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 법인세 및 소득세와 상속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줄어든 세수를 늘리기 위해 면세자 비중을 낮추고, 부가세 개편,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등 증세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정부 재정규모의 축소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경제살리기를 모토로 하는 이명박 정부가 나아가야 할 조세정책은 글로벌 경쟁에 견뎌내어야만 하는 국내 조세체계의 코페루니크스적 개편과 정부 재정규모의 축소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관련 세금의 감면, 법인세 및 소득세와 상속세의 인하, 더 나아가 소비세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세제개편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당과 정부는 세금부담 완화 등 감세 논의와는 별도로 세수를 늘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중이다.

인기영합주의적 세제개편은 안돼

현재 정부와 여당은 감면내용으로 양도세의 경우 (1) 장기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감면 (2) 2년 거주 요건 완화 (3)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종부세의 경우 (1) 과세기준 6억을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2) 세대별 합산을 개인별 합산으로 전환하고 (3)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 납부 유예 및 면제안 등을 담고 있다.

동시에 줄어드는 세수를 보충하고자 근로소득공제나 16개 항목의 특별공제를 줄여 면세자의 비중을 낮추고,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 부수적 금융서비스나 성형 등 미용을 위한 의료서비스, 고가의 사설학원수업료, 민간과 경쟁관계에 있는 공기업의 영리서비스업무 등에 대해 부가세를 도입할 필요성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외에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의 도입, 개인 간의 미술품 거래에 대한 양도세 부과 등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을 감면하면 정권의 지지도가 올라가지만 세수의 감소로 정부재정이 불건전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감세논의는 자칫하면 참여정부가 겪었던 국가채무가 양산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재정규모를 축소하는 작업을 통해 정부세수에 여유가 생겨나는 시기에 세금감면을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일 것 같다.

세금을 감면은 … 국가채무가 양산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재정규모를 축소하는 작업을 통해 정부세수에 여유가 생겨나는 시기에 세금감면을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일 것 같다.

정권 출범시부터 공기업의 민영화나 작은 정부로의 지향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수입을 둘러싼 미국과의 잘못된 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로 혼쭐이 났는지, 현재의 감세논의가 서둘러야 할 힘든 개혁 작업을 뒤로 미룬 채, 지난 정권들처럼 인기위주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국민들 앞에 내놓는 것처럼 비춰진다. 오히려 임시미봉책으로 감세논의가 진행되면 시장에 혼선만을 불러일으켜 시장거래가 더욱 위축되어버리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기대감만을 심어놓는 바람에 정책효과가 반감될 여지도 있다.

모든 세금은 궁극적으로 빈곤층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종부세 부과가 정당한 행정행위이지만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즉 부동산 투기방지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고 대신 면적이 적은 주택소유자가 물가가 올라서 종부세를 내야할 경우, 이는 정부의 정책실패가 주택소유자의 책임으로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매각시에 부담하는 양도세와 신규주택을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추가자금에 대한 대출규제로 인해 헌 집에서 새 집으로, 좁은 집에서 넓은 집으로 이전하기가 어렵고 최장 10년의 전매제한은 헌법상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마저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종부세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세금이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부과하는 모든 종류의 세금은 언뜻 보면 당해 상품을 수요하거나 공급하는 자가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세금이 가격에 포함되어지므로 당해상품의 사용에 다소 자유로운 사람, 전문용어로 말해 수요나 공급탄력성이 높은 계층(대부분의 부자들이 여기에 속한다)은 부담하지 않고 대신 수요와 공급에 얽매여 자유를 누릴 여유가 없는 계층(대부분이 빈곤한 계층)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정부가 부과하는 모든 종류의 세금은 언뜻 보면 당해 상품을 수요하거나 공급하는 자가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세금이 가격에 포함되어지므로 당해상품의 사용에 다소 자유로운 사람 빈곤층은 부담하지 않고 대신 수요와 공급에 얽매여 자유를 누릴 여유가 없는 빈곤층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세금은 사라져야하지만 최소한의 작은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세금만을 유지하여야만 한다는 측면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종부세는 개선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폐지되어야만 한다. 전체 국민들 중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을 괴롭히려고 만들어진 종부세는 참여정부시대의 인기몰이식으로 만들어졌지만 부동산시장을 침체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영세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빼앗은 잘못된 지식을 가동한 지식인 또 하나의 치명적 자만의 산물이다.

맨큐의 경제학에 나오는 이야기다. 1990년대 초반 부시 미국 대통령이 걸프전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사치세를 도입하였다. 고급 선박과 같이 부자들이 소비하는 상품에 10%의 사치세를 부과하였다. 그 결과 기대한 대로 부자들로부터 세금이 추가로 걷히기보다 선박산업에서 2만명의 실직자가 생겨났고 당초 예상한 5억 달러의 6%에 불과한 3천만 달러의 세수에 거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부세를 소득 상위계층 2%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담 지우려고 의도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의 전세금 상승으로 늘어난 세금부담이 전가되는 바람에 결국 보호받아야 할 98%가 세금을 부담하는 형편이 되었다.

패망 일본, 경제대국이 된 원동력은 세금감면

피터 드러커의 「미래기업」에 나오는 글이다. 세계 제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을 경제대국으로까지 일으켜 세운 근본적인 원동력은 일본인들의 근면성이라기보다 그들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정의롭지 못한, 부자에 대한 세금 감면조치였다고 한다.

2차대전으로 도시와 공장들이 폐허가 되어버린 일본에서 미 점령군은 경제고문으로 디트로이트의 은행가인 다지(Dodge)를 초빙해 왔다. 그는 1인당 300만엔까지의 우편예금의 이자에 대해서는 모든 세금을 면세할 것을 제의했다. 1950년에 이 300만엔은 미화로 8,000달러를 약간 넘을 정도에 불과했으나, 당시 이 금액은 일본에서 국민 1인당 평균소득의 25배가 되는 엄청난 액수였으며, 국민의 2%만이 이 액수를 넘는 연간소득을 얻을 뿐이었다. 모든 전문가들이 아우성쳤다.

세계 제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을 경제대국으로까지 일으켜 세운 근본적인 원동력은 일본인들의 근면성이라기보다 그들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정의롭지 못한, 부자에 대한 세금 감면조치였다.

그러나 다지가 이 계획의 이점을 설득하자 대장성 이케다는 회의적인 내각과 공공연히 비우호적인 국회를 설득하여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인플레이션은 몇 주 내에 사라졌다. 몇 달 후에는 저축률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세수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완수한 세금공제계정이 1988년에 폐지되었을 때 모든 일본인은 빠짐없이 그 계정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금공제계정이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었던 계층은 오히려 중하위 소득층이었다. 여기서 얻어진 저축액은 일본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과 수출 위주의 정책에 필요한 자금원이 되었다고 한다.

땜질식 조정보다 근본적인 개조가 필요한 조세체계

여당은 조세가 갖는 경제적 성질을 외면한 채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감세방안은 집중적으로 서민계층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인기에 영합하는 일에 매달려 있다. 현재 정부에선 소득세 과표의 추가조정과 세율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근로소득세는 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1조7천억 원가량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 경우 연봉 3500만원인 사람은 한 해 10만원의 세금을 덜 낸다. 대부분의 근로소득자는 매달 세금을 원천징수당하기 때문에 한 달에 1만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든다고 하여 반가워하지 않는다. 더구나 근로에 대한 세금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하여, 환언하여 여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랐다고 근로제공을 늘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일자리나 근로시간은 가격(세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세금부담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일하는 노동시장이 경기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세금감면으로 이명박 정부의 인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면세자가 40%를 넘는 현행 근로소득세가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각종 소득세감면규정을 없애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면세점 이하의 계층도 비록 소액이지만 1~2만원의 세금을 내게 될 가능성이 있어 국민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세금을 부담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에 부합한다.

경제살리기를 정권창출의 모토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나아가야 할 조세정책은 글로벌 경쟁에 견뎌내어야만 하는 국내조세체계의 코페루니크스적 개편이다. 현재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진 글로벌 경제에서 각국은 자본을 유치하려고 자본의 활동에 대해 아주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대신 이동이 쉬운 전문노동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을, 그러나 이동이 어려운 일반노동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각국은 그동안 폐쇄경제시대에 적합하였던 형평성에 부합하는 소득분배기능으로서의 조세체계에서 벗어나 형평성에 벗어난 효율적인 조세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이상 동안 형평성에 집착하여 조세의 소득분배기능에 의존한 조세체계를 유지하여 왔으나 이번 기회에 조세정책이 분배에 집착하는 조세체계에서 한시바삐 빠져나오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경제살리기에 적합한 조세체계가 마련되기 이전까지 당분간 감세도 추진해야겠지만, 공약으로 내세웠던 재정규모를 축소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였으면 한다. ■

유동운 / 부경대학교,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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