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동안 북한의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한민국 국회가 취해온 대응자세는 항상 부적절했다. 그러한 부적절성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한 사건에 대한 국회의 대응자세에서 절정에 달했다. 북한의 연평도에 대한 포격은 백주에 자행된 것이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회는 다른 때보다는 좀 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평도 사건이 발생한 후에 취해진 국회의 대응자세를 보면, 여전히 과거와 같은 부적절한 자세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는 북한의 연평도에 대한 포격이 발생한 직후 국방장관을 국회로 소환하여 연평도 사건에 대한 전후사정을 캐물었다. 국방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지휘해야 하고 피격한 당한 연평도의 군병력과 민간인에 대한 각종 대책을 지휘해야 하며, 동시에 북한의 추가도발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주무장관이다. 이러한 국방장관을 국회에 소환해놓고 각종 사소한 문제들을 제기하며 콩이냐 팥이냐 따지는 논쟁을 벌이는 것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대응해야 하고 추가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행정부와 군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국회는 국방장관을 불러놓고 따지는 일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영토가 적의 포격에 침략 당한 사태에 대한 국회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에는 매우 미온적인 자세를 취했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연평도가 피격당한 그날 밤에 도발을 자행한 북한을 최고수준으로 비난하고 대한민국 행정부와 국제사회에 대해 평화파괴자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가하도록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결의채택을 미적거리다가 사건발생 이틀 후에야 결의를 채택했다.
채택한 결의는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 규탄 결의’ 라는 제목부터 미온적이었다.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은 '무력도발’이 아닌 '무력침략’이었다. 따라서 피해당사자인 대한민국 국회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침략으로 규정하고, 결의 제목을 '북한의 무력침략 규탄 결의’로 했어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마치 제3국의 국회가 말하듯이 '침략’을 '무력도발’로 낮추어 표현했다. 결의는 그나마도 만장일치로 채택되지 못했다.
부적절한 도발규탄 결의
결의의 내용도 부적절했다. 결의는 북한에 대해 침략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죄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행정부에 대해서는 북한의 추가도발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단호하고 신속한 대응을 취할 것과 연평도의 피해복구 및 국제사회의 인식공유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달라고 촉구했다. 동족상잔 전쟁의 재발을 불사하면서 침략을 자행한 북한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 없고, 연평도 피침에 대한 응징 촉구나 국제사회에 대한 고발도 없는 이런 내용의 결의는 영토가 침략당한 국가의 국회가 채택한 결의라고 보기 어려운 저강도의 것이었다.
결의내용은 영토가 침략당한 국가의 국회로서 천명할 내용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압도적 다수국민의 생각에도 부응하지 못한 것이었다. 지난 11월 29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2%가 연평도 피침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 반격조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80%가 군이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했어야했다고 생각했다. 또 11월 27일에 발표된 동아시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평도 피침 사건 후 81.5%의 국민이 국가안보가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 결의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응징해주기를 바라고,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도발로 인한 국가안보불안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었다.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한다는 당위를 망각한 것이다.
국회는 이런 미적지근한 결의를 채택하는 것으로서 북한의 연평도 침략에 대해 국회가 취할 조치는 다 취했다고 생각한 것처럼 결의 채택 후 연평도 사건에 대한 국회차원의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가진 국회라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조치들을 국회차원에서 강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라도 구성하여 그 문제에 관한 논의를 계속했어야 하며, 서해에서 진행되는 한ㆍ미연합군사훈련 기간 중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그 기간 중 북한이 자행할지도 모를 도발에 대해 어떻게 응징할 것인지를 행정부와 미국에 주문하는 결의도 채택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의당 취해야 할 그런 조치들이 전혀 취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일을 약화시키는 활동들이 있었다. 일부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연평도 사건 후 남북한 간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한국을 방문한 중국특사가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의 침략행위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고 6자회담의 조속개최를 제안하자 그것을 지지함으로써 연평도 사건을 조속히 망각하게 만들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었다. 국회의원회관에서는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의 지원 아래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변호하고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무기가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진전시회를 개최했다. 심지어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한민국의 응징결의를 과시하기 위해 계획된 서해에서의 한ㆍ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국회에서 발표했다.
국회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10일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연평도 사건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처럼 활동했다. 국회에서는 연평도 사건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고,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조치에 관한 논의는 더 더욱 종적을 감추었다. 국회는 4대강 사업문제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문제만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그러한 대립은 12월 2일부터 여ㆍ야의원들 간의 몸싸움으로 진행되었고, 마침내 12월 8일에는 예산안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폭력으로 대결하는 난장판을 벌였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북한의 핵공갈로 국가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데, 국회는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정쟁만 일삼는 분열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임진왜란 직전에 왜적의 침략이 임박했는데도 불구하고 당파싸움만 해대던 조선의 조정 관리들과 닮은꼴이다.
국난 앞에서 당파싸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뒤이어 대한민국 국회가 보여준 이상과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의 대남도발의지를 약화시키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소 심하게 말하면, 국회의 그러한 움직임들은 북한으로 하여금 '남조선 국회의 행동으로 볼 때, 우리가 앞으로 공격을 더 해도 남조선은 제대로 응징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유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북한의 도발을 제대로 비난하지도 않고, 북한에 대해 강력한 응징조치를 취할 것을 행정부와 국제사회에 촉구하지도 않으며, 나아가서는 국회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변호하고 주한미군과 국군의 무기를 비난하는 전시회가 개최되고, 북한에 대한 응징결의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한 한ㆍ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일이 발생했으니, 그리고 국회가 북한의 연평도 침략이나 국가안보위기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당파싸움이나 해대고 있으니 북한이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 대남 도발의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면, 행정부와 군부가 그에 맞게 잘 대비해야 하지만 국회도 그에 부합하게 행동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을 해올 경우 행정부와 군, 국회와 국민이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도발보다 몇 배 강한 응징을 가할 태세를 취한다면 북한은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다. 국회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행정부, 군, 국민과 한 덩어리가 되어 강력한 응징에 나서려는 결의를 보이려면 국회가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북한이 화해의 대상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명백한 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대남도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까지 모든 정당들은 대북정책을 선거의 쟁점으로 삼지 말도록 강제해야 한다. 셋째,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영토경계선이며 그선 이남의 수역이 대한민국 영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넷째, 북한이 한차례만 더 도발을 자행하면 주한미군을 증강하고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해주도록 한ㆍ미 행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다섯째, 북한의 군사도발이 또 자행될 경우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전면중단하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물자제공도 전면 봉쇄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만일 대한민국 국회가 위의 5가지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은 대남 군사도발을 다시는 자행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해봤자 대한민국의 군사적 방어태세만 강화되고, 북한의 도발이 겁나서 대한민국이 북한에 돈과 물자를 제공하게 되는 결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이 나라 정치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필자의 이러한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현재 정당들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 비추어볼 때, 그리고 종북세력과 친북세력이 이 나라 정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에 비추어볼 때 북한이 전면전을 각오하고 서해 5도 중의 한 섬을 점령하드라도 대한민국의 국회는 이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전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