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교육에 관한 문제가 붉어져 나올 때마다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특히 요즘 이슈가 되는 학원심야교습금지와 같은 사교육에 관련된 문제일 경우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그것은 좌파, 우파를 가릴 것 없이 공교육 강화를 대책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위 자유주의자라고 일컬어지는 사람 중의 일부도 이러한 주장을 펴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간은 다양하다. 배우고 싶은 욕구도, 배움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교육도 모두 다르다. 이것은 좋고 나쁨을 떠나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본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교육도 다양해야 한다.
공교육은 본질적으로 천편일률적인 교육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의상으로도 공교육이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이미 '公’이라는 말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공교육은 기술적으로도 다양성을 띠기가 힘들다. 초등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모든 초등학교의 교사들은 교대에 입학하여 똑같은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다. 졸업 후에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게다가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의 일탈을 항상 감시 ․ 감독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한다고 해도 공교육에서 다양성을 얻기 힘든 본질적인 장애가 여전히 남는다. 그것은 교사들이 그렇게 해야 할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남보다 더 열심히 교재를 연구하고 열성적으로 수업을 한다고 교사 개개인에게 돌아올 이익은 별로 없다. 게다가 집단에서 남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 소위 튀는 것은 그다지 이로울 것이 없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집단의 기존 질서에 순응하고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교사의 사명감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순진하게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교사에게 그러한 사명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과연 우리가 교사들에게 사명감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공교육을 강화하여 다양성을 얻으려는 시도는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교육이 이처럼 태생적 문제를 안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첫째, 공교육이 담당하는 영역을 축소하고 공교육의 존재 이유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이상 숙지해야할 최소한의 규칙과 가치들이 있다. 특히 법을 준수하고 재산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명제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바로 이것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정부와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공교육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많은 것들까지도 담당하려고 한다. 다양성, 수월성이 공교육에서는 본질적으로 달성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룰 수 없는 목표에 집착함으로써 정작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법을 어기고 재산권을 부정하는 현상이 이토록 팽배하는 것도 근본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더구나 그 책임을 입시위주의 사교육이 팽배한 탓으로 돌리는 것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책임이 있다면 가정교육에 실패한 부모와 공교육에 있다. 공교육이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다른 것에 치중하지 않았다면 학생들이 지금처럼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사교육 시장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사교육에 그토록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는 것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각자가 필요로 하는 교육이 얼마나 다양하고 절실한가를 보여준다. 공교육은 그 절실함을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사교육을 얽어맨 각종 규제를 제거함으로써 누구나 자유롭게 사교육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되어 다양한 교육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교육이 지금보다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더 커진 교육 시장 안에서 공급자들 간에 치열해진 경쟁은 궁극적으로 교육비는 낮추고 교육의 질은 올리도록 할 것이다. 학원심야교습금지나 학파라치 같은 반시장적인 정책은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비용을 높이고 교육의 질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공교육이 담당해왔고 앞으로도 담당하고 싶어 하는 다양성, 수월성 교육은 원래 사교육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다. 사교육이 활성화 된 것은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라 소득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그만큼 우리의 욕구가 크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교육이 선이고 사교육이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못 먹고, 못 살았기 때문에 공교육이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제 사교육에게 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