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포트폴리오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여러 유형들 가운데 우리가 익숙한 자산의 형태는 주택일 것이다. 특히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는 모든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의 큰 자산으로 오피스를 들 수 있다. 흔히들 오피스라고 하면 일반적인 Industrial Sector에서 다루어지는 것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제는 아파트와 주상복합 외에 우리가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먼저 오피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업무권역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크게 서울의 업무권역을 도심권역, 강남권역, 여의도권역으로 구분하여 최근에는 분당권역과 상암DMC권역으로 분류한다. 도심권역(Central Business District,CBD)은 서울에서 계속 지속되어온 최대 규모의 오피스 권역으로 1960년대 종로, 을지로, 신문로 일대에 설립되어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지하철 등의 인프라가 가장 먼저 갖춰지게 되었다. 도시권역(CBD)은 오늘날 외국계기업과 대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외국계기업의 한국지사, 대기업 본사, 대사관, 정부기관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업무시설 중에서 가장 높은 임대표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강남권역(Gangnam Business District,GBD)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도심권역과 여의도 권역보다 비교적 많은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서울 대형 오피스의 주된 신규공급지의 역할을 해왔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발달한 강남권역(GBD)은 IMF이후 임대료가 급상승하며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IT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여 일부 대기업의 본사가 강남으로 진출하며 비약적인 발달을 이루었다. 다른 권역에 비해 건물의 준공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고급오피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주요 특징으로는 업무 및 상업시설이 혼재되어 있으며 인근에 고급 배후주거지도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도로의 가로구획 정비가 잘 되어 있어 타 지역에 비해 교통 혼잡의 빈도가 높다. 여의도권역(Yeouido Business Distrit,YBD)은 197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었다. 세 권역 중 가장 늦게 개발되었지만 도심권역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주요업무지역으로서 자리 잡았다. 세 권역 중에서 임대료가 가장 낮게 형성되어 있으며, 주로 증권.보험 등의 금융관련 업종이 위치하고 있다. 기타 분당의 정자역, 서현역 등 지하철역세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상암동에 개발 중인 DMC(Digital Media City)를 중심으로 오피스군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오피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 IMF이후의 국내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된다. 역삼동에 있는 스타타워(현재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론스타가 2001년에 현대산업개발로부터 6,000여 억원에 매입을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IMF 여파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이 현금확보를 위하여 스타타워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상당 기간 매수자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론스타가 스타타워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돌자, 국내 부동산전문가들은 너무 비싼 가격으로 매수했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 바빴다. 게다가 론스타는 빌딩 구입 이후 너무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여 상당 기간 공실률이 높았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론스타가 투자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론스타는 당장의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입주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에 따라 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이 입주함에 따라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다. 결국, 론스타는 2004년 스타타워를 싱가프로 투자청(GIC)에 9,000억원 대에 매각했고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국내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던 론스타는 3년반만에 실제 투자자금보다 두세 배 많은 큰 시세차익을 얻게 되었다. 개인은 물론 국내 건설사들도 아파트 건설에만 관심을 갖는 사이 서울의 대형오피스의 절반이 외국인 소유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의 오피스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건설사들이 오피스를 건설해야 할 상업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공급에만 현안이 되어 있어서이다. 외국의 경우, 도심 상업용지에는 대체로 오피스가 건설되고 있지만 국내 건설사들은 분양을 통해 일시에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주상복합아파트에만 사업을 집중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공급의 부족으로 인하여 오피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산업구조의 중심이 과거의 제조업에서 정보통신, 법률, 컨설팅 등 사무실 수요가 많은 사업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의 제조업 중심시대에는 공장이 산업 인프라였다면 이제는 사무실이 산업 인프라인 시대로 변화된 것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무실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서울은 사무실을 지을 땅에 아파트만 대거 짓고 있어 오피스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의 외국계 부동산컨설팅회사에 따르면 국내의 대형 오피스의 매매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울러 지속적인 공급계획이 많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오피스가 많이 건설된다는 것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됨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러한 기회에 더 이상 아파트 투자에 따른 수익보다 이제는 오피스 투자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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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겠다던 정책추진이 실패했다. 당정 엇박자에 이어 국회처리과정에서도 부동산정책은 중심을 못 잡고 정치논리에 휘둘렸고, 양도세 중과폐지는 내년 말까지 한시적 폐지라는 누더기 입법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국민들이 쾌적한 환경에 여유롭게 살아가도록 주거의 질을 높여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것이다. 올바른 부동산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방향과 목표를 재검토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폐지가 당·정 간 엇박자에 이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결과정에서도 오락가락하다 결국 '누더기’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재건축 규제완화, 송파신도시 건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 주요 현안도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래가지고서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혼란에 빠진 부동산 정책

국회 본회의 논의과정에서 그 내용이 다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부가 발표한 양도세 중과폐지 방침을 믿고 거래한 사람들은 낭패를 보게 됐다. 정부도 신뢰성에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반성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서 거래위축을 막기 위해 양도세 중과폐지를 소급해서 적용하겠다던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국회처리를 당연시하다 생긴 해프닝임에 분명하다.

부동산 정책이 혼선을 거듭하다 보니 본질적 내용의 변화보다는 절충안에 그치고 있다. 이는 부동산정책이 그동안 혼란에 빠진 이유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 논쟁에서도 여당은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정치공세가 부담이고, 부동산 경기가 다소 침체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기열풍이 재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추가됐다. 특정지역의 아파트가 얼마 올랐다는 뉴스가 정부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정부 들어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부동산 가격은 늘 변한다. 시장에서 가격변화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가격변동에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 가격변화에 일희일비하다가는 부동산정책은 그 본질과 방향을 잃게 된다.

부동산 가격은 늘 변한다. 시장에서 가격변화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가격변동에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마치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몸통이 휘둘리는 꼴이다. 가격변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가는 부동산정책은 그 본질과 방향을 잃게 된다.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다.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일관된 정책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지금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거나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식의 잘못된 정책목표를 내세운 투기대책들을 원점에서 다시 평가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거래를 위축시켜온 악성규제를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취해야할 선결과제인 셈이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부동산정책이 올바로 추진될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대로 세우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투기대책이나 남발해서는 국민의 삶에 기여하기 어렵다. 국민의 주거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정책방향과 정책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이라는 헛된 망상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부동산에서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에 끼어들면서 금융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자가주택소유비율을 높이려 했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화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 신용이 낮은 사람들도 집 한 채씩 갖도록 도와주자는 화려한 구호가 실제로 정책으로 현실화되면서 세계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블랙홀을 만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도록 무한보증에 나섰고, 부실 우려가 큰 모기지를 취급하도록 은행들을 독려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가격이 내려가면서 정부의 대출지원은 신용 낮은 사람들에게 재앙이 되었다. 부동산이 비록 낮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대출로 집을 산 저신용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모기지를 상품에 끼워 넣은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을 마비시켰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목표를 강하게 추진할수록 시장은 더 큰 보복을 한다. 현상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시장이 실패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이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는 전형적인 정부실패이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목표를 강하게 추진할수록 시장은 더 큰 보복을 한다. 현상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시장이 실패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이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는 전형적인 정부실패인 셈이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이다.

미국에 자가주택소유 촉진이라는 잘못된 정책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양도세중과라는 잘못된 정책이 있다. 두 정책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1가구 1주택을 이상향으로 삼는 정책들이다. 1가구 1주택 정책 가운데,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극단적인 처방인 양도세 중과가 우리나라에서 호응을 얻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사회주의 평등세력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보급률의 함정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려면 올바른 정책목표를 세워야 하고, 그러려면 거기에 적합한 정책변수를 살펴야 한다. 부동산 분야에서 정부가 기존에 내세워 온 정책변수는 주택보급률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10명이 1가구로 1채의 집에서 살고 있는 경우와 10명이 10채의 집에서 각자 살고 있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주택보급률은 똑 같이 100%이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10인 가족이 한 집에 살고 있고, 주택이 비좁고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면 아무리 주택보급률 100%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주택보급률은 실제로 아무런 의미도 제공하지 못하는 허망한 지표일 뿐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신주택보급률도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제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구당 인구수가 줄고 있다. …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인구가 장기적으로 감소한다고 하지만, 가구 수의 증가를 고려하여야 올바른 부동산공급정책이 세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구당 인구수가 줄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대도시에서 가구당 인구수는 줄고, 1인가구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인구가 장기적으로 감소한다고 하지만, 가구수의 증가를 고려하여야 올바른 부동산공급정책이 세워질 수 있다.

주택보급률의 허망한 측면은 이미 외환위기 때도 경험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집을 줄이고 전세도 줄였다. 심지어 분가했던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여 살게 되는 일도 흔했다. 그러다 보니 집은 남았고, 가격은 하락했다. 일시적으로 가구 수는 줄어들고 남아도는 집으로 인해 주택 공급이 여유 있는 것으로 비춰졌지만,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집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커졌다.

왜 주택 수와 주거 면적이 중요한가

부동산의 양적인 측면에서 공급을 잘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 바로 인구 1천 명당 주택 수이다. 우리나라 1천 명당 주택 수는 1995년 214.5호, 2000년 248.7호, 2005년 279.7호로 늘어왔다. 하지만 미국(427가구), 일본(423가구), 영국(417가구) 등 선진국들이 400호 이상인 것을 고려한다면 양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주택보급률보다는 1천 명당 주택수를 정책변수로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나라의 부동산 정책이 취해야할 정책목표는 분명하다. 국민이 얼마나 쾌적한 주거공간에서 얼마나 여유롭게 살아가느냐이다. 이러한 질적인 주거환경을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1인당 주거 면적이다.

부동산 정책이 취해야할 정책목표는 … 국민이 얼마나 쾌적한 주거공간에서 얼마나 여유롭게 살아가느냐이다. 이러한 질적인 주거환경을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1인당 주거 면적이다.

우리나라 1인당 주거면적은 1980년 9.6m2(2.9평), 1985년 11.6m2(3.5평), 1990년 14.2m2(4.3평), 1995년 17.2m2(5.2평), 2000년 20.2m2(6.1평), 2005년 22.8m2(6.9평)로 늘어 왔다. 하지만 2007년 26.2m2(7.9평)로 여전히 미국(68m2), 일본(36m2), 영국(38m2)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삶의 질을 고려하는 통계인 1인당 주거 면적이 어느 수준인지를 따지는 일은 생각보다 의미가 크며, 실질적인 부동산 정책이 지향해야할 핵심 내용이다. 실제로 1인당 주거 면적이 넓을수록 국민의 삶은 풍요로워지고 향상될 수 있다.

올바른 정책을 위한 정책목표를 바로 세워야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올바로 잡아야 국민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그 핵심은 1천 명당 주택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는 일이며, 1인당 주거 면적이 최소 33m2(10평)가 되도록 주거공간을 넓혀 주는 일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계를 참고하여야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국민들의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반영하도록 개선하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과제이다. 또한 투기대책으로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는 노력도 선행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저자소개: 최승노 박사는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으로 재직 중이며, 공개련 운영위원,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이사, 미래한국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작은정부, 경제자유지수, 세금해방일 등이며, 저서로는 '대규모기업집단’, '지방분권과 지방의 시장친화성' 등이 있다.

최승노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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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원 확보하는 근본적 세제 개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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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 원에서 내년부터 9억 원으로 올리고, 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포함시키는 감세정책을 내놓았다. 자유기업원은 전체 세대수의 2%에게만 징벌적으로 부과해 왔던 불합리한 종부세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대책을 내놓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공언대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정책은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혔다.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국민 전체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던 2조 8천억 원의 부동산 교부세가 사라져 지방재정에 위협이 될 것이며, 재산세 인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시작부터 잘못된 세제였다. 노무현정부가 국민을 1%와 99%로 구분하고, 1%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국민 전체가 나눠 쓰자는 징벌적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이 전체 세대수의 2%까지로 확대되었다. 종부세 시행결과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 달성도 하지 못했으며, 조세제도의 원칙만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금을 부동산 정책으로 악용한 것은 잘못이며, 부동산 관련 세제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세금은 일부의 부자로 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국민들이 ‘부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전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 같이 인식하게 만든 것이 바로 종부세 도입의 큰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부유세적인 성격을 갖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부동산의 올바른 세수형태인 재산세로 단일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만약 종부세 폐지로 인해 부족한 세수가 문제라면, 중앙정부의 지출 감소와 지방자치 활성화로 해결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지방교부금은 지방재정자립을 약화시키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시킨다. 따라서 줄어든 지방교부금만큼 지방정부 세수를 강화해 지방재원을 확보해주는 근본적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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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내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나 정부가 연이어 내놓고 있는 미분양 해소나 건설경기 보완대책을 보면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심화될 경우 장차 내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인식은 엿볼 수 있다.

경기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에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정권의 변화가 있기도 했지만 과거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가격 안정에 치우쳐 다소 과도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규제완화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는 달리 부동산 규제 완화의 속도는 무척이나 더딜 뿐만 아니라 그 내용과 범위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너무 “찔끔찔끔”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몰 멘 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관련 대책마다 조건과 제약이 일일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책 및 제도 변화 이후에 나타날 가격 불안의 우려가 내포되어 규제완화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완화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도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소극적인 대응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 논리를 표방한다는 정부는 출범 이래 계속하여 부동산시장의 가격 안정을 전제로 할 때만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도대체 ‘가격 안정’이 무엇인가? 상반기 전국의 주택가격은 이미 물가상승률을 하회하는 3%대에 그쳤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은 상반기에 두 자리 수 이상 상승한 지역도 있다. 버블 세븐지역이라고 규정한 강남 일부 지역은 상반기에 오히려 5%가량 가격이 하락하였다. 대신 올 상반기 전북지역은 공식적인 지가상승이 20%에 육박한다. 즉, 안정의 기준을 지역에 국한되어 볼 것이냐, 전국의 수준으로 볼 것이냐 부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부동산 가격 변동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자, 이번에는 지역여건에 맞는 차별적인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별로 차별할 수 있는 정책은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지역구분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지난 8.21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국내 건설업종의 주가지수는 일제히 6%가량 하락하였다. 주식시장처럼 정책에 민감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시장은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대책이 건설업체들의 의견만을 수용한 대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도 실망감을 내비치긴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미분양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신도시나 공급관련 규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규제완화를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입장과 논리를 가질 수 있다. 부동산 문제를 ‘경제 문제’로 보느냐, ‘분배 등 이념의 문제’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문제는 지역경제의 현안이면서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민원사항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상반된 의견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부동산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우선 정부는 특정한 입장에 쏠려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모두가 문제투성이였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각각의 대책들이 특정 이념과 주장에 쏠려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정책수립에 있어 균형 있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가격은 유래 없이 상승했다.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많은 대책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즉 급한 일이 있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가격은 유래 없이 상승했다.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많은 대책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라는 아주 악조건 속에 있다. 우리 스스로가 조절할 수 없는 외생변수도 매우 많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 역시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에서 다루어지고 취급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비교적 소득이 높아 구매력이 있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의 규제를 푸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이제 수도권에 남아 있는 문제는 LTV와 DTI규제이다. 이 규제는 과거 금융기관들이 과도하게 대출경쟁을 할 때에는 효과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설사 두 규제가 풀린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들은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을 시행할 수 없다. 세계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섰다. 고정금리는 10%대이다. 누구라도 쉽게 대출로 집을 사기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므로 금융규제를 푼들 시장이 다시 과열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뿐인가? 조만간 발표된 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양도세가 완화되면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매물증가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이미 5년 이상의 호황 끝인 지금,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보다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매도자금이 소형 재개발 지분 등에 재투자되는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가계의 금융부채가 많은 현 상황에서 적절한 부동산 처분은 오히려 가계부채 상환재원으로 활용되어 우리 경제를 건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8.21] 대책은 최근의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 등의 문제해소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것은 대책에 담긴 수요활성화 내용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 아무리 공급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완화할지라도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1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표한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은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이전보다 좀 더 심각하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내수 경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 경기의 연착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최근의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 등의 문제해소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것은 대책에 담긴 수요활성화 내용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9월초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이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과 범위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 온 부동산 정책이 매우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는 크게 두 가지의 숙제가 있다. 우선 경기 전반을 고려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과 기본적인 정책의 틀을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것’이다. 이번 8․21 대책에서 발표된 다양한 공급관련 정책은 후자이다. 여론의 비판과는 달리 이번에 제시된 다양한 공급제도 보완은 비단 경제 활성화 측면만이 고려된 것이 아니다. 이는 이미 기업과 시장에서 장기간 동안 개선을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불필요한 절차의 중복, 현실과 괴리되었던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한 것이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나 일반 분양분의 후분양 강제, 분양가상한제 일부 보완, 재개발 재건축 사업 절차 개선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건설업체만의 의견을 반영한 규제완화라고 매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편 ‘시급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미분양이 적체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주택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통해 미분양이 해소되는 것일 것이다. 현재 건설 경기 둔화와 부진은 신규 수주 물량의 고갈보다는 기존 사업에서 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데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거기에 자재가격 상승과 금융비용의 증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택 등의 부동산 산업은 수요가 견인하는 사업으로 공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편리성보다는 수요 회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아무리 공급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완화할지라도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신중함과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선인들의 표현 중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근본적인 것일수록 천천히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급한 문제는 조금 다르다. 시급성을 요하기 때문에 다소 과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지난 외환위기 직후가 아닌 외환위기 직전과 오히려 유사하다. 즉 부동산 및 건설시장의 내부 문제가 거시경제적인 악재를 만나면서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켰던 지난 1997년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상기할 때이다. 이제 부동산은 당분간 경제문제이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 규제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것과 시급한 것을 분리해서 제시한다면 국민들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급한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이 실기한다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도 역시 시장은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좀 더 과감한 행보를 기대해 본다. ■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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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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