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기가 국내외에 걸쳐 대단하다. 그런데 이러한 막걸리 인기에 편승해서 정부가 등급을 정한다고 한다. 품질인증제라고 하는데, 한식 세계화를 위해 고추장도 등급을 정하는 품질인증제를 정하려고 한다. 이런 규제 차원의 품질인증제 발상이 과연 한식 세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품질인증제는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잘못되면 품질인증제로 인하여 일종의 진입 규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품질인증제를 도입할 경우, 문자 그대로 품질에 대한 인증만을 해야 할텐데 우선 시설규제가 따르고 그 외의 품질과 관계없는 제반 행정적인 규제가 따른 연후에 품질인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규제는 결국 소규모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아질까 우려된다. 막걸리 품질인증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기호에 의해 선택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제품의 안전성 여부에만 관심을 갖기 바란다.

요즈음 막걸리 인기가 대단하다. 한 편의점 체인 전체에서(GS25 편의점에서) 일본 사케와 막걸리가 같이 팔리고 있는데, 막걸리가 6배나 더 팔린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도 막걸리에 열광을 하고 있다. 막걸리 열풍으로 인해 와인수입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막걸리 열풍은 어디서부터 시작한 것일까? 왜 갑자기 이런 일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막걸리산업을 크게 성장하지 못하게 한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2000년까지 막걸리 양조장이 위치한 시, 군 바깥지역으로 막걸리 반출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풀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 군을 뛰어 넘어 자연스럽게 경쟁이 일어났고, 다양한 막걸리들이 전국 시장을 누비게 된 것이다. 결국 일본에 까지 진출하게 되어 오히려 한류바람을 타고 일본사람들이 막걸리의 참 맛을 먼저 알게 된 것이 막걸리 열풍의 근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다시 개입에 나서면

그런데 막걸리가 한참 잘 나간다고 하니까 등급을 정한다고 한다. 품질인증제라고 하는데, 한식 세계화를 위해 고추장도 등급을 정하는 품질인증제를 정하려고 한다. 이런 규제 차원의 품질인증제 발상이 과연 한식 세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일반적으로 품질인증제라고 하는 것이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농어촌구조개선대책 및 농어촌발전대책의 일환으로 농산물의 품질향상과 대외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도입하였다. 우리 농산물의 품질경쟁력 제고, 농산물 안전성기준과 축산물 생산조건에 따른 인증으로 소비자 신뢰구축, 품질을 보증하는 농산물 공급체계 확립을 목적으로 실시되어 온 것이다.

1992년 7월 처음으로 일반재배농산물에 대한 품질인증을 실시한 이후, 수차례 개선을 거친 다음, 작년에 농수산식품부는 농정 여건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52개 규제에 대한 개선의 한 일환으로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시행에 따라 농산물품질인증제를 폐지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명칭의 변화가 일어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Good Agricultural Practices)로 칭하는데, 농산물우수관리제도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산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생산단계부터 수확 후 포장단계까지 토양·수질 등 농업환경 및 농산물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 중금속 또는 유해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관리하고 그 관리사항을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체계를 말한다. 원래 농산물우수관리제도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로 시작했는데 '우수농산물관리인증’이라는 명칭이 품질 및 등급이 최고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 성격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우수농산물관리인증’을 '농산물우수관리인증’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개혁을 실시한지가 불과 한 해도 가기 전에 이번에는 막걸리에 대해, 그것도 기호식품인 주류에 대해서 다시 품질인증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품질인증제 실시 방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정부는 오는 8월5일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막걸리와 청주에 대한 품질인증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그들의 표현을 빌면, 질 좋은 막걸리에는 정부 인증 마크가 부착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은 품질인증 막걸리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게 된다. 더욱 의문이 가는 것은 정부가 왜 구매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품질인증제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이다. 품질인증제는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잘못되면 품질인증제로 인하여 소규모 업체들이 타격을 받게 되는 일종의 진입 규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오히려 시설 등의 규제로 말이다.

정부보다 소비자가 품질에 대해서는 더 잘 알아

현재 농식품부 관계자는 “500여개의 막걸리 업체가 난립하는 등 막걸리 인기를 타고 활개를 치는 업계에 대한 단속과 소비자에게 질 좋은 막걸리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마련했다”며 “현재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증을 거쳐 품질 좋은 막걸리가 유통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우선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무엇이 난립인가? 막걸리 제조업체의 숫자가 많아지면, 아니 정부의 한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으면 난립인가? 이들을 일일이 감시하기가 어려우면 난립이라는 재갈을 물리는 것인지 궁금하다.

500여개의 막걸리 업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직 1000개 보다는 작은 것 아닌가. 각 고을마다 막걸리 제조업체가 존재한다면 1000개도 모자랄 판이다. 500여개의 막걸리 업체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맥주업체나 소주업체 보다는 많은 숫자이나 도무지 무엇을 근거로 해서 이것이 난립이라고 규정짓는지는 매우 궁금하기도 할뿐더러 기본적으로 숫자가 적지 않아 일일이 감시, 검색하기가 쉽지 않을 때는 난립이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에 이런 친구가 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막걸리란 막걸리는 다 마셔보고 막걸리를 품평한 책을 쓰고 싶단다. 이 친구 덕분에 산행할 때마다 산행 후 막걸리를 한 잔씩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그 곳의 막걸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을마다 맛이 조금씩 달랐고 아침에 일어나도 거뜬했다. 일본에 까지 진출했다고 해서 유명한 브랜드를 가진 포천 이동막걸리는 6개월간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데 반해서 그 고을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브랜드는 생소했지만 매우 신선하게 생각되어 구입해서 숙소에 돌아와서 마셔보니 아주 훌륭한 맛이었다. 그 때 확실히 알았다. 막걸리라는 것이 굳이 전국을 커버하는 막걸리 브랜드의 경우 오히려 막걸리 고유의 맛을 잃어버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전국을 커버하려면 자본금도 많이 들어갈 테지만 막걸리 고유의 살아 숨 쉬는 유산균을 마시지 못할 것 아니겠는가. 오히려 각 고을, 지방마다 막걸리업체가 세워지는 것을 장려할 판이다.

정부 개입은 혼선만 불러

결국 막걸리 고유의 맛을 지키려면 쉽게 제조될 수 있는 막걸리를 등급제 메긴답시고 품질인증제를 도입할 경우 그것은 공연히 막걸리의 고유한 맛을 사라지게 하고 대신 전국을 커버하는 자본 많이 가진 사업자에게 유리한 시설인증제에 머물게 할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과거 다른 제품에서도 마찬가지로 품질인증제 도입 시 품질 그 자체만 검사의 대상으로 삼기 보다는 이 제품이 어떤 시설에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어 결국 품질인증제는 선 시설인증제로 흐르는 경향을 종종 보아 왔던 터라 결국 이러한 시설인증제는 소규모 제조업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존재할 것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막걸리업체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견사업자인 배상면주가 관계자 역시 “품질인증제 도입으로 국산 쌀을 이용한 막걸리가 제대로 인정받아야 제도가 긍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고 그 같은 제도 도입엔 환영한다”며 “국산쌀 이용 등 개관적이고도 합리적인 기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소규모 업체들은 오직 막걸리 품질로만 인증하여 소비자들이 선택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Good Agricultural Practices)가 이미 존재하는 상태라 굳이 가능하지도 않고 실효성도 적은 품질인증제를 실시하기보다 안전한 품질의 막걸리를 굳이 인증하고자 한다면 농산물우수관리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즉, 농산물의 식품안전성 확보를 위한 생산단계부터 최종소비단계까지 관리체계에 있어 생산단계 관리가 농산물우수관리제도의 핵심사항인 만큼 이 제도를 통하여 안전제품인지만 알려주면 사회적 편익이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품질 인증 부문은 소비자가 정할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사료된다. 단, 이러한 농산물우수관리제도도 질적이 아닌 양적인 시설규제에 치우치게 되면 소규모 영세사업자에게 진입규제가 될 것이 확실한 만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많은 업체가 진입해야 더욱 맛나는 막걸리를 우리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품질인증제를 도입할 경우 문자 그대로 품질에 대한 인증만을 해야 할텐데 우선 시설규제가 따르고 그 외의 품질과 관계없는 제반 행정적인 규제가 따른 연후에 품질인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규제는 결국 소규모 업체들을 시장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현재의 전통식품품질인증제에 필요한 서류를 보면(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 및 품질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7조 제1항 및 동법시행규칙 제37조의 규정에 의한 전통식품품질인증신청서 에 필요한 서류) 그러한 사항을 바로 볼 수 있다.1)

결국 정부의 품질인증제가 막걸리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500여개 업체가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지의 차원일 것으로 생각된다. 왜 500여개가 넘으면 안되는 것인가, 왜 그것을 난립으로 보는가의 차원일 것이다. 처음에 여러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다가도 시장에서 선택받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 특히 인터넷에서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현재의 시장상황에서는는 품질 좋지 않은 막걸리가 쉽게 유통되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정부는 막걸리 소비자를 위한 길인지 아니면 규모가 큰 업체를 키우려고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김진국 / 배재대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

저자소개: 김진국 교수는 뉴욕주립대(스토니부룩)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배재대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규제개혁, 공정거래정책, 자동차산업 등에 연구 활동과 관련 논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