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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8 생태환경보전, 재산권 침해해도 되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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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일반적으로 말라리아모기를 비롯한 병원체의 소굴이고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고 도시와 농촌 개발, 농업과 임업 등에서도 없애야할 대상이었다. 그런 습지를 이제는 생태환경을 위해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생태환경보전이 중요할 수 있지만, 그 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습지건 아니건, 소유권을 보장하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의 비극을 막을 수 있으며 자원을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주남저수지가 있는 경상남도 창원시에서는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건강한 습지, 건강한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COP10)가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140개국에서 2288명이 참가했다. 이른바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 맞물려, ‘환경올림픽’이라며 떠들썩했다.

람사르(Ramsar)는 1971년 2월 2일 이 협약이 체결된 곳인 이란의 도시명이다. 람사르 협약은 원래 물새가 서식하는 습지 보전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으로, 협약 후 근 5년만인 1975년 12일 21일에 발효되었다.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는 아직 지구적 의제가 아니었다. 한국은 1997년 7월 101번째로 가입하고, 19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했으며, 11곳의 습지를 등록하고 있다.

습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

‘습지’라 함은 담수, 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 및 연안습지를 말한다(습지보전법 제2조). 기수(汽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 또는 강어귀의 바닷물이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골칫거리였다. 말라리아모기를 비롯한 병원체의 소굴이었고, 사람의 통행을 방해했다. 도시와 농촌 개발, 농업과 임업 등에서도 습지는 없애야할 대상이었다. 람사르 협약의 기본 정신이 습지의 ‘현명한 이용’(wise use)이지만, 당초에는 물을 빼고 매립하거나 쓰레기 처분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이용’인 셈이었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골칫거리였다. 말라리아모기를 비롯한 병원체의 소굴이었고, 사람의 통행을 방해했다. 도시와 농촌 개발, 농업과 임업 등에서도 습지는 없애야할 대상이었다.

미국의 경우도 과거의 물새 서식처였던 습지를 배수하여 매립한 농지가 많다. 습지의 농지 전환법(Swamp Lands Acts)에 따라, 국유화하여 농지를 만들었다. 말라리아도 퇴치하는 효과를 함께 거두었지만, 세월과 함께 습지에 관한 의식도 변했다. 납세자의 돈을 인센티브로 써가며 없앴던 습지를 다시 복원하거나 보전하느라고 노력한다. 보조금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습지는 사람이나 동식물에게 유용한 생태계라고 본다. “습지와 그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도모하고,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의 취지를 반영함으로써 국제협력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습지보전법의 목적으로 정의한다.

습지는 물새를 포함한 동식물과 동물의 좋은 서식처이다. 주변 육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영양물이 공급되므로, 생산성이 높고, 생물종의 성장이 빠르다. 습지는 우류수의 자연적 정화조 역할도 하고, 물가의 침식과 홍수를 방지하며, 연안습지는 파도를 흡수한다. 습지 자체가 생태관광의 대상이 된다. 습지는 식량을 제공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수계를 관리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므로, 생물다양성 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 안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한다. 습지는 특히 빈곤층에게 필수불가결하다는 비약적 결론까지 환경론자들은 도출한다.

탄소상쇄기금의 아이러니

이번 람사르 총회에서도 물새 보호를 위한 습지의 기능을 초월하여, 인간의 건강, 복지, 기후변화, 바이오 연료, 채취산업, 도시화와 빈곤 저감 등과 같은 지속가능 발전 및 ‘녹색성장’과 관련된 습지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채택된 창원선언문은 습지를 '천연의 물 인프라'로 인식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국가정책 및 계획 수립에 습지관리가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람사르 총회 참석자는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논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대가로 탄소상쇄기금을 낸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람사르 총회 참석과 관련해서는, 내외국인으로부터 ‘탄소상쇄기금’(Carbon Offset Fund)도 거뒀다. 내국인에게는 1인당 1만원을 거두고, 외국인은 창원까지 왕복하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이산화탄소 1톤의 가격을 13달러로 정하고, 독일 24.7달러, 미국 32.5달러, 브라질 52달러, 남아공 41.6달러, 베트남 10.4달러 등으로 계산했다. 모두 3천200여명이 약 14,000달러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람사르 총회 참석자는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논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대가로 탄소상쇄기금을 낸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명 유지를 위한 호흡 활동에서 하루 평균 1kg 정도, 연간 320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 이산화탄소가 지금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다.

습지보전을 이유로 재산권을 침해해야 하나

람사르 총회에서 채택된 32개 결의안 중에는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 이슈가 들어있다. 논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다면, 그 소유권이나 사유재산권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나? 부동산이든 습지든 소유권이 분명하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막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은 모두 다양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천성산의 도롱뇽 한 마리가 수조원에 해당한다는 억지 주장보다는, 현시선호법(顯示選好法)이든 표명선호법(表明選好法)이든 적절한 가치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이용가치와 비이용가치(또는 존재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소유권과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UNESCO Bioshpere Reserves) 지정을 앞두고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에서 사유재산권이 무시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우이도는 이미 자연공원법과 습지보호법으로 관리되고 있으므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추가 규제는 없다고 하지만, 우이도에는 집단시설지구나 관광 숙박시설을 설치할 수가 없다.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육상의 국립공원과 동일한 획일적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든 습지든 소유권이 분명하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막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아름다운 풍경으로 알려진 모래언덕은 그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 재경 우이도 향후회의 주장이다. 우이도에는 자연적 모래언덕이 없었으며, 소나무 군락의 나무를 벌목한 뒤 바람이 세져 토석 언덕위에 일시적으로 덮여있는 모래일 뿐 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 모래언덕은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이처럼 자연공원법과 습지보전법에 의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우이도 주민들은 해상국립공원 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 헌법 제23조는 ‘재산권 보장’을 규정한다. 하지만 습지보전법 등으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이 헌법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생태 체험의 양면성

우리는 자연습지를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도처에 인공생태계를 조성한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가 ‘복원한’ 청계천이라 하겠다. 청계천에는 자연수가 아니라 펌프로 퍼 올린 한강물이 흐른다. 최근 서울시는 이런 인공수로를 도처에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람사르 총회가 열린 창원시는 총 면적 7천㎡의 인공 생태공원을 설치했다. 인공 부화한 나비나 반딧불이를 풀어놓으면서 ‘나비축제’와 ‘반딧불이축제’를 열면서 생태체험을 말한다.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지인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의 용늪 일대에 대한 생태복원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대암산 기슭 서흥리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생태학교도 운영할 계획이라 한다.

습지나 철새 도래지 역시 관광자원으로 이용한지 오래다. ‘생태관광’은 생태계의 이용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한 장면이다. 금강습지에서는 서 2008년 12월 13일 전국탐조대회를 연다. 멀리서 새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창오리의 날갯짓이 장관을 이룬다는 주남저수지 일대에서의 철새축제는 습지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게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의 진단이다. 가창오리의 장관은 어쩌면 철새축제에 모인 사람들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전남 벌교의 여자만에서는 참꼬막 축제가 벌어진다. 갯벌로 들어가 참꼬막을 관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구 잡아다가 먹는 행사다. 여자만은 국내 해안습지로는 처음으로 국제습지보전협약인 ‘람사르 협약’ 보전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팔팔 끓는 물에 찬물을 한 컵 부어 열기를 누그러뜨린 뒤 꼬막을 넣고 약한 불에 5분 정도 은근히 삶아 건져서 찬물을 살짝 축이면 특유의 쫄깃한 맛이 난다”는 게 그곳 주민의 말이다. 갯벌 보존은 결국 갯벌 생물을 잡아먹기 위한 이용가치를 높이려는 것인가?

국내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회의였던 람사르 총회를 정리하면서,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의 재산권을 포함해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를 절감한다. ■

저자소개: 조영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지구가 정말 열 받았나’, ‘시민운동바로보기’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근본자원(1,2)’, ‘과학연구의 경제법칙’ 외 다수가 있다.

조영일 / 연세대 명예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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