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후계구도와 권력동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김정일의 수명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현재 김정일은 그 기간 내에 세습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권력구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민심수습을 위한 내각개편을 단행했고, 측근들을 핵심 요직에 포진시키고 있다.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결정론이 유력한 가운데 김경희 핵심 역할론도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9월 중순의 북한 당 대표자회의 개최를 앞두고, 북한의 권력동향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북한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하여 북한의 내부 권력동향에 관해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는데 북한의 후계구도와 권력동향에 관한 정확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 즉, 북한 고위인사들의 총살형 및 숙청, 천안함 침몰사건, 최고인민회의 개최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권력동향과 세습후계체제의 정국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건강이상과 권력운용
북한에서 보도하는 김정일의 공개활동을 보면, 김정일의 건강이 상당히 호전된 것 같다. 금년 상반기 김정일의 공개활동은 총 77회이다. 즉, 군 21회, 경제분야 33회, 대외 6회, 기타 17회 등이다. 이는 역대 최다 공개활동을 했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내용면에서도 작년과 같이 주로 경제 분야에 역점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지난 김정일의 중국 방문시, TV를 통해 본 바와 같이 김정일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편마비 증세 즉, 왼쪽 다리와 팔이 정상적이지 못하다. 중국측에서 흘러 나오는 정보 등을 참고로 하면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김정일의 권력운용이 후계체제의 구축에 역점을 두고 권력운용하고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정치사를 볼 때, 김정일은 권력투쟁, 권력운용에 탁월하고도 매우 냉정한 사람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건강이상으로 인해 정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후계체제와 관련해서는 직접 관장할 것으로 추론된다.
요컨대, 김정일은 '자신의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전제아래 권력운용을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즉, 김정일은 얼마 남지 않은 기간내에 세습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해 권력구도를 정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적 숙청작업과 공포정치를 단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부분이 김정일의 권력운용이 김일성의 경우와 다른 점이다.
최근 박남기 노동당 계획경제부장의 총살,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교통사고 등에 대해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숙청설이 도는 북한 고위인사는 <표1>과 같다.
<표1> 최근 3년간 숙청설이 도는 북한 고위인사
이제강 |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
교통사고이나 숙청으로 추정(2010.6) |
박남기 |
노동당 계획경제부장 |
화폐개혁 실패로 총살(2010) |
김태영 |
노동당 계획경제부 부부장 |
화폐개혁 실패로 총살(2010) |
최인규 |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
김정은 신성화 실패, 해임설 |
최승철 |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
노무현정부 시절 대남사업 사실상 총괄, |
권호웅 |
내각참사 |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대남협상 주도, |
후계체제구도 국면의 민심수습과 측근들의 포진
(1) 민심수습을 위한 내각 개편
김정일은 화폐개혁 후 경제난에 의해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고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해 측근세력을 요직에 포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하였다. 즉, 김정일은 금년 6월 7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내각 총리를 포함한 경제관련 각료들을 교체하고, 매제인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최고인민회의 주요 내용 및 정치적 의미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후계체제의 구축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경제난으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로 경제관련 일꾼들이 화폐개혁후의 경제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경질되었고, 평양시당 비서 등 지역 당비서들이 발탁되었으며, 부총리직이 3명 증원되었다. 내각 총리에 발탁된 최영림 평양시당 비서는 김일성에게 경제비서로서 높이 평가받았지만, 1980년대 중반 부총리 시절에는 그다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다만, 최영림은 혁명유자녀 출신으로 성격이 온순하며, 조정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김정일은 자신과 친밀도가 높지 않지만, 김일성의 신임을 기반으로 대중적 평판이 원만하면서 후계체제 구상에 '권력적 위협’ 등 부담이 전혀 없는 인물을 총리로 발탁한 것이다. 그리고, 부총리를 종전의 5명에서 8명으로 증원함과 더불어 4명을 새롭게 임명하였고, 2명은 겸임토록 하였다. 김락희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 리태남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를 발탁한 점이 주목되고, 조병주 기계공업상과 한광복 전자공업상 등은 내각 부총리를 겸임토록 하였다.
둘째, 언론에서 보도한 바 같이 장성택 중심의 후계체제 구도 강화를 지적할 수 있다. 장성택은 노동당 행정부장으로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검찰소, 재판소에 대한 당적 지도를 관철하는 공안분야 책임자이다. 따라서, 장성택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의 제의에 의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게 됨에 따라, 국방위원회를 당적으로 지휘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당과 군의 공안기관 장악을 통하여 후계체제를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장성택의 후계체제 구도의 핵심역할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장성택은 김경희의 보좌역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셋째, 노동당이 권력 중추로서의 존재를 재차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사회주의체제에서는 당이 권력의 핵심기관인데, 북한도 노동당이 국방위원회를 비롯한 군부, 내각 등을 영도하는 최상위 기관이다. 단, 신격화 된 수령절대통치체제에서 김정일이 오랫동안 '1인 통치’를 해왔기 때문에 이점이 경시되었다. 게다가 선군정치의 깃발과 더불어 국방위원회가 등장하면서 더욱 경시되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제의 형식에 의해 김영일이 경질되고 최영림으로 내각 총리가 교체되었다. 즉,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정치국이 부각된 것이다. 후계체제 정국에서 노동당 정치국의 결정서 발표(2010.6.23)에 의해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당 대표자회(9월 중순) 소집’이 공고된 것을 고려해 볼 때, 향후 권력운용은 노동당이 중심이 되고,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핵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측근들의 포진과 핵심인물
김정일은 권력의 레임덕을 방지하면서 후계권력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자신의 측근들을 중용하면서 핵심 요직에 포진시키고 있다.
김정일이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해 주요 요직에 포진 시킨 핵심 측근 인물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 김정각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제1부국장(대장), 박명철 체육상, 그리고 김정일 현지지도 주요 수행원인 현철해 국방위 국장, 이명수 국방위 국장 등이다.
이와 관련, 9월 당대표자회에서 누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기용되느냐가 핵심적 관심사항이다.
북한의 후계구도
북한의 후계체제 구도는 김정은 결정론이 유력한 가운데 김경희의 역할도 주목되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신임이 가장 두터운 김경희가 후계구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즉, 김경희 핵심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1) 김정은 결정론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은 2009년부터 후계자로 부각되었다. 김정은의 후계자로서의 업적을 쌓기 위해 '150일 전투’ 등을 지휘하기도 하였는데, 북한 문건에서는 김정은을 “김정은 대장 동지” “장군님과 꼭 같은 신 선군령장이시다” 등으로 표기되고 있다.
'김정은 결정론’에 의하면, 김정일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계승시키기 위해 김경희-장성택을 중심으로 후계체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자신의 공개활동에 김경희-장성택을 가장 많이 동행하고 있고, 최고인민회의에서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컴퓨터 제어장치의 개발을 축하하는 CNC노래가 라디오 등을 통하여 많이 흘러나오고 있고, '최첨단 돌파’를 강조하는 CNC 표지판이 '김일성 광장’에 세워져있다. 게다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을 위하여 학교에 삼성 컴퓨터, DELL 컴퓨터 등을 보급하고 있다. CNC와 컴퓨터 등이 김정은 시대의 등장을 상징적으로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장성택이 김정일에게 고분고분한 순종·충성형이나, 포스트 김정일체제의 초기에 김정은이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할 경우 순순히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줄지는 미지수이다.
(2) 김경희의 핵심 역할론
김경희는 어릴 때부터 김정일이 각별히 아꼈던 누이동생이고, '만경대 혈통’이다. 따라서, 김경희는 김정일처럼, '신격화되어 있지 않지만’ 김정일과 거의 유사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김경희는 김정은에게 고모로서 '유사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김경희의 핵심 역할론’에 의하면, 후계체제의 구축과정에서 김경희가 장성택보다도 더욱 더 핵심적인 인물이다. 즉, 장성택은 후계체제의 구축과정에서 김경희를 보좌하는 보좌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경희의 핵심 역할론’의 관점에서, 김정일의 공개활동에 김경희의 동행이 주목된다. 김경희는 김정일의 금년 상반기(6.28 시점) 77회 공개활동 가운데 55회로 가장 많이 동행하고 있다(<표2>참조). 작년의 경우, 김경희는 같은 기간에 수행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었다.
김경희는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을 통하여 보도되는 김정일의 동행 활동 모습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핵심인물로 부각될 수 있는데, 9월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표> 김정일의 공개활동 수행 횟수 상위 10인(2010.6.28시점)
순위 |
직책 |
횟수 |
1 |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 부장 |
56 |
2 |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
45 |
3 |
김기남 노동당 비서 |
40 |
4 |
최태복 당비서 |
25 |
6 |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장 |
24 |
7 |
이명수 국방위 국장 |
21 |
9 |
김정각 군 총정국 제1부국장 |
19 |
10 |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
12 |
배정호 /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저자소개: 배정호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안보전략과 국가전략’ '아베 정권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전환기 동북아국가들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