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iPhone)의 한국출시와 더불어 시작된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특히 애플사(Apple Inc.)의 신제품인 아이패드(iPad)가 출시 전 부정적인 의견을 받았으나 판매개시 이후 그러한 불신을 잠재우고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성공적 출발을 보이고 있다. 왜 국내기업은 애플처럼 되지 못했나 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비판을 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어떠한 구조적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대한민국 모바일산업의 발목을 잡아왔는지 알아보고, 또 어떻게 그런 오류를 다시 밟아가지 않도록 대책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폰(iPhone)의 한국출시와 더불어 시작된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특히 애플사(Apple Inc.)의 신제품인 아이패드(iPad)가 출시 전 많은 부정적인 의견을 받았으나 한 달 전 판매개시 이후 그러한 불신을 잠재우고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성공적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 IT산업의 위치와 미래전망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쩌면 빠르게 변해가는 IT산업의 특성 속에서 국내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의 약간은 뒤처져가는 모습과 현재 대한민국 전체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IT 및 모바일산업의 위치를 고려할 때 그러한 관심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단지 왜 국내기업은 애플처럼 되지 못했나 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조건 없는 비판을 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어떠한 구조적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대한민국 모바일산업의 발목을 잡아 왔는지 알아보고 또 어떻게 그런 오류를 다시 밟아가지 않도록 대책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애플 아이폰의 수익구조

국내IT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뒤처지게 한 이유를 거론하기 전에 우선 어떠한 방식으로 애플이 현재의 수익구조를 만들었고 또 동종업체들이 그것을 따라가고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학술적 관점에서 애플의 수익구조는 언론에서 많은 전문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운운할 만큼 그리 새롭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여겨진 모바일 에코시스템(mobile ecosystem)과는 먼 거리를 두고 있다. 통상적 통신시장은 통신사를 기점으로 핸드셋 제조업체와 앱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통신사에게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였다. 이와 달리 애플의 수익구조는 자사의 운영체제로 만들어진 핸드셋에 앱시장을 개방하고 하나의 핸드셋에 소비자가 직접 다양한 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경쟁력 있는 앱개발자들과 수익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즉, 애플은 준 지대(quasi‐rent)를 창출하였고 자사의 수익과 제품 경쟁력이 함께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휴대전화제조사와 앱개발사가 상호협력하는 이러한 수익구조는 어느 정도의 이용자 숫자를 창출한 이후에는 서로 피드백이 강화됨에 따라 구조적으로 거의 완벽한 형태를 띄우게 된다.

이런 수익구조의 핵심은 앱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노력을 과연 어떻게 자사의 수익으로 전환하느냐에 있다. 즉, 앱소트프웨어로 창출되는 외부효과를 애플 자체의 이익으로 내부화하는 것인데, 애플은 제품의 모듈화(modularization)로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 즉, 자사의 모듈에만 맞추어져 만들어진 앱소프트웨어를 경쟁사의 기기와의 호환을 제한하여 그 외부효과들을 자사만이 실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현재 구글(Google)이 이끄는 Open Handset Alliance에게서도 추진되고 있으니 미래의 모바일 에코시스템은 각 업체가 얼마나 견고하게 이와 비슷한 수익구조를 만드느냐에 관건이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WIPI의 의도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이 이끄는 Open Handset Alliance의 수익구조가 앱소프트웨어의 경쟁제품 간 호환성 제한에 기초를 두고 외부효과의 준 지대전환에 발판을 두고 있다는 것은 국내 IT 및 모바일산업의 현 위치 형성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난 10년간의 국내모바일시장의 경험을 되돌아볼 때,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엡소프트웨어의 통신사 간 또는 기기 간 호환증진을 위해 추진되었던 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역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WIPI란 혼잡한 여러 모바일 플랫폼의 난립으로 초래되는 불필요한 앱소프트웨어의 개발비를 플랫폼 표준화를 통해 줄이고 또한 호환성 개선으로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었다. 즉, 게임 등의 앱소프트웨어가 가입된 통신사나 기기제조사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출시되는 모든 핸드셋에서 가동되게 만드는 것이 WIPI의 주목적이었고, 앱소프트웨어 개발비용면에서 지난 10년간 분명히 긍정적 효과가 있었을 것이고 의도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표준화 정책이 그러하듯 계속된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는 산업들에 적용되었을 때 업체 간의 경쟁을 억압하고 개발의지를 후퇴시킨다. 특히 IT 및 모바일 산업에 적용된 WIPI의 표준화 정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경제환경 속에서 제품혁신과 동반되는 모듈러화을 통한 수익구조개편이라는 모바일산업의 세계적 추세로부터 국내산업이 뒤처지게 하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WIPI의 탑재가 강제됨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부정적 영향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기기제조업체들은 앱소프트웨어의 강제된 호환성으로 말미암아 국내시장에서 제품모듈화와 특성화를 통한 수익창출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었고, 두 번째로 통상적 모바일 에코시스템에서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요구되는 통신사와 기기업체 간의 관계재고를 통한 모바일산업구조개편을 막았고, 세 번째로 애플로 대표되는 국외업체들이 타사 기기와의 앱소프트웨어 호환성 강제를 요구하는 WIPI로 말미암아 자신들이 구축하는 수익구조가 불가능한 국내시장의 진출을 꺼리게 되었으며, 네 번째로는 국외업체의 국내시장 진출로 인해 만들어지는 업체 간의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소비자 잉여 창출 및 신장이 박탈되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WIPI의 표준화 정책은 표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였을지는 모르나 항상 규제/정책추진과 동반이 되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가 국내모바일시장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 효과를 동반했다고 말을 할 수 있다.

물론 소위 세계적 기업이라고 통칭이 되고 그것을 신조로 얘기해온 국내모바일업체들이 국외시장에서 왜 애플보다 앞서 더 혁신적인 기기를 출시하지 못하고 또한 모듈화를 통한 수익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능동적 기업가정신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그리고 경쟁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 국내시장을 계속해서 자신들만의 안방으로 치부하는 후진적 모습을 보인 점은 안타깝다. 하지만, 그에 앞서 또 다른 규제와 정책이 혹시 대한민국 모바일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진 않는지를 따져볼 때이다. WIPI의 실패경험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무리 그 의도가 좋다고 하여도 정부의 정책/규제를 통해 문제해결을 추진하는 것은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부메랑이 되어 날아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정책/규제의 작은 실패라도 모바일 등과 같은 중요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윤상호 박사, 이재승 박사

저자소개: 윤상호 박사는 현재 Orange, California에 위치한 Chapman University의 Argyros School of Business and Economics에서 재직중이다. 그리고 이재승 박사는 글로벌 컨설팅사인 ICF International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중앙정부와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공공정책 및 환경경제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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