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육주체결의대회서 대정부 투쟁 결의
시국선언 및 일제고사 징계에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라며 징계 철회 요구
법으로 금지된 정치활동에 끝까지 투쟁 하겠다 주장


"학교현장에서 참교육 실천을 위해 살아온 우리는 이명박 교육정책 전면 전환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모든 교육주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투쟁하여 나갈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반대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10일 서울역 광장에서 'MB교육정책 심판 전국교육주체결의대회'를 열고, 강도높은 대정부 투쟁을 천명했다.

정진후 위원장, '대통령과 싸워 승리하자’고 소리 높여

이날 집회 장소에 모인 전교조 소속 교사 800여 명은 '성적에 치이고 등수에 목 졸린 우리 아이들을 구하자’ '일제고사 폐지’ 등의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과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행동으로 해고된 교사 14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정부에 분노를 표출했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저 극악하고 잔인무도한 탄압의 실상을 보라"면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명단을 공표한 것과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은 '전교조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라며 정부와 싸워 승리할 것을 독려했다. 그는 "전교조는 이 따위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절대로 굴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반드시 이 부당한 탄압을 이겨내고 승리할 것이고 독재자의 말로가 어떻다는 것을 역사가 확인케 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학업성취도 평가 부당하니 그에 대한 교사 징계도 부당하다 주장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논의를 거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시행이 결정된 사항이다. 따라서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교육자체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교육청은 교육공무원 징계수위를 결정할 때 성적관리 소홀 사항은 금품수수와 같이 파면․해임까지도 가능한 중징계 사항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행동에 돌입한 교사들에 대해 해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로 해고된 해직교사들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부당하니 자신들의 징계도 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5일부터 울산에서 출발해 부산·전남·광주·전북·대구·충북·충남·경기·강원 등 전국 10여 곳을 돌며 시민 홍보전을 펼친 후 이날 서울역 광장에 모인 14명의 해직교사들은 연사로 나서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교를 서열화하는 일제고사를 중단하라'며 해직교사 복직을 주장했다.

법으로 금지된 정치활동 계속 하겠다 결의

이날 전교조는 결의문을 통해 시국선언의 정당함을 거듭 강조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지난 6월 18일 전국의 1만 7000여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된다'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교원노조법, 공무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집단행동 금지'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이 날 불법 정치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명박 정권은 시국선언을 빌미로 전교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전교조 간부의 개인 메일과 개인 계좌까지 뒤지는 등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하지 않은 치졸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교육하고 민주주의를 물려주어야 할 우리 교사들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피땀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일궈온 각계각층 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필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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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릴레이식 시국선언이 한창이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인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사회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시국선언자들은 좌파적 정책이 좋다고 여기는 거의 모든 것을 민주주의로 표현하고 그들이 나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민주주의 위기로 기술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 진의를 변질시켜 더럽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평화적으로 선거에 의해 창출된 정당한 정권을 불법적으로 밀어내고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직설적 선동에 있다. 이러한 선동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릴레이식 시국선언이 한창이다. 시국선언문의 공통된 내용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진단과 그리고 그런 위기를 말해주는 근거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을 그토록 수없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시국선언문도 드물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참뜻에 비추어 민주주의 위기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민주주의 개념의 문제점을 찾으면서 위기론의 허와 실을 밝히는 일이다. 그래서 우선 그 참뜻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참뜻은 무엇인가?


언어는 생각이나 느낌을 음성이나 문자 등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우리가 본 사물이나 주변 환경 등을 표시한다. 그러므로 언어는 세상에 대한 해석이다. 그래서 언어는 우리의 행동을 안내하여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의 삶의 개척을 용이하게 한다.

그리고 언어는 그 의미가 분명해야 한다. 특히 언어는 중요한 정치적 귀결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에크(F.A. Hayek)가 그의 유명한 『치명적 자만』에서 공자(孔子)의 "만일 말이 옳지 않으면 … 국민은 손발 둘 곳이 없어진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어휘의 정확한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하듯이, 말이 의미를 잃게 되면 우리는 손과 발을 움직일 여지가 없고 그래서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진의(眞意)는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폴리스에서 유래했는데, 고대 그리스어의 데모스(Demos, 시민)와 크라티아(Kratia, 권력 또는 지배)의 합성어, 데모크라티아(democratia, 시민에 의한 지배)가 그 어원이다. 전통적으로 다수결에 의해서 지배자를 정하고 바꾸는 절차, 집행할 정책이나 법을 결정하거나 바꾸는 절차나 방법을 기술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지배의 내용이나 법, 그리고 정책의 내용을 기술하는 어휘가 아니다. 하이에크가 『법, 입법 그리고 자유』의 제3권 「자유인을 위한 정치질서」에서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지에 따라 정부의 의사결정을 위한 방법이나 절차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미제스(Mises)도 자신의 저서 『인간행위(Human Action)』에서 민주주의란 다수의 의지에 맞추어 정치를 평화적으로 조절하는 절차를 기술하는 어휘라고 말하고 있다. 칼 포퍼(K. R. Popper)도 『열린사회와 그 적들』제2권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피지배자에 의해서 지배자를 교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사회제도가 민주주의라는 것을 강조한다. 투표에 의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민주주의 제도야말로 인류역사의 소중한 성취이다.

그렇다고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의미하는 민주의의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나 법의 원천을 규정할 뿐 그 권력이 행사할 내용은 규정하지는 못한다. 뷰캐넌(J. M. Buchanan) 등이 지적하듯이 민주주의에 내재한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체계적으로 큰 정부를 야기한다는 의미의 '레바이어던(Leviathan) 문제’와 대표자들이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의 열망과는 관계없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주인·대리인 문제’가 그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제도로서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헌법은 효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제한하여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헌법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의 민주주의 의미와 시국선언에 등장하는 민주주의 의미 사이의 괴리를 찾는 일이다. 민주주의라는 어휘만큼 원래의 참뜻을 무시하고 다양한 의미로 변질된 정치적 어휘는 없는 것 같다. 민주주의의 진의를 변질시켜 이를 더럽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좌파의 지식인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들은 좌파적 정치에서 평등과 같이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거의 모든 것을 기술하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어휘를 사용했다.

그렇게 더럽혀진 민주주의 개념은 사회구성원들이 정치를 해석하고 또 행동하기 위한 가이드 역할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그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했다.

민주주의 참뜻을 오용한 시국선언문

대학 교수, 시민단체, 종교계, 전교조 등의 릴레이식 시국선언문도 바로 그 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그들은 민주주의라는 말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여 올바른 정치적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회구성원들을 황당하게 만들거나 잘못된 길로 안내하여 결국 자유를 잃게 만들고 있다.

시국선언문에 따르면 실업증가,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위기의 근거라고 한다. 타인의 자유를 빼앗는 평등실현과 같은 국가의 목적은 민주적이고 감세나 규제완화 등 자유를 증진하는 것을 비민주라고 부르는 듯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때문에 양극화 또는 실업의 증가가 야기했다는 진단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정부가 추구하는 실체적 목적과 관련하여 민주 또는 비민주라는 말의 사용은 말의 악용일 뿐이다. 왜 민주적이고 비민주적인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反)자유 또는 친(親)자유의 정책이냐로 기술하는 것이 적합하다.

남북관계가 표면적으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민주주의 위기의 근거로 보고 있다. 이 개념의 악용 또한 또렷하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이라고 부르는 유화정책을 통하여 북한 핵무기 개발을 결정적으로 도왔던 것은 사실이다.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이 경제성장을 이루도록 돕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한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전자를 민주적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비민주적이라고 부르는 것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유화정책이냐 상호주의이냐에 민주 개념을 이용하는 것도 말의 남용일 뿐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을 악용하는 절정은 시국선언문의 폭력과 불법을 두둔하는 경우이다. 시위 가담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폭력과 불법시위로 제3의 불특정 시민들의 재산권과 자유를 침해하고 경찰 차량을 파괴하고 심지어 많은 경찰관을 다치게 했다. 이런 폭력 불법시위 가담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 처벌이 민주주의 위기의 근거라는 것이다. 폭력이나 불법도 묵인하여,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포기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런 것을 기술하기 위해 민주주의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로 어처구니없다.

불법과 폭력시위를 관대하게 대하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그 같은 시위를 막든, 이런 공권력의 행사에 민주 또는 비민주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공권력의 행사내용을 기술하기 위한 적합한 어휘는 법의 지배 또는 법치주의 개념이다.

또 무조건적으로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요구는 불법집회 폭력집회를 단속하지 말라는 것인데, 폭력과 불법을 허용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보는 것,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런 일에 민주라는 개념의 적용은 말의 악용이다. 왜 민주인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국선언문에서 전직 대통령의 자살, 대운하의 변칙 추진도 민주주의 위기의 근거라고 보는데, 그것이 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개념을 잘못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좌파적 정책에 좋다고 여기는 거의 모든 것을 민주주의로 표현하고 그들이 나쁘다고 여기는 거의 모든 것을 반(反)민주 또는 민주주의 위기로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민주주의 개념은 내용 없는 유령(幽靈)과도 같다. 민주주의 위기라는 진단도 실체적 내용이 없는 말이다.

진정한 위기는 불법적 정권 교체의 선동

오히려 민주주의 위기는 다른데 있다. 릴레이식 시국선언을 보면 합법적인 정권을 불법적으로 밀어내고 정권을 차지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서 좌파의 궐기를 촉구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 그런 의구심을 더욱 강화하는 듯하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간다면 국민도 불행, 정부도 불행하다는 것을 확실히 말한다.”고 얘기하면서 “4,700만 국민이........ 행동하는 양심이 돼 자유, 서민경제,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데 우리 모두 들고 일어나서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복거일이 지적하듯이 이런 발언은 정당한 정권을 불법적으로 밀어내고 권력을 차지하자는 직설적 선동으로 보인다. 그런 선동은 보통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의미하는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다. 민주주의 위기라고 선동하여 정권을 몰아내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시민들의 작은 정부 요구를 망각하고 내용 없는 '실용’을 외처 왔던 탓이다. 이념적 지향을 상실한 채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다가 자유주의 정책의 일관된 실천도 실패하고 그 정책을 지지할 세력도 잃어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는 '중도의 길’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의 길이란 존재할 수 없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념이란 수평선을 그어 좌우를 정하는 식으로 일차원적으로 기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의 중간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어느 한 분야의 평등주의 실현은 다른 분야의 자유주의 실현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간도 없다. 그리고 특정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지원한다는 의미의 “이해관계의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정책에는 원칙만이 있을 뿐이다. 시장경제의 원칙 또는 자유의 원칙의 실현이 그런 정책이다.

그럼에도 촛불집회에 놀랐던 이명박 정부는 이제는 불법적으로 몰아내겠다고 선동하면서 똘똘 뭉친 좌파의 릴레이식 시국선언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자기를 뽑아준 시민들의 요구인 '자유의 길’을 영원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문제인 주인·대리인 문제만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사회의 심각한 위기는 바로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 ■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외 다수가 있다.

민경국 /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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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이 일손을 놓고 거리에서 함께하자고 주장해
공무원 노조, 공무원들이 정부를 심판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혀

7월 19일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회복 민생 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 날 행사에서는 이들의 요구사항이 가득한 플랜카드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언론악법 철회하라! ▲시국선언 탄압중단 ▲비정규직 해고중단 ▲4대강 죽이기 절대 안 돼!가 주요 내용이었다. "요즘 신종 인플루엔자보다 더 독하게 유행하는 것이 바로 MB 인플루엔자이다. 오늘 결의대회로 쥐를 때려잡자!"라는 조금은 과격한 문구로 시작한 이 날의 행사에는 언론노조, 전교조, 민주공무원 노조,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등 많은 단체들이 참석했다.

공무원이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공무원노조

이 날 행사에서 민주공무원노조 정헌재 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되겠다. 공무원들이 다시 결의해 국민 탄압을 이겨내고 이에 맞서는 조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손영태 위원장도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서민들을 울리고, 진보를 탄압하는 정부이다. 이에 공무원들이 정부를 심판하고자 모였다."며 행사의 목적을 말함과 동시에 "그 동안 공무원들의 반목을 이겨내고 KT의 민주노총 조롱까지 심판, 앞으로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 역시 "시국선언의 물결이 온 나라로 퍼지고 있다. 국민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 선택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따를 것인가, 독재자로 남을 것인가. 이들을 온 힘을 다해 심판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주장했다.


말끝마다 '국민이 원하는 것!', 정작 시민들은 불편 겪어

이 날 행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국민의 뜻'. 하지만 정작 행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친척을 배웅 나왔다는 정가영(45세, 주부)씨는 "가뜩이나 복잡한 서울역이었는데 정신이 더 없네요. 뭐라고 외치기는 하는데, 어떤 메시지인지 시끄러워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정신만 산란한 거 같아요. 소리 지른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목소리 크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뿐 아니라 서울역 곳곳에 1인 시위, 시국선언 등 단발적인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어서 서울역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또, 행사를 칭하는 명칭이 '민주회복 민생 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라는 것은 행사장 앞 무대에 걸린 플랜카드를 보고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부 행사에서는 사회자가 행사의 명칭을 '교사․ 공무원 시국선언 탄압규탄 국민대회'라 칭했고, 2부 행사에서는 '민주회복 민생 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라고 칭함으로써 행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국민이 일손을 놓고 총파업에 함께하자는 민주노총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 날 행사에서 "시국선언을 탄압하고 선언자들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들에게 맞서 더욱 분기탱천하여 투쟁해야 한다.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강행되고, 비정규직 악법, 최저임금제 개정 악법이 통과된다면, 민주노총은 전면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굳은 결심을 내비췄다. 또 "이번 총파업은 시민을 위한 파업이므로 조직원들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해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일손을 놓고 거리에서 함께하자!"고 어이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진주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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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하는 학생들과 항의하는 단체의 대립으로 기자회견 잠시 중단돼
- 시국선언 교수들,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질문에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
- 양쪽 의견의 균형을 잡기 위해 나왔지만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

3일 오전 11시 서울대 신양인문관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 교수 124명을 대표하는 12명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날 시국선언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일동 명의'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시국선언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나서서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더불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진심으로 국정의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현 정부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해 국민적 화합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경제 위기 하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기자회견장에서의 격한 대립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있던 서울대 국제회의실에는 기자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교수들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그 반대 입장에 있는 대한어버이연합 회원들도 함께 있었다. "화합은 다수가 선택한 정권과 해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다수 의견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대한어버이연합 측의 질문을 시발점으로 대립이 일어났다. 이 질문에 서울대 교수 대표는 "여러 소수와 다수가 함께하는 것, 즉 시국선언과 같은 행동이 현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답했고, 이 말에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격앙되어 단상 앞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교수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앉아라!"고 외치며 대립했다. 25분가량 정돈되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양 측의 팽팽한 대립은 계속됐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이후에야 다시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다.

구체적 내용 없는 시국선언

시국선언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대 교수 측은 "당초안보다 표현이 완화됐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오늘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정책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에서 민심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정도일 뿐이다. 국정에 대한 충정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이 날 발표된 시국선언문의 내용에는 '화합해야 한다. 반성해야 한다.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와 같은 문구로 일관해 단지 구호에 불과한 인상을 주었다.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한 시국선언

"시국선언 이후에 현 정부 반응 없으면 어떻게 할 예정인가?"란 질문에 서울대 최갑수 교수는 "국민적 화합을 이뤄내고, 국민과 소통하면 좋지만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길 바라진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정권에서 어느 정도로 시국선언을 받아들이길 바라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 때 가봐야 안다.”, “심각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등 모호한 대답만 계속 반복하는 듯 보였다.

양 쪽 의견의 균형을 잡기 위해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는 서울대 교수들. 격한 대립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장의 분위기에서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양쪽 의견의 균형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진주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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