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서 합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하실 것입니다. 대응이 늦을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찬성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난 9월 22일, 사상 최대의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 회의는 올해 12월에 열리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올해 타결 못하면 용서받지 못할 것” - 반기문 UN 사무총장

“지금 대응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직면할 것” -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렇게 강한 어조로 회의는 시작했지만, 결국 구체적인 수치나 대안이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2020년까지 2005년과 비교해서 놀라울 만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수치가 결여되었고, 미국은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서 자기 몫을 해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선진국의 기술과 재정 지원이 해결책의 핵심이다.” -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EU는 선진국이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20%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의 책임을 개발도상국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는 연설에서 온실가스를 25% 삭감하겠다고 발표해서 갈채를 받았지만, 정작 일본의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이행여부를 감시하는 방안을 놓고도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이은 G20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합의점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역시 불발되었습니다. 결국 12월 코펜하겐 총회에서 향후 협상의 틀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어느 나라도 총대를 매려하지 않는 다는 것이 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또한 부자나라는 공해가 많이 나는 산업을 가난한 나라에 이전에 놓고 고통분담을 강요해서 공정성의 시비도 거셉니다. 그리고 개도국들은 선진국에 40% 이상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금융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해서 선진국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09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를 기록했고 OECD국가 중에는 6위로 조사되었습니다.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이었으며 러시아, 인도,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1990년 이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이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OECD국가의 평균 증가율은 17.4%를 나타냈는데, 한국은 113%나 증가해서 6.5배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에 비해서 한국의 에너지 효율성은 OECD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이유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꼽힙니다. 녹색성장이 정권의 화두로 제시되어서 그에 따른 대책이 쏟아지는 지금, 대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편이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여지가 크지 않고, 중소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재원의 미비와 관심의 부족으로 진전이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은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올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의 협상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녹생성장이 현 시대의 대세임은 분명하고 녹색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가 녹색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1997년 합의한 교토의정서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되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말뿐인 '녹색’이 아니라 실질적인 '녹색’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모든 나라는 필연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세가 낮아지거나 사라져도,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서 비관세장벽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치열한 경쟁을 꺼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나마 손쉽게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전쟁은 보호무역주의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하지 않은 나라의 물품에 대해서 수입을 금지하거나 관세를 높게 매길 수 있는 법안을 만들 수도 있고, 수입되는 물품에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적용해서 보호주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만을 사용할 수 있게 해서 비관세장벽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이 유럽의 평균에 미달하는 물품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자고 주장해왔고, 독일 총리도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온난화 방지 및 이산화탄소 거래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감축목표에 서명하지 않는 국가들을 처벌하고, 그 방법으로 무역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의 물품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속셈에 가깝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감축목표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도국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녹색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워서 보호주의 강화를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석탄을 예로 들면, 아직까지 석탄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전기의 절반가량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개도국에서는 그 수치가 더 높습니다. 사회기반시설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전기 공급을 큰 부분을 석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는 전력생산의 80%이상을 석탄의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구실로 섣부르게 보호무역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자유무역의 이익을 감소시키며, 몇 년 내에 석탄 사용을 크게 줄이라고 하는 것은 개도국의 수십억 인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좋은 목적이 있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거나, 그것을 빌미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음을 세계 모든 국가의 정치인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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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었다. 오바마 당선은 미국 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과 국제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경제 전망은 어떠한가? 또 시리아, 이란, 북한, 한국, 일본 등 국제정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초 흑인대통령 당선의 의의는 무엇인가? 이 글은 미국의 국내외 현안과 경제전망, 오바마 당선의 역사적 의의 등을 다루고 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이 되었다. 오바마의 당선이 미국 사회, 나아가서는 한국과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 전부터 오바마의 당선이 예상되면서 미국사회에 대통령 오바마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예측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역사적인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가 클 것이다. 1861년에 시작한 남북전쟁(Civil War)이 이제야 끝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흑인 정치꾼의 인종차별을 이용한 정치도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오바마 당선과 미국의 국내외 현안

그러나 여러 가지 미지수도 있다. 크게 나누어서 경제, 정치경제, 그리고 국제정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의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자연히 시각의 차이, 소위 말하는 중도(Center)냐, 중도좌(Center Left)냐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것이며, 현재에도 이런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GM(General Motor) 등 디트로이트(Detroit)의 자동차 회사를 구제(bailout) 할 것인가 하는 이슈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오바마의 행보(movement)를 두고 미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중도 우파이던 것이 중도 좌로 움직였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흑인(African-American) 투표자의 90% 이상, 히스패닉(Hispanic)의 70%, 그리고 백인의 40% 특히 여성과 젊은 층에서 오바마의 지지표가 많이 나왔다. 이것을 가지고 오히려 반대해석도 가능하다. 조지 부시(George W. Bush)가 워낙 인기가 없어서 오바마의 압승이 되리라는 견해가 컸으나, 멕케인(McCain)이 오히려 선전하여 선거에 승리할 가능성(chance)까지 있었던 것을 보면, 미국 사회의 중도-좌 움직임은 속단인 것 같다.

아직은 이슈화되어 있지 않지만 곧 문제시 될 것은 국제정치일 것이다. 중국, 러시아 등이 오바마 행정부에 어떻게 반응하고 도전할 것인가? 여기에 오바마의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가 미지수이며, 또한 소위 불량 국가(failed state) 등인 시리아, 이란, 북한 등이 어떻게 반응할 지도 미지수이며, 북한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이러한 조감도 아래, 나의 전공분야인 경제문제로 국한해서 문제를 볼 까 한다.

미국의 경기전망과 구제금융 논쟁

제일 우선적인 질문은 지금의 미국 경제의 상태가 얼마나 나쁘냐는 것 일 것이다. 또 일부 언론과 논객들 중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1930년대 경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후 가장 나쁘며, 경기침체(Recession)에서 공황(Depression)으로까지 진행될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특히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의 문제점과 현재의 문제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기본, 인적자원과 기술, 법과 제도 등을 고려해 볼 때, 1년 내지 2년의 경기침체(Recession)를 넘어서면 활발한 경기회복(Recovery)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클린턴(Clinton) 정부의 주택정책 부실 때문이며, 그로 인해 금융기관에 구제금융(Financial Bailout)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구제금융(Bailout)을 통해 금융기관을 살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며, 민간산업(Private Industry)인 GM 등 디트로이트(Detroit)의 자동차 회사를 구제하는 것 또한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제금융(Bailout)을 통해 금융기관을 살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며, 민간기업(Private Industry)인 GM 등 디트로이트(Detroit) 의 자동차 회사를 구제하는 것 또한 옳은 방향이 아니다

구제금융이 옳은지에 관해서는 정치경제의 관점에 따라서 의견이 달라지고 있으며 가장 흥미 있는 논쟁(debate)은 시카고(Chicago)대학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Gary Becker)와 로스쿨 교수인 리차드 포스너(Richard Posner)판사와의 논쟁이 깊이 있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베커는 구제금융(bailout)에 반대하며, 포스너는 찬성한다. 언론의 논조도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구제금융에 찬성하는 쪽이며,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도 찬성하는 쪽이다.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 건강보험, 교육, 에너지 등에 대한 정책이 나올 것 같다. 경기활성화 정책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으나, 그 효과는 크지 않으며 오히려 민간산업을 구축하는 결과(crowding out)를 가져 올 수 있다.

선거 유세 때에 보여준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 중도좌파(Center-left)식의 논리에 실망한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들고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당선 후 경제팀으로 티머시 가이트너(Geithner),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등 경험 있고 실용적인 시장주의자들을 인맥보다는 능력에 따라 모으고 있는 것은 다소 신뢰가 가는 바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부족한 점과 미지수인 점을 인정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오바마 당선의 역사적 의미

여기서 오바마의 대표적인 미국선거에서의 역사적인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표현한 월터 윌리엄스(Walter Williams)의 글 “인종문제를 초월하여(Getting Beyond Race)”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저자인 윌리엄스 박사는 조지 메이슨(George Mason) 대학 교수이며, 칼럼니스트(Syndicated Columnist)로 활약하고 있는 우수한 경제학자이다.

1861년에 시작한 남북전쟁(Civil War)이 끝나고 한 세기 반 만에 흑인 대통령이 나오리라고는 노예인 흑인이나 노예주인 백인 누구든 기대하지 못하였을 것이며, 현재 72세인 윌리엄스 자신도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믿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오바마가 제시한 미국의 비전(Vision)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윌리엄스는 인정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은 미국 사회가 이룬 위대한 업적이며, 인류 역사에 큰 변화의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그러나 흑인 대통령의 선출은 미국의 역사와 미국의 사회가 성취한 금자탑 같은 업적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상징적인 업적을 떠나서도 흑인사회는 미국 속에서 많은 발전을 하여 왔다. 미국의 흑인 인구를 하나의 독립된 국가에 비유한다면, 2005년 미국 흑인의 GDP는 6,44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세계에서 16번째로 부유한 국가에 해당한다.

미국 흑인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들인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그리고 워싱턴 D.C.의 시장을 맡고 있으며, 콜린 파월(Colin Powell) 장군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군대의 수장과 미국의 국무장관을 지냈으며, 현재 국무장관인 라이스(Rice)도 흑인여성이다. 온갖 어려움에서 불구하고, 흑인사회의 진출과 성취는 당사자들의 개인적 자질 뿐만 아니라,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미국사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성취는 가능하지 않다고 윌리엄스는 강조한다.

한편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흑인사회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문제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윌리엄스가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인종차별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미국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미국 국민이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사실 자체가 차별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떠나서 흑인사회의 진정한 문제점을 직면해 주었으면 한다.

윌리엄스는 흑인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흑인 출생의 70%가 합법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고 있다. 양측 부모가 있는 자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40%를 넘지 못한다. 이것이 흑인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인종차별과 아무 상관이 없다. 1900년대 초에는 흑인가정도 백인 가정처럼 안정된 양태를 보였다. 흑인의 교육수준과 성취도는 백인에 뒤지고 있다. 미국의 살인 사건의 50%가 흑인에 의한 것이며, 피해자의 95%가 흑인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들은 인종차별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무엇보다도 비극인 것은, 흑인 정치인과 인권 운동가들이 인종차별을 왜곡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짓이 미국사회에서 먹혀 들어가는 이유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백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의 행정가, 기업가, 그리고 사회의 지도자들이, 백인에게 적용하는 기준(standard)을 변용하여 흑인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흑인 대통령이 탄생함으로써, 백인들이 그들의 죄의식을 극복하여 흑인과의 관계에서 이 이상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이러한 웅변을 토하는 윌리엄스는 공교롭게도 흑인이다.

어쨌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은 미국 사회가 이룬 위대한 업적이며, 인류 역사에 큰 변화의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

저자소개: 윤용준 교수는 미국 Northwestern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조지메이슨대 Center for Study of Public Choice에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The Return to Increasing Returns(공저)', ’The Efficacy of Arbitrary Rules(공저)’ 외 다수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경제적 자유와 간섭주의’ 등이 있다.

윤용준 / 조지메이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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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한미FTA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객원기자는 한국경제를 위해서 하루 빨리 한미 FTA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가두활동과 토론회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정부가 한미FTA 비준동의안 조기 처리방침을 재검토키로 한 가운데 한미FTA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촉구하는 가두활동 및 토론회가 자유진영 시민단체 주도로 열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FTA본부 등 8개 단체의 연대체인 ‘한미FTA비준시민연대’(이하 FTA연대)는 11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한미FTA재협상은 있을 수 없으며 한국이 먼저 국회비준을 통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면서 FTA의 조속한 국회비준을 촉구했다.

FTA연대는 이날 가두행진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FTA 체결의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면서 우리 정부가 2004년 4월 칠레와의 FTA를 통해 대(對)칠레 수출이 4년 연평균 61%가 증가한 사실을 예로 들어 한미FTA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체는 이어 미국 민주당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FTA 재협상 요구가 제기될 것이므로 국회비준을 연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는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재협상 결정을 기다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구체적으로 “국회비준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로 반대론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재협상으로 미국 측 요청사항이 협정에 반영되면, 이들은 미국의 협정 훼손 및 일방주의를 이유로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단체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먼저 국회비준을 끝내고 오바마 행정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FTA연대는 국회의 조속한 한미FTA비준을 촉구하는 바이다”라며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FTA연대 산하 단체인 바른FTA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 정인교 바른FTA본부 상임대표 등의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바마의 미국과 한미FTA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 결 같이 “한미FTA의 경제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여론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협정을 체결된 만큼, 절차에 따라 국회비준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미FTA의 경제효과와 조기 비준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FTA를 비준하는 것이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막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한미FTA 체결에 따른 경제효과와 관련된 국내외 논란과 관련, “미국 측은 자국 경제에 대한 영향을 위주로, 민노당은 한미FTA로 인한 단기적 피해 등 해악에 대해, 그리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FTA의 긍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미국 측은 FTA의 부당성을 항변하고 민노당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놓고 단순히 관세 인하 또는 철폐를 통한 직접적 무역효과만을 추정하는 건 과소평가”라며 “FTA에 따른 추가 개방으로 수입경쟁부문의 생산효율성이 향상되고 경쟁촉진·기술투자 유인 확대로 인한 생산성 제고 효과도 나타난다. 특히 경제 제도 개선과 관련, 규제 완화·비효율성 감소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취약한 농업 및 서비스 부문에 대해 “돼지고기·쇠고기·감귤 등의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생산기반을 와해시킬 정도로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며 “서비스 부문은 제한적으로 부담이 덜한 부문에서 개방이 이뤄졌다. 지적재산권도 향후 동남아 등지에서 지재권 보호 강화를 요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이 FTA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제공조가 강조되고 다극화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면서 “다만, 오바마가 미국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가능성은 있지만 클린턴도 과거 NAFTA를 반대했다가 당선 이후 입장을 바꿨다”고 말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교수는 “미 대선에서 불거진 재협상 요구 가능성 때문에 우리 국회가 비준하지 않다면 이는 미국의 재협상 결정을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을 뿐 아니라, 재협상 시 우리 요구를 관철하기도 매우 어렵다”면서 “최선의 대안은 협정을 비준하고 미국에 동맹국으로서의 신의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도 취약 부문에 대한 보완 대책을 수립, 사회적 마찰과 대립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연내에 국회가 한미FTA 비준안을 적극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연내 비준은) 우리 통상전략의 일관성 유지와 통상 및 경쟁력 강화 정책의 주도적이고 신속한 추진, 미국시장 선점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원칙적으로는 자유무역의 가치를 믿으면서도 미국 근로자의 고용증대, 공정한 노동 및 환경 정책 확산을 위한 FTA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향후)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은 소득양극화와 제조업 일자리 상실 등 현재 미국이 당면한 과제들을 해소하고 미국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팀장은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우리 측의 이익이 증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 신행정부와 의회는 기존의 자유무역에서 공정한 자유무역으로 노동 및 환경의 무역협정반영을 강화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무역협정 틀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공정한 자유무역을 내세우면 의회의 보호무역적 성향이 정책에 두드러지게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분쟁이나 마찰 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이어 “한미FTA는 신(新)통상정책을 반영한 공정한 자유무역협정에 합치되는 협정문이고, 자동차 협정문 또한 협상기간동안 제시된 양측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한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특히 자동차 재협상을 막기 위해 한미 양국은 사전에 노력을 기울이여 하고, 요청이 있을 시라도 FTA외(外)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또 “한미FTA의 국회비준은 우리 통상 전략의 일관성 유지, 통상정책의 주도적 추진, 경쟁력 강화 정책 신속 추진 등으로 대미통상정책의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한미FTA는 현재 추진 중인 여타 FTA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시장 확대, 외국인 투자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기 비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준규(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정인교(바른FTA 상임대표)를 비롯, 이 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사무총장, 정재화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 강인수 숙명연대 경제학부 교수,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필재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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