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알리안츠빌딩 앞은 연신 이어지는 투쟁으로 심난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투쟁에 대해 민노총 산하 금융연맹의 개입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객원기자가 노조와 알리안츠생명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벚꽃을 구경하러 여의도에 온 시민들은 붉고 푸른 현수막이 마치 무당집처럼 널려진 한 건물에 다다르자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시민들은 곤색 모자에 빨간 띠를 두른 사람들이 나눠주는 전단지를 보는 듯 마는 듯 하며 이내 발걸음을 재촉한다. 4월 23일 찾아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번째 대규모 정규직 노동 파업의 현장인 알리안츠 생명 여의도 본사 앞 풍경이다. 평화로운 봄날의 정취는 간 곳 없이 첨예한 대립의 냉기류가 흐르는 그곳에는 복잡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 듯 했다.

성과급 문제로 시작한 쟁점, 점점 커져만 가고...

지난 해 성과급제 문제로 시작된 알리안츠 생명 노조 파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성과급제 도입시 단체협약을 위반 했는지 여부와 노동법(근로기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놓고 불거진 문제는 파업에 참여한 지점장의 노조 직위 문제, 알리안츠 생명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논쟁이 확대됐다. 사측과 노조의 대립 사태는 3~4가지의 쟁점을 양산하며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알리안츠 생명 노조의 성과급제 도입 반대 파업에 참여하며 두 달이 넘게 업무에 복귀를 거부한 지점장 160명에 대해 3월 24일부터 해고 등 징계 절차를 밟았다. 사측과 노조 모두에게 지점장 해고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알리안츠 생명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파업의 동력을 얻고 회사에 타격을 주기 위해 단체협약상 노조원이 될 수 없는 지점장까지 파업에 참여시켰다"며 "회사는 그 동안 비 조합원인 지점장들에게 파업 참여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점을 알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현업에 복귀할 것을 지시하면서 면책도 약속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점장들은 이러한 회사의 설득노력에도 불구하고 업무복귀를 거부한 채 보험설계사들에게 신 계약을 체결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등 해사행위까지 벌여왔다. 다수의 지점장들이 참가한 금번 파업으로 인해 회사는 현재까지 약 30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 장기화, 그 뒤에 민주노총

알리안츠 생명의 노조 파업 사태는 왜 해결될 기미는 보이고 않고 점점 더 안개속으로 빠지고 있는 것일까? 알리안츠 생명 사태를 보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노조운동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떠나 왜 문제가 어려워지는 지에 대해서는 노조 투쟁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알리안츠 사태는 기존 민주노총 산하 노조단체들이 일으켰던 파업과 상당히 비슷한 절차를 보인다. 민노총의 노동운동 노선은 20여년 전 일본노동조합총형의회(이하 총평)의 계급투쟁 노동운동 양상과 닮아 있다. 반미, 반정부 투쟁 경영효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 등이 비슷한 점은 논외로 두고라도 투쟁의 전략과 전술 면에서 보면 총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후반부터 체계를 잡기 시작한 노동운동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노총의 노동 투쟁의 전략과 전술을 보면 직장점거-연좌농성-직장폐쇄-주동자 해고-해고반대투쟁-민노총 개입-요구내용 확대-정치이슈화-장기화로 이어지는 순환공식이 반복된다. 이것은 직장투쟁을 통해 생산구조를 아래에서 무너뜨리고 말단부터 새로운 질서와 도덕을 세운다는 투쟁지침에 따라 총평이 전개한 중소기업 투쟁지원 전략과 유사하다. 또 민노총은 매년 임단협 갱신기에 산업별로 임금투쟁을 통일해공동투쟁을 전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는 '총평'이 파업일정표에 따라 전개하는 춘투와 닮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총평은 20여년 전 사회가 계급투쟁 노동운동을 용인하지 않는 환경으로 변화하자 1989년 자진 해산했다.

알리안츠 생명 노조는 민노총 산하 사무금융연맹에 사측과의 협약을 일임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노조의 모든 의사결정은 알리안츠 생명 조합원의 의견을 중심으로 한다지만 사측과의 협상과 투쟁 방식에 대해선 사무금융연맹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안츠 생명 노조측 투쟁사항을 보면 성과급 문제로 파업- 노조 본사 점거 시도-지점장에 대한 조합원 인정 요구 법적 소송-파업 동참 지점장 해고에 대한 대응-연수원 리모델링 비리 의혹으로 경영진 추가 제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만 보면 민노총의 투쟁 절차와 상당히 비슷하게 전개됨을 알 수 있다.

“지점장들 복귀하니 나머지 지점장들 버스에 태우고 목포로”

알리안츠 생명 관계자는 지점장의 회사 복귀를 노조가 방해하고 있다며 노조의 투쟁 방식이 알리안츠 생명 사태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점장들에 설득을 시작하자 지점장들이 복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조원들이 그들을 지방으로 끌고 갔다. 167명에 대해 지점장들을 설득하니 3월 27일 날 20명이 복귀했다. 그런데 갑자기 노조가 남아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목포로 갔다. 임원 부사장 영업단장이 설득하러 목포까지 찾아가니 다시 제주도로 갔다며 계속 피했다. 심지어 설득을 부탁한 가족들이 찾아갔는데도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 문제가 생길때마다. 노조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사무금융연맨에 위임했다“며 ”노조는 계속 상급단체를 끌어들인다“고 상급단체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의심했다. 그는 "경고파업을 위해 1월 21~22일 양일간 총회한다고 조합원을 불렀다. 그런데 총회가 끝나고 바로 관광버스가 충주 리조트로 끌고 갔다. 파업이 아닌 총회한다고 나왔던 사람들이 파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3월 초에 노조가 충주 리조트에서 파업하다 오자마자 1층에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고 4층 노동조합이 있는 층의 CCTV를 가리고 본사를 점거하려는 행동들을 보였다"며 "노조가 한달동안 주력했던 것은 본사 참여도가 20%정돈데 나머지 80%가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너희들이 다 참가하면 빨리 끝날 수 있는 문제’라며 강경하게 투쟁을 요구했다. 그때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 등 노조파업 전례를 보면 일단 본사를 점거하면 장기 파업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할 수 없이 용역직원을 구해 본사건물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협상테이블엔 사무금융연맹-조합원-생보노조

하지만 노조측은 노조가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선 '물론 투쟁 전략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노조가 강압적으로 조합원을 이끌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측 언론대책반 변성민(알리안츠 생명 자산운용실 대리)씨는 “파업은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한다"며 "사측에서는 노조가 강제로 조합원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노조가 지점장의 복귀를 막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측은 지점장을 설득했다고 하지만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한다'는 협박을 했다"며 "가족까지 동원하는 '회유와 협박'을 피하기 위해 버스를 대여해 목포 제주도 등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3.21 파업지점장 최후 복귀명령 후 일일현황
날 짜
파업참여인원
복귀인원
주 요 사 항
3. 21
167
0
회사 파업 참가 지점장 167명에게 최후 복귀명령 내림
3. 24
160
7
회사 파업에 불법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나머지 지점장에 대해 27.28 인사위원회 회부 통보
3. 25
144
16
회사 최후 업무복귀 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지점장들이 27 28 인사위원회 개최 이전까지 복귀할 경우 정상을 참작하겠다 알림
3. 27
106
20
회사 1차 인사위원회 개최
노조 남아있는 지점장 106명을 목표로 이동시킴
임원 부서장 영업단장 등 80여 명의 간부들이 목포로 내려가 지점장 접촉을 시도했으나 파업지도부(노조 집행부 포함)가 면담을 차단함으로써 개별설득이 성사되지 못함.
3. 28
106
0
회사 2차 인사위원회 개최
파업에 참가중인 지점장들에 대한 설득노력 계속 진행
목포에 있던 지점장들 27 저녁 제주도로 이동
3. 29~30
106
7
지점장 7명 복귀
제주도에 있던 지점장들 30 저녁 목포로 이동 목포에서 밤중에 다시 고성으로 이동
3. 31~4.1
99
0
노사 밤샘 협의
사측은 “성과급제의 Base Pay 인상 차등폭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Base Pay 인상에 있어 차등폭을 완전히 없애줄 것”을 주장해 협상 결렬
4. 2
-오전 9시부터 해고 효력 발생
(사측은 해고 효력이 발생했지만 물밑에서 시한을 넘긴 지점장도 받겠다는 입장 피력 중)

민노총 산하 금융연맹 등 상급단체에 협약을 위임하는 것과 관련해선 "더 많은 힘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파업은 고도의 협상력을 필요로 하고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상급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협상은 우리가 하지만 회사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상급단체에 위임한 것"이라며 "사무금융연맹 뿐 아니라 생명보험노조도 같이 투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노사 협상 테이블에는 사측과 알리안츠 노조, 사무금융연맹, 생명보험노동조합이 같이 나선다는 말이다.

노조측 "무리한 요구 아니다...안되면 경영진 퇴진 운동"

당초 성과급 문제에서 불거진 파업이 지점장 조합원 인정 문제, 알리안츠생명의 52억원대의 연수원 리모델링공사 비리의혹으로 경영진 제소 등으로까지 쟁점이 확대돼 사태 해결이 어려워 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성과급제는 노사 양측이 합의하자는 것이고 지점장 조합원 인정 문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사측의 연수원 리모델링 비리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제기했다 터진 것"이라며 책임을 사측에 넘겼다. 그는 ”사측이 양보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요구들“이라며 ”요구가 관철 안 되면 경영진 퇴진 운동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강필성 / 객원기자 (freemento@naver.com)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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