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한국이 마침내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10여년 전부터 축산당국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고가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로써 우리도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2008년 당시 '광우병 위험 미결정국’이었던 한국이 광우병 위험을 앞세워 이미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었던 미국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대대적 촛불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수많은 괴담이 사회 전체에 파급되었고 사회는 온통 혼란에 빠져들었었다. 이제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 획득을 계기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든 가축 질병의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의식수준도 한 단계 격상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마침내 국제적으로 공인된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했다. 2010년 5월 23-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제78차 총회는 한국의 광우병 통제 능력, 즉 체계적이고 정량적이며 철저한 사료 관리와 검역을 통해 소의 사육과 쇠고기 생산 과정에서 광우병 발생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공인한 것이다.

광우병의 공식 명칭은 '소 해면상 뇌증’(BSE)이다. OIE는 각 나라의 BSE 위험 관리 수준을 세 등급으로 나눈다.(아래 표 참고)

1) 광우병 위험 경미국(Negligible BSE Risk): 13개국

2) 광우병 위험 통제국(Controlled BSE Risk): 34개국

3) 광우병 위험 미결정국(Undetermined BSE Risk): 기타 국가

한국이 이제 겨우 광우병 위험 통제국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광우병 원조인 영국조차도 이미 '광우병 위험 통제국’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우병 촛불시위’ 훨씬 이전인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산당국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각고의 노고가 있었기에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도 이제는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에 한국과 동일한 지위를 얻은 나라는 대만과 파나마이다. 인도와 페루는 우리보다 한 수준 높은 '광우병 위험 경미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광우병은 소에게 육골분(Meat and bone meal) 사료를 먹인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육골분은 원래 다량 발생하는 도축폐기물의 처리 및 재활용 수단의 하나로 제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폐기물 처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서 채식동물에게 육식성 사료를 공급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만일 소가 고기 맛에 길들여져서 풀 먹기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생태계가 어떻게 되겠는가. 광우병 발생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광우병은 주로 영국에서 18만5천 마리 이상 확인되고, 미국에서는 단 두 마리뿐이다. 일본에서는 20개월 미만을 포함하여 36마리나 확인되었다.

돌이켜 보면, 2008년 당시 '광우병 위험 미결정국’이었던 한국이 광우병 위험을 앞세워서 이미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었던 미국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대대적 촛불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거나 모르게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게 되어 누구나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괴담이 사회 전체에 전파되었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인간광우병’의 정식 명칭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다. CJD는 4종으로 분류하는 데, 가장 흔한 것은 산발성인 sCJD로서,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명당 1명 꼴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광우병 쇠고기가 원인으로, 1996년 공식 인정된 vCJD 사례는 대부분인 172명이 영국에서 발생했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47건에 불과하다. 미국의 vCJD 사례는 3명이었지만, 2명은 1980-1996년 중 영국에 거주한 일이 있고, 1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 성장한 뒤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린다는 속설과, 특히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낭설까지 촛불시위를 통해 사회를 온통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었다.

vCJD에 잘 걸리는 사람은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의 129번 코돈 부위의 M/M(메티오닌/메티오닌) 비율이 높은 사람이라 했다. 그런데 백인은 M/M 비율이 대개 40% 수준인데 비해, 한국인은 94.33%나 되므로, 유전적으로 vCJD에 걸릴 확률이 아주 크다면서 겁을 주었다. 하지만 일본인은 이 비율이 우리보다 다소 낮지만 중국인은 무려 98%나 된다. 인구가 1억3천만 명인 일본인과 13억 명이나 되는 중국인 중에 vCJD 사례가 얼마나 있는가?

실제로 한국인은 소를 잡으면 털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먹어치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위험물질(SRM)이 문제가 아니다. 간을 날로 먹고, 처녑(제3위)을 생으로 먹기도 한다. 골(머리와 등뼈의 골수)도 날로 먹는다. 선지(피)도 해장국에 넣어 먹고, 양(위), 곱창(소장), 막창은 구워 먹기도 하고 전골을 만들어 먹기를 즐긴다. 네 다리뼈 4골을 포함하여 머리뼈는 물론 모든 뼈를 고아서 국물을 내어 먹는 게 한국인이다. 어쩌면 한국인이야말로 '인간광우병’에 대한 내성이 가장 강한 민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 획득을 계기로 하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특히 구제역을 비롯한 모든 가축 질병의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의식수준도 한 단계 격상되어 근거 없는 비과학적 속설과 낭설에 온 사회가 휘둘려 혼란에 빠지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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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설렁탕 집의 국물 재료 : 머리, 목뼈, 등뼈, 잡뼈, 앞쪽다리와 뒤쪽다리(사골)

 

광우병 경미한 위험국 및 광우병 위험 통제국

광우병 경미한 위험국
Negligible BSE risk (13개국; 2010년 5월)

나라

vCJD

BSE(확인연도)

Argentina

0

0

Australia

0

0

Chile

0

0

Finland

0

1(2001)

Iceland

0

0

New Zealand

0

0

Norway

0

0

Paraguay

0

0

Singapore

0

0

Sweden

0

0

Uruguay

0

0

India@

0

0

Peru@

0

0

@ 2010년 5월 추가

광우병 위험 통제국
Controlled BSE risk (34개국; 2010년 5월)

나라

vCJD*

BSE**

Austria

0

6

Belgium

0

133

Brazil

0

0

Canada

1{1}

18

Chinese Taipei

0

0

Colombia

0

0

Cyprus

0

0

Czech Republic

0

30

Denmark

0

16

Estonia

 

0

France

25{1}

1075

Germany

0

419

Greece

0

1

Hungary

0

0

Ireland

4

1646

Italy

2(1)

144

Japan

1&

36

Latvia

0

0

Lichtenstein

0

2

Lithuania

0

0

Luxembourg

0

3

Malta

0

0

Mexico

0

0

Netherlands

3

88

Poland

0

67

Portugal

2

1069

Slovak Republic

0

24

Slovenia

0

8

Spain

5

760

Switzerland

0

464

United Kingdom

169(4)[3]{172}

185,801

USA

3{2}#

2

Korea, Republic@

0

0

Panama@

0

0

Tiwan@

0

0

@ 2010년 5월 추가

* vCJD: ( ) 안은 생존자. [ ] 안은 수혈 감염자, { }은 1980년 이후 6개월 이상 영국 체류자
& 일본인은 1980-1996년 중 24일 동안 영국 체재
# 미국인 1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
** BSE는 2010년 3월 5일 현재

조영일 / 연세대 명예교수

저자소개: 조영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지구가 정말 열 받았나’, '시민운동바로보기’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근본자원(1,2)’, '과학연구의 경제법칙’ 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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