 곳의 숨은 이야기들을 알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한비야의 책은 전 세계의 기아와 고통,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알아야 할 값진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선생님도 되어준다.


이번 책에서는 그녀가 일기를 쓰듯 써내려간 소소한 일상과 감정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하고픈 조언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이미 MBC '무릎팍도사’에서 들은 이야기들도 많이 담겨 있어 마치 재방송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세가 넘은 그녀의 구호활동가로서의 인생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고, 책의 뒤편에 실린 구호현장 리포트는 가슴을 아프게 혹은 뛰게 만들었다.

한비야는 자신이 월드비전에 들어간 해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리카 대기근, 쓰나미에 파키스탄 지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형 재난이 터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재난과 위험 지역에는 어김없이 그녀가 있었다. 그녀가 전하는 구호현장에서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지만 꼭 알아야 하는 인간의 처참한 상황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2005년 10월 그녀가 긴급 구호활동을 펼친 파키스탄은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쑥대밭으로 변한 상황이었다.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발라코트 근처에서는 주검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도시 전체의 콘크리트 건물들은 모두 빈대떡처럼 폭삭 내려앉았다. 그녀는 6백여 명의 여자 아이들이 수업을 받다가 고스란히 묻혀버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학교 터도 보았다. 여진 때문에 산악지대에는 인도적인 구호조차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기란 힘들었다.

2007년 9월부터 4개월 간 그녀가 파견근무 한 짐바브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재자의 해악이었다. 무가베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 일환이라며 실제 거래 가격의 5분의 1 선에서 물가를 동결하는 바람에 시장은 텅 비었고, 거래는 모두 블랙마켓에서 이루어져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았다. 짐바브웨는 수년간 계속된 가뭄과 정치 불안, 물가 폭등 등의 재난까지 겹쳐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기아에 허덕였다. 한비야는 “한 사람의 독재자가 국민들을 얼마나 못살게 굴 수 있는지, 어떻게 나라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끼치는 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소름 끼치도록 끔찍하고 숨 막힐 정도로 절박한 곳”이라 말하는 아프리카 남부 수단. 2008년 10월 그녀가 찾아갔을 때 남부 수단은 극심한 식수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식수가 없어 동물이 똥오줌을 누는 오염된 노천의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물 자체 뿐만 아니라 물 긷는 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여자 아이들이 왕복 대여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걸어 물을 길어 오는 도중 성폭행까지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곳 아이들은 단지 물 때문에 기생충이 살갗을 뚫고 나오고, 눈이 멀거나 성폭행을 당하거나 수인성 질병에 걸려 죽는다.

마지막은 '할례’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가 할례 피해자들을 위한 보건 의료와 교육 사업을 위해 떠난 소말리아에서 접한 할례의 실체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여성 할례는 여성의 외부 성기를 잘라내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남성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신체 훼손 전통이다. 문제는 여성 할례가 특정 지역의 특이한 전통이 아닌 대단히 일반적인 관습이라는 점이다. 15초마다 한 명, 하루에 6천여 명, 한 해에 무려 3백만여 명의 8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 꼬마들이 할례를 받는다.

이 순간에도 전 세계 1억 5천여 명의 여성들이 할례 후유증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지만, 그녀들은 절대 이런 얘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이것은 준엄한 전통이고, 고통은 전통을 위해 개인이 감수할 운명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한비야는 “아프리카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쟁, 굶주림, 에이즈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고통의 밑바닥에는 차마 드러내어 말하지 못하지만 이들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할례라는 괴물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힘들고, 어렵고, 처참한 재난 현장에서 한비야는 구호팀장으로서의 헌신적인 노력을 보였다. 파키스탄 대지진에서는 의료팀과 함께 9일 밤낮을 여진의 공포, 거친 음식과 추운 잠자리 등을 견디며 115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그녀가 먹인 옥수수 가루와 콩가루를 섞은 영양죽은 수단의 아이들을 살렸다. 할례의 피해자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다히로는 손을 잡으며 함께 가슴 아파해주고 울어주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미소를 보냈다. 현지 통역자는 다히로가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본다고 했다. 한비야는 그녀만의 애정과 헌신으로 전 세계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돌보아 주었다.

전 세계인을 가슴에 품고 사는 그녀의 삶은 특별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 또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듯 다소 부끄러운 첫사랑 이야기도 들려주고, 자신도 가끔은 무기력증에 빠질 때도, 조용한 위로도 받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50대에 세상을 누비고 사람과 함께 하는 그녀가 대단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별한 그녀에게 길을 묻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녀는 한마디로 말한다. 젊은이들이여, 세계 시민이 되어라. 그녀는 세계시민을 “세계를 내 무대라고, 세상 사람들을 공동 운명체이자 친구라고 여기며 세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먼저 세계 시민이 되라고 조언한다. 더불어 눈부신 젊음의 특권을 누리라고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만치 크고 높은 꿈과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부으라고 말이다. 바로 세계를 위한 일에 말이다.

한비야는 최근 월드비전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다. 긴급구호팀 단장이라는 승진도 버리고 또다시 도전과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구호를 더 잘하기 위해서란다. 구호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구호 이론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당면 목표다. 언젠가 그녀는 현장의 경험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빈곤과 재난을 해결할 근원적인 처방과 방법론을 들고 올 것이다.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에 비견할 그녀의 구호개발 서적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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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無窮花),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國花)라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나라꽃인 무궁화를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작년 에 산림청의 무궁화 거점도시 육성 일환으로 '무궁화 메카도시’의 선정이 이루어졌다. 현재 강원도 홍천군이 선정되어 처음으로 '무궁화축제’와 단계적인 무궁화 테마파크, 무궁화 수목원, 무궁화 가로수 조성을 통한 무궁화 대중화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에게 무궁화의 유래와 가치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사실상 무궁화의 정체성 상실은 예견된 일이었다. 무궁화는 새로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의 독창성이 있어야만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무궁화의 단편적 지식도 전무한 상황에서 국민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른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무궁화의 상황과는 달리 그 자체의 이론적 합리성은 물론 오늘날 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있다. 바로 3000년의 역사를 지닌 매화(梅花)를 들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매화는 매실산업으로 불리는 것이 타당하다. 90년대 '초록매실’의 출시 이후 다양한 매실음료를 비롯한 주류가 선을 보여 왔다. 일본에서는 우메보시(매실장아찌) 등의 가공식품과 첨가물로 건강한 삶에 필요한 열매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현재 매화의 위치는 꾸준히 생활 속에 베어져 있는 자연스런 표현의 결과물이다. 절개를 상징해온 매화문양은 조선시대 여인들에게는 비녀, 댕기 등의 소품에서부터 충절의 의미로 남성들의 가구에 두루 사용되었다. 농사에 있어 매화꽃이 많이 피면 풍년을 알리고 젊의 시절의 한때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매화그림은 고려태조왕건릉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일상화 되었다.

한국민간신앙에서도 신성한 상징물로 두루 사용된다. 이 대목에서 다시금 무궁화를 떠올려 보자. 중국의 지리서 <산해경>에는 우리나라에 무궁화가 광범위한 지역에 자생한다는 기록과 행정기관을 비롯한 공식문양의 사용 그리고 현재 국가문화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방안 등이 크게 바라본 우리 무궁화의 모습이다. 단지, 다양한 무궁화종과 여러 학자들의 노력 그리고 민족성에 기초한 무궁화의 긍지를 제외한 부분이다.

일상 속 매화와는 달리 무궁화는 정적인 국가상징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광복 정신으로 내세워진 무궁화를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는 '눈에 피꽃’, '부스럼 꽃’ 등으로 부정해 버렸다. 이처럼 무궁화의 수난은 자연스레 마음이 닿지 못하는 동떨어진 국가상징으로만 등장하게 되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무궁화를 육성ㆍ지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화에 대한 법적 규정에서 공식 기념일과 홍천군의 '무궁화메카도시’ 육성도 계획하고 있다. 국화(國花)를 알리고 개개인의 마음에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노력은 결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을 국가에서 계획하고 지원하는 건 국민 스스로가 알 수 있는 넘쳐나는 무궁화 가치를 하나로 통일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정부의 지원을 권하는 사회였다는 확신이 든다. 모든 사업 특히 주거부터 상상력과 활력의 문화축제에 이르기까지 지배적인 국가정책만이 존재해왔다. 그것이 고부가차지 창출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실상은 그 만큼 따라주지 못할 것이며, 실패한다 해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브랜드 경쟁에서 이탈할까봐 무궁화의 브랜드를 외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매화가 우리에게 친숙해진 건 국가의 역할보다는 역사적으로 개인의 관찰과 행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궁화라는 국화(國花)도 단기적인 국가계획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무궁화를 알아가는 토대만 국가가 만들어 주길 바란다. 산발적인 육성과 지원의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세금으로 다시 채워질 뿐임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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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관계의 중요성

최근 남북관계의 분위기 변화를 반영하듯, 유성진 씨의 석방에 이어 '800 연안호’ 선원들도 무사히 귀환하였다. 위성항법장치 고장으로 NLL을 넘어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 된지 한 달만의 일이다. 2008년 2월 '서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무동력선 2척을 발견해 승선해 있던 22명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낸 것’을 기억하고 있던 나로서는 북한이 선원들을 억류하고 있을 명분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유성진 씨 석방 이전만 해도 남북관계가 안좋았기 때문에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400명이 넘는 전후 납북자가 북한에 억류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연안호 선원들도 이전에 납북된 어부들처럼 북한에 억류되어 아예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씨의 석방과 이산가족의 상봉 등 북한의 태도 변화로 다행히 4명의 어부들이 돌아올 수 있었다.

현재의 남북 분위기는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과 북의 화해를 짓밟는 것이었으며, 북한의 강경한 대남정책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는 그들의 논리가 틀렸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변화의 요지는 한마디로 북한정권의 필요성이다. 햇볕정책론자들이 아무리 퍼주었어도 북한은 정권의 안위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였으며, 미사일을 시험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당장에는 남북관계의 경색을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원칙적인 대북정책기조로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북한의 목적은 권의 안위를 위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으로 벌어들일 돈이다. 그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다행히 통일부가 8월 30일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대서 볼 수 있듯이 국민들은 현재의 상황을 잘 보고 있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북한의 화해 제스처가 미-북 대화의 환경조성용이라는 의견이 29.5%로 가장 높았고, 제재회피용과 북한 내부 요인,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영향 순으로 나타난 것이 그것이다. 꼭 이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친 작년과 올해 초에도 대북정책 부분만은 어느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북한의 목적이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보다 더 원칙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북한 정권은 자신에게 해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개성공단 등을 닫겠다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런 것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는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과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장기적인 전략 하에 대북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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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관대하다’ 는 표현은 어색한 말이지만 공공의 영역에 들어서면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마법의 용어로 사용되곤 한다. 이 같은 찰떡궁합은 아마도 분명한 상하관계를 강조한 정부성격이 크게 작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껏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되는 특별사면제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지금껏 정권교체의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한 개천절, 광복절 등의 국경일에는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특별사면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종교적 성향이 깊은 석가탄신일, 성탄절 사면에도 불구하고 '사법권의 보완’ 차원의 '사면제도 본질’보다는 현 정부 성향과 정치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만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광복절에도 어김없이 특별사면은 이루어졌고 생계형 위주였지만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왜 사면제도는 정권이 바뀌어도 동일한 평가만을 받게 되는 것인가

사실상 사면법은 1984년에 제정된 이후 2007년 '사법심사위원회’의 심사과정에 대한 일부 개정만이 있을 정도로 큰 변화 없이 시행되어져 왔다. 사면이 대통령이 권한 이였기에 남용의 우려가 높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한보비리로 구속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를 비롯해서 90년대 115명의 희생자를 낸 KAL기폭파범 김현희의 사면은 사면제도의 보완논쟁과 김씨의 방송 출연과 자서전 출간 등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수많은 권력형 비리와 경제사범들도 사면의 혜택이 있었기에 특별사면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사면제도의 변화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사면제도가 형벌권남용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란 빛바랜 구호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까지 오면서 정치거래로서의 사면보다는 대규모 사면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현 정권 성향에 맞는 국가보안법관련 공안사범의 사면이 이루어졌지만 특정 계층의 사면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의 사면은 그 대상이 도로교통법과 같은 규제적 성격의 범죄에 해당하기에 특별사면의 홍보효과와 국민의 법준수의식 저하의 장ㆍ단점을 지닌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사면을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면제도 자체가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보다는 시혜적 차원으로 생각하는 낡은 사고방식에 있다. 사면제도는 법치주의 국가의 대표적인 예외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유지수단으로 사용할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처럼 사면제도의 정당성과 관련해서 참으로 많은 의견이 난무한다.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권 사이의 학술적 논쟁에서 정치권의 특별사면에 대한 의도까지 대부분 사면이 이루어질 때마다 법적 한계성의 보충해주는 긍정적인 의견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단, 이 같은 주장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려면 지금껏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정부와 국민들이 존재해야 한다. 경제나 사회상황 역시도 꾸준히 동일한 성향을 보여야 한다. 이건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앞에서처럼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의 비판도 낡은 인식에서 나온 걸 보면 무조건 적인 부정보다는 사면현실을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8ㆍ15 특별사면 대상자를 생계형으로 규정하고 정치인 그리고 기업총수가 배제된 특별사면이 이루어졌다. 왜 현실에서 기업은 중간이 아닌 처음과 끝에만 등장해야 하는가. 특히, 지금껏 이루어진 특별사면은 기업가의 이름만 거론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올바른 자제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면제도는 구시대적 사물로 보면서 현실적 경제활동의 주체는 무조건 기득권으로 보는 시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별사면제도가 문제가 있다면 제도자체의 원칙을 다시 정하거나 대상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수정하면 되는 일이다. 매번 특별사면이 이루어질 때마다 사면의 혜택을 받는 이들에 대한 질타나 제도 자체의 무조건적인 부정은 국민들의 욕구를 무엇으로 나타낼지 보여줘야 할 정부행동에 의욕상실의 가능성만 키우는 셈이다.

현재 잘못된 사면제도라면 제도자체에 비판을 가해야지 그 대상이 기업인일 경우에만 부정적 시각을 집중해서 '삼국유사’의 경문왕 부분에 실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관한 설화에 보이는 두건장이의 의미 없는 왜침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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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우리 경제는 위험했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의 위험도는 신흥시장 국가 중 거의 최하위에 가깝게 평가하면서 폴란드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외신들도 동참해서 한국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부는 외신에 대한 정책홍보를 강화하고 한국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고위관리가 직접 외신을 찾아가 브리핑하기까지 하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2008년 한국 경제는 64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을 이탈한 외국자본은 5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한 달 간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자본은 1년 유출본의 절반에 해당되는 250억 달러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 근처까지 가던 위기상황에서 26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 미국과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맺으며 환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외국자본의 탈출도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8월 24일자 신문에 “외국 자본이 한국의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Foreign Funds Flow into South Korea)”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외신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에는 POSCO와 같은 우량기업이 많아서 추가로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워런버핏)
-한국 정부 관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미국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한국 대기업들이 건전한 상황이어서 더블딥 가능성은 거의 없다(일본 노무라 증권)
-한국은 30개 회원국 중에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OECD)
-삼성전자 주가가 90만원까지 오를 것(메릴린치)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모건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
한국의 주요 통계지표도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 많습니다.
-경기선행지수(앞으로의 경기를 예측)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
-경기동행지수(현재의 경기상태)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
-소비자심리지수 7년 만에 최대치
-2분기 GDP 2.3%성장, 수출 14.7% 상승, 민간소비 3.3% 증가

미국경제도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 발언이 많이 나옵니다.

-미국경제의 낙하는 끝났고,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예측(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미국경제의 침체속도가 확실히 약화 되고 있으며, 경제가 안정될 시 세금인상이 필요할 것(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7월 중순부터 반등을 시작했다.(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6월에 끝났을 수도 있다(골드만삭스)
-경제전문가 52명중 27명이 경기침체 7월에 끝났다고 대답(월스트리트저널)

그런데 이런 발언들은 현 상황에서 어떨까요?

-금융시스템 전반을 붕괴시킬 수 있는 '최우의 위기’는 오지 않았다(마크 파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조짐 없다(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미국경제는 7~8월이 바닥. 하지만 실업률은 장기간 상승할 것(폴 크루그먼)
-경기침체 끝나더라도 회복세는 미약. 더블딥 발생 가능성 높음(누리엘 루비니)
-경기침체 두려움은 끝났지만, 경제는 정체될 것(로버트 실러)
-미국의 실업률이 13%를 넘어설 것이다(메리디스 휘트니)
-유럽은행 2차 신용위기 경고음(윌스트리트저널)

한국경제에 관련된 부분을 좀 더 보겠습니다.

-상반기에 171조원(63%)의 재정을 조기 집행되면서 하반기에는 재정집행이 100조원(37%)에 불과. 7월까지 70%가량 소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정지출 규모 세계 3위
-하반기 재정정책 확대 어렵고 임시투자세액공제, 노후차량교체 등의 세제혜택 연말 종료
-2009년 2분기 GDP를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수출은 7개월 째 감소세(경상수지 흑자도 불황형흑자)
*불황형흑자 :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서 발생한 흑자
-7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미분양 아파트 16만 가구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 추산
-증권시장 개인신용융자거래잔고 지속적 상승해서 현재 약4조 2천억원, 역대 최고수준
-국제 원자재, 석유 가격 상승, 낮아지는 환율

여기까지 보니까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누구는 좋아질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더 나빠질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통계는 경기회복을 알리고, 또 다른 통계는 경기침체를 알립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세계경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섞여있어 혼란스럽고, 한국경제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6월 22개국 2만여명을 상대로 작년 12월, 올해 3월, 6월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자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비관적인 전망(08. 12월 70%-> 09.3월 44% -> 09.6월 27%)이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경제는 심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니, 우리나라 국민의 긍정적인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들떠있는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2007년 하반기 미국으로부터 출발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서 대공황이후 최대의 위기라 불렸습니다. 현재 세계는 각 국 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와 통화발행으로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 찬사를 보낸 윌리엄 페섹도 “아시아 경제가 회복돼 보이는 건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 저금리 기조 덕분이다. 특히 중국 등 각국 증시가 달아오른 것도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거품이 경제가 회복됐다는 환상을 심어 줘 더 체력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과 비슷하게 한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공격적인 재정지출의 확대와 원화가치의 하락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물론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체질과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경기지표와 유력인사의 발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사 투자리포트 제목에 들떠서, 신문의 투자 면에 나오는 큰 제목에 들떠서 소중한 자산을 성급하게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담이지만, 증권사에서는 상승과 조정, 숨고르기를 외치지 하락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매수와 유지를 말하지, 매도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생산될 물건을 사줄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사실 우리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수출시장을 넓히지 않는다면, 혹은 집중되어 있는 시장에서 더욱 수출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수출 강국인 한국은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내수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주요 경제국의 상황에 점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동안의 FTA를 통해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잠재된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 관광, 교육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개혁해서 내수를 시장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점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위기 시에는 착시 현상인지 아닌지를 경계하고,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급증을 버리고, 보다 내실을 다지는 행동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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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유권자 수가 7억 1,400만 명, 입후보자수가 5천명이 넘는 나라. 이중 543명만 하원 의원이 되기 때문에 경쟁률은 약 10대 1에 육박하고, 2008년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919개나 되는데 실제 의원을 한 명이라도 배출한 정당은 42개에 불과한 나라. 최근 다섯 차례 선거에서 투표율은 60%전후를 기록해서 정치 참여 의식이 비교적 높은 나라. 총선을 1달간 5차례로 나누어서 실시하는 나라(참고로 2008년 한국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46%, 지난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63%를 기록)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자국의 회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240만 원 짜리 저가차를 개발한 나라. 미래의 성장잠재력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나라. '상인은 모두 도둑이다'라는 불문율이 있는 나라.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8월 7일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맺은 인도입니다.

*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로서 실질적으로는 FTA와 동일한 성격.

인도의 경우 국민소득이 천불 정도로 아직까지 높지 않은 수준. 또한 자유무역에 대해 서 국내적으로 거부감이 존재. 그래서 협정 초기에 FTA대신 CEPA라는 용어를 사용하 자고 요청해왔고, 한국이 이를 수용. FTA나 CEPA나 모구 양국의 비준절차를 통해 발 효되므로 효력은 같음.

먼저 인도인에 대한 여담으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인도인의 협상능력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면에서 상당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인도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팔고 보면 계약을 잘 성사시켰다는 자부심이 드는 한편으로 마음 한 쪽에서는 왠지 모르게 당한 것만 같이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인도에서는 상술과 사기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표현합니다. 이 나라의 상인들은 상행위와 사기행위의 경계선을 아무 거리낌 없이 넘나들고

'속는 자가 바보이지 속인 자는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오히려 '상인은 모두 도둑이다'라는 까우띨리야(까우틸리야는 인도를 최초로 통일하여 모리야 왕조<기원전 322-185>를 세웠던 찬드라 굽타의 스승 겸 참모로 알려진 인물)의 말이 오늘도 유효하다는 사실입니다. 2500년이라는 세월동안 축적된 인도적 상식과 인도적 기준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한다고 보는 것이 인도의 시장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많습니다.

이제 한-인도 CEPA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국제무역질서에 있어서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나라입니다. 그래서 CEPA는 FTA와 동일한 개념이지만 자유무역에 대한 인도의 반감을 고려해서 CEPA라는 용어 채택했습니다.

인구 12억 명에 구매력이 세계 4위인 거대 소비시장의 문을 처음 열었다는 것은 큰 의미입니다. 인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8% 넘게 성장하면서 구입규모가 연 20%이상 급신장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개방효과도 크지만,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만큼 한국기업이 갖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04년 발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인도 CEPA로 인해 대 인도 교역액이 33억 달러 증가하고 국내총생산이 1조 3천 억 달러 증가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번 협정은 개방의 폭이 85%로 작은데다 관세인하 기간이 8-10년으로 개방속도도 느린 게 사실입니다. 또한 정부발표대로 인구12억에 구매력기준 세계4위도 의의가 크지만, 아직 인도시장에서 우리 수출의 비중은 3%미만 정도임을 가지고 판단해 볼 때, 경제규모만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은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인도 CEPA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상대방의 시장개방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협상을 추진한 첫 번째 사례로 볼 수 도 있습니다. 한미, 한-EU는 경제구조의 선진화, 소비자효용 극대화, 통상강국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등의 목적도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외의 FTA들은 초기의 시행착오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시험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한-인도는 CEPA는 인도의 시장개방을 가장 핵심적인 목표로 삼았습니다. 급성장 하는 인도의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입니다. 특히 한중일 3국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한국의 수출기업과 연관 산업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인도에서 한중일 3국은 상호 경쟁적인 품목으로 열전을 벌여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은 인도와 FTA협상중이고, 중국은 공동연구 중 입니다.

인도 샤르마통상장관은 최근 발표된 연구조사를 인용하며 외국 기업의 인도 투자 수익률이 59%로 세계1위(인도, 러시아, 브라질, 중국 순)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기업이 강한 분야인 가전과 소비재, 전자 부문에서 더 많은 투자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인도는 CEPA를 통해서 한국과 인도 두 나라 사이의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인도를 1차적으로 수출시장, 2차적으로는 값싼 임금을 이용한 제조업 생산기지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 인도는 우리 제조업과의 산업, 기술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입니다.

한-인도 CEPA는 다른 FTA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머물었습니다. 많은 품목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철폐스케줄도 긴 편입니다. 다행인 것은 인도의 관세율이 높았기 때문에 수출증대효과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도 있고, 이혜민 FTA교섭대표도 체감하는 관세 인하폭은 미국, 유럽 못지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인도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큰 호평을 받으며 일본의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 기업들의 최대 투자 대상지는 중국이었으나 이제는 인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수가 3만-4만개에 달하는데 비해 인도에 진출한 기업 수는 380여개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시장 적극적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특히 인도의 소매유통시장은 최근5년 간 연15%매출증가율을 기록 중이며, 우리의 유통서비스는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에 비해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매우 유망 할 것입니다.

1998년 인도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인도차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머지않아 시장규모가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초기시장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가차 시장 엄청난 경쟁을 벌리고 있는데, 인도의 타타그룹은 240만원대 저가차 생산하며 현대차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그동안 한국에서 부품을 인도로 수입해오면서 생기는 12.5%의 관세가 골칫거리였는데, 한-인도 CEPA가 발효되면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포스코도 잠재적인 시장 규모를 보고 투자결정을 내렸고. LG전자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에서 점유율 1위로 타 업체의 추종 불허하며 현지에서는 메이드인 인디아로 인식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협상은 중간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인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인도에 대한 투자확대나 한국 공산품 수입을 통한 소비자 효용의 극대화일까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핵심을 따로 있습니다.

한국이 인도의 제조업 문을 열고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것처럼 인도도 한국의 서비스 산업 문을 열고 서비스업으로 진출하려는 것입니다.

인도가 단순히 인구와 자원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은 사실 편견에 가깝습니다. 세계 최강의 IT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률과 회계, 경영컨설팅 업무까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의 메카라 불릴 정도로 경제체질을 바꾸어가는 중입니다. 한국의 서비스 수지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부에서 아옹다옹하는 사이에 국제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법률, 회계 분야는 72억 2천만 달러로 큰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인도 인력에 대한 포괄적 규제권을 확보해서 인도 인력의 대량유입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IT벤처기업연합회 조사결과 국내 중소벤처 IT 기업의 인도인에 대한 선호도와 채용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인도가 고급 서비스 분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인력의 국내유입은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인도의 IT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인도를 포현하는 우스게소리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인도를 먹여살리는 것은 타지마할과 스프트웨어' 라는 말입니다. 인도가 IT강국이라는 의미입니다. 종사하는 사람들이 엄청납니다. 전문 인력이라 불릴만한 사람만 해도 비정규교육기관까지 합치면 최고 80만명에 달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4%, IBM의 28% 전 세계 IT산업의 심장이라고 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전체인력의 약 30%이상이 인도 기술자들입니다. 또한 hotmail을 개발하여 MS사에 판 사람도 인도청년입니다.

인도에서 소프트웨어는 관련 분야는 꿈의 직업입니다. 법적으로 폐지된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IT산업은 하층민들이 신분상승과 함께 부를 누릴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인도로 인력난을 겪는 분야가 있으니 의료, 금융, 바이오, 식품 산업에서는 특히 인력부족상황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런 부문에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입니다.

현재 인도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매년 7%씩 성장하면 10년이면 시장규모가 2배로 커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당장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인도의 관세자체가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큽니다. 또한 인력 이동을 활용하여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올수도 있습니다.

지난 15일 중국과 아세안 FTA체결 세계최대 인구의 단일시장 출범(중국 13억 아세안 6억)하였습니다. GDP 기준으로 볼 때, 중-아세안은 6조달러, 유럽15조달러, 미국 14조달러 정도 됩니다. 그러나 중-아세안 단일시장을 무한한 천연자원과 거대한 인력이 잠재된 신흥시장의 결합으로 볼때 한국의 거대 경제권 및 신흥시장에 대한 진출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기다려 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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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반짝 화제가 된 사람은 독일 출신 귀화인 탤런트 이참이었다. 그는 귀화인 최초로 한국관광공사라는 공기업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역할을 잘 해낼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을 뒤로 하고서라도, 한국의 '순혈’이 아닌 한때 외국인이었던 사람이 국가 운영의 한 분야를 맞게 됐다는 점은 꽤 상징적인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켄 크로퍼드 미 오클라호마대 교수가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에 내정돼 근무하게 됐다. 이는 외국인 고위공무원의 첫 사례가 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위원 중에는 데이비드 엘든 씨이라는 영국인이 활동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20여명의 외국인이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가장 경직된 관료조직이라 일컫는 공무원 사회에서부터 다인종에 대한 포용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불과 2년 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한국을 사실상 '인종차별국가’로 지정해, 다른 인종과 국가 출신에 대한 차별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단일민족’, '순수혈통’ 등과 같은 언어와 여기에 담긴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널리 퍼져 순혈주의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 두드러지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그 때 한국은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 시대로 접어든 무렵이었고, 곳곳에선 인종차별의 사례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및 여성 배우자,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아의 인권문제들이 크게 대두됐다. 국내 전체 결혼에서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이 12%가 넘는데 다문화 가정에서 외국인 여성의 부적응, 자녀들의 따돌림, 차별 등이 심각했다. 피부색 등으로 인한 배타적이거나 낯선 시선 때문에 괴롭다는 외국인의 호소들도 줄을 이었다. 거주 외국인의 52%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임금 체벌과 폭력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나왔다.

신문과 매체 등에서는 연일 단일민족의 폐해를 꼬집었다. 한국인의 뿌리 깊은 단일민족 의식이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정신이자 자부심으로 사용해오면서 이런 관념들이 외국인 및 혼혈인에 대한 배타심으로 작용해왔다는 내용들이 집중 거론됐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기사나 외국인들의 한국생활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한국인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지속됐다. KBS의 '미녀들의 수다’나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다뤘던 '인간극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한국에서도 변화가 조금씩 생겨났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첫 번째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전체 다문화 가정의 4분의 1이 몰려 있는 서울시는 10월부터 '국제결혼준비학교’를 열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할 남성들을 미리 가르치겠다고 했다.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둔 탓에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외국인 신부를 위한 한글 및 문화 강좌를 마련하고, 지역 관광을 통해 소속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혼혈이나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개방적인 연예계에서조차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혈이라는 것을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탤런트 이유진은 한 때 혼혈 논란에 휩싸여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인순이, 윤미래, 하희라, 다니엘 헤니 등 혼혈 출신 연예인들은 연기나 노래로 어필할 뿐 대중들은 혼혈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내지 않는다. 최근 kbs '1박2일’은 외국인 6명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선보여 외국인과의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예계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외국인과 혼혈에 대한 거부감 없는 방송은 대중에게도 좋은 선례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차별 또한 법제로써 조금씩 극복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가가 국가공무원법 관련 조항을 개정해 외국인이 별정직 공무원이나 정무직으로 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조금씩이나마 외국인들의 공무원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투표권을 부여받았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국내 거주자 중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지난 19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권이 주어진 것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이민자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받은 사례도 생겼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지 17년 된 한국인인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7번에 공천됐다. 이번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그녀의 목표는 제1호 국제결혼 이주여성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여전히 외국인이나 외국계에 대한 차별대우의 문제는 대두되고 있다. 무국적자 문제는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5일 서울국제법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무국적자 실태에 따르면 이들은 내국인에게 주어지는 어떠한 법적 권리나 사회보장도 누릴 수 없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등 철저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동안 무국적자들을 관리하거나 지원, 구제하는 제도 자체가 전무한 탓이 컸다.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이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올해 8월 외국인 110만 시대를 맞았다. 국내 인구의 2.2%에 불과하지만 1997년 38만 명의 3배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사실인 듯하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께에는 300만 명에 달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과도기에 와 있는 한국에게 과제는 많다. 그래도 한국인의 단일민족 의식은 희미해지고 있고,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사라지는 추세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외국인을 위한 법적, 제도적 보장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회 포럼에서 현재 추진 중인 다문화 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에서 더 많은 권리와 한국인과 동등한 혜택을 누리면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외국인과 한국인의 구별이 없는 사회가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외국계 한국인이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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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합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기관의 활동을 통한 정치보다 대중의 직접적인 정치참여가 헌법적인 절차가 무시되더라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러한 입장에 부합하는 사상가 중에 루소가 있다. 그는 민주주의를 일반의지(General Will)에 의한 정치로 규정한다. 일반의지란 일반 대중들의 일치하는 의견을 말한다. 그런데 이 일반의지가 형성되는 것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의미하였다. 만약 이에 수긍하지 않는 개인이나 적합하지 않은 법이 있다고 한다면 일반의지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소는 공동체가 있기에 개인의 권리와 법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입장과 부합하는 면은 성리학자 이이(李珥)의 사상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기일원론(氣一原論)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민중(氣)만이 정치적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왕에게 언로를 열어줄 것을 건의하기도 하였고, 특히 사간원, 사헌부 등의 활동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이는 민중의 일치된 여론을 공론(公論)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표현하였고, 바로 이 공론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황은 서인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세勢에 의한 정치’로 합법적인 권한을 무시하는 정치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대중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치라고 규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얼핏 보기에 루소와 이이의 주장은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 결과를 살펴보면 그들의 주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먼저 프랑스를 살펴보자. 루소의 사상을 정치 이념으로 채택하였던 자코뱅당은 프랑스대혁명의 기간에 사상 유래가 없는 폭압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부르주아와 농민의 연합에 의해서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의 초기의 자유주의적인 개혁 방향이, 후반에 자코뱅당에 의해서 공포정치로 전환되고 말았다.

또한 이이의 사상을 계승한 서인들은 인조반정을 통해서 정권을 획득하게 되는데, 그들은 민중의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이 곧 민중의 의견이라는 독선으로 조선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이러한 의외의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토크빌의 견해를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루소나 이이와 반대로 다수의 일치된 의견 혹은 '다수의 횡포’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한다. 프랑스는 '자유의 쟁취’라는 목적으로 대혁명을 일으키지만, 민주주의가 갖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제제하려는’ 평등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자유를 포기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결국 프랑스는 독제정치의 길로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다수의 일치된 의견인 공론(公論)이나 일반의지(General Will)에 의한 정치가 대중의 평등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치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토크빌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자.

그는 영국이 평민과의 소통 의지와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귀족의 역할로 인해서 민주주의가 평등주의에 빠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귀족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발달되지 않은 중앙집권제도와 끊임없이 서부로 확장하는 풍부한 영토(새로운 이주민들에게 끊임없는 부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사법관의 역할, 정치와 분리된 종교의 헌신적인 노력 등으로 인하여 다수의 폭정이 완화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여러 사람들의 정치적 참여로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우리는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가운데,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합법적으로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각 개인들의 다른 관점에서의 많은 참여와 헌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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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으면서 다른 북한 억류 두 사건
한반도의 상황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두 사건

지난 8월 5일 유나리, 로라링 기자의 석방 이후, 한국의 유성진씨도 137일 만인 13일 추방형식으로 석방됐다. 두 사건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 현실인식의 계기가 되었으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공통적인 것은 우선 두 사건 모두 북한 정부가 키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국경을 넘어가건,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북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건 간에 북한정부에 의해 억류된 것은 비슷하였다. 둘째, 체험적이건 교육에 의해서이건 두 사건 모두 현재의 북한상황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결국은 선의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제외하고 사건의 진행과 결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하였다. 첫째가 북한에 억류된 이후의 상황이다. 한국계이건 중국계이건 두 기자에 대한 대우는 유 씨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3월30일 체제 비난과 북측 여성 종업원에 대한 탈북책동 등의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이후로 유 씨는 변호인 접견 등의 기본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장기간 억류돼 있었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가는 등 어떻게 보면 유 씨 보다 더 크게 북한 법을 위반한 두 기자들에게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한 연락이나 가족들과의 전화통화도 허용하는 등 처우가 전혀 달랐다.

이는 북한 정부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대남선전과는 달리 대외정책에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정부를 염두해 두었다는 것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효과를 얻어냈다. 민족보다 더 소중한 김정일 정권의 이익이 북한에게 최우선이었기에 일어난 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두 사건의 극명한 차이를 세 사람의 귀국하는 모습에서부터 볼 수 있었다. 환하게 웃고 안도하는 표정으로 비행기에 올라타는 여기자들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소재감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등 미국인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환영일색이었다. 그러나 귀경인터뷰에서 "무사히 돌아오게 돼 기쁩니다.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 주신 정보 당국과 현대아산,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힌 유 씨의 모습이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진 것은 나와 함께 TV를 본 사람의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왠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장기 강제 억류된 유 씨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것의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유 씨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의 언론과 사회의 인식차이가 아닌가 싶다.

두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를 보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현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남북관계는 민족적이고 감정적인 것 이상으로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밝히는 것은 이글의 방향과는 다르므로 이쯤에서 정리하겠다.

무모했고 그 결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기자정신과 피해자 입장에서 미국의 두 기자들은 미국에서 환영을 받았다. 우리도 유성진씨를 '하지 말아야할 자리에서 잘못된 발언을 하여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되었다'는 식으로만 비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금강산과 개성 등에서 북한의 현실을 보고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드는 자신의 생각을 용기 있게 이야기함으로써 100일을 넘게 억류되었던 그에게 조금 더 따스한 말로 위로하였으면 한다. 그게 보다 더 인간적이고 우리는 같은 한국인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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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사의 45%, 18만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가 최근 교원평가제를 수용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이어 교총 산하 각급 교사회와 학부모 단체들이 찬성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교원평가에 다소 소극적이던 민주당도 대변인을 통해 긍정의 뜻을 밝혔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70-80%에 이른다. 이제야 비로소 교원평가제 도입의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교원평가제는 교장, 교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교사의 학습지도와 교장, 교감의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평가하거나 만족도를 조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만큼은 경쟁의 측면에서 예외였다. 교사를 평가한다고 하면 “누가 감히”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경쟁의 사각지대에서 공교육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교육의 질은 결국 교원의 실력이 좌우하는데, 이를 평가하는 척도나 기준이 전혀 없어 교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교원평가제는 교직사회에도 평가를 통한 의미 있는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과 교사의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2004년부터 교원평가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법안은 계속 제출과 폐기가 반복되어 왔다. 이해당사자인 교원단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 탓이 컸다. 교총이나 전교조 등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거나 교사 간의 무리한 경쟁으로 인해 교육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취했다. 한국교총이 교원평가제에 대한 찬성 표명을 한 지금에도 전교조는 선(先)근무성적평가제 개선 등의 조건부를 붙여 회피하는 모습이다.

교원평가제 도입 여부를 두고도 계속된 우려가 있었다. 평가 항목이 교육과 무관한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는 주장이나, 교육주체․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교사평가에만 치중돼 있어 교육현장의 책임을 교사에게만 전가하거나 교사 통제 수단이라는 주장 등이다. 다면평가를 실시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학부모가 교육 현장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것인가 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국의 1500여개 교원평가 시범학교들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전곡초교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보내는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 설문지를 살펴보면, ▲교사가 수업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펴주는지 ▲교장·교감이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는지 등 교육 전반의 평가와 함께 교육과 관련한 문항들이 다수를 이뤘다. 평가 항목이 교육과 무관한 분야나 교사 평가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충남 부여군의 홍산중은 매년 6월 실시되는 교원평가에 앞서 학부모들을 학교로 초청해 수업을 참관하게 하고, 선생님들도 서로 수업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을 돌려 보며 평가 자료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다면평가에서 학부모나 동료 교사가 교사의 수업방식을 잘 알지 못하면서 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온정주의로 평가하던 관행도 있었지만, 3년 정도가 지나니 서로가 솔직하고 진지하게 평가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시범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모의 평가 참여율을 높이는 문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문제 등의 보완할 점도 발견된다. 그러나 시범학교 대부분이 교원평가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 전곡초교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경북 영양초교의 공개수업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학교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홍산중의 한 교사는 “다른 선생님을 평가하면서 점수를 매기다 보면 '나는 과연 이렇게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더욱 분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간 평가가 교사들의 질적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교원평가 열풍의 흐름에 비춰보면 한국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은 교원평가를 기반으로 나쁜 학교 수십 곳을 폐쇄하고 교사 수백 명을 해고하는 과감한 조치를 통해 공교육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은 학교마다 평가위원단을 구성해 1-3년에 한 번씩 교사를 평가해 결과를 승진, 보수에 반영한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일본도 교원면허갱신제도를 도입해 임용 후 10년마다 교사를 평가해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도 교원평가제 도입을 통해 세계의 공교육 혁신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남은 과제는 전교조와 국회의 결단이다. 전교조는 일단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을 벌일 모양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거부는 교원집단의 이기주의로 낙인찍힐 뿐이다. 국회도 더 이상 눈치싸움에만 매달려 공교육 개혁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원평가제가 내년부터는 꼭 실시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교원 평가와 인사, 보수를 연계하지 않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를 연계할 방안들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공교육 붕괴를 가장 많이 걱정할 일선 교사들이 교원평가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책임 있는 노력까지 보인다면, 공교육 혁신 열풍은 한국에도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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