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이 요덕수용소에 들어가 북한에 억류된 지 거의 25년이 되었습니다. 고립무원의 상태인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말을 잇지 못하는 오길남 박사>

20일 서울 청계광장 입구. 남북청년행동과 북한민주화위원회, 납북자가족모임, 열린북한방송 등 31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구출 통영의 딸 백만엽서 청원운동 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숙자씨 모녀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고 실질적인 구출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UN청원 국제 대표단을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박사는 '통영의 딸’ 신숙자씨(69)와 두 딸 혜원(35)·규원씨(33)의 송환을 호소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연대활동을 통해 그를 돕겠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사진: UN 청원 국제대표단 발족 및 국제캠페인 활동 발표>

최근 신숙자씨 모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통영부터 시작된 송환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보수우파의 주장’이라는 편견에 갇힌 탓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진본부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신씨 모녀 송환을 이루기 위해 국내외적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UN에 직접 청원을 넣기로 했다.

추진본부는 일단 국내외 단체들과 연대해 공론화에 나서는 한편, UN이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우선 추진본부는 온·오프라인에서 백만엽서 청원운동을 벌여 이를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백만엽서 청원운동은 현재 오프라인상으로는 1000여명, 온라인으로는 120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또 국내외 북한 인권단체들과 뉴욕, 도쿄, 런던 등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거리 홍보활동을 여는 데 이어 다음달 19일부터 12월10일까지 통영을 출발해 영·호남을 돈 뒤 대전과 수원, 서울을 거쳐 임진각으로 향하는 국토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음 주에는 대한적십자사 총재와의 면담도 요청하기로 했다. 추진본부는 면담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적십자 회담을 통해 신씨 모녀 송환에 힘써달라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추진본부는 11월 10일을 '국제행동의 날’로 정하고 전세계 10곳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과 대표부 앞에서 신씨 모녀의 생사확인 및 조속한 생환을 촉구하고 북한의 반인도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도 동시다발적으로 연다.

추진본부의 실무대표를 맡은 남북청년행동 최홍재 대표는 “직장인이 많은 점을 고려해 낮12시부터 1시까지 중점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며 “특히 지역별, 단체별로도 동참 의사를 밝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파독 간호사였던 신씨의 이야기를 듣고 대한간호사회에서 5000명이 동참하기로 했고, 통영 우체국에서도 엽서를 받아 곳곳에 비치해 시민들의 참여를 돕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진: 남북청년행동 최홍재 대표>

최 대표는 이어 “2003년 G8 정상회담의 의장성명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언급됐고, 2004년에는 코피 아난 당시 UN사무총장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었다”며 “신씨 모녀의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인권유린을 자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이자 시대의 비극이다. 반드시 구출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청계광장 입구에 마련된 백만엽서 청원운동 서명장에는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이 들러 신씨 모녀의 송환에 힘을 보탰다.

신씨의 남편인 오길남 박사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오 박사는 오는 25일 독일로 출국해 독일 인권단체와 함께 신씨 모녀의 이야기를 알리고 유럽의 지지를 끌어내는 일을 하기로 했다. 반 총장과의 면담에도 직접 참석해 신씨 모녀 문제 조사를 위한 UN 특사 파견을 요청할 계획이다.


<사진: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

추진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남북 간 대화채널과 함께 제3자의 중재를 활용해 신씨 모녀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UN에서 세계평화 및 인권문제와 관련해 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 북한이 이를 거부할 경우, UN사무총장 직권으로 북한 인권 실태 및 정치범 수용소 현황을 파악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 대표는 “지난해 2월 반 총장의 특사 자격으로 린 파스코에 UN정무 담당 사무차장이 평양을 방문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특사 파견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며 “인권을 제2의 가치로 여기는 UN에서 보다 의지를 갖고 이 문제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추진본부는 신씨 모녀의 사례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납북자와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실질적인 피해자’인 오 박사의 입을 통해 압박할 수 있다는 게 추진본부 측의 판단이다.

그동안 국내외 납북피해자들이 북한에 지속적으로 생사확인 및 송환에 협조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납치의 정황증거는 있지만, 북한과의 연계성을 입증시킬만한 고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박사의 경우,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북한에 넘어갔다가 탈출하면서 가족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어, 북한이 6.25전쟁 이후 의도를 갖고 접근해 납치를 해왔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씨 모녀가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에 갇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핍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어, 추진본부 측은 신씨 모녀에 대한 관심이 궁극적으로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종북세력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려 남남갈등을 줄이는 것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진본부는 판단하고 있다.

 변윤재 / 자유기업원 객원기자
purple57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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