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공부문 민영화는 노무현 정부 들어 중단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전기, 가스, 수도, 전력 등 공공부문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경쟁이 없는 곳에 경쟁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공공부문 개혁 일환으로 거론되는 구조조정도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 제고를 위한 민영화를 향한 길이어야 한다. |
공공부문의 개혁은 공공부문의 기능에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도입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자율적 거래에 있고 자율과 창의는 강제적인 지시와 명령에 의해서는 그러한 자율과 창의가 발현되지 않는다. 일방적 지시와 명령으로 업무가 수행되었던 공공부문에서는 순응하는 노력만이 인정받았을 뿐이다. 공공부문에서 시장의 자율과 창의가 발휘될 수 있도록 종사자의 유인 구조를 변경하는 제도적 틀을 정비하는 것이 개혁의 기본 정신이다.
공공부문에 자율과 창의를 도입하는 과정은 간단히 말해 시장친화 또는 시장기능의 도입이라 불린다. 시장기능은 자발적 거래의 집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발적 거래는 민간의 협조와 협력에 기초하는 비영리활동에 의해서도 수행되기 때문에, 시장기능보다 더 포괄적인 용어로서 민영화(Privatization)라고도 한다. 여기서 민영화란 공공부문이 수행하던 기능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체의 노력을 의미한다.
공공부문에서 자율과 창의가 발휘될 수 있도록 종사자의 유인 구조를 변경하는 제도적 틀을 정비하는 것이 개혁의 기본 정신이다. … 공공부문에서 자율과 창의가 제고되는 그러한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개혁이라 말할 수 없다. |
공공부문 개혁은 결국 시장친화, 시장기능, 민영화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릴 수 있지만 그 기본 정신은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도입해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에 있다. 다시 말해 공공부문에서 자율과 창의가 제고되는 그러한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개혁이라 말할 수 없다.
공공부문 개혁 방법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민간에 맡겨 민영화하는 방법은 몇 가지 존재한다. 우선 공공서비스 공급을 사적재(Private Goods)와 동일하게 취급해 민영화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공공기관의 소유권을 주식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민간에 이전하고 민간이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한다. 이 때 정부는 생산원가를 전혀 보전하지 않으며 또 서비스 내용을 민간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형태의 민영화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민영화 방법이 존재한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생산원가의 일부를 보전해주고 또 서비스의 내용과 품질을 계속 규제하면서 민영화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따라서 민영화를 하면 공공서비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한다거나 서비스 품질이 저하한다는 주장은 민영화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당해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영화된 기업을 통제하는 제도적 수단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등과 같은 일반적인 기업 법률에 의한 규제(수단 ①) 둘째, 은행법이나 상수도법 등 특정 산업법에 의한 규제(수단 ②) 셋째, 전기위원회나 통신위원회 등과 같은 독립적 위원회 구성을 통한 규제(수단 ③) 넷째,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사업이나 민간위탁 등 개별 계약에 의한 규제(수단 ④) 등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적 수단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민간 기업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민영화하는 방법은 공공기관의 소유권을 주식매각 등을 통해 민간에 이전하고 민간이 서비스를 공급하고 정부는 생산원가를 보전해 주지 않고 서비스 내용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방법과, 정부가 지속적으로 생산원가의 일부를 보전해주고 또 서비스의 내용과 품질을 계속 규제하면서 민영화하는 방법 등이 존재한다. |
정부가 개별 계약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규제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민영화는 ‘위탁형 민영화’라 부를 수 있다. 199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활용하여 고속도로, 항만운영, 하수처리 등의 공공서비스를 민간기업에 위탁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방식을 공공부문이 이미 수행하고 있던 사업에 적용한다면 ‘위탁형 민영화’가 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공공부문 내부에서 직접 생산할 필요가 있는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도 먼 미래의 민영화를 대비하여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에 위탁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의 공공개혁 평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공기업을 민영화해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민영화된 기업들은 일반적인 기업 법률(수단 ①)이나 특정 산업에 관한 법률(수단 ②)에 의해 규제되었다. 1960년대 말에 민영화된 기업으로는 대한통운, 조선공사, 대한해운 등이 있으며, 1980년대 초에는 시중금융기관, 1990년대 말에는 두산중공업(구 한국중공업), KT&G(구 한국담배인삼공사), POSCO(구 포항제철) 등이 있다.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는 민영화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하여 자연독점의 네트웍 산업에 대해서도 민영화를 통해 경쟁체제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통신, 전기, 가스, 철도사업 등이다. 또한 정부는 독립적 위원회를 설치하여(수단 ③) 그러한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규제했다. 김대중 정부는 네트웍 공동사용과 규제위원회를 채택하며 KT(구 한국통신)를 민영화하였고, 또한 한전, 가스공사, 철도공사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을 적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전력, 가스 산업의 구조조정을 중단하였고, 철도공사, 우정사업의 공사화 및 민영화 추진을 보류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경쟁체제가 형성되어 있는 공적자금투입 공기업들에 대한 민영화 작업도 중단하였다. 대신 노무현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배구조(Governance)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에서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설계하며 사실상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강화해 왔다.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부 개입의 유혹
공공부문 개혁의 본질은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 제고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쟁체제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공기업은 민영화하고, 여전히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네트웍 산업 등에 대해서는 경쟁체제를 위한 구조조정과 함께 민영화를 추진하고, 위탁형 사업에 대해서는 개별 계약을 통한 ‘위탁형 민영화’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부문 내부에서 직접 생산되어야 할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도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에 중장기 '성과협약(Performance Agreements)'을 체결하여 먼 미래의 민영화를 한 걸음 한 걸음 대비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의 본질은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 제고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쟁체제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공기업은 민영화하고, 여전히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네트웍 산업 등에 대해서는 경쟁체제를 위한 구조조정과 함께 민영화를 추진하고, 위탁형 사업에 대해서는 개별 계약을 통한 ‘위탁형 민영화’를 도입해야 한다. |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궁극적으로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 제고를 위해 민영화를 향한 길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민영화와 함께 구조조정이 곧잘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은 공공기관의 통폐합, 일부사업 매각, 기능폐지, 기능이양, 민간위탁 등을 강제하고 또 공공기관의 인력절감 목표를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공공부문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개혁이라 할 수 있지만, 통폐합, 사업매각, 인력절감 목표를 강제적으로 할당한다는 측면에서는 개혁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공공부문에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중장기적으로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민영화 방향으로 키를 잡기 위하여 강제력을 발휘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서도 공공기관에 거시적 성과목표를 제시하여 자율적이고도 점진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가능한 유도해야 한다.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의 강제적 구조조정은 국가위기에 따른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지만 진정한 공기업 개혁이라 할 수는 없다. MB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민영화라는 궁극 목표를 향해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유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옥동석 /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200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