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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6 미국 두 자동차 도시 흥망의 교훈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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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시인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초 인구가 2백만 명에 달하는 번성한 도시였지만, 현재는 자동차 산업 몰락으로 황폐화되었다. 반면 켄터키 주 조지타운은 1980년 한적한 농업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자동차 도시로 변모했으며 주민들은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똑같은 자동차 도시인데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초래됐을까? 그 이유는 상반된 소비자에 대한 대응 전략과 경영방식, 그리고 노조의 생산참여방식과 태도 등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세계를 지배했던 1950년대 General Motors(GM)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회사였다. GM은 디트로이트 북쪽 40마일에 위치한 플린트라는 도시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었다. 플린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천지를 찾아 떠난 많은 남부 농촌 빈민들의 고단한 여행의 종착지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으며, 더 이상 자식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플린트에서는 전성기 때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했으며, 1990년대 중반까지도 5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현주소

그러나 2008년 현재 플린트에서 GM의 고용인원은 7,100명에 불과하다. 지금 이 도시는 경제적인 고통으로 크게 신음하고 있다. 플린트 시민들의 1/3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13.6%로 미국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대부분 주민들이 직업을 구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2000년 25살 이상 플린트 시민의 25.5%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주민들도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플린트를 떠나고 있다. 2006년 플린트에서는 미시간 주 다른 주요 도시인 앤아버, 랜싱, 새기뉴, 그랜래피즈, 트래버스 등 5개 도시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도시의 범죄율은 이들 도시의 두 배에 이를 정도이다. 이는 범죄로 악명이 높은 이 주의 가장 큰 도시인 디트로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디트로이트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사의 본부가 있는 유서 깊은 자동차 도시이다. 1950년대 초반 디트로이트는 2백만 명의 인구가 거주한 미국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으로 이제 이 도시에는 단지 90만 명이 살고 있을 뿐이다. 현재 인구이탈로 인해 디트로이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단독 주택지나 수 에이커에 달하는 텅 빈 땅 덩어리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GM은 전성기 때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했으며, 1990년대 중반까지도 5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고용인원은 7,100명에 불과하다.

최근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댄 피트라는 이주로 인한 디트로이트의 황폐화를 잘 보여주는 극적인 지도 사진 한 장을 합성해 지역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제공했다. 피트라 교수의 지도는 디트로이트의 모든 빈 공간을 합칠 경우 40 평방 마일 정도이며, 이를 포함한 디트로이트의 총 도시 공간 139만 평방 마일에는 맨해튼(23 평방 마일), 샌프란시스코(47 평방 마일), 보스턴(48 평방 마일) 등 세 도시를 모두 채워 넣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전문가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현 인구를 유지하는 데는 약 50 평방 마일의 땅밖에 필요하지 않아 89만 평방 마일의 땅이 남아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광활한 도시에 주력산업의 몰락으로 지금 디트로이트에는 활용 가능한 공터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디트로이트의 도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최근 지역 신문에 소개되었다. 이 중에는 공원을 대폭 늘리거나 넘치는 도시 공간을 완전 해체해 자연 상태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녹지공간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남아도는 90평방 마일의 땅을 대규모의 상업용 농업 경작지로 바꾸면 현금이 말라버린 도시에 일자리와 소득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도시 계획가들의 설명도 있었다. 이보다는 가족 경영의 3에이커 미만의 집 근처 소규모 경작지로 빈 땅을 활용하자는 시민단체의 제안도 있었다.

어쨌든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제조업의 심장부라는 종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새 자아를 찾아 나서고 있다. 새로운 디트로이트에는 채소에 물을 주고 꽃을 기르는 등 도시 근교 농업에 종사하는 목가적인 시민들의 풍경이 자리할 것 같다. 1950년 대 미국 도시 중 가장 높은 평균소득과 주택보유율을 자랑했던 자동차의 도시(Motown)는 이제 소의 도시(Cowtown)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판이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 몰락의 원인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1970년 대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석유위기와 더불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차를 앞세워 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이 무렵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치솟는 연료비 절감을 열망한 소비자들에게 이렇다 할 대체 소형차를 내놓지도 못한 채 시장의 한 쪽이 무너지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보았다. 계속해 일본 회사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통해 중형차 시장을 무너뜨렸고,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도 미국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급기야 1990년 후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SUV와 픽업트럭 등 고수익 대형차를 팔아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로 그 수요는 크게 위축되었으며, 최근 금융위기로 소비는 더욱 줄어 미국 회사는 지금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소비자들 의 욕구 변화를 외면한 경영진,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품질과 생산과정에 관심 없는 노조 등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통해 강성 노조로 유명한 미국 자동차 노조(UAW)는 회원들의 복리후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데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왔다. 지난 해 GM은 UAW 노조원들에게 시간 당 70∼75달러의 임금을 지불해 비 조합 직원들에게 45달러를 지급한 일본 경쟁회사들에 비해 25∼30달러를 추가 지출했다. 1950년대 단체조약에 따라 GM은 종업원과 퇴직자 및 그 부양가족에게 의료비와 연금을 종신 지급하고 있다. 때문에 2006년 GM은 완성차 한 대당 1,500달러에 해당하는 총 48억 달러를 의료비로 사용해야 했다. 종업원 수는 8만 명인데 의료비 수급 대상 퇴직 근로자와 그 가족 수는 43만 명을 넘어설 지경에 이르렀다. 이 엄청난 부대비용을 안고 어느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경쟁은커녕 이 의료비 부담으로 현재 GM은 파산상태에 있다.

디트로이트와 플린트의 황폐화는 한 산업의 몰락이 그 도시에 가져 온 비참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외면하고 고가의 대형차 생산에만 집착하고 경영쇄신과 신차개발 및 기술향상을 통해 산업 혁신을 선도하지 못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영진이 이 몰락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고 임금과 각종 혜택 및 일자리 유지 등 자신들의 이익에는 열을 올렸으나 품질과 생산과정을 개선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강력한 자동차 노조와 노동자들도 이 통탄할 추락의 또 다른 주역들이다. 끊임없는 발전을 부정하고, 현실에 안주한 이들의 행동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20세기 인류 문명의 흐름을 이끈 한 도시의 몰락으로 이어졌음을 디트로이트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자동차 도시 조지타운의 성장

디트로이트로부터 360 마일 남쪽 켄터키 주 조지타운에는 년 50만 대를 생산하는 도요타(Toyota)의 거대한 자동차 공장이 있다. 큰 구릉이 드넓게 펼쳐진 켄터키 중앙에 위치한 조지타운 지역은 도요타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수 십 개의 거대한 말 목장들이 들어서있던 한가롭기 그지없는 농촌이었다. 이 지역은 매년 봄에 열리는 경마대회와 이 대회에서 우승한 많은 우수한 경주마들을 길러낸 질 좋은 목초로 유명한 초원이었다. 이외에는 담배 농사가 주요 소득원이었던 낙후된 곳이었다.

켄터키 중부 지방의 이러한 한적한 풍경은 1986년 도요타가 이 지역에 들어선 지난 22년 동안 급격히 변화했다. 1980년 제조업이 없었던 농업 중심의 켄터키 주에는 단지 한 개의 일본 기업체가 존재했었다. 1986년 공장 설립을 시작한 도요타는 이곳에 둥지를 튼 여섯 번째 일본 회사였다. 그러나 현재 켄터키 주에는 전체 120개 카운티 중 40개 카운티에 147개의 일본 회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이 도요타 협력업체이다. 매년 다섯 개 정도의 자동차 부품 공급회사들과 관련 기업이 들어선 셈이다.

그 결과 이곳 주민들의 삶은 매우 윤택해졌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많은 주민들이 안정된 직장을 찾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옮겨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조지타운의 중심가는 소매점, 식당, 호텔 등 서비스 업체들이 가득 찬 번화가로 변해 도요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조지타운 시의 인구는 1990년 11,414명에서 2007년 20,0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일인당 소득도 1990년 16,096달러에서 2004년 28,651달러로 높아졌다. 특히 도요타는 이 지역에 최고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 켄터키 노동자들이 년 평균 36,000달러의 소득을 올렸으나 도요타 노동자들은 70,000달러를 벌었다. 도요타는 조지타운 시의 세수 증가를 통해 공립학교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켜 자녀들의 교육수준도 크게 향상시켰다.

도요타 노동자들은 도요타 방식으로 불리는 생산과정의 혁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도요타는 이러한 노동자들을 뽑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1990년 공장 개장 시 3천 명의 노동자를 뽑는데 10만 명의 지원자들이 몰릴 정도로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 제조업이 없었던 농업 중심의 켄터키 주에는 단지 한 개의 일본 기업체가 존재했으나, 현재는 전체 120개 카운티 중 40개 카운티에 147개의 일본 회사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 노동자들은 변화를 게을리 한 디트로이트의 슬픈 이야기로 인해 도요타식 혁신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예컨대, 도요타 노동자들은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에 의해 일주일에 2,000번 정도 생산라인이 멈춰진다고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이들의 끊임없는 개선이 도요타를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고 신뢰하는 브랜드로 끌어올렸을 것이다. 반면 미시간 주 디어본 시에 있는 포드 트럭의 새 공장에서는 생산라인이 한 주에 두 번 정도 중단된다고 한다. 이는 몇 세대에 걸친 노동자들과 경영진들 간의 오랜 불화의 산물이다.

도요타는 직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대한 가장 중요한 임무로 간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회사에 대한 깊은 신뢰를 제품생산에 쏟는 지극한 정성과 중단 없는 개선에 대한 추구로 보답한다. 이러한 노사 간 신뢰와 화합이 도요타를 세계 최고의 회사로 자리매김한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개인보다 단체를 중시하는 대단히 겸손한 도요타의 기업 문화로부터 시작된다. 이 회사에서는 공장장도 특별 주차공간이 주어지지 않아 일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빈 공간에 차를 댄다. 노동자들에게는 생산라인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모든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에 열성을 바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이 잘 위임된 분위기이다. 이런 경영정신은 사원들이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단체정신으로 연결된다.

한편 도요타는 발생한 문제를 책상위로 가져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직접 해결하는 현장경영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는 관료주의적 낭비를 배제하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사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을 존경하는 도요타의 경영방식이 20세기 생산과정을 다시 정의한 수많은 혁신을 가능케 했고, 1957년 미국에 처음 판매망을 구축했던 이름 없던 이 회사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지타운은 시장과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회사의 인고의 세월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도요타는 단기적인 인기와 시세를 따르기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실천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이러한 경영방침 때문에 고유가와 더불어 100만대 이상이 판매된 고연비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프리우스를 가솔린 가격이 1.5달러에 불과했던 8년 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장기적인 안목을 잘 보여준다. 한편 도요타는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지나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모든 가능성을 다 살펴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일단 수립된 계획을 지체 없이 실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도요타는 소비자들에게 선입견 없이 다가가 그 욕구를 수용함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의 생각을 미국 자동차 회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도요타로 하여금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조지타운의 성장 신화는 도요타의 격조 높은 기업문화와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유연한 생산방식 및 빈틈없이 작성된 장기적인 계획과 강력한 추진력에 근거하고 있다. 이 도시는 시장과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회사의 인고의 세월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두 자동차 공업도시가 주는 교훈

이렇듯 미국의 자동차 도시인 디트로이트와 조지타운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크라이슬러, 포드 자동차는 과거 영광에 안주해 소비자들의 선호 변화에 둔감하고 신속한 반응을 하지 못했으며,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추구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 이 회사들은 현재 몰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디트로이트 주민들은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조지타운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는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파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신속하게 대응했으며, 이곳 근로자들은 생산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조지타운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윤택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이 두 자동차 공업도시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저자소개: 김상호 교수는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경제학, 계량경제학, 지역경제학, 문화경제학 등이며, 역서로는 ‘공공문제의 경제학(D. C. North, R. L. Miller 공저)’이 있다.

김상호 / 호남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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