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공무원 노조를 출범시켰으며,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KT, 영진약품, 울산 NCC 노조 등의 잇단 민주노총 탈퇴로 뿌리 채 흔들리던 민주노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공무원의 노조 결성을 통해 단체 교섭을 하거나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이 쟁의행위를 하거나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독일처럼 노조활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과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공무근로자로 공무원 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 등 3개 공무원 노조가 지난 22일 통합공무원 노조를 출범시켰다. 이와 동시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세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함으로써 내부의 비리와 성추문 사건, 그리고 KT 노조, 인천지하철 노조, 영진약품 노조, 울산 NCC 노조 등의 잇단 탈퇴로 인해 뿌리 채 흔들리던 민주노총은 모처럼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는 듯하다.

시대에 역행하는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2007년 68만2000명을 기록했던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는 지난해인 2008년에는 65만8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또 올해 들어와서는 KT 노조 등의 도미노 탈퇴로 현재 조합원 수는 62만 여명까지 축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약 11만 여명의(이미 가입되어 있던 전공노 소속 5만 명을 제하면 신규 가입은 6만 여명) 조합원 수를 갖고 있는 통합공무원노조가 새로 가입함으로써 민주노총은 이제 한국노총의 72만 여명과 유사한 규모가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구성하는 노동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더 많은 근로자 위원을 참여시키고 공익위원을 선정하는 데에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민주노총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정부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어긋나는 행위가 있을 때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으며, 행정안전부는 민노총 가입 투/개표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법률에 규정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 달라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통합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기본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법률로써 보호하고 있다. 즉 공무원의 신분 및 직무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기본권은 인정하지만, 공무원이라고 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노동기본권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으로 인해 그 제한된 선을 넘었는가가 일차적인 논란이 될 수 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 합법적인가

공무원노조의 특수성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5조 단서 조항에 표현되어 있다. 즉 노조법 제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별도의 법에 위임하고 있다. 그 별도의 법이 곧 공무원노조법이다. 노조법의 특별법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공무원노조법에서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결성, 단체교섭 인정, 정당한 조합 활동을 허용하지만, 공무원의 복무상 의무규정 준수, 쟁의행위 및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노조를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하며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하는 것은 합법적인 활동이지만, 쟁의행위나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결국 공무원노조가 노조를 결성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며, 문제시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공무원노조가 쟁의행위나 정치활동, 특히 정치활동을 했을 경우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기자회견장에서의 통합공무원 노조 출범배경에 대한 설명 속에 들어 있다. 이 날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공무원 노조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힘 있는 통합 노조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직무 특수성을 갖는 공무원을 조합원으로 하는 공무원노조는 일체의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현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공식선언이나 다름없으며, 이미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노조들은 이미 '살인정권 규탄대회’ '이명박 정권 심판 국민대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 등에도 참가한 이력이 있다. 즉 불법활동을 했다는 이야기이며, 이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런 불법활동을 하는 공무원노조가 이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강령으로 하면서 불법 폭력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미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도 격려사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탄압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을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민주노총의 활동 및 공무원 노조의 참여와 관련하여 불법성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이는 또 다시 투쟁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호재로 이용될 공산이 크다. 우리 사회에 커다란 투쟁의 불씨가 새롭게 던져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가 사태의 진전을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손영태 위원장의 '정부 심판’ 발언은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정부를 선택하고 심판할 수 있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국민은 그 권력을 공무원 노조에게 위임한 적이 없다. 그런데 무슨 권한으로 공무원 노조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국민이 투표로써 선택한 정부를 그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섬겨야 할 공무원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심판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위험한 발상은 아닌가. 아니면 무식한 국민을 똑똑한 자신들이 선도하겠다는 오만인가.

중장기적으로 공무원 구조 이원화를 검토해 볼 필요 있다

신분이 철저하게 보장되어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들이 결성한 공무원노조가 앞으로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는 분명하다. 공공서비스 향상이나 정부의 비리 척결, 단체장 견제 등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 그들이 요구할 것은 일은 덜하고 돈은 더 받겠다는 것이다. 이미 그러한 요구들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22일의 기자회견에서 공무원 노조는 임금인상 등 생존권 보장, 공무원 연금 개정 저지, 구조조정 차단 등을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의 의미와 배경으로 언급했다.

한 마디로 임금 많이 받고 노후보장 확실히 받아내고 '철밥통’은 더 강력한 '강철밥통’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일반국민이 받는 국민연금보다도 공무원들이 받는 공무원연금이 훨씬 유리하다. 그런 공무원연금이 적자가 난 지가 옛날이지만, 이 적자를 매년 국민들의 혈세로 메워주고 있다. 그리고 그 규모는 2005년 6096억 원, 2007년 9892억 원, 올해에는 1조 9931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무원이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이라는 단어는 교과서에서조차 사라져야 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관존민비(官尊民卑) 사회에 살고 있다. 국민은 여전히 봉이다.

공무원들의 봉이 된 국민으로서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정부가 제대로 대처해 나가기만을 바라는 것 이외에 별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공무원 노조와 유사한 교원노조, 즉 전교조의 선례를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 역시 '교원노조법’의 규율을 받게 되어 있으며, 이에 따르면 모든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대통령 탄핵 반대,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 반미투쟁과 미군기지이전 문제, 한미FTA와 APEC 등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 반대투쟁,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투쟁 등의 정치투쟁을 일삼아왔다. 반면 정부는 이러한 활동에 대해 대체로 묵인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 결과가 현재의 전교조이며 교육계의 현실이다. 공무원 노조의 정치개입 및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는 길 밖에 없다. 정부도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그럴 경우 엄정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에야 말로 '말 잔치’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이번 일로 사회와 국가가 몰락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무원의 구조를 이원화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공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공무원(Beamte)이고 다른 하나는 공무근로자(Angestellte im Oeffentlichen Dienst)이다. 공무원은 신분보장이 되는 대신 노조 등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없다. 반면 공무근로자들은 신분보장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반면 노조를 조직하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공무담당자들을 두 부류로 구분하여 노조를 결성하고 노조활동을 하는 공무근로자들에 대해서는 해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전공노 게시판에 “당신들은 해고되었습니다”라는 분노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쓴 글이 현실이 되어야 한다. 국민은 공무원의 봉이 아니라 공무원의 주인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

권혁철 /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저자소개: 권혁철 박사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자유기업원에서 법경제실장을 맡고 있으며 경제정책분야를 연구 중이다. 주요 연구결과로는 '근로시간 단축의 경제적 효과’, '노사정위원회를 다시 생각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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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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