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26 누구를 위한 메가뱅크인가?
  2. 2010.02.12 외환은행 매각 사건의 시사점


현재 산업은행을 지주회사 형태로 민영화한다고 해도 그 규모가 상당히 커서 이를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설 상대가 마땅하지 않다. 그런데 그런 규모의 은행에 외환은행까지 합쳐놓으면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설 경제주체가 있을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도에는 산업은행을 정부소유의 메가뱅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국영 형태의 메가뱅크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메가뱅크를 설립해야한다는 말이 요즘 다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이 단어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에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앞 업무보고에서 처음 나왔던 낱말이다. 이 때 배석했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만수 (국가경쟁력 강화위) 위원장이, 산업은행 민영화방안이 확정지어지려는 순간, “한국경제 규모는 동북아에서 3위인데 최대은행은 70위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하면서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계기로 아시아에서 10위는 될 수 있는 대형은행(megabank)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즉 이 대통령의 공기업 민영화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불가피하지만, 이것만을 민영화하는 단세포적인 방법보다는 이 기회에 메가뱅크를 만들어 국가의 백년대계에도 걸맞은 금융 산업을 설계해보자는 제안을 강 위원장이 했고, 이를 그럴듯하게 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대통령이 규모면에서의 경쟁력을 포함한 산업은행 민영화문제를 그 다음 달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메가뱅크의 숨겨진 의도

요즘 국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문제가 재론되면서 메가뱅크 설립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는 것을 보면 이 논의는 강 위원장의 당초 제안과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강 위원장의 제안은 산업은행 직원들의 민영화 반대분위기의 뒷받침을 받아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논의는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의 외환은행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발언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산업은행을 지주회사 형태로 민영화한다고 해도 그 규모가 상당히 커서 이를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설 상대가 마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규모의 은행에 외환은행까지 합쳐놓으면 이를 감히 인수하겠다고 나설 경제주체가 있을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즉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도에는 산업은행을 정부소유의 메가뱅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 금융위기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외국에서도 감히 그런 규모의 인수를 하겠다고 선뜻 나설 기관이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메가뱅크는 국영의 형태로만 설립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국영 형태의 메가뱅크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강 위원장의 말대로 우리나라에 아시아에서 10위는 되는 은행을 만들었을 때 그 은행이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겠으며, 국내 금융 산업과 경제의 발전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은행영업에 관한 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국영기업이 동종의 민간기업보다 경쟁력이 더 높을 수는 절대로 없는 것이므로 산업은행이 국영은행이라는 사실 하나로도 이를 입증한다고 하겠지만, 산업은행의 급여수준이 시중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 산업은행 직원들이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 등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치금융을 지켜온 금융당국

이렇게 경쟁력이 약한 산업은행의 안이한 영업 분위기가 인수된 외환은행에까지 전달되었을 때 그 메가뱅크의 경쟁력은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가뱅크 설립논의는 산업은행을 국영은행의 형태로 잡아두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며, 우리 경제와 금융 산업에는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핑계로 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기획재정부(과거의 재경부)가 이런 수법을 과거에도 한두 번 사용해서 재미를 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때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운동이 한차례 크게 일어난 일이 있었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이를 위해 금산분리도 철폐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었었다. 이 때 재경부는 그 대안으로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와 “금융전업인제도”를 만들어, 은행 주인 찾아 주기 운동과 금산분리원칙 철폐 운동을 무산시키고 금융 산업 장악을 유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의 지시로 재경부가 그렇게도 끈질기게 지키고 있었던 금산분리 원칙이 철폐되고 재경부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분리되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우리 금융 산업에 커다란 변혁과 발전이 올 줄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이때를 위기로 보고 은밀히 그러나 온힘을 대해 이를 막을 수단을 마련해왔었음이 이제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산업은행의 민영화문제가 강 위원장의 제안으로 메가뱅크 문제로 변질되면서 모든 일이 기획재정부가 옛날부터 지키려 했던 방향으로 되돌려지고 있다는 사실로써 증명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메가뱅크 논의 이후, 국민은행지주회사 회장 선출을 국민은행이 뜻대로 할 수 없게 한 사외이사제도의 개혁, 은행들의 부동산담보대출금리의 결정에 더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길을 연 일(COFIX) 등은 모두 관치금융을 강화하는 방향 즉 기재부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것으로써, 산업은행 민영화로 흔들릴 뻔했던 일들이었다.

이렇게 메가뱅크까지 관치금융의 틀에 들어가게 되면, 금융시장과 금융 산업은 거의 완전하게 기재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지배 아래 들어갈 공산이 크다. 즉 이로써 관치금융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인가?

이렇게 되어도 우리 금융 산업이 잘 발전하게 되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일본의 경험을 보면 절대로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일본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은행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이 세계금융시장에서도 별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본경제의 빈혈상태에도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런 은행들보다 몇 배나 큰 금융기관이 있어, 이들 은행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금융기관은 예금과 보험을 겸영하고 있는 국영우체국이다. 일본 금융 회사들이 개별적으로는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금융시장을 거의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국영우체국의 중력에 눌려 이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는 오래전부터 지지를 받아왔었고 이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한 고이즈미 수상의 인기는 대단히 높았었다. 고이즈미 수상이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이 국영우체국 민영화안의 국회통과 등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고 퇴임했음에도, 이 국영우체국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너무도 복잡해서 최근에 권력을 잡은 하도야마 내각은 이 개혁을 없었던 일로 하고 말았다. 그래서 일본 경제의 전망이 밝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메가뱅크를 국영의 형태로 설립하는 것은 금융 산업의 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절대로 소망스럽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도 국력에 걸맞게 대규모화할 필요성이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은행은 규모에 앞서서 국가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경쟁력과 효율성을 우선 고려해야

그것은 금융위기를 예방하는 측면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은행이 너무 커서 실패하는 것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는(Too Big To Fail) 큰 은행을 될 수 있는 대로 억제하자는 안이 금융위기를 예방하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음은 주지되는 일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처럼 아직 은행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이런 은행들이 커지는 것을 억지로 막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경쟁력이나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덩치만 큰 은행 즉 메가뱅크를 만드는 것은 금융위기의 예방차원에서 볼 때 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지주회사 전체를 통째로 한 상대에 매각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욱이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해서 국영 지주회사로 남겨두는 것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부르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할 것이다. 최선의 방향은 산업은행,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등을 개별적으로 매각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가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지 않게 하겠다는 시각에서 보면 관치금융으로 갈 소지가 있는 모든 음모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메가뱅크 설립 안임은 이미 논의한 바와 같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관료들이 철밥통을 지키려는 욕심을 포기하면 저절로 해결될 일들임을 지적하고 싶다.

김한응 /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

저자소개: 김한응 대표는 한국은행 조사부장,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장, 한국금융연수원 부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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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 매각한 것과 관련한 일련의 분쟁 중 여기서는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외환은행장 등에 대한 배임혐의에 대한 판결을 다룬다. 검찰은 이들이 외환은행의 자산평가결과를 조작하도록 지시하고 BIS비율을 조작하고 부실을 과장하여 헐값에 매각하도록 했다고 보아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BIS비율에 대한 전망치나 대손충당금 정도 등은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하고, 이는 사후결과와 무관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기업경영자의 배임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와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이번 사건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다는 명분의 규제가 어떻게 경제적 거래를 제약하고 은행의 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또한 검찰의 수사와 법리적용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의혹’으로 시작된 사건들이 성과는 없고 커다란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사건의 경위

외환은행 매각사건이란 2003년 8월 정부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이 론스타 펀드에 매각되었는데 그로 인해 초래된 일련의 법적 분쟁을 말한다. 론스타 펀드의 조세법 위반혐의,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국장과 외환은행장 등에 대한 배임혐의, 그리고 외환카드의 주가조작 혐의 등이다. 여기에서는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국장과 외환은행장 등 배임혐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외환은행이 '헐값’으로 론스타 펀드에 매각되었다는'의혹’에서부터 사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매각 당시 외환은행은 정부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정부(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가 주식의 43.16%를 소유하고 있었고, 독일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32.55%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매각은 외환은행이 신주를 발행하여 이를 론스타 펀드가 인수하고, 동시에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가 보유한 주식(이하 구주) 일부를 론스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신주는 액면가보다 낮은 4,000원에 발행되었고,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의 구주는 5,400원에 론스타에 매각되었다. 그 결과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 주식의 51%를 보유하여 경영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검찰은...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의 자산평가결과를 조작하도록 지시하여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헐값’에 매각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외환은행장은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공모하여 BIS 비율을 조작하고 부실을 과장하여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하였다는 것

외환은행의 매각이 문제가 된 것은 매각 계약 후 2년쯤 지나서였다. 론스타 펀드는 계약에 따라 매입 후 2년이 지난 후에야 주식을 매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론스타 펀드는 2005년 중반부터 보유지분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2년 동안 외환은행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2005년 중반에는 외환은행의 주가가 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론스타는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애초에'헐값’으로 매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었다.

2005년 9월 일부 시민단체가 매각'비리’혐의로 외환은행 매각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였고, 정치권은 논란 끝에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였다. 이어 2006년 3월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고발로 이어졌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의 자산평가결과를 조작하도록 지시하여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헐값’에 매각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외환은행장은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공모하여 BIS 비율을 조작하고 부실을 과장하여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하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배임) 혐의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한 1심법원의 판결1)은 2008년 11월 24일 있었고, 2심법원의 판결2)은 2009년 12월 29일 있었다. 이들 법원은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 사건의 쟁점과 관련 법률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배임죄의 처벌을 받는다. 형법에 따라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장이나 외환은행장 등의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외환은행의 매각과정에 이들의 업무위배 행위가 있어야하고 이러한 업무위배 행위로 인하여 신주나 구주의 가치가 낮아져 외환은행이나 국가3)에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4)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은 실제 의도적으로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추어 저가에 매각하려는 행위가 존재하였는가,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업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들이 외환은행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업무위배 행위를 하였고, 그 결과 외환은행이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론스타에 매각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업무위배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처럼 업무위배행위의 목적이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하면, 업무위배행위가 존재할 경우 외환은행의 신주나 구주의 가격이 낮아져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5) 따라서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은 실제 의도적으로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추어 저가에 매각하려는 행위가 존재하였는가,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업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들의 임무위배 행위를 여러 가지 제시하였는데, 주된 내용은 의도적으로 외환은행의 대손충당금을 과다 계상하여 부실규모를 과대평가하고, BIS 비율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낮추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신주나 구주의 가격을 낮추고, 론스타 펀드에 은행 인수자격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은행법에 따르면 동일인이 10퍼센트를 초과하여 은행 주식을 보유하려면 금융 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낮은 BIS 비율의 전망치가 이러한 승인을 얻는데 이용되었다는 것이다.6)

3.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이나 2심법원은 판결을 통하여 BIS 비율에 대한 전망치나 대손충당금의 정도는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손충당금을 어느 정도 계상할 것인가는 은행의 자율에 맡겨진 사항이며, BIS 비율 전망치를 다소 낮게 계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본 확대의 필요성이 긴급하였던 외환은행의 경영진이 거래의 성사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다.

1심법원이나 2심법원은 판결을 통하여 BIS 비율에 대한 전망치나 대손충당금의 정도는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한다고 판시

1심법원에 따르면 경영진의 판단은 사후 결과와 무관하게 존중되어야하며, 거래 성사를 위해 다소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를 배임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당시 외환은행은 대규모로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외환은행 경영진이 대규모로 신주를 발행하여 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BIS 비율 전망치 산정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고, 누군가 비율의 산정에 잘못 개입하였더라도 이는 거래의 성사를 위한 목적으로 관련 당사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므로 배임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론스타 펀드에 대한 인수자격부여에 대해서도 1심법원은 그것이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설혹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더라도 배임행위는 아니라고 보았다. 론스타 펀드에 대해 10%를 초과하여 은행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승인을 한 것이 은행법 시행령이나 재정경제부 유권해석의 적용범위를 벗어났다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론스타에 대한 인수자격 부여가 수출입은행의 손해나 외환은행의 손해와 직접관련이 없음도 지적하였다.

2심 법원도 1심법원과 마찬가지로 외환은행에 대규모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있었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BIS비율 전망치의 산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비관적인 경우를 가정할 것인지 여부는 외환은행 경영진의 경영판단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았다. 또한 론스타 펀드에 대한 자격논란에 대해서도 론스타 펀드가 비금융 주력자이더라도 예외승인을 한 것이 배임행위는 아니라고 보았다. 예외승인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면서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인수자격 필요성을 왜곡하여 인수자격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기업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어야 배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기업 경영자의 배임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7) 대법원에 따르면 기업 경영은 원천적으로 위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배임죄의 적용은 엄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기업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어야 배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기업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공무원의 배임행위에 대해서도 정책적 판단이나 선택을 인정하고 있다. 즉 공무원이 직무의 본지에 적합하다는 신념하에 처리하고 그 내용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정책판단과 선택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국가에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적 이익이 귀속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만으로 임무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8)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BIS 비율의 전망이나 부실규모의 산정이 다소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거래의 성사를 위한 경영상의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론스타에 대한 인수자격의 부여도 그것이 당시의 판단으로는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고 여겼다면 비록 사후에 법령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이를 업무에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거래에서 거래당사자들은 거래가격을 포함한 다양한 거래조건에 합의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가 가장 잘 할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 경영상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바람직한 것이다. 시장거래에서 거래당사자들은 거래가격을 포함한 다양한 거래조건에 합의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가 가장 잘 할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 경영상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물론 경영자들에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조건에서 거래가 가능하였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경영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또한 합의된 거래가격이 시장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상 거래 가격의 공정성을 법적 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이나 검찰이 시장보다 가치를 더 잘 평가할 수 없을 뿐 더러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여건을 경영자들보다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4. 시사점

이번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아야 하겠지만, 그 동안의 판례에 따르면 당시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국장이나 외환은행장 등의 업무위배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당시의 외환은행의 시장거래가격을 보더라도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여기기 어렵다.

사실 이번 사건은 외환은행의 주식가격이 론스타 펀드 인수 후 크게 올라 애초에 헐값에 판 것이 아니냐는'의혹’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의혹’에 약간의 합리적 근거가 있으려면 론스타 펀드 인수 후 외환은행의 주가가 다른 은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게 올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심법원이 지적하고 있듯이 외환은행의 주가는 론스타와의 계약체결 후 약 2년 9개월 동안 336% 상승하였고, 다른 은행의 주가는 평균 308% 상승하였다. 비록 외환은행의 주가가 평균에 비하여 약간 더 상승하였지만, 그러한 차이는 통상적인 시장변동의 범위 내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신주의 발행가격이 주식시장의 거래가격보다 낮은 것이 아니었다. 상장법인의 유상 증자 때 신주의 발행가격에 적용되는 최저 수준은 법률에 의하여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신주의 발행가격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켰으며, 구주의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비합리적이라고 여길 수준은 아니었다.

외환은행의 신주발행은 당시의 사정을 고려하면 외환은행에도 이익이었다. 당시 경제 상황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하여 정부와 기업들이 상당한 구조조정을 수행하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200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채권을 출자전환하였고. SK 글로벌 등에 조사 등으로 대손충당금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외환은행으로서는 신주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을 통해 이러한 경영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은 불합리한 규제가 어떻게 경제적 거래를 제약하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규정이 은행의 경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환은행만 이익을 본 것은 아니다. 론스타 펀드도 이익을 보고자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도가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니며 코메르츠방크처럼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주식을 매도하고 나서 1년이 자나지 않아 가격이 반 토막이 되거나 가격이 2-3배 이상 오른 경우는 흔하다. 그것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 싸게 팔았다거나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비싸게 샀다고 사후적으로 불평하는 것은 시장 거래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은 불합리한 규제가 어떻게 경제적 거래를 제약하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규정이 은행의 경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법 규정 때문에 외환은행이 자금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은행의 가치도 떨어진 측면이 있다. 자격요건 때문에 경쟁자가 줄어들면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도 론스타 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라는 이유로 인수자격을 제한하였다면 외환은행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였을 수도 있었다. 비록 재무적 투자자라 하더라도 구조 조정이나 경영개선을 통하여 기업의 가치를 올려 다시 팔 수 있다면 그것은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시민단체나 정치권이 제기한'의혹’은 사전 조사가 부족하고 증거수집이 어려워 검찰수사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비하여 수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적지 않다. 이번의 경우도 한국에 대한 투자로 큰 이익을 내면 검찰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외국투자자에게 준 것은 분명하다. 물론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이 이를 쟁점화한 후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의혹’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검찰이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법리의 적용도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의혹’의 제기로 검찰 부담만 가중되고, 검찰의 성과에 비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의혹’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검찰이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법리의 적용도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경제적 거래에 대한 검찰의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거래에 대한 검찰수사는 '의혹’의 진실성과 무관하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의혹’의 규명이 가져다 줄 사회적 이익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비교하여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계약을 보호하는 것이지, 계약의 내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거래로 정하여진다. 그리고 자유로운 경쟁일 때 이들의 이익이 잘 보호한다. 법이나 검찰이 시장보다 이들을 잘 보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국내기업이 외국자본과 동일한 조건으로 인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어주었으면 '헐값’ 논란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정기화 /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1) 서울중앙지법 2008. 11. 24 선고 2006 고합 1352 판결
2) 서울고법 2009. 12. 29 선고 2008노 3201, 2008노3330(병합) 판결
3)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장은 외환은행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신주나 구주를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격으로 매각하도록 하였다면 국가에 손해를 가하였기 때문에 배임죄의 책임을 질 수 있다.
4) 경제적으로 보면 신주의 발행가격의 무관하게 새로운 자금의 유입이 있는 이상 외환은행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데 기업의 공정한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발행되어 지금유입이 줄었다면 그 차이만큼 기업에 손실이 발생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5) 그렇다 하더라도 외환은행의 신주와 구주의 거래가격이 현저히 불공정한 가격으로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입증하여함은 물론이다.
6) 당시 은행법에 따르면 비 금융 주력자(산업자본)는 4퍼센트를 초과하여 은행주를 보유하지 못하되 금융 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0퍼센트까지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론스타 펀드가 비 금융 주력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7)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8)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도2222 판결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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