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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1 국제중 설립 논란과 근본적인 해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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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2개의 국제중학교가 지정될 예정이다. 국제중학교 설립을 두고 사교육 증가, 귀족학교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행 교육제도하에서 특성화 중학교라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국제중학교가 설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69년 국가가 강압적으로 시행한 평준화정책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평준화 정책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국제중학교 설립 필요성

서울에도 2개의 국제중이 지정될 예정이다. 부산에 공립으로 설립된 부산국제중학교와 수도권의 청심국제중학교에 이어 드디어 서울에도 특성화 중학교가 생기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특성화 중학교인 국제중학교의 지정 계획의 협의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하였다. 2006년 3월에도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2007년 개교를 목표로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의 국제중학교 설립 인가를 당시 교육부에 제출하였지만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설립에 반대하여 16일간 단식을 결행하고, 교육부도 반대하여 결국 서울에서 국제중 설립이 좌절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설립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 교육청이 밝힌 특성화 중학교 운영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화ㆍ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
둘째, 장기 해외 거주 귀국학생을 위한 교육 연계성 보장
셋째, 국제 분야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유학욕구를 수용함으로써 조기유학에 따른 폐단 해결
넷째, 서울 학생의 지방 국제중학교 진학에 따른 학부모 부담 해소

국제중 설립의 필요성은 그 나름의 강력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2개의 국제중은 이러한 필요성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특성화 중학교 지정 계획”을 통해 국제중학생 선발 방식과 운영 계획을 자세하게 밝혀 국제 중학교의 특성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작성한 “특성화 중학교(국제중) 관련 Q&A”에 나타난 것과 같이 교육과정 특성화를 통해 현재 일반 중학교와 구별되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중 설립 반대 논리

항상 그래 왔듯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일어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세심한 운영ㆍ부작용 최소화 계획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증가와 ‘귀족학교’화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제시한 3단계 입학 전형이 사교육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으로 판단되지만 그 전형 방식이 사교육을 억제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1단계를 통과하려면 우수한 내신 성적이 필요하다. 필기시험 없이 학생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전형한다고 하지만 학생생활기록부에 게재되는 사항들을 위해 사교육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사교육을 하게 될 것이다.

2단계의 면접ㆍ토론을 위한 사교육이 없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입시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시간당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도 면접을 위한 사교육이다. 나아가 진학 후에 많은 수업들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를 위한 사교육이 필요할 것임은 분명하다. 곧 기본인 영어를 비롯하여 내신성적, 경시대회, 면접ㆍ토론에 대비하자면 높은 소득과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학부모에게 유리한 사교육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을 부정하기 어렵다. “사교육비가 오르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말에 진정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관리가 실제로 사교육의 증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교육 열풍에 대한 우려가 상위 1%를 위한 ‘귀족학교론’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중 입학생 가운데 경제적으로 상위에 있는 계층이 많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자료가 입증하고 있다. 교육부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9월에 작성한 ‘청심국제중 학부모 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입생 94명 가운데 전문직종이나 부유층에 속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성화 중학교라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국제중학교가 설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69년 국가가 강압적으로 시행한 평준화정책 때문이다. … 자유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국가나 특정 집단의 교육철학으로 획일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교육과 ‘귀족학교’화에 대한 반대보다 더 근본적인 지적도 있다. 그것은 ‘중학교 교육에서부터 특성화 교육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하는 것이다. 중학교 시기의 학생에게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지식과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특성화된 교육’을 시키는 것이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인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성화 중학교의 “법적인 설립 근거가 취약하며 국민보통교육기관에서 영어몰입교육으로 교수 언어를 국어가 아닌 영어로 하는 것은 위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가볍게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평준화 정책이 기형적인 교육을 초래했다

이런 반대 논리들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요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성화 중학교라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국제중학교가 설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69년 국가가 강압적으로 시행한 평준화정책 때문이다. 평준화정책 시행 이전에는 우리나라에도 자생적으로 생성된 사립학교들이 존재했고 그 학교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교육 목표를 나름대로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자신이 설정한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런 학교들을 폐교나 다름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기형적인 이름으로 평준화 정책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국가나 특정 집단의 교육철학으로 획일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 정의나 도덕적인 관점, 자신이나 집단의 교육 철학에 비추어 설사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교육 현상일지라도 국가의 권력을 매개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자유주의의 근본이념에 어긋나고 현실적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사교육 열풍은 국가 주도의 교육제도가 유인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의 교육열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설사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국가 권력이나 특정 집단의 교육 철학으로 억압하는 것은 개인의 자발성과 자기 선택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귀족학교론’은 특정 집단의 교육철학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말일 수는 있지만, 자유사회에서는 삼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출생에 의한 신분이 존재하는 봉건사회가 아니다. 타고난 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능력은 차이나 날 수밖에 없으며, 어느 정도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국가 권력이나 특정 집단의 교육 철학으로 억압하는 것은 개인의 자발성과 자기 선택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교육은 영합게임(제로섬)이 아니다. 특정 집단의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집단에게 교육적으로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우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듯이 학업 성적이 같은 수준에 있지만 가정의 경제 능력의 차이로 입학이 어려운 경우, 가계 소득에 비례해서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어려운 집단에 속한 학생들에게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사회의 근본을 허물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모든 사립학교에 자율성을 주자

정부 통제를 통한 사교육 억제 압력이 이제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은 그 정책에 맞추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였으며, 아예 사교육을 우회하여 해외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하였다.

사교육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국제중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 땅에서 사교육이 사라지고 필요한 교육이 공교육으로 흡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왜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는가.

우리 사회가 봉착한 교육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좀 더 진지하게 반성해보아야 한다. …기형적인 이름으로 평준화 정책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좌파의 쇄신을 주창하면서 ‘다윈주의 좌파’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의 응용윤리학자 피터 싱어가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는 인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혁명ㆍ사회적 변화ㆍ좋은 교육을 통해 갈등과 분쟁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이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모든 불평등이 차별, 편견, 억압 또는 사회적 조건으로부터만 생겨났다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현실적인 불평등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능력이 다르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적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지속하기 위해서도 어떤 사회ㆍ경제적 변화가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어떤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체제 아래 살든지 자신의 자식들이 좀더 좋은 교육을 받길 원하고, 자신의 지위가 상승되길 바라고, 권력을 획득하거나 친족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전체주의 국가를 구축하여 모든 것을 국가 권력이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단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뿐 영속될 수 없음을 인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가 봉착한 교육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좀 더 진지하게 반성해보아야 한다. 이성적으로, 도덕적으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을 국가가 강제력을 통해 교정할 수만은 없다. 자유로운 의사 결정 주체로서 시민들이 성숙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국가가 여기에 개입할 수는 없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과잉교육열에 의한 사교육과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계층의 고착화는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국제중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국가 권력에 의해 통제하려고 할 때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궁극적으로 국제중학교 설립의 문제를 넘어 모든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려는 정공법을 택할 때가 되었다. ■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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