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도 서 명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
저     자 김영호, 이인호, 강규형
출 판 사 기파랑
출판년도 2009. 11
추 천 인 조기석
기     타 등록일 : 2010-04-02   /   조회수 : 201회
어제는 91주기 3.1절이었다. 항간에 들리는 말로는 요즘 아이들의 40%만이 3.1절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한다. 그 앎도 피상적인 앎에 불과한 것은 자명한 이야기다. 3.1절의 의미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퇴색해져버려 다시 국가의 위기가 찾아올까하는 것이 이 시대의 지식인들의 고민이자, 기성세대의 고민인 듯하다.

하지만 더 큰 고민거리가 우리 사회에는 뿌리 깊게 존재하는 듯하다. 바로 양 갈래의 길에서 구성원들을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를 재촉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안 구체적 사례가 '이승만 대통령의 활동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비록 한반도의 남북합작정부의 실현을 가져오지 못하였지만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아, 지금의 대한민국의 기틀을 확립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은 듯하다.

반면 이승만 대통령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김구의 주장을 옹호하는 세력으로써, 한반도의 반영구적 분단을 가져와 지금의 남북분단의 현실을 원망하면서 그 책임을 이승만 대통령의 것으로 돌리고 싶은 것 같다. 이렇게 건국에 대한 아주 상이한 태도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못해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는 형국이 지금의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근래에 들어서는 왼쪽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북핵 등 껄끄러운 관계를 북한과 맺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필두로 가시적으로는 남북의 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가까워졌다는 통념이 우리에게 맞닿아 있는듯해 북한을 연민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듯싶다. 이를 토대로 이승만 대통령의 활동들이 비판이 아닌 비난의 수준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은 이렇게 우리사회에 편향된 사고를 실증적 연구를 통해 바로잡아주는데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880여 페이지에 담긴 저명한 학자들의 논문은 그저 감정으로 독자에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서 논증한다. 이 책은 우리가 뜨거운 가슴이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바라보아야하는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여러 가지 진실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가슴 아픈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우리의 광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부분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의 광복은 우리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열강들의 힘겨루기에 의해서 찾아왔다. 대한민국의 1대 대통령인 이승만조차 그의 자립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미국의 철저한 계산에 의해서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임을 우리는 직시해야한다. 그렇다 우리의 광복은 우리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 따라서 건국 또한 우리의 독립적인 권한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사실 또한 그렇다고 이 책은 써내려가고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가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한민국의 건국이 지금의 21세기 대한민국의 위상을 이루는데 어떻게 기반이 되었는지 실제적인 사실을 토대로 논증하고 있다는데 있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새로운 국민 만들기’가 바로 그것인데, 그가 실시한 농지개혁·교육개혁·강군육성·여성해방·기독교 보급 등은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에서 평가절하되어있는 지금, 재평가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논문의 말을 빌리자면 “이러한 개혁들이야말로 한민족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누리는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를 가능하게 만든 최대의 요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필자가 주장한 모든 것을 결론지어 주는 장이 바로 5장인 듯한데, 대한민국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우리사회에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이 선택했던 길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하염없이 긍정적으로 치켜 세울 수 없을지 언정, 그 과정의 복잡함을 생략하고, 마냥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나의 이런 형편없는 표현을 이 책은 “한 나라의 국가만들기를 지나치게 미화할 필요도 없지만, 그것의 폭력성만 도드라지게 노출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만들기)를 바라보는 단안(單眼)이 아니라 복안(複眼)이다”라고 하며 우리 사회에 외치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왼쪽과 오른쪽의 가름이 아닌 사실에 입각함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힘으로 우리를 지킬 수 없었던 시대에 세워져, 지금껏 수많은 피와 땀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직 그 시대의 아픔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할 뿐이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자.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건국 공로자들이나 국가발전에 앞장섰던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사실적 연구와 공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그들을 모두 폄하하는 것이 마치 진보요 민족애인 양 착각하는 풍토가 학계와 교육계, 문화계 한쪽을 풍미해 온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국의 험난했던 역사를 애정 어린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깊은 관심을 갖는 자세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가 끌어안고, 그 속에서 보다나은 미래를 만들어내야하는 것이지, 그 자체를 부정하고는 우리는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조기석 / 동국대, 자유기업원 홍보대사 1기

 

[목차]

경과보고.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 발간 경위(김영호, 강규형)
서문.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보고서 발간의 의의(이인호)

제1부 _대한민국 탄생의 국제정치적 배경
1. 미국과 소련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캐스린 웨더스비)
2. 한국의 분단, 1945~1948: 미국의 책임에 대한 평가(윌리엄 스툭)
3. 제2차 세계대전과 소련의 한반도 정책(이지수)
4. 대한민국 건국과 유엔의 역할(박홍순)
5. 대한민국과 임시정부의 관계(양동안)

제2부 _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싼 다양한 구상과 인식
1. 대한민국 건국의 정치외교사적 소고:1919년 3·1운둥에서 1948년 건국까지(김용직)
2. 김구의 민족통일론과 두 가지 삶(도진순)
3. 광복 직후 좌익의 혁명론:'현 단계 논쟁’을 중심으로, 1945~1947(이완범)
4. 해방정국과 기독교 건국운동(연규홍)
5. 性理學 傳統에 비친 解放政局과 建國(이영훈)

제3부 _민주공화국의 탄생: 이승만의 건국노선
기조연설문. 대한민국 발전의 비결:건국 초창기의 '새로운 국민’ 만들기(유영익)

1. 한국 국가건설의 도전과 이승만의 응전:한국 현대정치사 해석의 새로운 시도(김충남)
2. 건국(建國)과 보국(保國): 이승만의 구상과 역할(차상철)
3. 이승만의 단독정부론에 대한 고찰(이철순)

제4부 _민주공화국 건설을 위한 기초 작업과 그 평가
1. 근대 국민국가체제의 막을 올린 건국헌법(강경근)
2. 1948년 건국헌법 前文에 나타난 “우리들 大韓國民”의 정체성과 정당성(김성호, 최명호)
3. 국가안보의 보루(堡壘)를 세우며:대한민국 국군의 건군(建軍), 1945~1948(나종남)
4. 미군정의 한국인과 미군 친교금지 정책의 성공과 실패:미 점령군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이보람)
5. 한국 민주주의의 가능성: 대한민국 국가건설에서 미국의 역할(그렉 브레진스키
6. 국가론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 건국의 특징과 의의(김영호)

제5부 _대한민국 건국의 의의
1. 대한민국 국가 만들기와 그 의의: 인도와의 비교(박지향, 김일영)
2. 급진적 민족주의 대 보수적 민족주의:냉전 초기 동아시아에서의 국가건설 담론들(첸지안)
3. 한국의 압축 민주화: 역사구조적 접근(김세중)
4. 한반도의 '긴 평화’와 한미동맹:'삼위일체+1’ 구조의 형성과 변화 그리고 전망(김일영)
5. 建國과 近代(전상인)
6. 대한민국 건국과 일본(스즈키 마사유키)

 

 

Posted by 자유기업원
,
클릭<-원문 바로가기

현행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적이어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 이유는 역사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경제발전 등 지난 60년간의 성취를 대체적으로 부정하고 북한체제에 호의적인 근본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교육은 미래세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왜곡과 오류투성이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개정은 학계합의 도출과정을 거쳐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계시록(啓示錄)적인 그의 소설 『1984년』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者,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者, 과거를 지배하리라(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라는 얘기를 했다. 역사가 현재에 대한 이해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초석이라는 뜻과 현재의 권력이 과거를 재구성한다는 주장이 교묘히 결합된 명언이다.

역사 교육이 중요한 이유

역사, 특히 자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기억의 공유”를 하기 위한 작업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얻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알기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은 맹목적인 자화자찬이나 ‘신화만들기’와도 구별된다. 앞 세대가 걸어간 길의 공과(功過)와 명암(明暗)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아 차세대가 더 올바른 길로 나가게 하기 위한 기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현재와 가장 가까운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은 국사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근현대사 과목이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이 국가로서 장래에 나아가야할 방향을 직접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의 올바른 근현대사 교육은 미래 세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과거를 지배하는 者,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者, 과거를 지배하리라(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조지 오웰 소설 ‘1984’ 중에서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근현대사교육은 대단히 왜곡돼 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 개편에 앞서 '현대사 교육 수업자료'를 만들어 내달까지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해 수업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 한다. 원로·중진 인사들이 직접 일선 고교를 찾아가 왜곡을 시정하는 근현대사 특강을 할 계획도 세워져 있다 한다.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는 요 몇 년간 꾸준히 있어 왔지만 참여정부에 의해 거부됐었다. 그래도 약간의 효과는 있었으니 계속된 수정요구와 비판으로 인해 가장 문제가 많은 한 교과서는 그동안 무려 300여 군데에 걸쳐 오류와 편향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 교과서의 문제는 몇 부분이 수정되고 표현을 완화했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지난 60년간의 성취를 대체적으로 부정하고 북한체제에 호의적인 근본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류와 폄하로 얼룩진 한국근현대사

첫째, 대한민국은 자발적 국민의 지지 없는 단정세력에 의해 수립된 정통성이 결여된 정체(政體)이고, 남한의 정부수립이 분단을 초래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반면 북한에서는 “남한 때문에 어쩔 수없이” 선거를 치러 국가가 수립됐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른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초대 정부는 정당한 국민투표를 거쳐 탄생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북한에선 이미 소련에 의해 북한에서의 단독정부 수립에 대한 계획이 먼저 치밀하게 전개됐다는 것이 최근 공산권 붕괴로 인한 비밀자료의 공개로 밝혀졌는데도 한국의 근현대사교과서는 이러한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남한만의 단독 선거가 이루어진 것은 UN이 제시한 남북한 공동선거안을 소련이 거부했기 때문이었다는 점도 무시되고 있다.

둘째로 독립운동과 건국과정, 그리고 통치시기에서의 이승만의 업적이 철저히 부정됐다. 현재 학계에서 대성공으로 평가되는 이승만의 농지개혁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결여됐으며, 문맹률 감소와 같은 국민교육의 성공도 무시됐다. 한미방위조약 등으로 굳건한 안보 체계와 국제협력노선을 택하는 현명한 방향설정을 해서 대한민국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점 등도 역시 언급이 안됐고, 대신 독재정치와 부정부패만 장황히 나열돼 있다. 상징적인 사실이지만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초대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사진은 없고 대신 마오쩌둥의 사진이 있다는 것은 경악할만한 사실이다.

셋째로 반미적 기조이다. 광복과정에서 미국의 공로가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분단의 책임을 미국에게만 전가됐다.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긍정적 서술은 거의 없으니, 금성교과서의 경우 미국관련 표현 167건 중 긍정적인 것은 단 3회에 불과하다. “미군정은 남한의 경제를 살리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경제뿐만 아니라 무기체계도 미국에 종속되어갔다.” “일장기가 내려진 자리에 성조기가 올라갔다”, “미국의 농산물 원조는 생산과잉으로 자국내 농업공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등의 편향되고 부정확한 서술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60년간의 한국의 성취인 건국, 안보, 경제발전, 민주화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서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60년간의 한국의 성취인 건국, 안보, 경제발전, 민주화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서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미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점도 많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외관계, 특히 가장 중요한 대미관계에서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존과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안보의 확보와 유지’였다. 그러한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미관계의 트랙 레코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넷째로 6.25 전쟁에 대한 서술이다. 6.25 이전의 작은 분쟁/무력충돌이 자연스럽게 큰 충돌로 확산된 것으로 6.25의 발발원인을 서술하는 등 이미 폐기된 ‘브루스 커밍스’류의 좌파 수정주의적 연구를 비판 없이 채택하고 있었다. 또한 “애치슨 선언”과 같은 사료를 교묘히 왜곡, 편집해서 자료로 싣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이 전쟁을 유도했다는 식의 서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수정주의적 해석은 역시 공산권 붕괴 이후 공개된 비밀자료의 연구들을 통해 폐기된 지 오래이다. 캐스린 웨더스비(Kathryn Weathersby)와 같은 학자들은 6.25가 김일성이 스탈린을 두 차례나 찾아가 강력하게 설득하여 동의를 얻은 후에 면밀히 계획되고 집행된 사건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전 규명했지만 이러한 선도연구에 대한 서술이 전무한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다섯째로 시장경제, 그리고 산업화와 경제개발에 대한 부정적 평가다. 한국은 주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산업화를 이룬 국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고, 대신 부정적 측면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주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산업화를 이룬 국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고, 대신 부정적 측면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압권은 천리마 운동과 새마을 운동에 대한 상반된 평가이다. 북의 천리마 운동은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전반에 걸쳐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서술한 반면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정부가 대중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이 새마을 운동의 극히 일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이 운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낙후지역 개발 정책의 롤 모델이 되는 것도 새마을운동이고, 작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도 빈곤퇴치 운동인 새마을 운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얼마 전 언급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다.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현대 정치사를 “민주주의의 시련의 역사”로 취급한다. 즉 해방 시에 이미 확립된 민주주의가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 등에 의해 침해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디까지나 신생국이고 약소국이며 분단국이었다. 그래서 한국정치사는 없었던 민주주의사회를 힘들게 생성해 나가는 과정이란 것이 기본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1948년 완성된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다른 후진국처럼 걸음마 단계에서 시작해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착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한다.

원로학자인 권태준은 최근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란 책에서 후학들에게 “역산(逆算)하지 마라”란 귀중한 충고를 주고 있다. 즉 “오늘의 고지에서 지난 역사를 재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경구를 마음에 품고 봤을 때 근현대사교과서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마음대로 재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북한 북한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외면하고 있다. 북한체제와 주체사상에 대한 서술은 거의 미화의 수준인데, 이러한 서술은 “통일 지상주의”적 관점과 “내재적” 관점으로만 북한을 바라보려한 노력에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따라서 공산 왕정체제적인 부자세습과 대량아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며, 현대 북한을 이해하는 주제어인 “선군정치(先軍政治)”에 대한 언급도 없다. 대신 “사회주의 국가건설이라는 이념적 명분을 갖고 있었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던 김일성 측” “김정일 체제의 북한은 외교와 기술관료를 중심으로 정치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라는 서술들이 등장한다.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해야

현행교과서들은 편향된 역사관과 잘못된 사실인식에 기초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사에서 제3세계 국가 중에 독립 후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모두 이뤄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굴곡 속에서 이뤄낸 이러한 “건국과 부국”의 업적은 완전히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고 반대로 (북한주민에 대한 애정이 아닌) 파산상태에 빠진 북한체제에 대한 애정이 나타나는 것이 “근현대사”교과서의 현주소이다.

권태준은 최근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란 책에서 후학들에게 “역산(逆算)하지 마라”란 귀중한 충고를 주고 있다. 즉 “오늘의 고지에서 지난 역사를 재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근현대사 수정 문제는 뿌리 깊은 학계의 갈등과 연관된 복잡한 사안인 만큼 위에서부터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학계의 합의 도출 과정을 거쳐 서서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일단 8차 교육과정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서술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현재 8차 교육과정에서 국사과목에서는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가 통합돼 “역사”라는 과목으로 가르쳐 질 예정이라 한다. 구체적 내용에 들어가서는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입헌주의(법치주의), 그리고 공화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문명사적 의의를 되새겨야 하겠다. 또한 민족, 민중, 통일지상주의라는 협소하고 폐쇄적인 사관에서 탈피해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국제적 관점을 강화해야한다.

이러한 서술을 위해서는 국사학자 외에 서양사, 동양사학자등이 함께 참여해 비교사적 관점을 취해야한다. 보다 더 넓은 관점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과 같은 인접 사회과학자들 또는 필요시 자연과학자들의 참여 역시 필요하다하겠다. ■

강규형 /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저자소개: 강규형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교에서 역사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명지대학교 기록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한국외교사와 국제정치’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의 풍경: 역사가는 어떻게 과거를 그리는가?’, ‘9.11의 충격과 미국의 거대전략’ 등이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