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에 의해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고,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성명 발표,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 강화와 동북아 전략환경의 변화 등으로 중국의 '북한 후견인 역할’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한국은 '천안함의 희생’을 통일로 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와 같은 전략적 맥락에서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외교와 대중 협력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한반도 경영시대’의 개막을 위한 대전략과 통일의지, 능력을 갖추는데 지극한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계산의 실패
수중어뢰는 해저에서의 폭발력이 강력하고, 폭발후 잔해가 바다속으로 가라앉을 경우,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한국 해군은 서해는 수심이 깊지 않기 때문에 적 잠수함의 위협 평가가 약하다고 판단하고, NLL 수상전 위주로 작전을 전개하여 왔다.
북한은 이러한 점을 전략적으로 계산하고, 수중어뢰로 천안함을 기습적으로 공격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 기습 공격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국내외 2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에 의해 명백하고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는 침몰해역에서 수거된 어뢰 프로펠러와 추진 모터 등 북한제 어뢰부품들을 결정적 증거로 삼아, 천안함이 북한의 잠수정에서 발사된 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에 따라 침몰된 것으로 분석하였다.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에 의해 북한 어뢰에 의한 기습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이 명백해지면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게 되었다.
미국·일본·캐나다·영국·호주·프랑스·스웨덴 등 23개 국가와 UN사무총장, EU, NATO 등은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우려·비판·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특히, 캐나다는 2010년 6월의 G8 정상회의에서 '천안함 사건’을 긴급 안보의제로 추가하여 다룰 것을 결정하였고, 미·일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남북관계 이상의 차원에서 인식하여 국제평화, 동북아 지역의 안정 등을 위협하는 안보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 회부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의 강화와 동북아 전략환경의 변화
민군 합동조사단에 의한 조사결과 발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5.21)한 뒤, '천안함 대국민 담화(5.24)’를 발표하였다.
'천안함 대국민 담화’는 ▲북한 선박에 대한 남한 해상 교통로 봉쇄 ▲남북 교역·교류 중단 ▲북한 도발에 대한 적극적 억제 원칙 견지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고, 대북 패러다임 10년만의 대전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대국민 담화’에 대해 미·일은 즉각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하였다.
미국은 '천안함 대국민 담화’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전적으로 적절하다(entirely appropriate)”며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하였고, 상·하원은 '대북 규탄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사령관들에게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북한의 추가공격을 차단하라’(현지시간 5.24)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다.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 역시 즉시 안전보장회의(5.24)를 소집하여 '북한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위협 요인’이라는 인식아래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협조할 것”을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호전성과 이를 두둔하는 중국의 행태는 동북아 전략환경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세계금융위기의 발발이후, G2로서의 중국의 부상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증대, 미국의 국력 약화와 미·중 전략대화의 전개,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문제와 미·일의 갈등, 중·일의 접근, 김정일의 방중 등으로 동북아 전략환경 및 구도에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대아시아 공세적 외교 전개, 일본의 미·일동맹 강화로의 선회, 한·미·일의 재결속 및 공조 강화, 한·미·일·호의 안보연대 재강화 등으로 그와 같은 전망은 사라지게 되었다. 즉, 동북아 국제질서는 '천안함 외교전’의 전개와 더불어 미국을 기축으로 하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주도로 전개되게 되었다.
중국의 대북정책과 딜레마
중국은 티베트·신장 위구르 등의 내부문제로 그다지 여유가 없기 때문에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추구하고, 대만문제의 방파제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이해의 관점에서 북한을 '완충지대(buffer zone)’로 활용해 왔다(배정호 편저「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의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
따라서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 남북한 통일 등의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고, 대북제재에 신중하며 대북 포용정책을 선호하였고, 한국과 가진 각종 정책세미나 및 회의를 통하여 '대북제재 무용론’을 강조해 왔다.
그러므로 중국은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천안함 대국민 담화」등의 발표후에도 유관 당사국들의 냉정하고 절제된 대응, 자제력을 강조하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의 후견인’으로서의 입장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 미국의 강력한 대중국 설득외교, 미·일동맹의 재강화,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대중국 설득외교,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고조, G2로까지 부상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 불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실망감 증대 등으로 중국도 '북한 감싸기’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의 전문가들이 대북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제기하였고,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사설(5.26)을 통해 북한에게 진실규명 및 의혹 해명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즉, 중국은 전문가들의 비판 제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관영언론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북한에 압박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원자바오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천안함 회담’에서 '천안함 침몰’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일단 남북한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비호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하면서 “한국측과의 긴밀한 협의”도 언급하였다. 아울러, 원자바오 총리는 김형오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중국의 '책임과 정의’를 강조하였다.
중국이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내적으로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북한의 감싸기’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0년에 상하이 엑스포(4~10월), 광조우 아시아 게임(11월)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목표가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중국으로서는 두 행사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중국이 '북한의 감싸기’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할 경우, 이 국제행사들도 빛이 바랠 것이다.
전환기 국면의 중국 국익과 한반도의 통일
중국은 비약적인 양적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G2로 까지 부상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즉, 티베트·신장 위구르 등의 내부문제를 비롯하여 한국의 '도시 노숙자’와 유사한 2억 명을 넘는 농민공들 문제, 연안발전지역과 대륙내부의 경제발전의 격차, 빈부 격차문제, 인권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중국은 지금의 경제성장을 지속가능하게 하면서, 대륙내부의 저개발 지역의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서부대개발에 이어 동북 3성지역의 진흥개발 등을 추구하면서, 티베트·신장 위구르 등의 내부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상황에 있다.
그러므로 중국은 주변 국제환경의 안정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반도의 긴장과 변화를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중국이 핵심 정책현안들을 해결하려면, 미국과의 이해와 협조를 기반으로 한국과 일본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한반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전략적 역할 및 협력을 하여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완충지대로 활용하는 것에 한계에 왔다.
동북아의 '불씨’인 북한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하지 않고 봉합한 채 이대로 간다면, 동북아 지역의 안정은 물론 중국 자신이 북한으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21세기 동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한 '한·중·일 협력비전 2020’의 성공적 전개에도 한계가 있다.
이제, 중국은 21세기 자국의 국익을 위해 한반도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을 위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전략적으로 지원하여야 하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지식인, 전문가들도 이러한 중국 국익의 전환기적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21세기의 동북아 및 동아시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한반도의 통일의 필요성·당위성에 대한 중국의 이해와 협력, 지지 등을 확보하는 노력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즉, 한국은 21세기 동북아 및 동아시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통일외교의 전개와 더불어 대중국 전략외교를 추구하여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한국은 강력한 통일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 21세기 '한반도 경영시대’의 개막을 위해 대전략과 의지, 능력을 갖추는데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배정호 /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저자소개: 배정호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안보전략과 국가전략’, '아베 정권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전환기 동북아국가들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