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5분 개의 - 12시 21분 산회
그동안 국회의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왜 힘 있는 언변과 매너,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타인이 인정해주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인지 늘 안타깝게 느껴졌다. 남의 말을 중간에 끊고 무시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깎아 내려야 본인의 입지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번 회의의 핵심 내용은 타임오프제도의 시행에 따른 사회적 문제와 고용자와 피고용자간의 갈등, 매뉴얼에 제시된 혼란스러운 단어들의 해석과 그리고 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 등등이 주를 이루었다.
사실, 이번 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타임오프제도와 관련하여 불만이 가득한 환경노동위원회의 위원들과 이들의 불만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이들의 불만에 대해 이해시키고 설득하기위해 나온 고용노동부차관의 신경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회의는 입법조사관의 보고를 들은 후 김성순 위원장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고용노동부장관을 대신하여 이채필 차관의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한 현안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질의가 진행되었다.
먼저, 민주당 이찬열 위원의 질의가 시작되었다. 이 위원은 타임오프제도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 했다. “작년 말에 일방적으로 노동법이 통과될 때부터 다 예상됐던…정부의 태도가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며, “정부의 매뉴얼에 의해 조합원들의 교육시간 또 총회의시간, 대의원대회시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시간까지 모두 무급 처리로 회사측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내려온 매뉴얼에 문제가 있고, 이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손범규 위원은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확인하는 질의를 하였다. 그는 `근로시간면제자’라는 개념과 `노조전임자’라는 개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당연히 만들어야 되고 있어야 되는 매뉴얼이기는 하나 그 매뉴얼이 너무 어떤 한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까 입법 취지마저 다소 오해될 수 있는 그러한 내용들이 중간 중간에 산입되고 있지 않느냐”며, “법도 바뀌는데 매뉴얼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매뉴얼을 수정해 줄 것을 권유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위원의 질의가 이어졌다. 홍 위원은 질의 내내 불만이 가득한 어투로 이 차관에게 질의를 하였다. 그는 “노조법 제24조의 타임오프제도랑 노조법 31조 단체협약 시정명령, 노조법 제32조 단체협약 해지가 노동조합 탄압의 3종 세트로 이용되고 있다”며, 타임오프제도의 내용들이 “지금까지 해 오던 노조활동을 다 부정하는 것이다”고 발언 하였다.그는 이어, “타임오프제도를 정착시킨다면서 노동부는 단체협약 시정명령권을, 사용자는 단체협약 해지권을 무기로 들고 나와서 노조를 협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단체협약에 대한 사전검열을 계속할 것인지, 검열할 자격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의 답변이 이어졌는데, 홍 위원은 이 차관의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올 해 공공기관에서 단체협약 해지가 너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며, 감사원의 검열결과 ”형식적인 시정조치에 그쳤고 바로 그 지점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며, “국회에서 제정한 법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작성한 집무규정에 따라 사용자들을 봐주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이런 식이면 국회의원이 할 일이 없어진다”며 자신의 발언을 계속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위원은 “법의 용어와 구조 때문에 혼란이 있는 것들이 있다. 노조활동, 비전임자의 업무, 이 부분을 근로시간면제제도에 포함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것에 대한 질의와 함께 준비해온 자료를 들어 보이며, “법 조항상, 구조상에 좀 문제가 있다,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좀 손을 보는 게 필요하다…적용 단위와 관련하여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였다.
한나라당 이정선 위원은 타임오프 제도의 기능에 있어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는데, 현재는 순기능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했을 때, “중소기업에 압박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신영수 위원은 “노동계에서는 매뉴얼이 부당하게 노조 활동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반대되는 작용도 있다…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해야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민노총의 현안보고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홍영표 위원은 질의 초반부에서부터 이채필 고용노동부차관과 신경전을 벌였다. `노동삼권’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는 질문에 홍 위원은 간략한 답변을 요구했고 이 차관은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홍 위원은 “구구하게 말씀하시지 마시고…고용노동부의 차관이라는 분이…그렇게 비비꼬지 마시고…아니, 저런 사람이 노동부차관을 하니까…”라는 식의 인격적으로 자극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홍 위원은 이 차관이 엉뚱한 답변을 한다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추가질의로 대신하기로 하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홍 위원의 질의를 마지막으로 1차 질의는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이어서 추가질의가 계속되었다. 추가질의는 양당 간사 간의 합의에 따라 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민주당 이찬열 위원은 매뉴얼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매뉴얼 자체가 사용자 측으로부터 운신의 폭을 다 뺏어 갔다”고 말하며, “현재 근로시간면제 한도 고시 부칙에 명시된 내용을 빨리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위원은 또한, 고용노동부가 현 재도를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해 조급해하고 있다며, “그런 조급증을 버리고 사측에도 정확하게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업무 매뉴얼을 폐기하든지 업무 매뉴얼을 수정해서 다시 업무를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발언하였다.
다음으로 민주노동당 홍희덕 위원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1차질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 차관에게 답변의 시간을 넉넉하게 주진 않았다. 회의를 방청하는 입장에서 홍 위원의 행동은 마치 엄마가 어린아이를 나무랄 때 대하는 태도 같아 조금은 불쾌함마저 느꼈다.
홍 위원은 “타임오프 적용 매뉴얼에 타임오프 대상 업무 범위 나열을 너무 많이 했다”며, 이런 내용들은 “탐임 오프제도의 취지와 전혀 다르다, 사용자의 손아귀에서 노조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런 내용들은 노조법에 명시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며, 노동부 매뉴얼을 고쳐줄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위원은 1차 질의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용어의 사용의 문제에 있어서 지적하였고, “매뉴얼이 너무 세부적인 사항만 들어가 있다”며, 위원들의 논쟁에서 “근본적인 취지에 대한 이해가 없어…수많은 논쟁의 결론에 도달하여 혼선이 생기는 것”이라며 취지를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신영수 위원은 고시와 행정규칙의 용어사용에 있어 이 차관이 혼돈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확실하게 구분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외국에서 노조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거의 없는 사례”라며, 이 차관에게 이를 확인하는 질의를 끝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홍영표 위원은 1차 질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이차관의 답변에 불만이 매우 많은 듯이 보였다. 홍 위원은 이 차관의 발언에 `건전한’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있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해 보였다. 그는 본인이 사용하는 `건전함’과 이 차관이 사용하는 `건전한’에는 차이가 있고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며, 그 차이는 “헌법과 노동법에 의해서 해석을 해야 될 거…왜 노동부가 자의적으로 `건전한’말을 아무 데나 갖다 붙입니까? 다른 사람들은 불건전합니까? 뭐가 건전해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홍 위원의 발언 이후 한나라당 차명진 위원이 홍 위원의 발언 중 차 위원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제292회 국회(임시회) 제01차 환경노동위원회가 산회되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느낀 것이지만, 제도의 효율성과 적합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그 제도가 그만한 가치를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측의 불합리한 결정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회사의 경영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그들의 활동이 과연 정당한 활동인지, 그리고 이런 활동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면서까지 이를 지원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노사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지기는 어려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도, 경영자도, 그리고 노조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
‣ 이상화 / 자유기업원 연구원ㆍ시장경제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