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4월 20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등 신세계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1998년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와 관련, 189억5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신세계에 배상하도록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6년 신세계 광주신세계 정 부회장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무혐의로 끝나자 신세계가 입은 손실에 대해 신세계 경영진의 민사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단, 이들을 상대로 회사에 손해보전을 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
검찰이 이미 무혐의로 판결한 10년 전 사건을 빌미로 경제개혁연대는 신세계 경영진과 다시 지루한 공방을 벌일 태세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소송에서 승리하면 경영진의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고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통해 회사와 주주 모두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세계는 경제개혁연대의 행동은 일고의 대응가치도 없다며 시민단체의 끈질긴 소송제기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참여연대에서 분화되기 이전인 1997년부터 경제개혁연대가 대기업을 상대로 한 피곤한 소송과 고발행렬이 벌써 56번째가 됐다. 경제위기 혼란기, 한국 경제의 위기는 재벌로 대표되는 한국기업 경영 방식에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인식 속에 출범한 경제개혁연대는 소주주권익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지금껏 계속해서 대기업 경영진을 향해 날카로운 칼날을 겨눠왔다.
2004년~ 2008년 현재까지 경제개혁연대의 소송 현황 | |
날 짜 |
해 당 소 송 |
2004-01-15 |
재벌총수 정치자금법 등 위반혐의 고발 불기소 처분 (종결) |
2004-01-20 |
LG전선계열 대주주일가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고발 불기소 처분 (종결) |
2004-03-04 |
삼성전자 주주총회 일부결의취소소송 1, 2심 패소 (종결) |
2004-03-04 |
삼성전자 주주총회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승소, 2심 조정 결정 (종결) |
2004-03-29 |
삼성전자 기자간담회관련 주거침입 고발 일부 약식기소 (종결) |
2004-04-20 |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 배임혐의 고발 불기소 처분 (종결) |
2005-07-06 |
금산법 관련 금감위원장 및 삼성금융기관 임원 고발 불기소 처분 (종결) |
2005-08-03 |
대상 주주대표소송 1심 승소 (종결) |
2005-08-30 |
두산 총수일가 부당지원한 임원 배임죄 고발 불기소 처분 (종결) |
2005-10-08 |
e삼성 등 인터넷사 지분 거래한 삼성계열사 임원 고발 불기소 처분, 재항고 |
2005-10-31 |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관련 배임죄 재고발 특검 기소 |
2005-10-31 |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발행 관련 배임죄 고발 불기소 처분 (종결) |
2006-04-03 |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1심 진행중 |
2006-04-11 |
글로비스 임원 배임죄 고발 불기소 처분, 항고 |
2006-04-11 |
신세계 임원 배임 혐의 고발 불기소 처분 (종결) |
2006-08-29 |
금감원의 삼일회계법인 감리과정 정보공개청구소송 1심 승소, 2심 1심판결 확정 (종결) |
2007-01-16 |
공정위 출총제 적용제외 현황 정보공개청구소송 1심 승소 (종결) |
2007-09-12 |
론스타 관련 금감위 정보비공개처분취소 행정소송 1심 진행중 |
2008-01-16 |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 및 이재용 씨 배임혐의 고발 검찰조사중 |
2008-02-13 |
삼성특검 직무수행 방해한 삼성 전현직임원 고발 검찰조사중 |
2008-02-26 |
신세계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 기각 (종결) |
2008-03-04 |
삼성생명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 기각 (종결) |
2008-03-25 |
에버랜드, SDS 관련 추가고발 검찰조사중 |
계속되는 소송과 고발, 기업은 피곤하다
경제개혁연대의 성과에 대해선 논외로 두고 한국 유수의 기업 경영진들은 그들의 집요한 소송과 고발에 피곤함을 느낀다. 일례도‘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들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단 몇 주만을 소유하고 기업의 주주명부 열람을 신청한다. 이는 지나친 주주권리 남용이라는 견해가 많다. 소액 주식으로 사회적 정치적 목적으로 기업을 공격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열람하는 것은 기업흔들기에 지나지 않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이러한 경제개혁연대의 행동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 달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삼성생명 주식 10주를 가지고 상성생명보험의 주주명부열람을 신청한 경제개혁연대에 대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확보하거나 행사하는데 필요한 목적이 아닌 다른 정치적인 목적 등으로 주주명부 열람을 신청한 경우"라며 기각했다. 시민단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기업흔들기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앞서 같은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역시 경제개혁연대가 (주)신세계를 상대로 낸 주주명부열람및등사가처분신청(2008카합641)도 기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상장법인의 총 발행주식 0.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들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증권법에 따라 이번 신세계 주주대표 소송을 위해 주주를 모으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원하는 구조개선은 합리적일까?
경제개혁연대의 기업 공격에 비판적인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제개혁연대의 신세계 소송 사건에 대해 5월 20일 "반기업 정서에서 나오는 경영진 흔들기"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경제개혁연대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며 "경제개혁연대는 한국의 재벌은 악으로 규정하고 단점만을 부각시키며 공격하는데 그들이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을 것도 아니면서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의 기업은 특성이 있고 현재 가족경영 집중경영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도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별 산업별로 기업마다 경영구조의 특색을 보이는데 어떤 방식이 옳고 그르다를 전적으로 판단하기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의 대기업에 대한 공격은 반기업정서는 한국식 기업 구조의 부정을 깔고 있는데 이들의 편향된 시각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기업구조에 대한 인식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각 나라의 기업마다 다른 특색 있는 경영구조를 가지고 있고 한국의 중앙집권식도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란 주장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각각의 사업 성격에 따라서, 각각의 환경에 따라 기업이 채택해야 경영 방식과 전략도 달라야 한다. 일본과 미국 기업의 경영구조가 다른 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일본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미국과 다른 기업조직으로 경쟁해 왔다. 2차 대전 이후 '자이바쓰'(財閥)를 공식 해체한 일본에서는 '케이레쓰'(系列)라는 이름의 유사 기업군이 등장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현재는 미국과 일본의 기업은 서로의 장단점을 배우며 기업구조를 진화시키고 있다.
한국기업은 미일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 강점을 취하여 미일기업보다 더 강하게 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된다. 이 방향에는 한국식 기업구조의 장점을 감안해야한다는 밑바탕을 깔고 있다. 한국의 기업은 기업과 산업의 통합조직으로 성장해왔다. 미국에서는 산업 안에 기업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식 기업그룹을 육성하려고 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한국의 다기업 집중식 경영 방식은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있어서 단독 기업보다 유리했으며 인재와 경영지원을 보다 쉽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또 유리한 자금 지원력으로 세계시장에서 비교적 잘 싸울 수 있었다. ●
강필성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