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제정된 노동조합법은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면서 그와 동시에 노동조합 전입자에 대한 회사의 임금지급을 금지하며, 5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노사가 이에 대비토록 하였다. 이 조항이 2001년과 2006년 두 차례 개정을 통해 유예기간을 계속 연장시키면서 지난 13년간 효력정지상태였으며, 이제 2010년 시행을 앞두고 노사문제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영국,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노조전임자의 경우 조합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를 위해 전임자의 임금을 노조가 직접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하지 않은 전임자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 불법파업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노조에서 충당하지 않으므로 노조활동이 조합원들 권익향상보다는 노동활동가로서의 활동이나 다른 곳의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 정치투쟁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노동운동의 과격화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행을 앞두고 여러차례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표류해 왔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무엇이 문제인지 이슈인에서 다루어 본다. - 프리넷뉴스 |
'복수노조'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0.01.20 무노동 무임금, 노조전임자는 예외인가
- 2009.09.17 노조전임자, 회사 월급 받으며 회사와 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
- 2009.08.16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의 본질 3
자유기업원, 시대정신 노조전임자와 복수노조 문제 세미나 개최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타임오프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무력화시켜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9년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33개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단계 하락한 수치다. 정부의 국가경쟁력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6단계나 하락한 것은 노동시장 효율성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평가되며(84위) 전반적인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 노사간 협력은 95위에서 131위로, 고용 및 해고관행은 45위에서 108위로 전년대비 순위가 많이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불합리하고 굴절된 노사문화를 고착화 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유예' 시한이 오는 12월 31일 끝나게 된다. 또한 2010년부터는 복수노조가 허용될 예정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1997년 3월 13일 노조법 을 제정하고도 그 부칙으로 배제시기를 2001년 12월 31일→2006년 12월 31일→2009년 12월 31일로 무려 13년간이나 늦춘 노동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 유예 여부와, 복수노조 교섭구조 문제의 정립이 선진노사관계를 갈망하는 한국사회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시장경제 전문연구소인 자유기업원과 (사)시대정신이 8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노사관계 선진화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대정신 안병직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경우는 진보와 보수는 이념적 문제보다 깊은 차원의 문제로, 한국인의 문화수준과 시민의식수준과 관계가 있다"며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면 해결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조전임자들이 회사에서 월급을 타면서 회사와 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세계 여러 기관들이 발표하는 각 나라의 경제지표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 분야 지수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직업적인 혁명가나 직업적 투사의 성격을 가진 분들이 변질된 노조운동을 하기 때문"이라며 "제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투사적 노조 전임자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노동전임자 임금지급은 부당노동행위이자 편법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부문 주제 발표를 맡은 숭실대 전삼현 교수는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 유예에 반대했다. 다만 전 교수는 국내 경제현실에 맞는 보완책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행 노조법 제 81조 제4호 단서에서 근무시간 중협의 교섭과 후생 복지적 기금의 기부 및 최소한 규모의 노조사무실 제공을 허용함으로써 이른바 노사관계상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은 허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와 관련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원론에 맞지 않고 노조 자주성 기본취지에도 맞지 않는 편법"이라며 "그걸 지지하는 분들은 노사가 합의해서 사용자가 임금을 전임자에 준다는데 못받게 하느냐고 반문하지만 선진국은 원칙을 바로세우는게 후진국과의 차이"라고 노동계의 유예 주장을 꼬집었다. 아울러 조 의원은 "노조전임자들이 사측을 압박해 임금을 쟁취 탈취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결론적으로 전임자 임금지급이 전근대적 노사문화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나았다. 이런 부조리를 빨리 해체하고 원칙을 지키며 생산적인 노사문화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이 실현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 여야가 노사가 합의해서 대타협을 이뤄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한국노총과 정책적 연대하는 한나라당 당내만 하더라도 의견 통일이 안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한국노총과의 연대수준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타임오프 도입은 전임자 임금지급 포기하는 것"
(사)시대정신 홍진표 이사는 최근 노사정위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와 경영계에 제안한 타임오프(Time-off) 도입에 대해 '일종의 눈속임’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타임오프제란 근로자 고충처리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활동, 노동위원회 출석과 같은 노사 공통의 관심사나 노무관리 차원의 활동을 한 경우에 한해서는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등 기업별 노조가 많은 선진국들이 이 제도를 시행중이다. 홍 이사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전면금지라는 2006년 노사정 합의의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며 "떼법이 만연하고 강성노조 중심의 현장 노사관계 등을 감안해 볼 때 타임 오프 방안은 사실상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수노조 허용 전제하에 교섭창구 단일화 구조 정립해야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선, 참석자들은 교섭단체 창구 단일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주제발표를 맡은 아주대 박호환 교수는 "복수노조의 허용 여부는 이미 노사정 간에 합의를 본 사항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끝난 것이고 문제는 교섭창구의 구조 정립"이라며 "단체교섭 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기에 창구는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교섭단위의 결정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명지대 조동근 교수도 "창구가 단일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복수노조 허용은 교섭혼란 만을 초래할 것"이라며 "복수노조하에서 교섭의 시간과 비용을 감안할 때 교섭창구 단일화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창구 단일화와 관련 "노조 간 자율적 합의에 맡기되 시한을 설정하고 시한을 넘기고서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제3의 방법에 의해 단일화한다는 것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창구단일화 방안 국회입법 필요
정기돈 변호사는 단체교섭 창구단일화를 위한 구체적 입법형식에 관해 현행 노조법 규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행 노조법 부칙 제5조 제3항에 의하면 노동부 장관은 2009년 12월 31일 까지 기한 경과 후에 적용될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정 변호사는 "현행 노조법 대로라면 복수노조가 설립된 이후에도 노사간 자율적 합의와 노노간 자율적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대적 관계의 복수노조가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면 노동부장관이 위 규정에 따라 고시한 단체교섭 방법 절차 등의 적용에 대해 이해관계인 모두가 곧바로 승복할 것인지는 의문이고 이를 강제한다면 법리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구체적인 창구단일화 방안은 하위법령에 위임하더라도 적어도 근거법규는 국회의 입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지정토론에 김영문 전북대 교수 종합토론에 김수곤 경희대 명예교수, 이두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강필성 기자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관련 법 조항의 시행유예만료기간이 2009년 말로 다가옴 따라 또 다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복수노조 문제는 노조의 계급지향적 노동투쟁방식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노동투쟁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노조전임자 문제는 귀족노조와 노동계급정치를 양산하고 있어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조합비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정치지향적 계급투쟁 강령을 폐기하고, 노동운동이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처럼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
복수노조 문제와 노조전임자 임금문제가 또 다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그 이유는 개정 노동법의 시행유보 기간이 2009년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을 시행유보 했던 이유는 노조전임자 임금보조를 중단했을 때 예상되는 반발과 복수노조 등장으로 산업이 곤경에 처하는 상황도 피하고 싶다는 단순한 사고 때문이었다.
그러나 복수노조 상황이 아니었어도, 쌍용자동차 분규는 민노총 상급조직과 정당⋅사회단체 개입으로 회사존립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갔었다. 이것은 복수노조에 대한 우려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밖에 반정부 정치투쟁에 조직력을 가동하는 민노총의 자금력이 입증되면서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도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전투적 노사관계국가라는 외부세계의 혹평을 감수하면서 민노총의 투쟁노선이 문제라는 실상을 밝히지 않는 이중사고에 빠져있다. 만약, 계급지향적 노동투쟁을 노사관계 우산으로 감싸지 않았다면 노사관계 담론은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기조 위에서 실용적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이 글은 이런 시각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문제 본질을 조명하고자 한다.
복수노조 선결과제는 민노총의 '계급지향적 투쟁’ 강령 폐기
복수노조에 대한 공포는 노조가 투쟁하는 단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노조를 계급투쟁 수단이라고 가르치는 마르크스 교시에 따르면 복수노조 상황은 계급투쟁 확산을 의미하므로 기업측에 위기의식을 일으킨다. 일본노조 총평이 전개한 계급투쟁 노동운동을 닮은 민노총의 일관된 투쟁노선은 기업측에 불안감을 주었고 그것이 복수노조 공포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노총의 투쟁노선은 권력과 자본을 분쇄대상으로 규정한 강령에서도 나오지만 노사분규 외관을 빌리고, 사회는 그것을 노사관계 이름으로 수용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속앓이를 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정부와 재계를 포함한 노사관계 당사자의 이중적 접근자세에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민노총 투쟁노선의 원천인 강령을 용인하면서 법과 질서라는 빈말을 반복하고 애국심을 팔아 언론플레이하는 이중성이 문제를 키웠다. 노조 내면에서 투쟁하는 단체로 이끄는 이데올로기에는 눈을 감고, 외부에 나타나는 단편적 행동만 보는 이중사고가 노사관계 불신을 조장했다.
영국에서 나온 최초의 노조는 조합원의 일을 지키기 위한 단결이었으며 자연스럽게 직종별노조가 발달했다.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근로자에’ 노동삼권을 준다는 한국헌법의 간결한 표현 속에는 영국형 노시관계 역사교훈을 수용하는 논리가 들어 있다.
영국기업은 다수노조와 공존하면서 단일테이블 교섭방식(single table bargaining)을 고안하고 단일노조 협정(single union contract)을 성사시키며 유연하게 대응했다. 중소기업 중심인 영국과 달리 대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에서는 적절 교섭단위제도(appropriate bargaining unit)를 설계하여 경영안정과 능률을 도모했으며, 기업별노조를 선택한 일본에서는 종업원 분열을 의미하는 복수노조가 생소하다. 계급투쟁 이데올로기가 없는 환경에서 일을 두고 형성되는 복수노조는 기피대상이 아니라 관리대상임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역사적으로 복수노조에 직면한 나라들은 다양한 접근방법을 개발하여 노사가 공존해 왔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민노총의 투쟁노선을 지적하지 못하고 속으로 두려워하는 환경이 실용적 토론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종업원의 자유로운 접근과 선택이 소외될 우려도 있다.
호주 하워드정부는 세계에서 최초로 개별근로계약을 단체협약 수준으로 보호하는 절차를 도입하였다. 이것은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키는 제도가 도전받고 있다는 증후라고 할 수 있으며 복수노조에 대비하는 한국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노조전임자 문제의 본질은 정치적 노동투쟁
노조전임자 이슈 속에는 임금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국면이 숨어있다. 먼저 전임자 지위가 노동투쟁의 전리품이라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 전임자가 되면 근로제공의무를 면제받지만 그것을 노동투쟁의 전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임자가 담당할 직능과 과업을 따지지 않고 몸집만 키우려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전임자문제가 빗나가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노동투쟁의 강도가 커질수록 그 전리품인 전임자 수가 증가되어 지금은 전임자 계층을 형성하고 노동조직 안에 귀족반열이 군림한다. 노동 내부에 일하지 않는 귀족계층이 늘어나자 그 중간에 근로제공의무를 불이행하는 준귀족층이 파생했다. 노조에 이름을 걸어 두고 일하지 않는 종업원계층이 있지만 투쟁하면 주어야 할 자리이기 때문에 묵인되고 있으며, 그것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근로제공의무에서 해방된 전임자계층이 정치적 노동투쟁의 중추를 이루고, 정치적 노동투쟁은 다시 전임자계층의 일상적 직능으로 변하여 순환된다. 한국의 전임자계층이 19세기 혁명적 환경에서 마르크스가 개발한 '노동계급정치(working class politics)’ 전술을 21세기 환경에서 실천하고 있다.
귀족노조 타파위해 전임자 임금은 조합비로 지급해야
노조를 투쟁하는 단체로, 전임자를 노동투쟁의 전과라고 보면 임금은 패자인 사용자 부담이 되며, 이것이 한국의 관행이 되었다. 그러나 노조 목적을 조합원의 일 보호에 맞추면 전임자문제는 노조 내부관리문제로 바뀐다. 일을 지키기 위하여 단결한 영국노조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관리비를 조합비로 충당했기 때문에 일하지 않는 귀족층이 생기지 않았다.
노조가 현장에서 일을 지키게 되면 조합원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이 나오고, 활동범위가 확대되면 노조 힘으로 보상하는 시장원리가 작용될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조합원의 일을 지키는 노조활동과 기업의 생산 활동이 동행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보상이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와 기업은 노동문제를 일과 분리하여 아웃소싱(outsourcing)시킨 결과 '일’이 빠진 이상한 노동문화가 나왔다. 노사분규는 정부 관계당국과 특정 단체의 존재이유가 되었으며 노사관계가 안정되면 존재이유도 없어진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된다. 노사관계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본질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고 고식적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는 이유가 나타난다.
기업이 번영해야 임금을 더 요구할 수 있다며 노조를 이끈 영국 초기노조의 비즈니스 유니오니즘(unionism)이나,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는 것이 노동운동의 목적이라는 미국의 비즈니스 유니오니즘 중심에는 일이 있었다. 노⋅사가 함께 일을 떠나 대결하면 거창한 계급차원의 이익이나 편협한 명분에 따라 행동하는 교조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이 노사관계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하는 것이며, 일에서 소외된 한국노사관계 상층구조의 한계를 암시한다. 영국이 노동부 역할을 산업관련부서에 이관한 이유가 나온다.
노조, 정치투쟁 폐기하고 근로조건 향상에 목적을 둬야
일이 노사관계 중심에 오면 노조가 단결권을 독점하는 제도에 의문이 생긴다. 영국에서 처음 나온 단결권 원형은 노동이 쟁취한 것이며 후발공업국에서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키는 법이 나왔다. 영국에서 단결권 독점현상(closed shop)은 대처정부에서 사라졌으며, 오바마정부가 추진 중인 종업원 선택권 확대(Employee Free Choice Act)나 호주의 하워드정부가 종업원단체에 교섭권을 인정한 것은 단결권 독점상황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헌법상 근로조건 향상목적에 충실하면 종업원의견 수렴방식을 개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노사협의회’에 종업원임금 대변기능을 부여해도 헌법상 이상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근로자평의회(works council)와 노조가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은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키는 환경의 변화를 말하며, 현안인 복수노조문제 해법에도 중요한 활로를 제시한다.
계급투쟁 이데올로기를 포기한 영국노동은 기업의 파트너가 되어 생산성 향상운동을 전개한다. 일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근로계약은 파트너십계약과 유사하므로 노조가 생산성 향상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생산성향상운동에 동참하는 노조를 생각하면 복수노조 공포는 곧 투쟁노선 공포와 같은 것이다.
시장원리가 존중되는 영국에서 노조는 생활공동체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일을 촉매로 기업과 노조 그리고 지역사회가 공동체적 유대관계를 맺고 공존하는 면에서 보면,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킨 19세기 구도는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다. 노조기능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재설계되는 21세기 변화방향을 코뮤니티 유니오니즘(community unionism)이라고 한다면, 쌍용자동차 사태는 이것을 한국에 알리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할 때, 민노총의 정치지향적 투쟁노선이 그대로 있다면 노사를 만족시키는 묘안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민노총이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조로 변해야 하며, 이것은 다시 투쟁정신의 원천인 강령을 수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대안개발노력의 우선순위가 민노총 강령 수정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이중적 접근자세가 이런 노력을 기피한다면 어떤 대안이 나와도 유사 쌍용사태는 이어질 것이다. ■
김영환 /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저자소개:김영환 명예교수는 명지전문대학에서 정년퇴직 후 민노총의 투쟁 노선 등 좌파 노동이론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노동조합의 기원과 조직형태’, '불법폭력파업과 시민권리 보호’, '한국노사관계의 재인식-일 중심 노사관계와 계급투쟁 노동운동’ 등이 있다.
[언론기고] 노조전임자 임금은 노동조합이 부담해야
[리버테리안] 귀족노조'라는 표현에 숨겨진 독소
[Digest]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의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