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1일에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 특사와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자료수집 및 탈북자 조사사업 등을 벌였다.
북한인권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의 노력이 분주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와 대조적이다.
보편적 권리인 '인권’이 북한과 결합되면 정파의 논리로 재단된다. 한국 사회 좌파들은 북한인권운동을 보수의 정치공세, 민족화해를 막는 장애물로 취급하고 있다. 민주당은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을 우리 정부가 확인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안을 'MB’악법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왜, 한국은 북한인권에 이리도 야박한 걸까?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친북좌파들이 만들어낸 11가지의 궤변이 한국 사회에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일 발간된 '북한인권실태와 북한인권운동의 쟁점 분석'(자유기업원 NGO 시리즈 25번째)은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친북좌파들의 맹목적 인식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하 대표와 허선행 북한인권정보센터 사무국장이 함께 집필한 이 책은 우선 북한인권실태에 대해 서술한 뒤, 친북좌파 단체들이 어떤 논리로 북한인권운동을 폄훼하고 있는지 지적하고 있다.
허 국장이 집필한 <북한인권실태>편은 북한이 가입한 국제 인권 A, B규약에 근거해 인권실태를 개관하고 가장 심각한 인권탄압으로 꼽히는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강제송환 탈북자 처벌 실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허 국장은 “공개처형의 발생빈도가 1990년대 중반에 비해 대폭 감소해, 부분적인 인권개선이 있지 않느냐는 추정도 있지만, 2007년 이후 에는 다시 공개처형이 빈발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강제송환 된 탈북자에 대한 처벌의 강화, 정치범수용소의 운영, 종교박해, 강제유산, 강제이주 등 기존에 국내외에서 우려하던 북한인권 침해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 시민사회는 최악의 인권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연대의식을 확산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좌파단체들이 주를 이루는 한국 시민사회는 이와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다.
가장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로 뽑히는 참여연대의 경우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 인권문제가 국내외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에 반해 인권 개선을 위한 진지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다”고 평했다.
하 대표는 “참여연대는 미국을 반대하는 운동에 아주 적극적이지만 북한을 비판하는 활동에는 소극적”이라며 “이는 반북보다 반미가 전략적으로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 대표는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는 좌파(인권)단체의 문제점>편에서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친북좌파 단체들의 행태와 그들의 논리를 비판하고 있다.
먼저 그는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종북주의(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통일연대, 민노당 등), 사회주의 또는 사민주의적 좌파 세력(진보신당, 참여연대 등), 햇볕파(민주당,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좌파 성향의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좋은벗들)로 구분, 특징을 설명한다.
이어 하 대표는 좌파 단체들의 북한인권 운동 비판을 11가지로 정리해 반박한다.
그가 뽑은 좌파단체들의 첫 번째 비판논리는 '우파들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좌파단체들은 북한인권문제 제기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미국의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정권 붕괴를 목적으로 한 법안이라고 주장한다고 하 대표는 설명한다.
그는 이 주장을 3가지 논거로 반박한다.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북한인권법안에는 북한 정권교체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버마의 민주화와 자유 증진에 대한 법안에는 정권 교체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 대표는 그러나 “북한인권법안에는 이들 법안과 달리 정권 교체는 물론 경제 제재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며 “법안의 목적이 정권에 대한 제재보다는 북한 인권 고양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다음으로는 북한인권법안은 오히려 북한 붕괴를 예방하는 운동이라고 반박한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다양한 정치 세력이 형성된다면 설령 김정일 정권이 물러나더라도 이를 다른 세력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면서 “대체 세력이 형성된다면 북한 붕괴와 그에 따른 무질서의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 들 것”이라고 논박한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좌파들은 북한인권법은 반대하면서도 2003년 미국이 제정한 버마 민주화법에는 반대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이보다 더 강경한 (정권교체가 명시된)버마민주화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똑같은 잣대를 버마와 북한에 서로 다르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한국 좌파 단체들의 현주소라고 꼬집는다.
제2차 대전 후 스탈린 치하의 극악한 인권 유린과 독재의 실상이 알려지자 유럽 좌파들은 소련의 독재를 비판하는 민주적 좌파와 침묵하는 친독재 좌파로 나뉘었다. 이들의 명함은 분명했다. 소련 파시즘을 비판했던 프랑스의 사회당은 세력을 확장해 집권까지 하게 됐지만, 소련 편에 섰던 프랑스 공산당은 몰락하게 됐다.
하 대표는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정통 좌파들은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 체제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어깨 걸고 싸웠던 전통이 있음을 강조한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한 전 세계의 양심세력이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우리고 있다”며 “이런 추세 속에서 한국의 좌파들은 시간이 갈수록 전 세계 양심 세력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설 이후 북한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27살 밖에 안된 김정일의 아들이 후계자로 지명되는가 하며, 시장통제를 위해 단행된 화폐개혁은 북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했던 한국좌파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하 대표의 충고를 친북좌파들은 가슴 깊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역사에서 점차 소멸되는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데일리NK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