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의 집회 도중 일부 참가자가 경찰버스 11대를 파손하는 등의 사건과 관련 국가가 민노총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반면, 2심에서는 피해액의 60%만을 배상하라는 소위 '선심 할인’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2심의 '선심 할인’ 판결이 잘못이라 판결하면서 하급심의 온정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그동안 불법폭력시위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온정적인 판결이 많다고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판결은 불법폭력행위를 절대 용납해서는 안되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법원의 온정주의를 불식시키고 불법폭력시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사건의 개요

2007년 6월18일 민노총의 여의도집회 도중 일부 참가자가 경찰버스 11대를 파손하고 무전기와 진압봉 등 경찰 장비를 탈취한 사건이 있었다. 국가(경찰)는 민노총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권순열 판사는 지난 1월 정부가 민주노총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실상 피해액 전액 책임을 물어 민노총은 국가에게 2,436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제2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이두형 부장판사)는 지난 7월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깨고, 민노총의 책임이 60%만 인정된다면서 민노총은 정부에게 1,46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집회와 시위가 빚은 물질적 피해배상 소송에 대해 항소심은 주최자의 책임 범위를 '선심 할인’했지만 대법원은 그 판결 자체가 잘못이라고 심판한 것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2월 10일 정부가 집회참가자 일부가 경찰버스 등을 부순 책임을 물어 민주노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제2심이 민주노총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원심 판결을 깨고 전액 배상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제1심 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집회와 시위가 빚은 물질적 피해배상 소송에 대해 항소심은 주최자의 책임 범위를 '선심 할인’했지만 대법원은 그 판결 자체가 잘못이라고 심판한 것이다.

 

2. 판결의 의미

그 동안 폭력시위대가 경찰차를 불에 태우거나 국가 기물을 부숴도 정부는 폭력행위자를 형사처벌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시위에 불법․폭력시위에 관대하다 보니 법원 역시 폭력시위참가자라 하더라도 중형을 선고받는 일은 드물었고, 따라서 폭력시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법시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정부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하여 그 주최자에 대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를 모색하게 되었다. 불법노동쟁의에 대하여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유효적절한 대응수단이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제1심의 판사는 ... 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제지하는 등 적절한 조취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부에게 손해가 발생한 만큼 민노총은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

이 사건은 민노총이 2007년 6월 여의도에서 주최한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집회에서 집회참가자들이 차도를 점거하고 경찰버스 11대를 부수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고, 이에 정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제1심의 판사는 집회 참가자 일부가 경찰차량을 부수고 물품을 탈취했는데, 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집회참가자들에게 집회장소를 이탈하지 않거나 손괴 등의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제지하는 등 적절한 조취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부에게 손해가 발생한 만큼 민노총은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제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 민노총이 ... 뒤늦게나마 집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노총의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하는 게 공평하다고 판결

그런데 제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회참가자가 주최자 및 질서유지인의 질서유지를 위한 지시에 응하지 않는 경우 물리력 행사 등으로 강제할 수 없는 등 집회질서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또한 민노총이 폭행행위 발생 직후 경찰과의 계속적 협의를 통해 집회참가자들을 집회장소로 인도하는 등 뒤늦게나마 집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노총의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하는 게 공평하다고 판결했다. 민노총의 손해배상책임을 40% 감액하여 준 것이다.

제2심 재판부가 민노총의 책임범위를 감해준 근거는 과실상계(過失相計)다. 과실상계는 손해발생에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거나 손해가 확대된 데에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을 경우 가해자가 물어줄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제도다. 예컨대, 보행자가 무단횡단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1,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경우 무단횡단한 피해자의 잘못을 감안하여 손해배상액을 600만원으로 감액하는 것이다.

제2심은 당시 민노총이 폭력시위자들에 대하여 물리력 행사 등으로 강제할 수 없는 등 집회질서유지에 한계가 있고, 또한 민노총이 폭행행위 발생 직후 경찰과의 계속적 협의를 통해 집회참가자들을 집회장소로 인도하는 등 뒤늦게나마 집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점을 과실상계의 이유로 삼았다.

집회 주최자에게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그 책임범위는 과실과 인과관계에 있는 전부에 미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는 과실상계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서 민노총의 책임을 줄여준 제2심 판결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민주노총이 집회참가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서까지 질서유지를 요구할 수 없었던 한계는 존재하지만, 그런 한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집회 주최자에게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그 책임범위는 과실과 인과관계에 있는 전부에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대법원은 일부 집회참가자들의 폭력을 민노총이 제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민노총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는 사실이다. 타당한 판단이다. 집시법은 시위주최자에게 질서유지인을 두는 등 집회`시위에서 질서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나 시위는 많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언제든 폭동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헌법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질서유지 차원에서 주최자에게 질서유지의무를 요구하는 등의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최자가 집회`시위 중 질서를 유지할 자신이 없으면 집회나 시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부 참가자들의 일탈을 제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유는 시위주최자를 면책할 사유가 될 수 없는데, 대법원은 이를 확인한 것이다.

다음, 대법원은 주최자가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된 이상 그 책임범위는 과실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 전부라고 인정하면서 그 책임범위를 제한한 제2심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난점이 있다한들 이는 과실상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리를 확인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민노총이 집회참가자들을 집회장소로 인도하는 등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뒤늦게 취하긴 했지만, 이는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이유가 되지 못하므로 민노총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제2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사후 조치가 적절했다 한들 이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당연한 법리다. 가해자가 교통사고를 낸 다음에 즉시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다거나 사고 후에는 철저하게 안전운전을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해 줄 수 없음은 기초적인 법리이다.

어느 신문이 제2심판결을 가리켜 "선심할인" 판결이라고 불렀는데,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민노총에 대한 선심이 아니고서는 기초적인 법리를 무시한 제2심판결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법원 판결은 획기적인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닌 상식적인 법리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경력 10년 안팎의 단독판사가 선고한 제1심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된 법리였기도 하다.

그런데 왜 제2심판결은 다른 결론을 냈을까. 상식적인 법리를 무시한 채 민노총의 책임을 줄여준 이유가 무엇인가. 어느 신문이 제2심판결을 가리켜 "선심할인" 판결이라고 불렀는데,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민노총에 대한 선심이 아니고서는 기초적인 법리를 무시한 제2심판결을 이해하기 어렵다.

실상, 법원은 그 동안 불법폭력시위에 지나치게 온정적이었다. 2008년 약 100일간 벌어진 광우병촛불시위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으면서 경찰버스 수십 대가 불에 타거나 파괴되었고, 수백 명의 경찰과 시민이 부상을 입는 사태가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재판 결과는 실망스럽다. 구속 기소된 사람이 40명에 불과한데, 그나마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법원은 명동 시위에서 경찰에게 새총으로 쇠구슬을 쏜 사람과 염산이 든 박카스병을 경찰에게 던진 사람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풀어줬다.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람, 경찰버스의 연료 넣는 곳에 종이를 집어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사람, 시위 때마다 망치로 경찰버스를 부숴 '망치맨'이란 별명이 붙었던 사람도 석방했다. 전경들이 시위 여성을 경찰버스에서 성폭행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했다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퍼뜨린 인쇄소 직원도 풀어주었던 것이다.

법원의 이렇게 온정적이 태도가 민사판결에도 이어져 제2심판결과 같은 "선심할인" 판결이 나왔을 것이다.

 

3. 결어-온정주의 불식

대법원의 이번 판결의 의미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온정주의를 배제하여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고, 시민들이 그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다른 시민이 겪는 교통불편 등은 감수해야 마땅하겠지만, 더 나아가 도로를 무단점거하거나 경찰기물을 부수는 등의 폭력행위까지 용납할 수는 없고,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불법폭력시위가 도를 넘은 지 오래인 마당에 법원마저 온정주의에 기울어서는 폭력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사회질서를 기대하기 어렵고, 질서조차 없는 사회라면 선진화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우리 사회의 불법폭력시위가 도를 넘은 지 오래인 마당에 법원마저 온정주의에 기울어서는 폭력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사회질서를 기대하기 어렵고, 질서조차 없는 사회라면 선진화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법원의 온정주의가 불식되어 불법폭력시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재교 (변호사, 서울국제법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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