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공포가 전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교실안의 십대들까지 연일 이어지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정도. 객원기자는 5월 6일 여의도 앞 침묵시위 현장에 나가 그 현장을 취재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광우병 공포의 실체와 확산 과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다. |
"송아지 송아지 미친 송아지 엄마소도 미친소 너나 먹어라~" 동요를 패러디한 노래가 흐르자 촛불을 든 시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침묵이 이어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2일과 3일에 이어 6일 8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산업은행 앞에서 열렸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연대'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한 시민 1만 여명이 참여했다.
7일 '쇠고기 청문회'를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열린 집회였지만 정치적인 구호를 배제하라는 경찰의 요구로 이날 집회는 앞서 2일과 3일 개최된 촛불집회 때와는 달리 상당히 차분한 모습이었다.
전국을 뒤덮은 광우병 괴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이 걸린다는 소위 '광우병 괴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인터넷 서명은 벌써 120만명을 넘었다. 일부 연예인들도 공개적으로 "광우병을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 "이 대통령이 얼리버드형이라더니 아직 잠이 덜깼다"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우려가 불안이 되고 불안은 또 공포로 흐르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황하고 있다. 집권한지 두 달 만에 '사회적 신뢰'를 잃어 버렸다. 정권초기 경제회복에 매진하기도 모자랄 판에 신뢰 회복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야 할 판이다. 연일 국제수역사무국(OIE)은 30개월 미만의 소는 광우병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판정했고 또 광우병위험물질(SRM)을 제거한 소의 살코기를 먹어도 광우병을 일으킨 사례가 없다는 객관적인 통계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무너진 국민의 '믿음'을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나아가 '광우병 공포'가 반미감정으로 흐르면서 선진경제권 진입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아래 추진되어야 할 한미FTA마저 동력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광우병의 안전성은 논외로 두고 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문제가 크다. 쇠고기 협상 때부터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점과 비난여론이 일기 시작했을 때 미온적으로 대처한 정부에게 분명 일정부분 잘못은 있다. 하지만 우려가 극단의 공포로까지 확대된 것은 분명 유언비어와 확산과정이 있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조심스럽게 광우병 사태를 '유언비어'를 통한 정략적 선동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데마고기(demagogy) 에 의한 사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데마고기는 '선동가가 특정한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로 유포시키는 선동적 허위선전'을 뜻하는 말로 한나라당은 선동가를 '좌파 야당'으로 보고 정치적인 의도를 '반미 반정부'로, 선동적 허위선전을 '광우병'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 공포는 대중에게 빠른 결론을 강요했다.
공포는 대중에게 빠른 결론을 강요한다. 분명 논리적 비약이나 반박의 여지가 남아있는 문제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불안에 의해 빠른 결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정성에 대한 공론이 펼쳐지기 전 광우병이란 공포에 휩싸인 국민들에 의해 '악'으로 결론이 이미 나고 말았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시작한 꼴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광우병 공포의 확산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광우병 논란은 일부 언론이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내용의 보도를 성급하게 내보냈고 이를 야당과 이명박 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시민단체가 정치적인 문제로 이끌었다. 일부 언론의 보도는 인터넷을 통해 유언비어로 확산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통계적으로 미국은 1997년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이후 급격하게 광우병 환자가 줄었지만(1997년 이후 출생한 소에서는 광우병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치매환자가 많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7일 쇠고기 청문회에서 의사협회 정책위 양기화 전문위원은 "치매와 BSE(광우병)의 임상적 증산은 증상 발현부터 최종까지 경과가 다르다"며 인터넷 괴담은 잘못된 정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분명 반박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사실이지만 일부 언론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
또 미국은 환경이 열악한 대량 공장형 사육 광우병 위험이 높다는 주장도 1986년 광우병이 최초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실험실 말고 자연 상태에서 환경문제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성급한 결론 도출이었다. '한국인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팀의 논문도 뒤늦게 김 교수가 "일부 언론이 과장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는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대응 논리로 김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지만 국제적 기준에선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선동세력에 의해 광우병 공포는 반정부 운동으로
논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 야당과 일부시민단체는 극단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유언비어가 정치적 힘을 받으며 논란이 커졌다는 말이다. 광우병 논란이 뜬금없이 이명박 대통령 탄핵으로 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촛불집회의 주최자가 소위 범진보 진영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7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 출범식에 지난 대선 때 범진보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반 이명박 진영을 구성했던 단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는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같이하고 있었다. 분명 광우병 공포가 반정부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 공포는 거짓이 아니다.
광우병 사태의 흐름을 보면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의 불안한 심리도 거짓으로 봐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미 광우병 공포로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낸 국민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선동세력을 탓할수록 정부와 한나라당을 더욱 질타할 것이다. ●
강필성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