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학교급식사고를 계기로 직영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법이 개정되었으며,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정치인들이 무상학교급식 공약을 들고 나옴에 따라 또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직영급식을 주장하는 측의 명분은 학생의 권리나 건강이라는 교육적 목적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이 짙다. 그리고 무상급식 시행은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며, 그러한 예산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고 재정낭비를 초래한다.
필자는 몇 해 전부터 학교급식이 직영화되는 정책방향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고, 그것이 곧 무상급식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1) 이러한 지적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좌파단체와 야당 정치인, 그리고 심지어 여당인 한나라당의 유력한 국회의원조차도 무상학교급식을 주장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모르긴 해도 다가올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서인 듯하다.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무상학교급식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다시 거론하는 것은 매우 장황한 말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일이므로 상론은 피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지방선거 전략으로 대두된 야당 측이 주장하는 무상학교급식의 배경과 문제점, 그리고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논거가 갖는 허점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한다.
급식직영화 주장, 교육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
무상학교급식은 학교급식 정책의 종착역과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학교급식 형태의 선택 여지를 없애고 직영급식을 의무화(정확하게, 강제화)한 것은 무상급식으로 가는 전초전인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의 전개과정은 이러하다. 2006년 CJ 푸드시스템의 학교급식 안전사고를 계기로 하여 당시 정강 정책의 좌우여부를 막론하고 여야가 합의하여 학교급식법을 개정한다고 하면서 3년 이내에 모든 초·중등학교의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하는 '개악(改惡)’한 바 있다. 소수 정당이던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이 주장하는 직영급식의무화를 몇몇 식품 안전사고를 빌미로 조성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한나라당이 합세하여 학교급식법의 개악에 합의를 해 준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하여 현재 시점에서 서울과 부산의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직영화를 '완료(?)’한 상태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필자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이들이 우려한 바는 학교급식의 직영화는 무상급식으로 가는 가교(架橋)가 된다는 점이다.
무상학교급식의 폐해를 언급하기 전에 직영급식 전환에 관하여 곱씹을 필요가 있는 사항이 몇 가지가 있다.2) 첫째, 급식안전사고가 직영보다 위탁급식에 더 많다는 그릇된 상식이다. 안전사고의 규모나 질 면에서 그렇다고 할 근거가 전혀 없다. 둘째, 위탁급식에서 일어난 사고는 크게 보도되고, 직영급식에서 발생한 사고는 잘 보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영급식의 은폐 의혹이 항간에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직영급식이 학교급식 업무의 책무성을 강화한다고 알려진 점이다. 오히려 직영급식에서는 경쟁이 유발되지 않기 때문에 책무성이 결여된다고 보아야 옳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직영급식은 급식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 할 경우 위탁급식처럼 업체를 변경할 수 없게 된다. 넷째, 직영급식은 전교조와 그 외곽단체, 그리고 좌파성향의 정당과 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사항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것처럼 학교급식의 직영화가 곧 조합원 증가라는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직영급식을 주장하는 단체와 정당의 의도가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학생의 권리나 건강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교육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짙다고 비판받고 있다.
무상급식, 세금부담 증가시키는 포퓰리즘
그러면, 왜 학교급식의 직영화가 무상급식으로 가는 가교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직영화를 통하여 학교급식업무 종사자들의 신분이 위탁업체의 직원에서 공무원 신분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며, 이는 다시 이들의 노조 가입이 훨씬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상급식의 전 단계로서 직영급식을 의무화하면, 자녀의 학교급식이 무상이라는 공약이 보다 실현하기 쉬워지게 된다. 여기에 학부모들은 당장 연간 수십 만 원대의 급식비가 절약되는 '이익’을 보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이는 결국 다른 예산을 전용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세금을 증가시키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더욱이 학교급식의 직영화에 이은 무상급식은 문제점을 몇 가지만 적시하도록 한다. 첫째, 무상급식은 효율적이지 못한 정책이다. 급식 업무의 책무성을 물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소요 재정의 낭비를 초래한다. 부유한 집 자녀가 무상으로 급식을 받는 것은 이들에게 기존처럼 유상으로 했을 경우에 비하여 재정 손실도 크기 때문이다.
둘째, 무상급식은 정의롭지 못한 정책이다. 특히 무상급식은 개인의 선택을 말살하는 시도이다. 마치 택시나 승용차를 탈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사람들에게도 지하철을 무임승차하게 해줄테니 자신이 선호하는 일체의 운송수단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작 무임승차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은 기존 무임승차 대상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무임승차할 필요가 없는 이들이 전액 부담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학교급식의 질이 저하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수단이 강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무상급식이 관료화와 공기업이 지니는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새는 양동이(leaky bucket)’ 격이다.
넷째, 무상급식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 중에 선진 각국이 모두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구(北歐) 몇 국가이외에는 모두 수익자 부담 원칙이고,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오히려 무상급식을 통하여 이상국가를 주장한 나라는 이미 몰락한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다섯째, 무상학교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 민노당의 정강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는 부합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에 근거하는 한, 이를 원상으로 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지하는 사실이지만, 무상학교급식은 몰락한 공산주의 국가나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한 정책을 고스란히 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가자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 무상학교급식, 재정낭비 초래한다
좌파 정책 노선에서 비롯된 무상학교급식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은 이즈음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집권여당의 원희룡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을 검토하기로 하자.
무상학교급식을 주장하는 것만 보면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좌파정당 소속의원처럼 여겨지는 정치인이다. 과거 좌파정권처럼 그가 소속된 집권 한나라당이 좌파 정책이념을 표방한다면 원 의원의 무상학교급식주장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또 우리나라 정치 여건 상 소속 정당의 당론으로 정해진 사안조차도 소속의원이 이견(異見)을 내는 상황도 가능하다. 그러나 원 의원 자신이 한나라당의 서울특별시장 후보 중 유력한 인사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지적한 바 있듯이, 무상학교급식 공약은 매우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공약을 내는 근거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한 일간신문3)의 독자란을 통하여 무상학교급식의 '타당성(?)’을 개진한 바 있다. 그가 이 신문의 칼럼 란을 통하여 주장한 바를 살펴보자.
첫째, 원희룡 의원은 무상학교급식이 선심 공약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는 “예산 확보만 가능하다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고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무상급식은 직접적으로 가계의 부담을 덜어내 실질소득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 한 달에 두 자녀를 가진 가정의 급식비 부담은 약 8만 원 정도이다. 매월 들어가는 것이니만큼 적지 않은 돈이다.”라고 하면서 무상학교급식이 선심 공약이 아닌 것처럼 언급한다. 그러나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으로 하는 중식지원사업 등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극빈한 아이들이나 차상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하는 것 이외에 모든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기호나 성향에 관계없이 실시하므로 '새는 양동이’처럼 재정 낭비를 가져온다. 즉 별 효과가 없는 선심공약에 불과하다.
둘째, 원의원은 무상학교급식을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무상학교급식은 누가 보아도 좌파 정책이고 사회주의 정책이다. 대통령이 집권 2년차부터 '친서민’이니 '중도실용’을 주장하니 집권 여당의원이 이를 표방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다. 그러나 무상학교급식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바로 이렇게 부당한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무상학교급식으로 중산층 유권자에게 급식비 월 3∼8만 원을 절약하는 대신에 다른 세목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할 것이다.
셋째, 원의원은 재정 상태로 보아 경기도보다는 서울특별시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더 적합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주장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4) 서울특별시는 직영급식을 실시하는 데에도 가장 어려움이 많은 지역이다. 당장 회계 상으로 예산이 다른 시·도에 비하여 재정 상태가 좋지만 조리장 확보 및 급식시설 설비 설치비용을 합산하면 서울특별시 재정만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원 의원의 지역구가 서울 지역이니 이는 자신이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원의원이 전국 초·중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소요예산을 추정한 금액은 1조 8,000억 원으로 잡고 있지만, 필자가 추정한 바로는 약 3조 원이 소요된다.5)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약 1%이다. 설사 그의 추정 소요액이 맞다 할지라도 약 2조 원의 금액은 항공모함 1척을 건설할 수 있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다섯째, 원의원의 주장은 자신의 정치적인 타산으로 나왔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재정 상태로 보아 경기도 교육감의 무상학교급식은 안 되고 서울시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6)는 그의 주장 때문이다. 이 논법 때문에 야당 측 유력한 서울특별시장 예비후보로부터 맹공을 받기까지 하였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재정 상태가 가장 좋다고 서울 지역이 무상급식을 하기 좋은 지역이 아니라 거꾸로 가장 어려운 지역이다.
무엇보다도 원 의원의 주장은 정책 이념에 비추어 정당화되기 어려울 듯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한 바로 그 날짜 그 신문의 바로 다음 면에 게재된 칼럼7)이 이를 확인해 준다는 점이다. 이 칼럼의 의도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돈 쓰는 방식 네 가지를 언급하면서, 공무원의 돈 씀씀이를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칼럼의 내용을 목하 논의하고자 하는 무상학교급식에 적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써야 할 공무원들의 공공행위가 암암리에 자신의 의도와 목적을 위해 쓰여 진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온당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은 그대로 무상학교급식 주장에도 적용된다. 앞서 예를 든 바와 같이, 무상급식 공약은 모든 이에게 지하철을 무임승차하게 하고 비용은 그러한 조치를 한 사람이 아니라 제3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게 하는 경우와 정확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무상학교급식의 폐해가 장기적 관점에서 명백하게 드러날 상황에서 공적인 용도(사실 공적인 용도가 아니라 당장의 가계비 절감이라는 인기영합이지만)처럼 포장된 무상학교급식 공약이 결국 선거를 의식해서 나온 것이라면, 남의 돈을 나 자신의 사적인 목적에 사용하는 셈이다. 이 점에서 무상학교급식을 주장하는 야당과 좌파 단체들이나 집권여당 의원의 처지는 상호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래 / 부산교육대 유아교육과 교수
저자소개: 김정래 교수는 영국 University of Keele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부산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전교조 비평’, '서양교육사절요’, '고혹 평준화 해부' 외 다수가 있다.
1) 보고서로는, 학교급식법 재개정을 위한 위탁급식의 합리적 운영 방안 연구(사단법인 한국급식협회, 2007년 6월, 한국급식협회 정책연구과제); 서울특별시 학교급식 운영 개선방안 연구(한국교육개발원, 2003년 12월, 한국교육개발원 수탁연구 CR 2003-21); 학교급식법 개악을 통해 본 국가의 교육독점: 학교급식법의 문제점과 재개정 방안(자유기업원 CFE Report 2007년 10월 10일, www.cfe.org); 학교급식 직영화 및 무상화 방안의 타당성 검토(경기개발연구원 CEO Report No. 25, 2009년 11월) 등이 있으며, 발표원고로는, 학교급식법 재개정을 위한 학교급식 정책의 방향, 부산의 학교급식 이대로 좋은가?(국회의원 권철현 주최 토론회 발표원고(2006년 11월 29일)와 “학교급식 직영화”의 문제점과 학교급식법 개정방향, “학교급식 직영화” 이대로 좋은가?: 현행 학교급식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학교급식법 개정 공청회(2009년 11월 19일)가 있으며, 신문시론으로는, '위탁급식으로 돌아가라,’ 한국경제신문 시론(2008년 10월 10일, A43면); '학교급식 직영이 능사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시론(2006년 6월 30일, A46면) 등이 있다.
2) 위탁급식 대 직영급식의 장단점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고 또 보도된 바도 있다. 동아일보 2009년 11월 23일 A1면(남윤서, 황규인 기자) 참조.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의 장단점을 마치 양시론(兩是論)과 양비론(兩非論)의 입장에서 논의하는 것은 무상급식의 폐해를 온전하게 지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비론과 양시론의 사이에서 정책이 방향을 못 잡는 것처럼 보도되기도 한다. 동아일보의 이 보도도 이에 해당한다. 특히 필자는 두 가지 방식이 지니는 양비론과 양시론이 현재 진행되는 학교급식 논의에 도움에 되지 않음을 지적했음에도, 이 보도는 필자의 발표내용을 소개하면서도 정작 이 논점을 생략하고 양비론과 양시론만을 보도한 바 있다.
3) 조선일보 2010년 2월 5일자 A29면, [편집자에게] '초등학교 무상급식 선심공약이 아니다.’
4) 각주1의 서울특별시 학교급식 운영 개선방안 연구 참조
5) 각주1의 학교급식 직영화 및 무상화 방안의 타당성 검토 참조.
6) 폴리뉴스 2010년 2월18일자.
7) 조선일보 2010년 2월 5일자 A30면, [송희영 칼럼] '남의 돈 자기를 위해 쓰는 직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