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4.02 AIG 모럴해저드와 자본주의의 기회
  2. 2009.03.12 미국의 구제계획 성공할까?

구제금융을 받은 AIG가 임직원들에게 1억6천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AIG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개입하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 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왜곡시키고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 수 있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회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임직원들에게 1억6천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시민들은 모럴해저드에 빠진 임직원들의 오만하고(arrogant) 부도덕하고(immoral) 탐욕스런(greedy)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고액의 보너스 잔치가 시민들의 감정을 건드리자, 미 하원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국책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보너스도 회수하도록 요구하였다. 보너스 파문에 더해, AIG가 여타 금융회사들과 파생상품 등을 매개로 복잡한 거래를 해오면서 지금까지 투입된 1천7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의 상당부분이 거래 투자은행에 보험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미 하원은 연방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들이 지급한 보너스에 90%의 세율로 중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민들의 여론에 호응하였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부당한 인센티브가 궁극적으로 은행조직의 건전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기관 임직원의 보너스 규정을 미리 검토할 것을 요구하였다. 보너스 중과세 입법조치에 대해 금융기관의 종사자들은 '반미주의적 조치', '매카시식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씨티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보너스 중과세로 재능 있는 임직원들을 잃게 되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 시키려는 노력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연식고초(鳶食枯草)와 사유재산제도의 위기

옛날 전라도 어느 지방에 부자가 살았는데. 찾아오는 과객마다 후하게 대접하여 재워 보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주인에게 손해를 입혔다.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과객이 하룻밤 자고나서 다음날 새벽 주인에게 인사하고 떠났는데 두 시간 뒤 다시 찾아와, 주인의 버선과 바뀐 것을 뒤늦게 알고 되돌려주려고 왔다고 하였다. 주인은 하찮은 버선 한 짝 때문에 먼 길을 도로 돌아온 것이 고마워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과객은 못이기는 체 그 집에 주저앉았다. 과객은 성의를 다하여 그 집일을 도왔다.

이럭저럭 몇 달이 지나 주인은 과객에게 수만 냥을 내어주며 남원에 가서 논 몇 백석지기를 사오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과객이 돌아오지 않자 과객이 쓰던 방을 뒤져보니 책상 서랍위에 '연식고초(鳶食枯草)’라고 쓴 쪽지가 나왔다. 주인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마을 훈장한테 쪽지를 보였더니, 훈장은 그 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초여름에 꿩이 새끼를 치려고 밀밭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 솔개(鳶) 한 마리가 꿩 옆에서 마른 풀을 쪼아 먹길래(食枯草), 꿩이 경계하면서 왜 마른 풀을 먹느냐고 물으니까, 솔개는 남을 헤칠 수 없어 생명이 있는 푸른 풀을 먹지 않고 마른 풀이나 먹고 산다고 대답했다.

꿩이 배고픔을 참고 알을 지키고 있으려니 솔개가 “알을 잘 보아줄 터이니 안심하고 다녀오시오”하고 말하자, 꿩은 그 말에 솔깃하여 솔개에게 알을 맡기고 자리를 떴다. 급하게 이것저것 주워 먹고 자리로 돌아오니 솔개는 간 데 없고, 알은 모두 깨져 빈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이를 두고 연식고초(鳶食枯草)란 '솔개가 마른 풀을 먹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서 신임을 얻은 후 해를 입히는 배임행각을 일컫는 때 사용하는 고사다(「지혜」에서). 

국내에 잘 알려진 GE의 전 회장 잭 웰치와 ABB의 전 회장 바네빅도 모럴해저드를 벗어나지 못한 최고경영자였다. 잭 웰치는 자신이 퇴임할 때 매년 연금 8만 6천 달러를 받고 'GE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계약하였다. 그는 연금보다 GE의 서비스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하였는데 13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이혼을 요구한 부인 제인은 그에게 공동재산의 절반에 상당하는 5억 달러를 위자료를 요구하였다. 그녀는 법정에서 남편이 유용한 사실들 낱낱이 고해, 웰치는 GE로부터 받는 자신의 특권의 일부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ABB의 바네빅은 1996년 회장직을 그만두고 감사위원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연금 1억 프랑과 보너스 4억 8천만 프랑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자신이 회장직에 있을 때 사인하였다. ABB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바네빅은 퇴직금의 일부를 반환했지만 ABB의 지주회사 대표인 스웨덴의 야곱 발렌베리는 그를 해고하고 말았다(「사기꾼의 경제」에서).

주인(대주주)과 머슴(경영자)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자신의 재산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여 주인의 호주머니를 갈취한다.

이처럼 주인(대주주)과 머슴(경영자)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자신의 재산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여 주인의 호주머니를 갈취한다. 국내에서도 그 동안 출자총액제한이나 상호출자제한 및 특정업종진출제한 등으로 주인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하는 바람에 머슴들의 모럴해저드가 문제로 불거져 나왔다. 그 결과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국내 금융기관의 임원들이 자신들의 보수를 20~30% 삭감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근래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 속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 계약자유의 원칙 및 영리자유의 원칙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구제금융 옳은 일인가?

금융위기에 대해 정부가 천문학적인 숫자의 구제금융을 쏟아 붓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주류경제학은 거래상대방이 어떤 성향을 가진 인간인지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전제로 하여 분석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의도하여 계획을 세워 행동하지만, 그가 예상한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간다. 어떤 경우에는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또 어떤 경우엔 실패를 안겨다준다. 다행히 경쟁은 실패에서 오는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사람들로 하여금 학습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은 학습과정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종전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 내지 개선하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지식으로 당초의 지식을 바꾼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은 학습과정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종전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 내지 개선하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지식으로 당초의 지식을 바꾼다. 따라서 시장과정은 지식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개입하면 개인들에게 학습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과업을 방해하여 사람들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존재하는 경쟁의 역할을 어느 지식을 피할 것인지를 발견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경쟁은 KIKO와 같은 선물이나 ELS와 같은 파생상품에 관한 지식을 획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가 개입하여 경쟁이 낳을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에 따라 열악한 형질의 상품을 발견하여 퇴출시킬 수 있을 기회를 박탈한다. 이처럼 발견하는 과정으로서 경쟁이 갖는 묘미는 KIKO나 ELS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도록 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유야 어떠하든 KIKO나 ELS에 투자하여 손해를 입은 경제주체들을 구제하는 정부의 조치로 경쟁의 결과를 알 수 있도록 만들게 된다면 경쟁을 불필요하도록 소멸시키고 말 것이다. 

시장의 소멸과 영리 자유의 위기

자본주의 시장은 혁신, 선별 그리고 확산이라는 진화과정을 반복한다. 새로운 파생상품이나 스톡옵션제도가 등장하면 이에 대한 선별과정이 일어나고 성공적인 것은 확산되는 과정을 밟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변형된 스톡옵션과 같은 새로운 혁신과정이 또다시 일어난다.

시장은 주류경제학이 믿는 것처럼 균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희망의 끊임없는 과정이다. 여기서 선별과정은 언제나 소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주류경제학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선의 것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고, 하이에크의 진화이론처럼 현실에 부합하지 않은 상품이나 제도를 도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등장해서는 안 되거나 도태시켜야 할 상품이나 제도가 온존하는 토양을 제공하여 비효율적인 유기체까지 생존하도록 만든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구제를 능사로 삼는 파퓰리즘의 정책을 구사한다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점차 소멸시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까 염려된다.

더 나아가 시장은 정부의 간섭이 없다고 해도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생적 유기체이다. 이러한 질서형성이 가능한 까닭은 시장공간에서 잘못된 지식을 이용하거나 잘못된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들 처벌하는 메커니즘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류경제학에서는 시장경제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므로 시장의 처벌메커니즘을 과소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시장이 갖는 자생적 질서능력에 회의를 보낸다. 대표적인 예로 1930년대의 공황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의지하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어 일어났다고 경제사학자들은 해석한다. 1920년대 내내 현저히 증대된 통화 공급으로 인하여 불황이 생겨났는데에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돈줄을 막지 않고 보호무역을 비롯하여 각종 간섭정책을 실시하는 바람에 공황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근래 일어난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행동방식이 193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 학파가 주장하듯이 1930년대 공황의 근원이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간섭 때문에 일어났다. 그리고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서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으로 구제를 능사로 삼는 파퓰리즘의 정책을 구사한다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점차 소멸시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까 염려된다. 시장을 남용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시장이 처벌하려고 자생적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발생시켰는데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신자유주의가 먹혀들지 않는다느니 국가의 경제개입을 정당화하는 케인즈주의가 살아났다느니 하는 따위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금번의 금융위기는 사유재산과 경쟁과 그리고 시장이 살아있다는 강력한 증표를 보여준 고마운 축복으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저자소개: 유동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시장경제문화론」,「신제도주의경제학」,「경제진화론」,「소비자 경제심리의 법칙」등이 있다.

유동운 /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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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미국 경제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티은행과 AIG 등 금융기관이 부실화 되면서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신용정책, 재정지출 확대, 은행국유화 등 정부 개입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개입으로 발생한 문제를 또 다시 정부개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자원배분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의 경제 불황으로 번지면서 각국 정부는 통화신용정책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하여 구제계획을 세우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의회는 금융기관 구제용 7,000억 달러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8,000여 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으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금년도에 1조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7,5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지원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영국, 일본 등을 비롯한 각국도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자금을 대거 공급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확대 재정을 편성하고 있다. 한편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연준) 의장이 은행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티은행이 국유화됨으로써 은행 국유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불황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정부개입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각국 정부로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저래 전 세계가 정부 개입을 피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2월 8일(일요일) 워싱턴포스트지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불완전한 패키지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썼다.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2008년 11월 14일 뉴욕타임즈 칼럼 제목인 “불황의 경제학이 돌아왔다(Depression Economics Returns)”에서 “불황의 경제학이 엄습하면 경제정책의 일반적 규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평상시에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것은 미덕이나 불황 시에는 악덕이다. 신중함은 위험하고 절제는 어림석음”이라며 과감한 재정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의 이런 구제금융 정책과 경기부양책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현 경제위기가 미국의 초저금리(超低金利) 정책에서 연유했다는 데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연준은 2001년 1월에 6%대에 머물던 연방기금 금리를 2003년 6월까지 1%대로 낮추었고, 1%대의 금리는 2004년 6월까지 유지됐으며 이에 따라 2002년과 2006년 사이 가계의 차입은 연간 11%씩 증가했다. 그리고 연방기금 금리 타깃은 2004년 6월부터 2007년 8월에 걸쳐 1%에서 5.25%로 올랐다.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바로 이러한 금리 상승에 따라 시차(時差)를 두고 발생한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에 다른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경제위기와 같이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적절히 규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초저금리 정책을 썼다면 사건은 다른 데서 터졌을 것이다. 결국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경제위기를 낳았고, 이를 다시 초저금리 정책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기이한 현상이 작금의 상황이다.

구제금융,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자원배분 관점에서 보면 불황은 왜곡된 자원배분이 교정되어 재배분되는 과정이다. 불황의 골이 깊다는 사실은 자원배분의 왜곡 정도가 그만큼 심하고, 따라서 그 교정 과정도 길고 그에 따른 고통도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의 치유 과정과 속도를 의심하는 각국 정부가 노심초사하여 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개입은 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좋은 예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Savings and Loan)의 경우이다. 1980년대 S&L이 부실화됐을 때 미국 정부가 건전성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방치하자 부실한 S&L이 높은 이자를 대가로 자금을 몰아감에 따라 건전한 S&L까지 덩달아 높은 이자를 제공하여 부실에 빠졌다. 이후 부실한 S&L이 정리되자 가까스로 해결되었지만 시장의 교정 작업을 정부가 가로막아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은 셈이었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을 비롯한 각종 시장은 정상적으로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구제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실 기관과 그들이 해 온 행동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장 수요에 부응해 온 튼튼한 기관과 그런 행동들은 더욱 확대되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촉진한다.

은행국유화, 민영화를 전제로 해야

정부개입으로 빚어진 문제를 다시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하려는 방법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기이한 현상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이들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미국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티은행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함으로써 이미 국유화가 결정되었고, 이 외에도 금년 2월 25일부터 4월말까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 19개에 대해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거쳐 6개월 내에 민간자본 확충으로 재무건전성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국유화가 논의될 전망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AIG 등의 보험회사도 국유화 대상에 포함될 전망된다.

여기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란 국내총생산(GDP), 실업, 주택가격 등으로 비춰본 경제여건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상 시나리오 하에서 각 금융기관들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대출금과 보유증권 등에서 야기될 수 있는 손실을 추정·산출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심한 편이지만 미국 은행의 역사가 민간 전통임에 비춰볼 때 미국 은행들이 항구적으로 국유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국유화 후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장이 정상화되고 금융기관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정부가 국유화한 금융기관을 민간에 다시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한 후 철수하는 스웨덴식 처방이 가장 유력하다.

1990년대 초 금융위기 당시 스웨덴 정부는 노르드(Nord) 은행과 고타(Gota) 은행 등 부실은행들을 인수하여 국유화 조치를 취했으며 모든 부실자산을 처분하고 은행들을 정상화시킨 후 민영화시켰다. 스웨덴은 은행의 수가 적고 은행 규모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국유화 후 민영화 수순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7,500개 이상의 은행이 있어 부실 금융기관의 수에 따라 이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시장에 맡기는 것

지금까지 작금의 미국의 구제계획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거액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던 일부 은행이 임직원 수와 임금 적정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아직도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결국 지금은 “불황은 상처 난 시장의 치유 과정”이라고 지적한 미세스(Ludwig von Mises)의 탁견이 잘 들어맞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조작(이번 경우에는 초저금리)함으로써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경기순환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부실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은 자원배분을 더욱 왜곡함은 물론, 시장이 부실을 청산하고 제 궤도로 돌아오는 과정을 방해하고 회복 속도를 지연시킬 뿐이다. 이번 불황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와 정부지원에 의존하여 생존했던 각종 조직들을 시장 원리에 따라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단기적 고통은 따르겠지만 건강한 미래가 다시 올 것이다.■

저자소개: 김영용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경제학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와 시장’, '시장경제의 이해’, '시카고학파의 경제학: 자유, 시장 그리고 정부' 외 다수가 있다.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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