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에서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에는 그 다음 월요일을 공휴일로 하는 대체공휴일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첫째, 기업은 늘어나는 공휴일로 인해 늘어나는 원가부담을 전가시키게 되는데,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후방의 중소기업이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둘째,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원가를 줄이고 생존하기 위해서 해외로 진출하거나 훨씬 더 집약도가 높은 설비투자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에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신중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의안번호 1802922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2008년 12월 9일자로 16인의 국회의원에 의하여 제안되었다. 의안요약에 의하면;『현재 우리나라는「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공휴일을 규정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휴무에 관하여는 개별 기업에 맡겨놓고 있는 까닭에,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근로자의 경우 공휴일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고 기업 방침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일반적임.

또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더라도 일정한 공휴일 일수가 확보되지 못하고 해마다 공휴일 일수에 있어서 편차가 나타나고 있어서, 안정적인 삶의 질을 추구하고 휴식을 통한 에너지 재충전으로 생산성을 높이자는 공휴일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

따라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내용을 법률로 제정하고,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때에는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 하루를 공휴일로 하는 대체공휴일 제도를 신설하려는 것임.』으로 되어 있다.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의해서 제안한 것인가?

그런데 과연 그 제안대로 일정한 공휴일 일수가 확보되지 못하고 또 공휴일 일수에 편차가 나타나서 안정적인 삶의 질이 확보되지 못하는지, 그리고 공휴일이 확보되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휴일 제도와 관련해 신문을 통해 조사해 본 자료에 의하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총 5건이다. 대체공휴일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짧은 휴일로 인해 차량정체가 생기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의원에 따라 근로자의 날·어버이날·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곁들여졌다.

의원들이 제시한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연합뉴스 ’10. 01. 04.)에 따르면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해 4일을 추가로 쉴 경우 관광소비 지출액이 4조6천억 원 증가하고 생산유발효과 8조 원, 부가가치창출효과 3조5천억 원, 고용창출 효과도 1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자료를 직접 읽어 보지 못해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하루씩 놀고 소비지출과 생산유발 효과, 고용효과가 그렇게 크다면 공휴일을 줄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더 늘리자는 주장이 타당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남들은 연장 휴가로 쉬고 있는데 그들을 위해서 덤으로 반드시 근무해야 할 공공 서비스기관 사람들의 입장은 어떠할 것인가. 기업이 추가로 지불해야할 인건비는 어떠한가. 평일 수당의 1.5배를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석유화학·철강·유통·숙박업 등 4개 분야에서만 휴일 근로수당으로 1조4000억 원의 추가 부담을 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철강·석유산업의 경우 총인건비 대비 휴일 근로수당이 5.26%, 백화점 등 서비스업의 경우 2.94%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박수찬, 조선일보, '09, 11. 20).

그러므로 적어도 현장에서 책임 있게 일을 해본 지도자라면 그런 주장을 쉽사리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국경일마다 의미를 부여해서 너도나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주장만 내세우면 일은 언제하고, 공부는 언제 한단 말인가.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24회 하계 올림픽 경기대회는 우리나라의 국력을 세계에 알린 큰 행사였다. 그렇지만 올림픽을 전후해서 국내외로부터 여러 가지 경고가 제시되었다. 공통점은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다.’라는 것이었다. 사회 기강을 통제할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수년을 헤매다가 드디어 IMF 구조조정기간을 맞이했던 것이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올림픽 이후 10년, IMF 이후 10년,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지도자들은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바탕은 제조업에서 솟아났고, 앞으로도 산업의 경쟁력은 십 수 년 동안은 제조업에 기반을 둘 것임에는 분명하다. 대체공휴일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또다시 변신해야 하는 데, 이 때 예측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더구나 IMF는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산업의 부실 때문에 초래된 것이었다.

첫째, 기업은 공휴일의 추가로 어떻게든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이는 곧 원가부담이 된다. 부담되는 원가를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줄일 수가 없으므로 전가(轉嫁)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왜 원가를 줄일 수 없고, 또는 그만큼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없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이 지면이 너무 좁고 또 논란의 주제와는 벗어나기 때문에 다른 기회로 넘긴다.

다만 전가시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자 한다. 기업은 개별기업 혼자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수급관계에 의하여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원가와 품질과 시간이 네트워크의 고리로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원가와 시간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면 파워가 약한 어느 한 쪽이 짐을 지게 되어있다. 대부분 후방의 중소기업이 짊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전방의 대기업 또는 강한 기업이 대신 부담을 줄여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인도적인 반문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사업을 안 해 본 사람들의 말이다. 이들 대기업은 나름대로 세계의 더 큰 대기업들과 경쟁하므로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기업은 생존을 위해 더 몸부림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여기에 생사를 건 여러 중소 협력기업들이 줄 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대규모 중화학제조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얻고 힘을 얻기 시작할 즈음, 왜 대체공휴일을 만들어 원가와 시간에 부담을 주려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이들 기업의 받침목이 되는 다수의 후방 중소기업이 떠안을 것이 분명한데 국회의원은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정책은 역행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둘째,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갭이 있겠지만 IMF 이후와 같은 전철을 밟아야 할 것이다. 원가를 줄이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찾아 나서든가, 훨씬 더 집약도가 높은 설비투자를 하던가, 그도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 올림픽과 IMF 이후의 유행어였던 '아직도 제조업을 하십니까?’라는 말을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다.

’90년대 많은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로 진출했지만 그 성공 사례가 많지 않고 그나마 국내에서 설비자동화로 버틴 기업이 더 성공적이었다. 설비투자는 추가로 자금압박이라는 부담을 져야 하고, 그 결과 새로운 일자리는 늘어나기가 어렵다.

현장에서 지도자로 일 해본 경험이 있는가?

공휴일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휴일은 법률로 정하되 기업이 노사 합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부칙 조항을 넣자는 것이다. 또 고속도로의 정체라든지 한국의 연(年) 근로시간이 선진 외국에 비하여 가장 길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만약 대학에서 법적 공휴일에 강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 매년 총학생회장의 선거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교수의 권위가 살아 있는 대학은 그나마 학생들을 설득하려고 노력은 해 보겠지만, 공휴일 강의문제와 같은 이슈는 학생회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많은 총장들은 아예 처음부터 공휴일에 강의를 한다는 '문제꺼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하물며 중소기업이 노사와 합의해서 1.5배의 보수를 더 주면서까지 공휴일 날 일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고속도로의 정체는 명절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평소에도 정체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꼭 공휴일의 기간을 길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평소에도 공휴일만 되면 정체는 심해진다.

나는 미국의 대학들이 어떻게 학사를 진행시키고, 또 기업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짧게나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왜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의 대학 평가에서 100위안에 들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교수의 연구나 학생의 공부에서 그 질(質)을 지적하는 데, 그에 앞서 시간이라는 분량(分量)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학사 집중도의 시간의 분량을 미국 대학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 기업들의 근무시간 중 작업의 집중도는 사무직이든 노동직이든 너무나 철저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해진 쉬는 시간 외에는 전혀 낭비가 없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대학이나 기업이나 너무나 느슨하고 방만하다는 생각이다. 발표되는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노동생산성 자료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가 평균보다 낮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생산성 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그 격차가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OECD국가(30개국, 08년 기준)중 22위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자 1인당 년 부가가치생산액이 우리나라는 1위 국가인 룩셈부르크의 111,742달러에 비해 51.2%인 57,204달러이고, 이는 미국의 61.5%에 지나지 않는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도 3만3233달러로 조사 대상 25개 OECD 국가 중 22위에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국 대비 44.8% 수준이고 일본의 59.9%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휴일은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서 총 118일인데, 이는 일본의 119일보다 하루가 짧지만,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는 4〜5일이 길다. 더구나 일본보다는 연차휴가가 5일이나 길고, 유럽 국가와 동일한 수준이다(박수찬, 조선일보,’09. 11. 20).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공휴일 수를 늘려야 된다고 한다면 국회의원들의 안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혜택으로만 돌아오지 않을 대체공휴일

지도자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여론에 핑계 대는 것이다.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여론이 그래서 할 수 없다.’라는 말이다. 다수를 의식하는 인기 발언은 훌륭한 지도자가 아니라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존경받는 지도자는 아무리 여론이 압박을 한다고 하더라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국민 전체와 후세 자손들에게 가장 덕이 되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어버이날도, 제헌절도, 한글날도, 다 중요하다. 중요하다고 다 공휴일로 정하면 이제 막 새로 싹 피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자랑인 근면과 검소 그리고 열정을 누가 언제 어떻게 다시 회복시키겠는가? 주40시간 근무제도가 실시 된지 이제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중과세의 병폐를 개선시키기 위하여 명절날 3일씩 쉬기로 하였는데 거기에다 다시 공휴일을 연장시킨다면 공휴일 공화국이 되란 말인가. 공휴일이 길어지면 기업이나 학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IMF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가정이 파괴되고 눈물을 흘렸던가. 구조조정은 불과 수년전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대체공휴일 제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단 1%의 원가라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 기업은 부담을 안게 되고, 그 대가는 누군가 치르게 되어있다. 경험적으로 보건대 언제나 약자에게 되돌아간다.

사회적 약자와 근로자를 위한 대체공휴일 정책이 그 의도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 결과가 어떻게 미칠지 시장경제의 원리를 진지하게 알아야 하겠고, 또 국민 다수와 그리고 미래에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규상 / 목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자소개 : 이규상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목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생산전략', '열정적인 지도자의 경영학원론', '가치창조를 위한 현대생산관리'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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