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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6 정약용의 민권의식
  2. 2009.08.26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힘


정약용은 왕권 강화를 주장하였다. 강력한 왕권으로 민(民)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다시 왕의 소유로 전환하고 분배하여 정전제를 실시할 것과 관료들의 업무실적을 철저하게 평가할 것(考績制度)을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들은 그가 왕 중심의 전체주의나 폐도정치, 혹은 법가사상 같은 주장을 했다고 이해되곤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왕권강화 주장과 모순되는 주장을 하였다. <탕론>에서 탕왕이 폭군이었던 걸왕을 폭력에 의해서 몰아낸 행위를 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고대 중국에서 왕은 천(天)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이 아니라 '아래서 위로’(下而上)의 선거제적 방식에 의해서 결정되었음을 주장한다.

또한 <원목>에서 그는 개인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통치자가 출현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牧들은 “한 사람이 다툼이 있어 찾아와 판결을 요청하면 귀찮아하며 어찌해서 이처럼 시끄럽게 구느냐하고 곡물과 옷감을 내어 받들지 않으면 몽둥이질, 방망이질로 피를 보고서야 그만둔다.”고하며 비판한다.

정약용의 이러한 民중심의 사상은 흔히 좌파사상과 비슷한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루소의 일반의지(General Will), 혹은 이이의 公論과 같은 민중 중심의 정치사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이라는 '집단’의 정치 참여를 주장하는 루소와 이이의 사상이 각 개인의 권리 보호를 강조하는 정약용의 사상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왕권 강화와 민권 강화를 동시에 주장하는 그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영국의 사례를 통해서 생각해 보자.

이종흡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자본주의적 사회 질서>라는 글에서 “영국 사회계약론의 전통은 자기 보존과 사유재산 같은 사적 요소를 공적 영역으로 편입시킴으로써 계몽주의의 중요한 목표를 실천한 주역이었다.”고 말한다. 즉 귀족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 까지 법이 개입하여 적용됨으로써 개인의 사유재산권 등을 보장해주는 등의 자유주의적 과업이 성취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았을 때 국가 권력 혹은 왕권 강화를 통한 엄격한 법의 적용이 사유재산제의 보장과 같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정약용이 살고 있던 조선 후기의 상황은 권력을 갖고 있던 양반 관료들이 백성들의 재산을 마음대로 착취하여도 아무런 정치적 견제를 받지 않고 있었다.

아일런드는 자신이 쓴 <일본의 한국통치에 관한 세밀한 보고서>에서 19세기 말 조선의 상황을 '사법부와 행정부의 분리는 오직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법 집행은 여전히 탐욕스러운 행정 관료들을 만족시키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중략- 경찰서 역시 종종 법원의 일부 기능을 침해했고 군부와 궁내부는 때때로 임의로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실제로 죄수들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행정 부서가 상벌을 주었고 일반 대중을 희생하며 이 같은 권력을 항상 남용했다.’고 말한다.

정약용의 당시 현실인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주희에 의해서 처음 시행된 후 우리나라에 도입된 사창법(社倉法)을 '지배하는 자’가 官을 끼고 私를 부린 결과 국왕의 德義가 중간에서 소멸되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불가에서 이르는 아비지옥이란, 지옥 속에 또 무수한 지옥이 있다는 말인데 지금 사창이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아, 슬프다! 누가 이 법을 만들었는가? 간사한 자이든지, 어리석은 자이든지 반드시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약용의 왕권강화 주장은 결국 민권의 강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적인 사유재산도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선해야 할 것은 왕권 강화를 통해서 관료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이를 통해서 관료들의 착취를 억제함으로써 민권 강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약용이 민권과 왕권을 동시에 강조하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영국처럼 기본적인 사유재산제의 보장이 이루어 진 후에 왕권의 견제와 국가 권력 제한의 필요성이 제기 되는 것인데, 조선의 현실은 왕권 강화에 의한 사유재산제의 보장이 급선무였던 사회였다.

탕왕에 의한 폭력적 정권 교체를 옹호한 정약용이 만약 당시의 조선 상황이 오히려 강력한 왕에 의한 착취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결코 폭력적 정권 교체에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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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합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기관의 활동을 통한 정치보다 대중의 직접적인 정치참여가 헌법적인 절차가 무시되더라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러한 입장에 부합하는 사상가 중에 루소가 있다. 그는 민주주의를 일반의지(General Will)에 의한 정치로 규정한다. 일반의지란 일반 대중들의 일치하는 의견을 말한다. 그런데 이 일반의지가 형성되는 것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의미하였다. 만약 이에 수긍하지 않는 개인이나 적합하지 않은 법이 있다고 한다면 일반의지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소는 공동체가 있기에 개인의 권리와 법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입장과 부합하는 면은 성리학자 이이(李珥)의 사상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기일원론(氣一原論)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민중(氣)만이 정치적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왕에게 언로를 열어줄 것을 건의하기도 하였고, 특히 사간원, 사헌부 등의 활동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이는 민중의 일치된 여론을 공론(公論)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표현하였고, 바로 이 공론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황은 서인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세勢에 의한 정치’로 합법적인 권한을 무시하는 정치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대중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치라고 규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얼핏 보기에 루소와 이이의 주장은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 결과를 살펴보면 그들의 주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먼저 프랑스를 살펴보자. 루소의 사상을 정치 이념으로 채택하였던 자코뱅당은 프랑스대혁명의 기간에 사상 유래가 없는 폭압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부르주아와 농민의 연합에 의해서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의 초기의 자유주의적인 개혁 방향이, 후반에 자코뱅당에 의해서 공포정치로 전환되고 말았다.

또한 이이의 사상을 계승한 서인들은 인조반정을 통해서 정권을 획득하게 되는데, 그들은 민중의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이 곧 민중의 의견이라는 독선으로 조선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이러한 의외의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토크빌의 견해를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루소나 이이와 반대로 다수의 일치된 의견 혹은 '다수의 횡포’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한다. 프랑스는 '자유의 쟁취’라는 목적으로 대혁명을 일으키지만, 민주주의가 갖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제제하려는’ 평등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자유를 포기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결국 프랑스는 독제정치의 길로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다수의 일치된 의견인 공론(公論)이나 일반의지(General Will)에 의한 정치가 대중의 평등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치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토크빌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자.

그는 영국이 평민과의 소통 의지와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귀족의 역할로 인해서 민주주의가 평등주의에 빠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귀족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발달되지 않은 중앙집권제도와 끊임없이 서부로 확장하는 풍부한 영토(새로운 이주민들에게 끊임없는 부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사법관의 역할, 정치와 분리된 종교의 헌신적인 노력 등으로 인하여 다수의 폭정이 완화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여러 사람들의 정치적 참여로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우리는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가운데,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합법적으로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각 개인들의 다른 관점에서의 많은 참여와 헌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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