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된 대전 도심에서 무장 시위 벌여
민주노총의 6월 총파업 전 정부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분석
경찰, 극렬시위 주도자 32명 구속영장 청구하고 민주노총에는
민사상 책임 묻기로


지난 16일 대전 도심은 전쟁터로 변했다. 민주노총이 주관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조합원 7000여 명이 미리 준비해온 죽봉과 죽창 1000여 개를 휘두르며 경찰과 충돌해 도심 거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많은 부상자가 속출한 것이다.

죽창으로 무장한 불법폭력시위에 부상자 속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날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기사들의 복직투쟁을 벌이다 지난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의 추모행사와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집회를 대전정부청사 광장에서 연 뒤, 거리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당초 이들은 경찰에 행진 코스로 대전정부청사에서 중앙병원까지 2개차로 약 6km를 신고했지만, 중앙병원 앞에서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던 대한통운 대전지사쪽으로 행진을 시도해 경찰과의 충돌을 불렀다. 신고 장소를 벗어나 행진을 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경찰은 즉각 길을 막아서며 폴리스라인 침범을 경고했다. 그러자 갑자기 시위대는 만장으로 사용하던 길이 4~5미터의 죽봉 1000여개를 바닥에 내리쳐 끝이 뾰족한 죽창을 만들며 무장을 하고 극렬시위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전 도심은 무법천지가 됐다. 물대포를 쏘며 막아선 의경과 전경을 향해 시위대는 죽창을 찌르거나 머리 위로 무차별 내리 쳤다. 또한 경찰차량을 닥치는 대로 파손했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전경과 의경이 부상을 당했다. 서울 경찰청 소속 의경 한명은 죽창에 눈이 찔려 피를 흘렸으며, 또 다른 의경은 시위대측 방송차량에 치여 경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104명이 부상을 당했고 경찰버스 99대, 진압장비 155점이 파손됐다. 불법폭력시위로 검거된 민주노총 조합원은 457명이었다.

민주노총, 6월 총파업 격렬시위 예고

경찰은 시위에서 조직적으로 죽창이 휘둘러진 건 약 3년8개월만이라고 한다. 시위를 통제하는 경찰은 지난 해 광우병 사태 때 자주 등장한 쇠파이프보다 끝이 뾰족하고 긴 죽창을 더 경계한다. 전경과 의경이 쓰고 있는 보호구 앞면 격자망 사이로 갈라진 대나무가 들어오면 눈에 치명적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죽창을 등장시킨 이번 격렬시위는 민주노총이 6월 총파업 전 정부를 위협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안 폐기 ▲고용안전특별법 제정 ▲최저임금 보장 ▲쌍용차 정리해고 중단이 관철되지 않으면 6월 총파업과 함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민노총이 제시한 협상제안을 거부하거나 성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음 달 10일 '국민 촛불대행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다음 달 10일 이후부터는 투쟁의 강도가 현격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국가이미지에도 큰 손상 입힌 불법시위 그대로 둘 수 없어”

정부는 불법폭력 시위에 엄격하고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수많은 시위대가 죽창을 휘두르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돼 한국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면서 "글로벌 시대에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후진성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거된 457명 가운데 극렬행위 주도자 32명에 대해 우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고, 또 미검거자를 끝까지 추적해 체포하고 배후조종 세력을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시위를 주관한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경찰 피해액과 관련해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강필성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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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용산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보상 문제와 불법 폭력시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보상 문제는 최소한 개발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므로 불법 폭력시위자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커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참사를 방지할 수 있으며 불법 폭력시위를 근절시킬 수 있다.

2009년 올해는 시작부터 우울하다. 설 명절을 불과 며칠 앞둔 1월 20일 서울 용산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농성자 5명과 진압 경찰 1명이 화재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용산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를 두고 정부·여당과 우파 진영은 '법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자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과 좌파 진영은 서민의 주거권과 생명권 등 기본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용산 참사를 정치 투쟁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려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 자체는 둘 다 일리가 있다. 그것은 양측의 주장이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참사의 원인은 보상 문제 때문

법질서 확립과 서민의 기본권 확보가 상호 보완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게임이론과 법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게임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번 참사를 불러온 '용산 4구역 재개발 게임’의 상금(prize)은 '개발 이익’이다. 이 개발 이익을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게임의 두 당사자는 해당 구역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조합원들과 여기에 세를 든 주거·상가 세입자들이다.

개발 이익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분배는 대개의 경우 주관적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규범적(normative)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유주 조합원의 재산권에 높은 가치를 두는 우파 학자들은 개발을 촉진시키려면 소유주가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에 비해 형평성을 강조하는 좌파 학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못 가진 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세입자들에게 보다 많은 몫이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게임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번 참사를 불러온 '용산 4구역 재개발 게임’의 상금은 '개발 이익’이다.

하지만 좌·우 어떤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경우라 하더라도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최소한의 공정성 기준이 있다. 그것은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세입자들이 개발 이익을 나눠 갖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개발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파레토 개선(Pareto improvement) 기준’이라고 한다. 용산 개발에서 파레토 개선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세입자들이 개발 전에 누리던 권리를 금전적으로 보상받아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적 의미로서의 서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용산 4구역 재개발에서 과연 파레토 개선이 이뤄졌는가?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다. 소유주 조합원들은 1인당 평균 5억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상가의 세입자들은 그렇지 않다.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에도 훨씬 못 미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에서 정하는 보상금을 받고 상가를 비워줘야 했다.

보상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한 일간지 기사에 따르면, 용산 4구역에서 2004년 6월부터 식당을 경영해 온 어느 세입자는 권리금 4,5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으로 3,000만원을 들였다. 하지만 그가 조합으로부터 제시받은 보상 금액은 2,760만원이라고 한다.

이 보상 금액은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에 따라 책정된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재개발 시 주택 세입자에게는 임대주택 입주권, 주거이전비 4개월분과 이사비용을 지급한다. 하지만 상가 세입자에게는 휴업보상비 3개월분이 전부다. 다른 비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와는 대조적인 사례가 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11월 청계천변 노점상 1,500여 명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청계천 복원 공사를 위한 서울시의 철거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안에 풍물시장을 만들어 이들을 이주시켰다. 그로 인해 청계천 복원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으며, '법 집행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최소한의 기준은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세입자들이 개발 이익을 나눠 갖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개발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房文)이긴 하지만, 용산 참사 이후 정부와 여당은 재개발조합의 투명성을 높이고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감사제를 도입하고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는 '도시분쟁조정위(가칭)’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2월중 관련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특히 도시분쟁조정위에 행정심판에 준하는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감정평가사들이 상가 세입자들의 투자비를 규정대로 평가하는지 파악하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듯 법 개정과 합리적 보상을 통해 파레토 개선 기준을 충족시킨다면 그나마 최소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게임의 룰’은 마련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장치도 없이 법 집행에 들어가면 용산 참사에서 보듯 사회적으로 엄청난 법 집행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거나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과격해지기 때문이다.

범법자도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제대로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게임 당사자들은 더 많은 이득을 차지하기 위해 여전히 다툴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불법 폭력시위가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범죄(rational crime)이론’에 기초한 법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합리적 범죄이론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 게리 베커(Becker) 교수가 1968년에 발표한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이라는 논문에 기원을 둔 이론으로 실증적으로도 그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베커 교수는 범법자 역시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사람과 범법자의 차이가 있다면, 범법자는 범죄로부터 얻는 기대 이득(expected benefit)이 보통사람에 비해 큰 반면에 치러야 할 기대 비용(expected cost)은 보통사람보다 낮다는 것이다.

범법자 역시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 불법 폭력시위자들을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에 처해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커지도록 형량을 높여야 한다.

합리적 범죄이론을 용산 참사에 적용해 앞으로는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 논리로 보면, 불법 폭력시위자들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커지도록 형량을 높여야 한다.  엄정한 법 집행이나 일벌백계(一罰百戒)와 같은 주장들이 바로 이런 논리에 기초한 것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형벌이라 해도 위법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처벌의 체감 정도 즉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합리적 범죄이론이 의미하는 바는 극한상황에 내몰린 세입자들이 무기징역형에서 느끼는 처벌의 체감 정도가 부자들이 1년형에서 느끼는 정도보다 오히려 더 낮을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고 시위로 얻는 것은 많다는 것을 학습해 왔다. 합리적 범죄이론으로 해석하자면, 폭력시위의 기대이익은 높았고 기대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 세입자 철거민들이 폭력시위에 들어간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이었을 수 있다.

또 하나 그들을 폭력시위로 내몬 것은 세입자 보상에 대한 법 규정에 허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억울함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시분쟁조정위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자신들의 몫을 찾기 위해 과격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세입자들이 전철연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도시분쟁조정위와 같은 법적 구제장치로부터 받는 서비스가 전철연 서비스보다 더 나은 '대체재(substitutes)’라는 것을 확신시켜줘야 한다.

불법폭력시위, 엄격한 책임 물어야 근절시킬 수 있어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갖춰진 다음에도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불법 시위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과 보상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폭력시위를 근절시킬 수 있다. 공권력의 존재 이유는 법질서를 확립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정부가 국민정서나 정치적인 이유로 법질서 확립에 미온적이라면 그런 정부는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용산 참사의 여파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용산 참사에서 순직한 경찰관과 숨진 세입자들은 우리 사회의 허술한 법·제도와 어설픈 법 집행의 희생양이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법·제도를 바로잡고 법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해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작금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고, 나아가 용산 참사에서 숨진 사람들의 넋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김인규 교수는 버지니아주립공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림대학교 도서관장 겸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Delegation in Contests’, 'Strategic Decisions on Lawyers' Compensation in Civil Disputes’ 외 다수가 있다.

김인규 /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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