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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5 사이버 폭력, 방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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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서 악성댓글을 비롯해 사이버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사이버세계에서 폭력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접근성이 용이하고, 익명성 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익명성뿐이다.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실명제로 인해 익명성이 사라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하지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는 범죄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대상이 아니다. 사이버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실명제의 도입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실명제와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개정안의 골자는 인터넷에 의견이나 정보를 올릴 경우에는 실명 또는 본인확인을 의무화하고, 인터넷상의 모욕죄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로 하자는 것이다. 인터넷폭력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난 10월 2일 탤런트 최진실씨가 인터넷 악플을 비관하여 자살한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이버 폭력의 원인

우리나라는 범죄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양호한 치안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사이버세계에서는 폭력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사이버폭력은 자판만 두드리면 될 정도로 워낙 손쉬워서 10살 어린이도 80세 노인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둘째, 가해자는 피해자를 전혀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고통을 실감할 수 없다. 셋째, 인간은 다른 사람을 공격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가학적 성향이 있기에 사이버공간에서 타인을 비방하거나 공격하여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넷째, 사이버공간에서는 얼굴도 이름도 숨길 수 있어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남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이버세계에서 폭력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접근성이 용이하고, 익명성 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원인을 모두 제거한다면 사이버폭력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요인 중 우리가 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네 번째 익명성뿐이다.

인터넷실명제와 표현의 자유

익명성은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65년 뉴욕에서 한 밤 중에 예고 없이 정전이 닥치자 거대한 도시는 약탈·방화·강간의 무법천지로 변했다. 1977년에도 반복되었다. 그 유명한 뉴욕정전사태다. 평소 교통신호도 잘 준수하던 뉴욕시민들이 갑자기 야수로 돌변한 사태의 원인은 간단했다. 암흑으로 인하여 익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느낀 순간 사람들은 평소 억눌렀던 욕망을 그대로 표출했던 것이다.

실상 인터넷실명제는 이미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과 동 시행령에 의하여 공공기관과 1일 이용자가 30만 명 이상인 사이트에 대하여 게시판 이용자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본인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제 더 나아가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여 게시판에 의견이나 정보를 올릴 경우에는 실명을 밝히도록 함으로써 익명성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드러낸 채 욕설과 비방을 일삼거나 허위 날조된 정보를 올릴 강심장은 그다지 많지 않을 터이니 그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는 범죄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대상이 아니다.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터넷실명제라 하더라도 익명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익명의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김철수』라는 사람이 실명으로 글을 올리더라도 다른 네티즌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에 김철수가 적어도 수천 명은 될 테니까. 반면, 김철수 본인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밝혔기에 섣불리 사이버폭력을 행사할 수 없어서 사이버폭력이 감소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는 범죄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대상이 아니다.

인터넷실명제는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드러낸 채 날조된 정보나 무책임한 선동,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올릴 사람은 많지 않다. 마음 내키는 대로 타인을 비방할 사람도 많지 않다. 이렇게 책임 있는 자세로 신중하게 표현된 의견을 통하여 형성된 여론이 진정한 여론이라 할 수 있다. 광우병촛불시위 당시 인터넷실명제였다면 그렇게 괴담 수준의 ‘과학적 정보’가 홍수를 이루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다. 인터넷실명제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건전한 여론형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사이버모욕죄 도입 신중해야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되면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득은 인터넷에서 모욕죄를 감소시키지도 못하면서 공인에 대한 비판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친고죄를 배제하면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국가권력의 지나친 간섭이 우려된다.

현행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사이버상에서 일반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발견하더라도 고소가 없는 한 수사에 착수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일손이 부족한 수사기관으로서는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사건을 수사하기도 바쁜데, 고소하지도 않은 명예훼손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는 반의사불벌죄라 하더라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이버 모욕죄가 반의사불벌죄로 되더라도 고소 없이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모욕죄의 피해자가 대통령이나 장·차관 같은 높은 사람일 경우에는 좀 다르다. 수사기관이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2005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하여 저격용총으로 겨냥하는 패러디사진이 모 인터넷신문에 실렸을 때 경찰은 대통령의 고소가 없었음에도 수사에 착수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수사에 착수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하다. 즉,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도 겁먹지 않을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므로 입을 막는 데에는 그 충분하다. 결국,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신설하더라도 일반시민에 대한 비방을 줄이는 효과는 없는 반면, 고위공직자나 유명인사에 대한 비판만 위축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여 고소가 없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일반시민에 대한 비방행위를 감소시키는 효과는 없는 반면 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고위공직자와 같은 公人에 대한 비판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사이버모욕죄는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모욕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측면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비방행위로 인하여 모욕을 당하였는지 여부, 모욕을 당하였더라도 이를 고소할 것인지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전적으로 맡길 필요가 있기에 친고죄로 규정한 것이다. 사이버상의 모욕죄가 통상의 모욕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욕으로 인한 피해가 사생활에 속한다는 그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다.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여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권력(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이를 원치 않는 피해자로서는 사생활이 침해되어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여 고소가 없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일반시민에 대한 비방행위를 감소시키는 효과는 없는 반면 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고위공직자와 같은 公人에 대한 비판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또한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실명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돼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인터넷실명제에 대하여 민주당은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로서 “시대 역행적이고 권위주의적 사고와 행태"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현행 인터넷본인확인제는 2005년 당시 이해찬 총리 시절 추진되어 입법화되었다. “인터넷실명제가 최근 4년 사이 10배나 급증한 사이버폭력과 명예훼손을 막는 데 상당히 효율적인 방안으로 본다”는 말은 다름 아닌 정세균 현 민주당 대표가 2005년 7월 5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시절에 한 발언이다.

인터넷에는 자정(自淨)기능이 있고, 네티즌의 자정노력이 긴요하다는 주장은 옳다. 법적인 강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10년 전에 비하면 요즘의 욕설과 비방은 그 밀도가 덜한 것도 사실이다.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또한 필요하다. 장난삼아 던지 몇 자의 비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10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사이버폭력에 나서고 있는 네티즌 중 상당수가 초등학생이나 중·고생이라고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사이버예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자정이나 교육만으로 충분하니 실명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더라도 사이버폭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아니할 것이다. 그렇다고 실명제가 필요 없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살인죄에 대하여 사형 등의 중형을 선고하지만 살인죄가 사라지지는 않고 있는데, 그렇다고 살인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없지 않은가. 자정과 교육을 병행하는 한편,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폭력이 이제 방치할 수준을 넘었고, 네티즌의 과반수가 찬성하고 있는 마당에 인터넷실명제의 도입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저자소개: 이재교 교수는 제26회 사법시험을 합격, 사법연수원 16기를 수료하고, 광주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했다. 미국 인디에나주립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인하대학교 법대 교수와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재교 / 인하대 법대 교수,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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