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회사의 승인 없이 무단 결근한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직원 210명인 버스회사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기존 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이유로 회사의 복귀명령 및 배차지시를 거부하면서 2개월 이상 무단결근을 하였다. 회사는 이들 근로자들을 해고 하였고, 법원은 이 사건에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으며, 따라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해고의 허용폭을 다소 넓혀 노동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 이 사건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시사하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사건의 개요

서울행정법원은 2009.9.10.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결근한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09구합17247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그 허용 폭이 매우 좁아 노동유연성이 부족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가운데 해고사유를 다소 확대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에 관심을 가질만한 판결

버스회사에서 이미 조직되어 있는 노조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노조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한 후 6명의 근로자가 회사의 승인 없이 비대위 활동을 이유로 2개월간 결근하였다가 해고되었다. 그러자 해고근로자들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였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하여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그 허용 폭이 매우 좁아 노동유연성이 부족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가운데 해고사유를 다소 확대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에 관심을 가질만한 판결이다. 그리고 이 판결을 통하여 13년간 시행이 유보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와 복수노조 문제가 현실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판결이다.

2. 판결의 내용

<사실관계>

(1) 회사는 직원이 210명인 버스회사로서 전국운수산업노조 OO주식회사 지회의 형태로 노조가 결성되어 있는데, 소속 노조원 44명(조합원 총수 183명)이 전국운수산업노조에게 회사와 노조지회에 대하여 감사를 실시하여 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2) 이에 전국운수산업노조가 사실관계를 조사하려 하였으나 지회장이 그 조사를 방해하자 지회장을 조합원에서 제명하는 한편 해고근로자 임 모씨를 비롯한 조합원 11명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임 모씨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3) 비대위 위원장 임 모씨는 비대위원을 비롯한 14명의 조합원에 대하여 상황종료시까지 비대위 활동을 위한 결근을 허락하여 달라고 회사에 요청하였으나 회사는 이를 승인하지 아니 하였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6명이 비대위 활동을 이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자 회사는 4-5회 근무복귀 촉구서를 발송하면서 배차지시를, 그리고 업무복귀명령 최고장을 각각 발송하였지만 6명은 해고일까지 약 2개월간 결근했다.

 

<판결 요지>

이 사건에서 쟁점은 노조전임자가 아닌 근로자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가 해고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에 의하면 근로자는 단체협약이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회사의 단체협약은 노조지부장과 승무이사의 전임, 사무장과 감사의 부분전임을 인정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6명의 근로자들이 노조전임자가 아니므로 노조업무를 이유로 결근한 것은 무단결근에 해당하지만, 해고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부당해고라고 인정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정당한 해고라고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정당한 해고라는 이유로 다음의 이유를 들었다.

(1) 해고근로자 6명은 단체협약상 인정된 노조전임자가 아니므로 설사 노조활동 자체가 적법하더라도 취업시간 중 노조활동을 위하여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무단결근이다.

(2)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는 근로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함에 비추어 해고근로자들이 2개월 이상 장기간 무단결근하고 회사의 복귀명령 및 배차지시를 거부하는것은 매우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

(3) 버스기사인 해고근로자들의 장기간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회사의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4) 회사에 아직도 노조 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기업질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3. 판결의 의미

어떻게 보면 이 판결의 결론은 너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근로자가 210명에 불과한 버스회사에서 6명의 운전기사가 회사의 여러 차례에 걸친 업무복귀 촉구에도 불구하고 2개월 이상 무단결근하였다. 그리고 상시근로자가 210명이라면 운전기사는 그보다 훨씬 적을 터인데, 그 중 6명이 2개월 이상 장기간 무단결근하였으니 회사 업무에 상당한 장해가 초래되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가 그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경우에 해고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대법원 97누18189판결)에 해당한다고 본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타당

이러한 무단결근은 회사측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고, 따라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대법원 97누18189판결)에 해당한다고 본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만, 행정법원은 회사에 노조 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서 이를 이유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기업질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러한 필요성은 이 사건 버스회사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노조전임자가 아니면서 노조업무를 이유로 장기간 무단결근하는 것은 기업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일반화했으면 바람직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 판정한 주된 이유는 그들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결근한 점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고근로자 6인을 비롯한 44명의 조합원들이 기존의 노조에 대항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업무에 전념한 상황을 고려하였던 것 같다.

노조전임자가 아니면서 노조업무를 이유로 장기간 무단결근하는 것은 기업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일반화했으면 바람직하였다는 아쉬움

그러나 설사 기존 노조에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해고근로자들의 비대위 활동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근로자가 회사에 대하여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을 거부하면서 비대위 활동에만 매달린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중노위의 판정은 부당하다고 하겠다.

만약, 중앙노동위원회의 결론과 같이 비대위 활동을 위한 무단결근이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동계의 요구대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노조전임자임금지급이 금지되지 않는다면, 노조가 우후죽순 난립되고, 각각의 노조에 있는 전임자들에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가 도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비대위는 노조가 아니고 노조설립의 전(前)단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있겠는데, 회사의 승인없이 이러한 조직을 위하여 전임 활동을 한 것이 해고사유가 되지 아니한다는 중노위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행정법원이 복수노조의 문제점까지 고려하여 판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결론은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도 시사점이 작지 않다고 본다.

4. 결어

이 판결로 법원이 해고사유를 대폭 확대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음은 물론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봄이 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듯이 해고의 허용폭을 넓혀 노동유연성을 제고함으로써 노동시장의 동맥경화가 다소 완화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판결이) 해고의 허용폭을 넓혀 노동유연성을 제고함으로써 노동시장의 동맥경화가 다소 완화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

특히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노노갈등이 복수노조허용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허용과 맞물린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노동계의 주장은 우려스럽다. 한국노총이 2009.12.1. 복수노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아직 노동계의 대세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러할 경우 난립하는 노조와 넘쳐나는 전임자로 인하여 회사가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기업측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 있다는 사실을 이 사례를 통하여 엿볼 수 있다.

이재교 / 변호사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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