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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4 진정한 히든챔피언을 위한 근본적 치유



얼마 전 정부는 '세계적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세제혜택 및 중소기업졸업 유예기간 연장 등의 전략을 내 놓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규모별 차별규제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중견기업 역시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규제의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크기가 크든 작든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호응해 주는 것이 시장의 힘이다. 기업은 더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애쓰고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매출을 늘린다. 많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은 기업은 매출규모도 커지고 기업의 자산이나 종업원 수도 많아진다. 이러한 시장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기업의 규모는 규제의 대상일 이유가 없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정부가 강제로 기업 규모를 조정하고 통제하려 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중견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양극화하는 현상 역시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에 따른 부작용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영환경은 중소기업이 일정 규모를 벗어나는 순간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각종 규제를 받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그 규모를 키워 성장하더라도 종업원 수나 자본금 규모를 조정하여 중소기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기에 소위 중견기업이라 불리는 규모의 기업 층이 매우 빈약한 상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얼마 전 정부는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정책을 발표하였다.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견기업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히든챔피언 찾기

먼저 정부는 중견기업을 지원함에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중소기업 졸업시 가해지는 각종 규제에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두는 등의 특혜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졸업시 받게 되는 규제의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최저한세율을 연차별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을 졸업할 경우 대기업이 받는 규제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졸업을 되도록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중소기업에게 몇 년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중견기업’으로 따로 분류함이 중소기업에게 얼마나 큰 인센티브로 작용할 지 의문이다.

설사 이런 혜택을 제공하여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는 분명히 있으며, 근본적으로 기업규모에 따른 중층적인 규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책효과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중소기업 졸업시 떠안게 되는 대기업 규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의 성장을 피하는 근본적 원인은 기업 규모에 따른 심각한 차별규제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급속한 산업발전을 이룩하면서 삼성, 현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배출했지만 경제력 집중억제라는 한국 특유의 반기업정서에 기반한 정책방향은 그동안 소위 재벌해체라 불리며 대기업 규제를 강화해 왔다. 그 결과로 198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대기업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기존의 대기업들도 상당수 해체되거나 좌초하였다. 새롭게 등장한 기업들이 있다고 하여도 주로 공기업, 민영화기업 또는 외국계기업뿐이다.

대기업에 대한 억제정책과 차별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 보니,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더 이상 크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10%였던 법인세율이 대기업 적용 기준인 22%로 급증한다. 또한 투자세액 공제, 창업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등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 시 포기하여야하는 혜택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혜택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을 졸업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감당해야할 규제 비용은 막대하다. 자산규모, 종업원 수, 매출액, 상장유무 등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에 따라 가해지는 대기업 규제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그 강도가 커지고 특별한 규제가 추가된다. 또한 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부담해야할 비용이 점증된다. 가령 500인 이상의 종업원을 둔 사업장의 경우 5인 이상부터 규정되는 근로기준법 등의 관계법 상의 모든 의무 규정을 이행하여야 하고 자산총액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부회계관리 규정 운용의무, 기업결합 신고의무 등 의무가 추가된다. 이렇게 규모가 커질수록 증가하는 규제는 기업들로 하여금 종업원 수를 늘리지 않거나 회사를 나누어 자산 총액을 묶어 놓게끔 유인한다.

중첩적으로 쌓여가는 차별규제는 기업이 대기업의 문턱에 들어선다 하여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의욕을 꺾어버리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가 과연 필요한가

기업규모가 클수록 기업에 많은 규제를 부여하고 제한을 가함이 과연 필요한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을 키우려는 기업가의 의욕을 빼앗는 효과만 있을 것이다. 더욱이 기업들은 규제망을 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큰 기업을 나누어 버린다. 중소기업이 누리는 각종 혜택을 누리기 위해 회사를 분리하거나 매출액이 증가해도 종업원 수를 고정해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또한 대기업에 주어지는 의무조항을 따를 때 발생하는 규제 비용 대신 불응시 받게 되는 과징금을 선택하기도 한다.

결국 각종 차별규제조항들이 중소기업에게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의욕을 저하시키고 대기업에게는 무의미한 추가비용을 발생시킨다. 누구도 이익을 얻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폐해만 큰 셈이다.

성장을 통해 뭐하나 새롭게 시작하려면 각종 규제가 따르는데 누가 기업을 키우려 하겠는가? 각종 규제 탓에 대기업은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투자처 물색에 치중할 의욕을 상실하고 만다. 또한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상품의 가격, 서비스 비용에 포함되게 되어 소비자 역시 큰 비용을 지불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어떤 규모의 기업이든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되어야

기업의 세계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 모두 필요한 존재이며, 그 역할 또한 다르다. 시장의 규모, 특화정도, 기술에 따라 기업의 규모는 계속 변화한다. 우리나라 역시 특수 분야에 작지만 강한 기업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기업이 성장해 더 큰 기업 또한 계속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 감당하여할 부담을 완화하고자 그 중간 단계로 졸업 유예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취한 점은 현실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면이 있지만, 본질적인 해법이 아니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중견기업, 대기업에 대한 차별 규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임시적으로 중견기업으로의 유도정책이 실행된다 하여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설명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에 머무를 뿐 대기업으로 성장하기엔 대기업의 규제 비용이 여전히 막대하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제한과 규제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중소기업이든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이든 모든 기업이 더 크고 강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김시정 / 자유기업원 연구원

저자소개: 김시정 자유기업원 연구원은 시장친화적인 정책구현을 위한 정부모니터사업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정부역할론, 행정규제이다. 특히 정부규제 개혁과 정책 타당성 분석에 대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주요 법률에 나타난 규모별 기업규제 현황과 과제’, '이명박정부와 노문현정부의 정책비교와 시사점’ 등이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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