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
DTI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주택거래를 회복시키고 현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완화된다면 가계부채 증가로 부실위험이 증대하고 설혹 완화하더라도 거래 증대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이견은 DTI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름에 기인한다. 참여정부시절 큰 논란의 대상이었던 종합부동산세와 유사하게 찬반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DTI는 대출위험을 적정하게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계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대출한도를 책정하는 수단이다. 그 의미대로 가계부채가 과도한 현 거시경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가계 부실화 위험은 증대되므로 DTI는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DTI 완화는 부적절할 뿐 아니라 자칫 회복하고 있는 거시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DTI 완화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다. 주택거래 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어디로 가고 이제 남은 것은 DTI 완화가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만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주택거래가 극도로 침체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한 기본적 입장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엽적인 금융정책 효과성 논의로 비켜난 양상이 안타깝다.
주택거래 침체 심화
주택시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가격은 안정되었으나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고 거래가 실종되는 등 가격 외의 시장지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은 안정되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대심리가 형성되지 않아 수요는 더욱 위축되고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가격 하락 보다 주택거래 급감이 서민생활에 주는 영향은 더 심각하다.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주거이동이 불가능하여 정상적인 주거생활이 저해된다. 신규분양주택으로 이주하려는 가구가 분양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분양시장의 자금 선순환도 어려워진다. 지난 5월 주택거래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2006년 이후 월평균 거래량의 33%에 불과하였고 5개 신도시는 28%를 기록하고 있어 주택거래는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은 수요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거래회복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여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려는 반면 팔려는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래 주택가격에 대한 예상치가 낮아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그렇다면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입장에서 거래회복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가격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래 회복은 수요가 회복되어야 가능하다.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후 아무런 내용 없이 시장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한 후 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선회하였다. 심리적 원인이 주택수급에 영향을 주는 주택시장의 특성상 이러한 불확실성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주택거래는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거래 활성화의 효과 분석
주택건설은 주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가 큰 산업이다. 주택거래도 이사, 인테리어, 건물보수 등을 통해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다. 주택거래 정상화는 그 과정에서 연관효과가 나타날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주택건설을 촉진하므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는 크다.
① 주택거래 증가의 직접 영향 분석
주거이동과 관련된 산업으로는 인테리어와 관련된 건물수선(건설업), 이사와 관련된 운수 및 보관업(서비스업), 중개와 관련된 부동산 및 임대업 중 부동산서비스(서비스업)이므로 이들의 GDP 합을 산출하였다. 각 자료는 2000년 1분기부터 2010년 1분기까지의 분기별 자료를 구축하였고 각 변수는 수준 자료에 로그 취한 후 차분한 값을 사용하여 단위근 문제를 제어하였다.
추정 결과, 주택거래가 10% 증가하면 관련 산업 GDP는 연간 2,5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주택거래는 정상적인 수준의 1/3 정도이므로 만약 정상화된다면 주택거래는 200%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된 산업 GDP에 대한 효과는 연간 약 5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산업의 3년 연평균 GDP가 62조원이므로 8%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② 주택건설투자를 통한 파급효과 분석
주택거래 활성화는 단순하게 연관 업종의 생산 증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에 영향을 준다. 앞의 분석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여 주택건설투자를 추정하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를 산업연관분석 결과를 적용하여 도출하였다.
주택거래가 10% 증가한다면 주거용 건설투자는 1.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과거 3년 연평균 주거용 건설투자는 1,577조원이므로 주택건설투자는 2조 3,65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수준으로 회복된다면 주거용 건설투자는 총 47조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예년 수준의 3%에 해당된다.
주거용 건설투자가 1조원 증가할 경우의 산업연관효과는 다음의 표와 같다. 분석 결과는 2004년 산업연관표를 사용해서 도출되었으나 대략적인 계량 결과를 보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주택건설투자 1조원 증가 시 산업연관효과>
산업 구분 |
생산유발액(억원) |
부가가치유발액(억원) |
고용유발인원(명/1조원) |
운수․보관업 |
237 |
123 |
353 |
부동산․사업서비스업 |
1,387 |
920 |
1,079 |
전기․가스․수도․건설업 |
10,308 |
4,296 |
16,773 |
전체 산업 |
20,512 |
8,513 |
22,909 |
주택거래가 10% 증가한다면 주택건설투자는 연간 2.4조원 증가하므로 이에 따라 운수․보관업(이사), 부동산․사업서비스업(중개), 전기․가스․수도․건설업(건물수선)과 전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는 다음의 표와 같다.
< 주택거래 10% 증가 시 산업연관효과>
산업 구분 |
생산유발액(억원) |
부가가치유발액(억원) |
고용유발인원(명/1조원) |
운수․보관업 |
569 |
295 |
847 |
부동산․사업서비스업 |
3,329 |
2,208 |
2,590 |
전기․가스․수도․건설업 |
24,739 |
10,310 |
40,255 |
전체 산업 |
49,229 |
20,431 |
54,982 |
최근 경제회복이 수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산업 전반에 대한 체감효과가 없어 내수시장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내수산업의 성장세를 구현할 수 있다면 수출 중심으로 회복되는 경제 상황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거래를 통한 시장 기능의 정상화와 이를 통한 주거복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거래 정상화는 매우 필요하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
주택거래 정상화는 필수적으로 가격 상승이 동반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말이 있듯이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다면 상승세를 최소한으로 묶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조기경보체계(EWS)를 통해 가격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면 가격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거래 정상화를 위한 수요 진작책을 한시적으로 기간을 한정하여 적용한다면 가격 상승압박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수요 회복은 IMF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바와 같이 조세 감면과 금융정책 완화로 풀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LTV와 DTI가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DTI는 주택수요에 대한 영향 정도가 LTV에 비해 10배정도 크므로 수요 진작을 위해 DTI 완화는 필수적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 부담이 없진 않으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금융규제 완화로 미분양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PF 부실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국민주택기금 대출이자만이라도 당분간 동결하여 서민의 금리 부담을 덜어 수요를 진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택 거래나 소유로 발생하는 조세는 비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조세 감면을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 취득․등록세 감면 외에도 양도소득세율을 한시적으로 대폭 조정하여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를 통한 보유세 중과도 주택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이 되므로 재산세로의 편입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확대도 시장 상황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취득․등록세 감면 연장도 고려되어야 한다.
거시경제 회복이 확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강력한 금융규제 여건 속에서 주택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가격상승을 우려하여 시장회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정책적인 판단이지만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해본다. 주택가격 안정화도 중요하지만 거래의 정상화도 그만큼 중요하다. ▌
‣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