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이 54년 만에 제1당으로 집권해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민주당 집권이 미국이나 한국 등 주변국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민주당 집권으로 일본의 외교정책에 커다란 변혁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면서도 대미관계에서 일본의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해 전략적 노력을 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유엔 중심 외교·아시아 외교에 비중을 높일 것이다. 또 민주당 정권 실세들이 한국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한일 협력은 한층 더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승을 거두며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총의석 480석(소선거구 300석, 비례구 180석) 가운데, 민주당은 308석, 자민당 119석, 공명당 21석, 공산당 9석, 사민당 7석 등이다. 야당이 제1당으로 등장하며 정권교체를 실현한 것은 일본 전후 정치사에서 54년만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가들은 향후 민주당 정권의 국내정치 운용 및 대외정책의 전개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 수뇌부의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대외정책을 밝혔는데, 특히 유엔 중심 외교의 표명에 따른 대미정책과 미·일 동맹, '동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한 아시아 중시 정책의 표명과 한국·중국과의 관계 등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향후 일본 국내정치의 전개와 관련, 민주당의 현실적 한계에 대해 주목하면서 냉철하고도 전략적 관점에서 대외정책의 전개를 전망하여야 할 것이다.

일 민주당 집권, 미·일 동맹을 악화시킬 것인가?

자민당 정권은 대미 중시외교와 더불어 미·일 동맹의 강화정책을 추구하였다. 이와 같은 자민당의 대미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8월 30일 총선 정국에서 '대미 추종외교’라고 비판하면서, 정책공약을 통하여 '긴밀하고도 대등한 미·일관계의 구축’의 주창과 함께 미·일간의 예민한 정책현안인 오키나마 기지이전의 수정, 미·일 지위협정의 개정 등을 제시하였다. 또,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8월 30일 총선 직전, 8월 27일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전자판에 게재된 칼럼도 미·일 관계에서 미국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위와 같은 상황을 검토해 볼 때, 일본의 미·일 동맹 중시 정책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일정 부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즉, 민주당 정권은 미·일 동맹 및 미국 중시의 정책기조를 견지하겠지만, 대미관계에서 일본의 위상을 전략적으로 제고시키는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물론, 민주당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전환하면서 현실노선에 따라 주요 현안 문제에 대해 정책공약대로 이행하지 않고 유연하게 전략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현실주의 입장에서 대미 정책노선에 수정을 가하기도 하였다. 민주당은 그동안 반대해 온 해상자위대의 인도양에서의 다국적군 함대에 대한 급유지원 활동의 문제도 8월 30일 총선 공약의 원안과는 달리, 2009년 7월 23일에 당분간 용인할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2009년 8월 31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며 아시아 지역의 미래에 대한 나의 비전은 미국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동년 9월 3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전화 회담에서는 “미·일 동맹이 기축”임을 강조함과 더불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미·일 관계의 구축”을 역설하였다.

요컨대, 야당의 여당의 정책에 대한 책임감이 다른 만큼, 민주당 정권도 야당시절에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현실주의 입장에서 미·일 동맹을 외교의 기축으로 하는 정책기조를 견지하면서, 대미관계에서 일본의 위상을 제고시키는 전략적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아울러, 자민당 정권의 미·일 동맹의 강화에 역점을 둔 대미정책에 비해, 민주당 정권은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유엔 중심 외교, 아시아 외교의 비중을 높일 것이다.

민주당 집권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

한·일 관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중요한 협력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중·일의 협력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일 협력은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의 활성화에 힘입어 비교적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정치경제환경의 변화 즉, 세계금융경제위기의 도래에 따른 미국 국력의 상대적 약화, 중국·인도의 부상, 미·중 경제·전략 협력의 강화 등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한·일 협력은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를 중심으로 비교적 원만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9년 6월 28일의 도쿄 한·일정상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 독도문제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고 갈등을 초래하기 쉬운 민감한 문제는 배제하고, 양국의 실질적 현안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 결과,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5자 협의의 필요성 공유, 첨단 분야에서 일본측 기술지원을 포함한 협력 강화, 한국 내 부품·소재산업 공단의 일본 기업 진출 지원 요청, 한·일 FTA 교섭 재개 등 양자 간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되었을 뿐 아니라, 기후, 테러, 아프가니스탄 지원 등 글로벌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이와 같은 실용주의적 한·일 협력은 민주당이 집권함에 따라, 한층 더 원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총선 정국에서 주일 외국 언론과의 회견을 통하여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존중하고 계승할 것’을 언급하면서, '총리 및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불참배’를 선언하였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에서도 ▲야스쿠니 산사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설립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처리 ▲영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실현 ▲북한에 의한 납치 및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양호한 한·일관계의 재구축 ▲한·일의 신뢰관계 강화 및 한·중·일의 강력한 신뢰협력관계 구축 등을 제시하면서 과거사 문제의 전향적 태도와 더불어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더욱이, 민주당 정권의 실세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오카다 가츠야 외무상, 간 나오토 국가전략국 담당상,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 등이 한국에 우호적인 지한파 또는 친한파 정치인이므로, 일본은 아시아 외교의 전개와 더불어 한·일 관계를 중시할 것이다.

일본 외교정책의 현실적 한계와 한국의 전략적 고려

민주당이 집권하면 외교정책에 커다란 변혁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적지 않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 첫째, 현재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점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안정된 정국운영을 위해 정치 전략적 차원에서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를 고려하여야 한다. 즉, 정권의 안정적 기반의 강화를 위해 대외전략보다는 경지대책, 고용, 연금, 의료, 복지 등 국내 주요 현안들에 역점을 두고 정치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즉, 민주당이 외교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추구할 만큼 정치적 여유가 없다.

둘째, 민주당은 여러 정치적 성향의 계파가 있다. 즉, 자민당을 탈당한 보수 그룹에서 사회당 계열의 진보·좌파 그룹까지 여러 정치적 성향의 계파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 이들 계파 간에 정책노선 차이로 인한 갈등이 초래될 수도 있다. 즉, 민주당이 자민당과의 정치적 마찰을 일으키고, 내부적으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미·일 동맹 문제 등을 쟁점화하기에 한계가 있다.

셋째, 민주당의 압승이 국민들의 민주당의 대외 정책노선의 공감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고이즈미 정권의 개혁정책 후유증인 “격차사회”의 등장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불만, '귀족내각’으로 특징 지워진 아소정권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정국 운용 등, 국민들의 '자민당의 비판의 고조’ 덕분으로 '반사이익’에 의한 '총선 승리 및 정권교체’이다. 즉, 8월 30일 총선에서 308석의 획득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국민적 지지기반은 견고하지 못하다.

넷째, 미·일 동맹은 미·영 동맹과 함께 미국의 세계전략의 핵심 대외축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미·일 동맹 및 대일 중시 외교를 지속할 것이고, 일본 역시 '미·일 관계의 관계 재조정’을 추구하더라도 대미 중시 및 미·일 동맹의 강화외교를 추구할 것이다.

일본의 대외전략은 정권의 특성에 따라 다소 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대외전략의 기조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그다지 차이가 없을 것이다. 대외전략의 기조는 '21세기 국제지도국’을 지향하여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유엔 외교, 아시아 외교에 역점을 두고 전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민주당의 현실적 한계에 주목하면서 냉철하고도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

배정호 /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타 소장

저자소개: 배정호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타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안보전략과 국가전략’, '아베 정권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전환기 동북아국가들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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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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