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업투자에 있어서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최근 신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과감한 투자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구조가 변화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물투자나 R&D투자에 있어서 관련된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기업정서를 완화하고 지배체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창업규제 및 노동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투자확대를 통해 생산설비를 증대시켜야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는 생산능력을 확충시킬 뿐만 아니라 자본스톡의 증가를 통해 한 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면 2008년에 -2.0%였던 것이 2009년도에는 -8.9%로 크게 감소하였다. 우리나라는 왕성한 설비투자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투자감소로 인한 장기 성장잠재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투자를 살리기 위한 노력 필요

최근 기업투자가 저조한 이유는 수익성있는 사업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데 기인한다. 최근 일부 기업은 금융위기 기간에도 많은 이익을 실현함으로써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저축액은 지난해 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또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익률 향상을 통해 내부유보를 증대시켜 왔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기업들은 부채 등 외부에서 조달된 자금은 물론 내부유보를 이용하여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던 때도 있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수익성 개선, 기업들의 차입경영 자제 등으로 부채비율은 대폭 낮아졌지만, 일부 기업이 최근 신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과감한 투자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투자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성장산업을 찾고 있는 기업이나 고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정부나 마찬가지이다.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위험한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지만, 최근 들어 기업투자에 있어서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있으니 투자하라는 식으로 투자를 재촉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투자를 증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기업들의 투자 의사결정 구조가 변화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1998년도 외환위기와 2008년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위험, 불확실성을 더욱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존하는 위험하에서 투자로부터 성장과 이익이 나는지를 보다 면밀하게 판단하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기업투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과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은 기업에 영향을 주는 경제정책, 제도변화, 기업 간 경쟁양태 등 다양한 경제환경에서 생성되기도 하지만, 정치․사회변화와 같은 경제외적 변화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설비투자는 일단 투자되면 다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속성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투자를 연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구나 투자규모가 큰 경우에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설비투자액은 전체 설비투자액 중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의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규모 투자일수록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이 커지고 한번 투자한 것은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고 투자위험이 커지는 경우 투자연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이 과제

기업들이 계획된 투자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각종 제도,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발생하는 기업경영 상의 비용증가 요인 및 기업을 둘러싼 규제환경을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고 그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투자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배체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과거에는 대기업 간에 위험공유를 통해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였다. 이 결과 투자규모가 크고 위험한 투자 프로젝트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체제가 작동하였다. 외환위기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들은 대기업 체제 및 기업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을 높임으로써 기업들이 과거처럼 과감한 투자정책을 펼치는 것을 어렵게 하였다.

투자를 위한 위험공유 체계가 무너지고 각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오늘날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보수화된 투자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기업가의 투자의욕과 기업가정신 발현을 위해서는 팽배한 반기업정서를 완화하고 지배체제의 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가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의 대출은 뚜렷하게 단기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자본시장 역시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 등 주주중시의 경영과 기관투자가의 영향력 증대로 인해 기업경영의 단기 업적주의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같은 단기주의 역시 기업의 장기 대규모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둘째로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국내외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세계 각국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각지로 이동하고 있고, 각국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세계 유수의 기업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2009년 19위로 이전에 비해 많은 환경개선이 이루어졌으나 노동환경이나 창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들을 옭매고 있는 규제와 제도적인 제약들을 풀고 개방을 더욱 확대하여야 한다. 창업규제나 노동규제를 푸는 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쉽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서비스산업과 지식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기존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진입장벽을 없애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기업친화적인 기업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활동에 대한 높은 정부규제, 열악한 금융지원 체제, 높은 지가 및 노사분규, 인력난 등은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논란이 진행 중인 각종 혁신도시, 기업도시 및 수도권규제정책 등 투자관련 제도 및 정책은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크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연구개발투자 확대방안 마련

셋째로 실물투자의 확대와 함께 차세대 성장엔진의 창출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7년도 전(全)산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2.43%로 2001년도의 2.30%보다 미미하나마 다소 증가하였다.

이미 IT 등 지식·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의 성장속도가 전통산업에 비해 빠르고 또 이 부문의 고용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고수익과 높은 연구개발투자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기술개발 투자를 더욱 활발히 하는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과 선진국 가운데에서 샌드위치 상태에 빠지지 않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흐름이 실물투자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 발굴을 뒷받침할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지도록 조세감면 등 정책적인 유인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첨단 성장동력 산업의 창출 및 고급인력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병기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자소개: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은 기업이론 및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관한 제도연구를 하고 있으며, 최근 저서로 “기업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의 영향분석(2004)”, “금융발전이 기업성장에 미치는 영향분석(2008)”,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과제: 신뢰의 정책적 함의(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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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대표이사들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마케팅비를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매출액 대비 20%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당국자가 나서 한국 통신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세 통신사들이 영업비를 제한하는 신사협정을 맺도록 유도한 이 결정은 정부가 기업의 담합을 유도한 카르텔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영업비 규제는 현 최대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시장의 활력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정부의 의도와 달리 산업발전도 저해할 것이다.

최근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대표이사들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마케팅비를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매출액 대비 20%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단 올해는 스마트폰 활성화와 판매점·영업점 종사자들의 고용문제 등을 고려해 22%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 합의로 기업의 마케팅비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해 통신사들은 매출액의 24.5%인 8조6천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 비용을 매출액의 22%로 감소할 경우 1조9천억원, 20%로 줄이면 2조4천500억원이 절약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통신사들이 절약된 영업비용을 연구개발과 콘텐츠개발 및 설비투자에 사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당국자가 나서 한국 통신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세 통신사들이 영업비를 제한하는 신사협정을 맺도록 유도한 이 결정은 정부가 기업의 담합을 유도한 카르텔을 조장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 합의는 시장경쟁을 침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설비투자 증가를 통한 산업발전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마케팅비 제한은 시장경쟁 침해와 산업발전 저해

이번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통신사들의 시장경쟁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발 통신업체들의 경쟁력을 손상시킬 것이다. 유선 분야에서 연 매출 7조원에 이르는 KT와 연매출 2조원의 SK브로드밴드가 동일한 20%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선 분야에서 연매출이 12조원인 SK텔레콤과 3조5천억원에 불과한 LG텔레콤의 마케팅비도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는 KT가,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해 KT는 8천억원 정도, SK브로드밴드는 6천억원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주로 유선시장의 초고속인터넷의 판촉에 사용했다. 그런데 매출 기준 20%로 계산하면 SK브로드밴드의 마케팅 비용은 4천억원으로 감소하지만, KT는 여전히 8천억원을 지출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의 영업비 규제는 현재 최대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시장경쟁의 활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마케팅비 제한은 시장경쟁 축소로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것

이번 협의와 더불어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지급해오던 단말기 보조금이나 초고속인터넷 현금지급 등의 각종 혜택을 크게 축소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통신사들이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지급하는 이 인센티브는 통신사들이 거두고 있는 막대한 독과점 이익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한 방법으로 통신사간 경쟁으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통신사들이 절약하게 될 2조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은 같은 크기의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제 정부의 통신시장에 관한 지나친 간섭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케팅비를 제한하려는 의도는 통신사업자들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에 등한시함으로써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정부는 통신회사들이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절약된 자금을 콘텐츠 개발이나 설비투자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이번 협정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정으로 절약된 영업비를 콘텐츠 개발이나 설비 투자 등에 쓰지 않을 경우 통신요금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친절히 지도하기도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언론에 투자와 마케팅비를 동시에 발표하면서 정책적 수단과 단속을 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시장경쟁 축소로 산업발전을 저해

그러나 정부의 진단과 달리 시장경쟁의 도입이 서비스의 확산과 설비경쟁을 불러옴으로써 국내 통신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는 이동통신 산업과 초고속인터넷 산업의 성공이 정부규제가 아닌 시장경쟁의 확산에 기인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 2005, “정보통신정책 현안분석 2004”).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독점체제로 운영되던 국내 이동전화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여 시장기능을 활성화한 것이 이 산업의 성공요인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처음부터 부가서비스로 분류하여 진입 및 요금규제를 제거했으며, 그 결과 기간 통신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초고속 인터넷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의 설비경쟁이 시장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규제의 철폐와 시장경쟁의 도입이 통신산업 발전의 주요 요인

정부의 통신사 영업제한 정책은 이 산업에서 사업자간 자유경쟁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최근의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관리경쟁 체제는 사업자간 담합을 조장하고 사업자의 진취적 경영을 억제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영업규제는 현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가격상승과 품질저하라는 독점시장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인식하여 정부는 이 산업에서 규제완화를 통해 자유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의 역동성을 증가시켜야 한다.

통신사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는 기술개발 사업자를 우대하고 원천기술을 보호하는 산업정책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궁극적으로 이 사업에 대한 인허가제도를 철폐함으로써 기술선도자가 자연스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즉 사업자 선정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시장의 선별기능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 법무법인이 미주노선에 대한 가격담합을 이유로 국내 항공사들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한국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등의 명목으로 요금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 8월 대한항공이 3억 달러, 금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5,000만 달러의 벌금을 미 법무부로부터 부과 받은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 승객들은 이미 2007년 하반기부터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카르텔에 대한 부족한 인식으로 국가이미지 손상과 기업비용의 증가

이러한 미 연방법무부 독점금지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담합행위 적발은 2005년 반도체 업체를 시작으로 항공사, LCD패널업체 등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2008년 12월 LG디스플레이가 미국 반독점법 집행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4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으며, 그 결과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TFT-LCD 패널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과 3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미국시장에서 가격담합 행위로 받은 벌금의 액수를 살펴보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05년 하이닉스 1억8,500만 달러, 삼성전자 3억달러, 2007년 대한항공 3억달러, 2008년 LG디스플레이 4억달러, 2009년 아시아나항공 5,000만달러 등 총 12억달러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조4,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이다(김형준, “연방법무부의 카르텔 수사와 기업윤리,” 법률신문, 2010.3.12).

이러한 한국기업들의 급증하는 독과점법 위법 판정은 미국 경제의 불황에 따른 자국 산업보호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기업들의 카르텔 행위를 엄격히 처단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들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미 정부의 인식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은 1890년 셔먼독점금지법(Sherman Antitrust Act) 이후 카르텔 행위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1957년 로마협약을 통해 카르텔 행위를 위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마케팅비 제한은 카르텔 조장하는 후진적인 행태

이러한 선진국들의 카르텔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에 비해 한국은 카르텔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직·간접적인 담합행위를 거리낌 없이 실행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 각종 기업들의 영업 행태가 외국에서 카르텔 판정을 받아 크게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시사한다. 최근 정부도 이를 인식 국내기업의 카르텔을 엄격히 처벌하려 하고 있음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소주와 음원, LPG에 대한 가격담합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카르텔에 대한 기준과 그 법 집행은 여전히 국제적인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가 통신사 사장들과 만나 마케팅비 사용액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정부가 기업의 카르텔행위를 스스로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행위는 향후 국내 통신사들이 외국시장에 진출할 때 처벌을 자초하는 위험천만한 비상식적인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 활동은 기업고유의 영역으로 정부규제는 위법

마케팅은 기업의 중요한 활동으로 그 과다여부는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할 사항이다. 즉 마케팅의 방안과 그 비용의 결정은 중요한 기업고유의 경영활동 영역이다. 정부가 나서 그 지침을 제시해야 할 사항은 결코 아니다. 이는 기업의 자유를 저해하고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극히 후진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통신산업의 발전은 규제완화와 경쟁도입을 통해 시장의 선별기능을 확대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마케팅비 규제는 기업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국제적인 카르텔 금지법을 위반하는 불필요한 행동이다.

김상호 / 호남대 무역학과 교수

저자소개: 김상호 교수는 미국 Michigan State University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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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반시장주의자들은 언제나 그 원인을 시장 또는 자본주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경기변동은 거의 언제나 정부의 이자율 규제와 화폐량 증가 때문에 발생해왔다. 과다한 통화량은 자본재 산업에서의 과오투자를 유발한다. 그 결과 경제 모든 분야에서 과오투자가 일어나는 붐(boom), 상당수 기업이 자신들의 투자가 이윤이 나지 않고 그 결과 투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위기(crisis), 상당수의 산업과 기업에서 파산・실업・구조조정・합병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침체(depression) 등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경기변동의 정확한 원인은 시장이나 자본주의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정부실패’때문이다.

전 세계적 경기변동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번 경기변동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분석과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문제가 되는 현상을 고치거나 재발을 막고자한다면 현상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고 그에 대한 처방은 그 다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변동은 미국 부동산에서 버블이 발생하고 잇따라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가 높아져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미국 부동산버블과 그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은 경기변동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부동산버블과 금융위기보다 범위가 넓은 경기변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경기변동 원인은 과다한 통화량 증가

경기변동은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 내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과오투자(malinvestment)가 일어나는 붐(boom) 국면, 상당수 기업이 자신들의 투자가 이윤이 나지 않고 그 결과 투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위기(crisis) 국면, 상당수의 산업과 기업에서 파산・실업・구조조정・합병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침체(depression) 국면 등이다.

이제 경기변동의 원인들을 살펴보자. 먼저 과다한 통화량 증가를 이번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주장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가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규제하였고 이에 따라 신용수단 또는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경기변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준이 만들어진 1913년부터 2001년까지 창출된 요구불예금 총액의 70%에 맞먹는, 실로 엄청난 액수의 요구불예금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창출되었다. 제도적으로는, 지폐의 발권을 정부가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민간금융기관의 부분지급준비제도를 허용하기 때문에 통화량이 과다 창출되는 것이다.

과다한 통화량은 자본재 산업에서의 과오투자(과잉투자나 과소투자)를 초래한다. … 과오투자가 행해지는 시기를 붐 시기라고 한다면 그런 과다투자가 잘못된 투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청산하는 시기를 버스트(bust) 시기라고 한다.

통화량 증가가 어떻게 경기변동을 초래하는가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과다한 통화량은 주택시장을 포함한 자본재 산업에서의 과오투자를 초래한다. 여기에서 과오투자란 과잉투자(동일 산업에서의 과잉투자는 중복투자가 된다)뿐만 아니라 과소투자도 또한 포함한다. 일정 부문 또는 산업에서 과잉 투자되면 경제 내의 자원이 그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 부문을 제외한 다른 부문 또는 산업에서는 과소 투자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 주택, 자동차 등의 자본재 산업에서 엄청난 과잉투자가 일어났다.

그러나 과잉투자에 비해 과소 투자된 부문을 식별할 수는 없다. 경제이론으로만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경제 내의 일부 부문에서 과잉투자의 크기가 클수록 다른 부문에서는 그와 비례하여 과소투자의 크기가 커진다. 과오투자가 행해지는 시기를 붐 시기라고 한다면 그런 과다투자가 잘못된 투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청산하는 시기를 버스트(bust) 시기라고 한다.

이번 경기변동을 화폐량 증가에서 찾는 견해는 비록 소수 견해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 견해가 이번 경기변동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다. 여기에 평등주의,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탐욕에 기인한 기회주의 등이 이번 경기변동을 증폭시켰다.

그린스펀의 오류: 저축이 경기변동을 유발했다?

앞에서 제시한 분석을 제외한 경기변동의 원인들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시아의 과도한 저축이 경기변동을 불렀다는 것이다. 소위 아시아 책임론 또는 음모론이다. 이 주장은 이번 경기변동의 책임이 미국 연준으로 향해지자 연준의 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3월 11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제기한 것이다.

그린스펀의 주장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그는 이자율을 낮추어 통화량을 증가시킨 것이 이번 경기변동, 특히 주택버블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장기 모기지 금리와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최근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여러 번 장기 모기지 금리와 연방기금 목표금리의 상관관계가 분리되었든 적은 많았다. 그렇지만 그때도 미국 정부가 이자율을 낮추어 통화량을 팽창시킴으로써 경기변동을 초래했음을 미국 금융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단기금리가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도 그린스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도 명백한 것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2001년 이후에 엄청난 액수의 요구불예금이 창출되었다는 점이다.

저축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경제성장을 초래하면 초래했지 버블을 초래할 수는 없다. 저축이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킨다는 [그린스펀의] 이론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어서 그린스펀은 자신의 엉터리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작금의 부동산버블의 원인으로 아시아, 특히 중국의 과도한 저축을 지목했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 재무부 증권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로는 전 세계의 달러 총재고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버블과 경기변동을 초래하는 것은 화폐 총재고의 변화이다. 다만 중국은 보유한 달러를 다시 미국 국내에 투자했는데 그런 투자는 달러의 지역 간 재고를 변화시킨다. 자금의 이러한 이동은 그 자금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투자되는 것과 비교한다면 미국 내의 달러 총재고를 더욱 팽창시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중국 보유 달러의 미국 내 투자는 미국 정부로 하여금 낮은 이자율에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미국 정부에게만은 좋은 것이다.

게다가 1994년경부터 2005년경까지 중국은 실질적으로 중국 '위안’을 달러에 고정한 고정환율제를 채택했다. 물론 이 당시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위안의 대달러 환율을 고정시키는 데 묵시적으로 동의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 것은 물론 양국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화폐의 고정환율과 그로 인한 무역흑자를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즉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큰 문제없이 지속되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달러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의 과다 발행으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의 '피해자’이지 이번 경기변동의 원인 제공자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아시아의 과도한 저축이 부동산버블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저축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경제성장을 초래하면 초래했지 버블을 초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저축이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론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절약의 역설’도 그 점에서 틀린 것이다. 그린스펀은 완전히 틀린 경제이론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탐욕과 어리석음이 경기변동을 유발했나?

둘째, 이번 경기변동의 원인을 사람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찾는 것이다. 방송과 같은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견해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주류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틀렸다. 먼저 자금을 빌려준 사람들(lenders)의 탐욕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렇게 위험도가 높은 모기지 담보부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을 구입한 투자자들의 비정상적인 탐욕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국제 투자자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인간은 탐욕스럽다. 아마도 탐욕을 비난하는 사람들 자신들도 여유 자금만 충분했다면 이번 경기변동에서 모기지 담보부증권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요약하면 탐욕은 인간이 가진 조건으로써 인간의 삶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의 탐욕이 경기변동의 원인이 될 수 없지만 이 지점에서 일부 집단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 신용평가사들은 모기지 담보부증권에 대하여 매우 높은 등급의 신용을 부여했다. 가장 흔한 경우는 'AAA' 등급이라고 한다. 신용 평가사들은 위험이 매우 높은 증권에 그렇게 높은 신용 등급을 부여한 것이다.

사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수익을 올리려는 욕심에서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무디스의 한 직원은 “평가모델이 위험의 절반도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그런 행위는 탐욕에 기인한 기회주의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신용평가사들의 탐욕은 경기변동의 원인이기보다는 변동을 증폭시킨 요인이라고 하겠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인간은 탐욕스럽다. 그리고 인간이 지닌 지식은 언제나 그런[어리석은]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탐욕이나 어리석음은 인간이 가진 조건 또는 환경이지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미국에서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탐욕보다는 차라리 어리석음이다. 주로 차용자들(borrowers) 또는 기업가들의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인간이 지닌 지식은 언제나 그런 것이다. 완전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물론 사람마다 지식이나 지혜의 정도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때로는 작을 수도 있고 때로는 클 수도 있다. 상업의 세계에서 정상적인 경우에 미래를 잘 예측하여 이윤을 내는 기업가들과 손실을 보는 기업가들이 언제나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경기변동의 경우에 다수의 기업가가 큰 오류를 범하게 되는 일이 한꺼번에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에 왜 다수의 기업가가 집단적으로 미래를 잘못 예측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어리석음이 문제가 된다면 경기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인간의 지식이 하루아침에 크게 개선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반복되는 경기변동의 원인을 어리석음으로 지목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 어리석음은 인간이 가진 조건 또는 환경이지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이번 경기변동의 원인을 차용자들의 어리석음, 특히 경제지식의 부족 내지는 불완전에서 찾는 것은 차용자들, 더 나아가 일반인들의 경제지식을 교육해야 한다는 결론에 쉽게 이르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경제위기 시에 사회 일각에서는 그런 경제지식 교육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했고 그에 따라 일부 기관은 그런 일을 지금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 때 우리나라의 경기변동도 사실은 앞에서 보았듯이 인위적으로 낮게 규제된 이자율에 의한 과다한 통화량 증가에 의해 발생한 것이지 일반인들의 어리석음 때문은 아니다.

'너무 적은 경제적 자유’와 '과도한 규제’가 원인

셋째, 이번 경제위기가 금융산업에서의 '과도한 경제적 자유’와 '너무 적은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다수의 정치인이 주장하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저에는 이번 위기가 규제 완화를 추구했던 신자유주의 또는 자본주의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이나 비판이 놓여있다. 그리고 이 주장은 탐욕과 어리석음에도 닿아 있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와 같은 탐욕스러운 경제주체나 서브 프라임 대출자와 같은 어리석은 경제주체에게 과도한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큰 변괴가 일어난 것이고 그런 행동을 통제할 충분한 규제가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행위를 규제할 미국 연방정부의 정부 부처가 12개가 넘고, 연방 규제기관이 100개가 넘고, 85,000쪽이 넘는 연방등록부(Federal Register)가 있으며, 수없이 많은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기관과 통제기관 등이 있다. 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보증함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확대를 위한 주택도시개발부의 프레디맥과 페니메이에 대한 지원과 보증은 두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출에 따른 위험을 평가하지 않는, 묻지마 대출과 모기지 유동화증권을 무한정하게 발행하게 만들었다. 즉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규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자율, 통화량, 화폐제도, 금융제도 등에 대한 수많은 규제와 정부의 지원과 보증 등과 같은 것이 경기변동을 불러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민간 금융기관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 관한 한 주택도시개발부의 지원과 보증을 받았기 때문에 프레디맥과 페니메이와 유사한 현상, 즉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했다. 도덕적 해이는 경기변동을 증폭시킨 요인이다. 여기에서 지원과 보증은 규제의 일종이다. 무엇보다도 미 연준이 이자율을 규제함으로써 통화량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선호를 왜곡하여 저축보다는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경기변동을 초래한다는 점을 앞에서 보았다.

규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자율, 통화량, 화폐제도, 금융제도 등에 대한 수많은 규제와 정부의 지원과 보증 등과 같은 것이 경기변동을 불러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 등의 주장과 반대로 '너무 적은 경제적 자유’와 '과도한 규제’로 인하여 이번 경기변동이 발생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변동의 정확한 원인은 정부실패 때문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정리하면, 이번 경기변동의 원인에 대한 세 가지 '잘못된’ 분석이나 주장은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이번 경기변동의 원인을 '시장실패’ 또는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큰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관변 경제학자들, 케인스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같은 통칭 반시장주의자들 등은 그런 위기를 언제나 시장 또는 자본주의 탓으로 돌려왔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반복되는 경기변동은 직접적으로는 거의 언제나 정부의 이자율 규제와 그에 따른 화폐량 증가 때문에 발생해왔다. 그리고 그런 증가의 근저에는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의 결함이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번 경기변동의 정확한 원인은 '정부실패’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탐욕에 기인한 기회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기변동을 증폭시킨 반시장적 평등주의,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해서도 시장원리와 일치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끝으로. 앞에서 검토한 내용은 전 세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경기변동에 거의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각국의 화폐제도와 금융제도가 거의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이자율을 낮추어 신용수단을 증가시키는 통화정책 등의 정부행위도 나라별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전용덕 교수는 미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구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유주의 철학과 시장경제원리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요저서와 논문으로는 '공정거래법의 모순', '헌법재판소 판례연구(공저)’, '시장경제의 이해(공저)’, Conglomerates and Economic Calculation 외 다수가 있다.

전용덕  /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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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내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나 정부가 연이어 내놓고 있는 미분양 해소나 건설경기 보완대책을 보면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심화될 경우 장차 내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인식은 엿볼 수 있다.

경기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에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정권의 변화가 있기도 했지만 과거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가격 안정에 치우쳐 다소 과도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규제완화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는 달리 부동산 규제 완화의 속도는 무척이나 더딜 뿐만 아니라 그 내용과 범위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너무 “찔끔찔끔”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몰 멘 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관련 대책마다 조건과 제약이 일일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책 및 제도 변화 이후에 나타날 가격 불안의 우려가 내포되어 규제완화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완화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도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소극적인 대응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 논리를 표방한다는 정부는 출범 이래 계속하여 부동산시장의 가격 안정을 전제로 할 때만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도대체 ‘가격 안정’이 무엇인가? 상반기 전국의 주택가격은 이미 물가상승률을 하회하는 3%대에 그쳤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은 상반기에 두 자리 수 이상 상승한 지역도 있다. 버블 세븐지역이라고 규정한 강남 일부 지역은 상반기에 오히려 5%가량 가격이 하락하였다. 대신 올 상반기 전북지역은 공식적인 지가상승이 20%에 육박한다. 즉, 안정의 기준을 지역에 국한되어 볼 것이냐, 전국의 수준으로 볼 것이냐 부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부동산 가격 변동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자, 이번에는 지역여건에 맞는 차별적인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별로 차별할 수 있는 정책은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지역구분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지난 8.21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국내 건설업종의 주가지수는 일제히 6%가량 하락하였다. 주식시장처럼 정책에 민감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시장은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대책이 건설업체들의 의견만을 수용한 대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도 실망감을 내비치긴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미분양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신도시나 공급관련 규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규제완화를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입장과 논리를 가질 수 있다. 부동산 문제를 ‘경제 문제’로 보느냐, ‘분배 등 이념의 문제’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문제는 지역경제의 현안이면서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민원사항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상반된 의견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부동산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우선 정부는 특정한 입장에 쏠려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모두가 문제투성이였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각각의 대책들이 특정 이념과 주장에 쏠려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정책수립에 있어 균형 있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가격은 유래 없이 상승했다.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많은 대책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즉 급한 일이 있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가격은 유래 없이 상승했다.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많은 대책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라는 아주 악조건 속에 있다. 우리 스스로가 조절할 수 없는 외생변수도 매우 많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 역시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에서 다루어지고 취급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비교적 소득이 높아 구매력이 있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의 규제를 푸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이제 수도권에 남아 있는 문제는 LTV와 DTI규제이다. 이 규제는 과거 금융기관들이 과도하게 대출경쟁을 할 때에는 효과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설사 두 규제가 풀린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들은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을 시행할 수 없다. 세계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섰다. 고정금리는 10%대이다. 누구라도 쉽게 대출로 집을 사기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므로 금융규제를 푼들 시장이 다시 과열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뿐인가? 조만간 발표된 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양도세가 완화되면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매물증가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이미 5년 이상의 호황 끝인 지금,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보다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매도자금이 소형 재개발 지분 등에 재투자되는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가계의 금융부채가 많은 현 상황에서 적절한 부동산 처분은 오히려 가계부채 상환재원으로 활용되어 우리 경제를 건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8.21] 대책은 최근의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 등의 문제해소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것은 대책에 담긴 수요활성화 내용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 아무리 공급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완화할지라도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1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표한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은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이전보다 좀 더 심각하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내수 경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 경기의 연착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최근의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 등의 문제해소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것은 대책에 담긴 수요활성화 내용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9월초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이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과 범위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 온 부동산 정책이 매우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는 크게 두 가지의 숙제가 있다. 우선 경기 전반을 고려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과 기본적인 정책의 틀을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것’이다. 이번 8․21 대책에서 발표된 다양한 공급관련 정책은 후자이다. 여론의 비판과는 달리 이번에 제시된 다양한 공급제도 보완은 비단 경제 활성화 측면만이 고려된 것이 아니다. 이는 이미 기업과 시장에서 장기간 동안 개선을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불필요한 절차의 중복, 현실과 괴리되었던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한 것이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나 일반 분양분의 후분양 강제, 분양가상한제 일부 보완, 재개발 재건축 사업 절차 개선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건설업체만의 의견을 반영한 규제완화라고 매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편 ‘시급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미분양이 적체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주택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통해 미분양이 해소되는 것일 것이다. 현재 건설 경기 둔화와 부진은 신규 수주 물량의 고갈보다는 기존 사업에서 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데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거기에 자재가격 상승과 금융비용의 증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택 등의 부동산 산업은 수요가 견인하는 사업으로 공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편리성보다는 수요 회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아무리 공급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완화할지라도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신중함과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선인들의 표현 중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근본적인 것일수록 천천히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급한 문제는 조금 다르다. 시급성을 요하기 때문에 다소 과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지난 외환위기 직후가 아닌 외환위기 직전과 오히려 유사하다. 즉 부동산 및 건설시장의 내부 문제가 거시경제적인 악재를 만나면서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켰던 지난 1997년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상기할 때이다. 이제 부동산은 당분간 경제문제이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 규제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것과 시급한 것을 분리해서 제시한다면 국민들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급한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이 실기한다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도 역시 시장은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좀 더 과감한 행보를 기대해 본다. ■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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